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뒤켠 vol.4 (2018.3)

29472191_969281129904778_5675754084825284732_n.jpg

과학뒤켠 4호의 PDF 파일은 여기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서문

과학기술학자 쉴라 자사노프(Sheila Jasanoff)는 2016년 출판한 <발명의 윤리학(The Ethics of Invention)>에서 “‘기술(technology)’이라는 단어는 (그 뜻이) 모호한 만큼 풍부하다”고 말했다. ‘기술’이라는 단어는 가장 직관적으로 우리 삶을 편하게 하는 작은 도구나 물건을 연상케 하고, 더 나아가서는 연구자들의 작은 테크닉, 눈에 보이지 않는 시스템과 네트워크, 우리가 보고 만지고 듣고 믿는 많은 것들을 포함한다. 기술이 품고 있는 방대한 이야기를 짧은 잡지 한 호에 담기란 쉽지 않은 일이나, <과학뒤켠> 4호에서 우리는 여러 가지 시도를 통해 과학기술과 과학기술자를 해석하는 다양한 시선을 한곳에 모았다.

이번 호의 특별섹션 ‘그렇게 과학자가 된다’는 과학자의 어린 시절, 과학자가 몸담고 있는 학교와 학계, 그리고 일하는 연구소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과학영재는 타고나는 것인가, 만들어지는 것인가? 어린시절 “과학영재” 교육을 받고, 과학고등학교, 카이스트에 진학한 필자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 과학영재교육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서 누가, 언제부터, 왜, 어떤 제도와 시스템을 통해 과학자를 본격적으로 양성하게 되었는지 짚어본다. 과학자, 혹은 연구자라는 직업은 다른 직업과 어떻게 다른가? 연구자가 학교에서, 연구소에서, 직장에서 하는 연구 활동이 밥벌이를 위한 것 너머의 의미를 지닌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누가, 왜 그들에게 그러한 책임감을 주었는가? 이번 호에서 두 필자는 연구자들의 연구 성과가 정량적인 방식으로 평가받고, 학생들을 교육하는 학교가 순위 매겨지는 현상을 들여다봄으로써 앞의 질문들에 답을 한다. 대학에서 과학을 전공하고 한국연구재단에서 일하고 있는 필자는 정부부처에서 지원하는 연구과제를 치킨에 빗대어 연구지원기관-연구과제-메뉴얼-연구자의 관계를 짚어본다.

같은 이름으로 잡지를 네 권이나 펴냈지만 잡지의 성격을 명확히 설명하긴 여전히 어렵다. 그래서 <과학뒤켠> 4호에서 우리는 약간의 모험을 시도했다. 먼저, 새로운 장르를 담았다. SF 소설과 에세이 두 편을 실었다. 기술에 대한 작가의 상상력과 성찰을 독자들이 나름대로 해석하길 기대한다. 둘째는 표지다. 편집위원들이 직접 참여하여 고갱의 명화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에 과학자의 삶을 대입했다. <과학뒤켠>의 시도는 잡지를 펴내는 우리들의 정체성을 대변한다. 아직은 스스로를 학자로 소개하기 망설여지는 학도. 당장 일 년 후의 일도 확실하지 않은 학생들의 가변성과 불안함. 그러나 우리는 당장에 충실하기로 했다. 분명 우리는 나누고 싶다. 우리가 공부하는 것, 중요하다고 믿는 것, 그리고 우리가 과학기술을 통해 보는 세상의 풍경을. 과학기술을 설명하고 예찬하는 스토리텔러가 아닌 그것의 뒤켠을 보겠다고 썼던 지난 호의 다짐을 되새겨본다.

 

<과학뒤켠> 4호 편집장

신희선  behindsciences@gmail.com


그렇게 과학자가 된다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생물에 무관심했던 어린 시절, 동화책 ‘두리틀 박사의 모험’을 읽고 과학자를 꿈꾸기 시작했고, 우주론 학자 폴 데이비스는 대학 시절 사랑했던 여성의 질문을 통해 자연의 위대함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과학자가 된 사람들은 각자 나름의 계기로 그러한 선택을 내린다. 하지만 과학자가 과학에 입문한 계기가 무엇이었든지 간에 과학자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회제도적으로 마련된 일련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청년 리처드 도킨스와 폴 데이비스가 전문 과학인이 된 것처럼, 한 명의 과학자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결단만큼이나 과학 인재로 인정받아 관련 교육 과정을 이수하고, 학계의 문화와 가치를 체득하는 과정도 필요한 것이다.
이번 호의 특별 세션은 과학뒤켠이 자리하고 있는 KAIST의 대학생과 대학원생이 공감할 만한 글 네 편으로 꾸려보았다. 이창욱의 글은 한국에서 ‘과학영재’가 형성된 역사적 맥락을 다루고 있다. 과학고를 졸업한 개인적인 배경에서부터 시작하는 그의 이야기는 과학영재라는 정체성이 국가적 의도와 숨겨진 행위자들의 현실적 타협의 결과물이라는 설명으로 이어지면서, 현 과학 영재교육 제도가 나가야 하는 방향에 대한 성찰적인 질문을 제시한다. 과학고등학교라는 교육 시스템 안에서 성장한 학생은 이후 대학에 진학하는데, 변재영의 글은 바로 이 지점에 위치한다. 그는 대학 순위가 지금의 권위를 얻게 된 배경을 소개하고, 각 대학을 ‘객관적’으로 비교, 평가하기 위해 도입된 대학 순위 제도가 오히려 학계를 와해시킬 수 있음을 경고한다. 김종립의 글 역시 정량적 평가 방식, 그중에서도 1990년대 이후 한국에서 연구 업적을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제도가 자리잡은 과정에 대해 다루고 있다. SCI급 논문이 왜 이렇게 중요해졌는지 알고 싶은 독자라면, 이 글을 통해 그 궁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자로 성장했지만, 학교를 떠난 김태인은 공공기관에 입사해 과학기술정책 관련 실무를 수행하면서 “여태 알았던 것과 다른 방식으로 과학을 하는” 소회를 밝힌다.

