과학뒤켠 vol. 3 (201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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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뒤켠> 3호의 PDF 버전은 여기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하는 이야기

 

기술사학자 리 빈셀(Lee Vinsel)은 “우리가 하는 이야기, 혹은 메인테이너, 매리 포핀스(The Stories We Tell, or Marry Poppins, Maintainer)”에서 “우리는 (기술사학자로서) 과학기술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해야하는가?”라는 물음으로 글을 시작한다. 그리고 장밋빛 미래를 불러올 것으로 촉망받는 혁신가들 대신, 우리 주위의 일상이 잘 굴러갈 수 있도록 흔하고 평범한 일을 맡고 있는 메인테이너, 혹은 유지보수자들에 주목을 할 것을 제안한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 말고, 우리가 주위에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다.

리 빈셀은 메인테이너들에 대한 이야기들은 결국 돌봄의 윤리(ethics of care)에서 시작한다고 말한다. 과학기술에 대한 돌봄은 기술 자체에 대한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과학기술자들에 대한 것이며, 그들이 일하는 환경에 대한 것이며, 과학기술을 사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것이다. 그러한 돌봄과 관심을 통해 <과학뒤켠>은 그동안 이야기되지 않은 것들에 대해 말하고 싶다. 과학기술의 미래보다는 과거를, 결과보다는 과정과 방식을, 기억되는 것보다는 잊혀지는 것들을, 다수보다는 소수를, 교실 안보다는 밖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고자 한다.

<과학뒤켠> 3호는 특별섹션 ‘마이너리티 리포트’로 과학기술과 소수의 이야기를 다룬다.
소수의 목소리는 보통 잘 들리지 않는다. 집단이 작으니 목소리가 작고, 관심을 덜 받는 경우가 많다. 의도적으로 혹은 구조적으로 배제 되는 경우도 있다. 무엇이 어떻게 왜 이들을 배제하는가? ‘소수를 위한 따뜻한 기술’을 만들려는 시도가 많아지는 가운데, 우리는 기술이 소수를 위해 무엇을 제공할 수 있으며 이것이 얼마나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데에 기여하는지 설명하는 대신, 반대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과학기술이 어떻게 소수를 배제할 수 있는지, 왜 더 차가울 수 있는지, 그리고 종종 왜 소수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는지 이야기 한다. 다수는 이해하지 못해왔을 소수의 이야기를 돌봄의 윤리를 통해 전하고자 한다.

잡지를 만드는 것은 다양한 글을 모아 한 권으로 묶는 작업이기도 하지만, 잡지의 성격에 맞지 않는 어떤 글들을 배제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작년 <과학뒤켠>을 시작하며 우리는 과학기술의 스토리텔러로서 과학기술의 놀라운 발전을 좇고 그것이 불러올 미래를 예찬하는 대신, 과학의 뒤켠을보고자 했다. 모두 꾸준한 관심없이는 쓸 수 없는 글들이다. 잡지의 성격을 잘 이해하고 훌륭한 글을 써준 필진에게 고맙다.

3호 발간을 앞두고 <과학뒤켠> 웹사이트를 만들었다(behindsciences.kaist.ac.kr). 지면에는 미처 싣지 못한 사진, 음악, 동영상 등 다 양한 시청각적 도구를 통해 <과학뒤켠>의 글들이 더 풍부한 내용을 담을 수 있게 했다. 또한 페이스북 페이지(www.facebook.com/ BehindSciences)를 꾸준히 업데이트 하여 더 넓은 독자층에게 글을 전달하려 하고 있다. <과학뒤켠>을 준비하는 우리들은 과학기술에 꾸준한 관심을 가질 것을 약속하며, 독자들도 <과학뒤켠>에 끊임없는 관심을 가져줄 것을 부탁드린다.

<과학뒤켠> 3호 편집장
신희선 behindsciences@gmail.com


사회

움직임 속의 움직임 Mobilis in Mobili

만년의 아인슈타인은 이상적인 과학자를 등대 안의 고독한 철학자로 표현했다. 하지만 그 자신도 실제로는 젊은 시절 특허국에서의 활발 한 사회 생활을 통해 중요한 영감을 얻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고독한 등대지기”로서의 과학자는 현실에 없는 허상에 불과하다.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과학자 역시 사회라는 거대한 해류 속에서 나름의 경로를 찾아 헤맨다. 과학을 “고독 속의 사색”이 아니라 “움직임 속의 움직임”으로 표상하는 것이 훨씬 타당한 이유다.

과학자들은 사회적 격류와 부딪히고, 이질적 흐름에 적응하고, 때로는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간다. 이번 호의 사회 섹션이 소개하는 세 편의글은이러한 “움직임속의움직임”의 세 가지 다른 양상을 다룬다. 김희원의 글은 냉전이라는 거대한 시대의 격동에 부딪혀 자신의 학문적 궤도를 수정할 수밖에 없었던 과학자 노버트 위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조정훈은 비슷한 시기 과학자들의 상반된 움직임을 다루는데, 그의 글에 등장하는 미래학자들은 냉전의 변칙적 흐름을 과학적으로 예측해서 그 변화를 주도할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었다. 시간을 뛰어넘어, 2017년을 사는 백승하는 한국인 물리학도가 독일의 연구환경이라는 새로운 조류에 적응하며 연구라는 활동에 대해 깨닫게 된 점을 이방인의 시선으로 풀어낸다.

사회와 부딪히고, 이끌고, 적응하는 과학자들의 선택은 그 흐름에 크고 작은 소용돌이를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현대 한국의 과학자들은 우리 시대의 흐름에 어떤 궤적을 남기고자 하는가? 최근 점화된 탈핵 논란이 거대한 사회적 쓰나미를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과학자들의 행보에는 그 어느때보다도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세 필자가 보이는 바와 같이, 움직임 속의 움직임은 그들의 몫으로 남겨져 있다.

문화

<과학뒤켠>의 문화 섹션은 과학기술, 문화, 철학과 상상력이 모이고 서로를 변화시키는 장소다. 이 섹션에 자리잡은 글들은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과학기술이 인식, 상상력과 감수성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 를보여주고자한다. 본 섹션은 교류, 어우러짐, 혹은 대립으로 볼 수 있는 다양한 관계들의 색채와 형태를 아낌없이 드러냄으로써 실제 와 공상, 엄밀함과 모호함, 그리고 탐구와 창작 사이의 경계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하고자 한다.

이번 호의 문화 섹션에 실린 <격리된 상상력: SCP 재단과 대중의 상상력에 대하여>는 <SCP 재단>이라는 창작 프로젝트를 통해 상상 력이 어떻게 집단 창작의 공간 안에서 ‘수집을 하는 과학’을 닮은 과정을 통해 발현되는지를 소개한다. <SCP 재단>은 SF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는 과학적 엄밀함과 내부로부터의 개념적 확장이 아닌, 참여자들이 외부로부터 가져오는 소재 및 주제의 편입, 표준화된 창작 형식, 그리고 집단 검토 및 평가 과정을 통해 넓혀지는 특이한 창작의 사례로 볼수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

‘소수자(minority)’란 단순히 머릿수의 많고 적음을 의미하지 않는 다. 소수자란 문화적·민족적·인종적으로 지배집단에 의해 종속되 는 집단의 구성원으로서, 한 사회에서 ‘타자(他者)’로 인식되는 사람 을 뜻하는 용어다. 과학기술은 소수자의 사회적 배제를 해소하기도, 촉진하기도 한다. 동시에 과학기술은 소수자 앞에 놓여진 사회적 장벽을 허물기 위해 발전하기도, 그 과정에서 또 다른 배제와 차별을 낳기도 한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는 이처럼 과학기술과 소수자가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지 살펴볼 것이다.

본 지면에서 소개될 3개의 글은 소수자의 ‘살아가는 삶’과, 그 삶의 뒤켠에서 읽을 수 있는 의미와 상징에 주목한다. 먼저 김민환은 본인 의 생생한 경험담을 바탕으로 게이 데이팅 앱과 개인의 관계, 그리고 게이 데이팅 앱과 공동체의 관계를 고찰한다. 한혜정은 인터넷 포르 노그래피를 통해 1990년대 한국의 사회상과 여성 인권을 들여다 본다. 마지막으로 김동진은 전화기 발명에 얽힌 일화를 소개하며 청각 기술과 농아의 관계를 관찰한다.