사회

이번 과학뒤켠 사회 섹션에서는 두 거대 기술의 위기를 다룬다. 바로 원자력과 조선이다. 두 기술은 모두 물리적으로도 거대한 시스템이면서도, 무언가 잘못됐을 때 많은 사람이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닮았다. 공교롭게도 최근 두 기술 시스템 모두는 꽤 큰 위기를 맞았다. 대한민국 조선업은 수년간 큰 불황으로 인해 규모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으며, 원자력 발전은 짓고있던 원전 2기 건설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기까지 했다.
조선이나 원자력 같은 거대 시스템은 역설적으로 너무 커서 그 영향력을 느끼기 어렵다. 파급효과는 주로 전력생산량은 몇 기가와트니, 조선업 영업손실이 몇 조 원이니 하는 몇몇 숫자로 압축된다. 쉬이 감이 잡히지 않는 숫자 속에 우리는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거대 기술 시스템의 위기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파급효과를 가져오는가?
지영택은 카이스트 원자력공학과 박사과정 학생으로, 최근 탈원전 정책 기조에 영향 받는 자신의 모습을 일상적인 일화와 함께 소개한다.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 인건은 조선업에 지역경제 대부분을 의존하는 거제에서 여러 사람을 만났다. 조선업의 위기는 누군가를 ‘먼저’ 밀어내고 있었다.

문화

이번 호의 <과학뒤켠> 문화 섹션에서는 대중과 한발 더 가까이에 자리한 과학을 들여다본다. 과학은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형태로 분해 대중을 마주한다. 대중은 과학에 대해 읽고, 듣고, 때로는 만지고 체험하며 과학을 소화하고 받아들인다. 이번 섹션에서 우리는 과학관에서, 그리고 스크린 위에서 과학을 맞닥뜨린다.
최혜원은 국내 과학관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타국의 과학관 관찰기를 현장감 있게 풀어낸다. 여행자의 입장에서 체험한 일본 오사카 시립 과학관에서 최혜원은 과학관의 미덕이란 다름아닌 ‘사람’의 존재에 있다는 사실을 짚어낸다. 과학관을 찾은 사람들과 과학관을 만드는 사람들이 함께 살아있는 과학관을 만들어간다는 것이다.
익명의 두 필자 곰과기린은 영화뒤켠 코너를 통해 영화라는 매체에서 과학이 어떤 식으로 대중에게 전달되는지 관찰한다. 곰과기린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라는 매우 대중적인 일련의 세계관이 과학을 스크린 위에 그려내는 방식에 대해 비판적으로 파고든다. 곰과 기린 사이에 오고 가는 대화 속에서 영화라는 대중 매체의 한계와 가능성이 과학이라는 대상에게 어떻게 작용하는지 살펴보자.

문학

수업뒤켠

수업을 다녀온 학생은 후기를 이야기하곤 한다. 그 후기들은 나름의 가치와 재미가 있어서
수업뒤켠에서 소개하고 있다. 이번 호 수업뒤켠 섹션에서는 두 가지 후기를 소개한다.
홍성재는 참여관찰이라는 연구 방법론의 초행길을 걸은 후기를 들려준다. 참여관찰을 하는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그 어려움은 어떻게 극복하려고 했는지 이야기한다.
윤기준은 궁술과 글쓰기를 비교한다. 글은 앉아서 차분히 완성하면 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정해진 시간과 상황에 맞게 순발력을 발휘해야 함을 말한다.
수업 후에 학생들은 무언가에 대해 궁시렁거리기도 하고, 재밌었던 부분을 말하기도 하고, 부족했던 점을 반성하기도 한다. 수업을 먼저 들은 사람의 궁시렁거림들이 앞으로 수업을 들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이번 호도 수업뒤켠에 공간을 마련하였다.


뒤켠의 뒤켠

<과학뒤켠> 편집팁이 어느덧 네번째 호를 펴내게 되었습니다. 저희도 <과학뒤켠>이 네 권이나 나올지 몰랐어요!
관심 가져주시는 독자 여러분과, 지원해주시는 과학기술정책대학원 학과에 감사 인사드립니다. (꾸벅꾸벅)
<과학뒤켠>은 과학에 대한 모험적인 고민과 쉬운 글쓰기를 추구합니다. 그리고 이런 글을 쓰고 싶으신 분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관심있으신 분들은 언제나 저희를 찾아주세요! <과학뒤켠> 페이스북 페이지 댓글, 페이스북 메세지, 이메일, 개인 연락, 모두 좋습니다. (씨익)
이번에는 편집진의 한마디를 소개하며 4호를 마무리할까 합니다. 5호에서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라며…!
김성은: 벌써 2년
김희원: MIC DROP
윤기준: 열심히 봤어도 어딘가엔 아직도 오탈자가 있겠지…
신희선: 다음 호엔 글을 쓰겠다!고 다짐을 해 본다.
조승희: 5호의 편집장은 누가 될 것인가(ㄷㄷㄷ)
조정훈: (달리 떠오르는게 없는 상태이다)


 

편집장 신희선 부편집장 조승희

섹션장 김희원 (그렇게 과학자가 된다) 윤기준 (사회) 조정훈 (문화) 김성은 (문학) 조승희 (수업뒤켠)

 

WordPress.com 제공.

위로 ↑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