정책

정책은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일이면서도, 그 목소리를 잘 분석해 내는 일이기도 하다. 현장에서 정책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집행되는지 꼼꼼하게 살피지 않으면 근거에 기반한 정책 분석이 될 수 없고, 분석과 사고의 틀이 견고하지 못하면 현장에서 얻은 귀중한 정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 이에 <과학뒤켠> 3호에서 <정책>섹션 은 기존의 리뷰 형식을 벗어나 정책의 이론적이고도 현실적인 측면을 모두 다루고자 했다.

신유정은 모델이 기억할 필요가 있는 요소의 집합체이자 동시에 이외의 요소는 고려에서 누락하는 망각의 행위임을 말한다. 절대적인 도구로 모델을 따르기 보다는 모델이 무엇을 기억하고 망각하기를 종용하는지 끊임없이 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빛나는 직접 정책이 결정되는 현장으로 뛰어든다.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세 차례 방청한 이빛나는 원안위 회의록이나 언론 기사에서 흔히 찾아볼 수 없는 사무처의 문제와 기록되지 않은 시간의 문제를 지적한다.

수업뒤켠

<과학뒤켠>에서 ‘수업’이란, 배움이 일어나는 모든 곳이다. 교실, 학교, 건물 앞 잔디밭, 또는 노트북 하나만 있다면 세계 어느 곳도, 수업의 공간이 될 수 있다. <수업뒤켠>에는 수업의 장소에 있는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선생님도 가르쳐주실 수 없는 교실 뒤켠의 소소한 배움들을 담았다.

이승준은 실험 동물들의 넋을 위로하는 위령제, 그 뒤켠에 “철저히 사람을 위한” 과정이 담겨있음을 이야기한다. 강미량은 포스텍에서 카이스트로 교환학생을 오게된 순탄치만은 않았던 이야기를 전한다. 샤브남 라야이는 전자 교과서를 이용한 공대 수업의 형태가 변하고 있는 과정을 조교의 경험에 비추어 이야기한다. 강연실은 박사 졸업 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일하는 “디지털 노마드”의 꿈과 현실의 경험을 말한다.

 


뒤켠의 뒤켠

여기까지 읽어주신 여러분, 또는 뒷장에 뭐가 있는지잠시 들춰본 여러분, 고맙습니다.

<과학뒤켠>은 사람들이 글을 편한 마음으로 쓸 수 있게 하고자 대학원생들이 마련한 공간입니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에게 글의 잣대를 엄격하게 제시하는 것은 지양하고 있습니다. 진솔하고 친근한 글과 진지한 글이 공존하는 잡지,필자와 독자가 숨통을 틀 수 있는 잡지를 만들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과학뒤켠> 4호의 주인공들이 되고 싶은 분들은 언제나 저희 운영진을 찾아주세요.

과학기술정책대학원 학생들이 학과의 도움을 받고 만들고 있는 잡지이기에(STP 감사합니다 충성충성!!), 그만큼 <과학뒤켠>의 운명은 운영진 학생들과 필자들의 의욕에 달려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독자 여러분의 응원과 관심을 먹고 자랍니다. <과학뒤켠> 1, 2, 3호를재밌게읽으신분들, 또는 4호, 5호, … n호까지 받아보고 싶으신 분들은, 다음 호에 살포시 글을 내주시거나, 저희 페이스북 글에 따봉을 주시면 더욱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3호가 나올 수 있게 꾸준히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김소영 학과장님, 학생들이 잡지를 잘 운영할 수 있도록 힘껏 도와주신 안수연, 정은경, 박연희 선생님, 그리고 좋은 글들이 나올 수 있도록 지도해주신 김소영, 박범순, 이윤정, 전치형, Grant Fisher, 최문정, 최형섭 교수님 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 함께 힘을 내준 우리 운영진 희선, 성은, 두현, 혜정, 기준, 승희에게도 자체 감사를 하고 싶습니다. 🙂

<과학뒤켠> 3호 부편집장 조승희

 


편집장 신희선 부편집장 조승희
섹션장 김성은 (사회) 성두현 (문화) 한혜정 (마이너리티 리포트) 윤기준 (정책) 조승희 (수업뒤켠)
표지사진 김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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