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문화’를 찾아서: Mapping Science Culture

방혜리, 우정민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석사과정)
hlbang1222@kaist.ac.kr, jmwoo@kaist.ac.kr


우리들은 대부분 한 때 ‘호기심 천국’을 보고, 과학관에 가서 감탄사를 연발하는 어린아이였다. 더 커서는 학교에서 과학을 배우고, 간단한 실험을 해 보기도 하고, 영화관에 가서 ‘인터스텔라’를 보고, 하루가 다르게 새로워지는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고객이 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 중 무엇을 “과학문화”라고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먼저 과학문화라는 개념이 왜 확산되어 왔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과학기술은 지금껏 인간의 삶에 꾸준히 편리함을 증대시켜 왔다. 전세계의 거의 모든 이들이 과학기술의 산물을 향유하며 살아가고 있으며, 그렇기에 과학기술의 필요와 중요성에 대해서는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20세기 세계대전과 윤리 문제, 환경오염 이슈 등을 겪어 오면서 과학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과 과학의 성과주의에 대한 비판 또한 함께 자라났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 과학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과학기술을 문화적 현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생겨났다.

우리나라 역시 과학기술의 발달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키워 온 대표적인 사례로서 이러한 흐름을 피해갈 수 없었다. 특히 1970 년대 정부는 국가 경제성장의 열쇠로 과학기술을 선택했고, 과학기술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기 위해 국민들의 지지와 신뢰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은 ‘전 국민의 과학화 운동’을 추진했다. 「전국민의 과학화 운동- 77 년도 사업추진 계획발표」에 따르면, 이 운동의 목표는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앙양, 전국민의 사고 및 생활습성의 과학화, 그리고 과학기술개발에 전 국민의 역량을 집결시키고 참여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1]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에서 지금 사용하고 있는 과학문화라는 개념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언어는 문화적, 시대적 맥락에 따라 언제든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같은 단어라 하더라도 단어가 사용되는 시대나 사회의 특징에 따라 뜻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과거에 과학문화라는 개념이 확산된 배경과 지금 그 개념이 갖고 있는 뜻이 완전히 같은 범위에 들어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현재 우리나라에 퍼져 있는 과학문화라는 단어는 한 가지로 정의하기도 어렵고,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조차 그 의미를 충분히 고민하지 않고 꺼내는 것이 현실이다. 다만 국내 과학문화 사업을 이끌어가고 있는 기관과 단체들이 기획한 행사나 프로그램을 통해 그들이 추구하고자 하는 뜻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얼마 전, 제 20 회 ‘대한민국과학창의축전’이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 주최로 코엑스에서 8 월 4 일부터 7 일까지 4 일간 개최됐다. 사실상 우리나라의 ‘과학문화’를 담당하고 있는 두 기관의 주도하에 개최된 이 행사는 과학기술 50 년의 성과를 돌아보고 미래기술을 체험해보자는 취지로 열렸다. 행사는 체험 부스 운영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체험 부스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이나 기업이 마련한 기술 체험 프로그램, 코딩체험과 무한상상실, 중∙고등학생들이 직접 운영하는 프로그램들로 구성됐다. 달 탐사와 관련된 대중강연, 청소년과 학부모를 위한 ‘사이언스 북 콘서트’도 함께 운영됐다. 규모가 클 뿐 일반적인 과학문화 행사와 크게 다르지 않은 구성이었다.[2]

이처럼 다소 일관되고 정형화된 과학문화 행사 진행 양상을 보면 우리나라 정부나 시민들의 머릿속에 담긴 과학문화의 이미지를 조금은 짐작할 수 있다. 보통 ‘문화’라는 단어가 일상 속에서 사용될 때 일반적, 대중적인 의미를 가지는데, 여기서도 역시 과학과 관련해 일반 대중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의 과학 이야기들을 통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는 행사를 주관∙주최하는 입장에서는 과학 발전 및 진흥을 위한 기반 내지는 풍토의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외에도 학계에서는 과학문화를 크게 두 가지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 가지는 ‘scientific aspects of culture’, 다른 하나는 ‘cultural aspects of science’다.

우선 ‘scientific aspects of culture’는 과학이 주요 요소가 되어 주도하는 문화를 말한다. ‘과학’이 ‘구석기 문화’의 구석기나 ‘농경 문화’의 농경과 같이 어떤 시대의 문화를 특정짓는 용어로 사용될 때, 즉 과학이 현대사회의 특징적 생활수단으로서의 의미를 가지는 경우가 포함될 수 있겠다. 스마트폰의 보급과 확산이 대표적인 사례다. 불과 5~6년 전까지만 해도 널리 이용되지 않았던 스마트폰은 지난 몇 년 간 빠르게 이용률이 급증하며 사람들의 일상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핸드폰을 이용한 자유로운 인터넷 사용은 크게는 SNS의 발달, 수많은 어플리케이션의 개발, 그로 인한 소규모 스타트업 시장의 활성화를 불러 왔고, 작게는 많은 사람들이 손에서 스마트폰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계좌이체와 같은 금융서비스, 교통과 문화생활을 위한 e-ticket, 음원과 영상의 모바일 스트리밍 등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할 수 없는 것을 찾기가 더 어렵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왔지만, 이 모든 것들이 과학기술의 산물을 이용하고 소비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새로운 문화다.

두 번째로 ‘cultural aspects of science’는 과학활동이 진행되는 동안 드러나는 문화로 ‘음식문화’, ‘놀이문화’와 유사하게 문화의 한 종류 혹은 측면을 나타낸다. 이러한 관점에는 과학적 방법을 사용하고 과학적 사고방식을 가지는 것, 과학자사회 내부에서 과학자들이 연구활동을 하는 과정 속에 만들어가는 문화, 과학활동의 산물의 문화적 측면이 포함된다.[3]

결국, 과학문화는 과학적 지식을 발견하고, 전달하고, 향유하는 과정 속의 모든 활동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너무나도 뻔한 말이지만, 과학기술은 이미 우리 삶 속에 너무 많이 들어와 있다. 당장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도 열에 아홉은 지금 손 뻗으면 닿을 곳에 스마트폰이 놓여 있을 것이고, 그 중 누군가는 자동차를 타고, 나일론 섬유로 만든 옷을 입고, 플라스틱 물건을 사용하고, 또 설레는 마음으로 비행기에 오르기도 할 것이다. 연구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더라도 모든 사람들은 이미 빈번하게 과학문화를 접하고 있고, 또 함께 과학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과학문화는 시간의 흐름과 사회 변화 속에 얼마든지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으며, 모든 사람은 그러한 변화를 만드는 주체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과학문화 사업을 주도하는 몇몇 기관들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개인들 스스로 그 흐름 속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과학자사회는 과학기술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입장에서, 동시에 일반 시민들 역시 과학기술의 산물을 이용하고 향유하는 핵심적인 행위자로서 과학문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읽을거리

Screen Shot 2017-05-05 at 6.35.10 PM송성수, 「과학기술과 문화가 만날 때」 (한울아카데미) (2009)

본 기사에 인용한 내용 외에도 과학문화의 개념과 국내외 과학문화 활동들이 소개되어 있다. 과학문화에 대한 더 많은 논의와 사례들을 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Screen Shot 2017-05-05 at 6.35.17 PM전치형, “[한국 테크노 컬처 연대기](20) 공공성의 추억 ‘공중전화’ 없애면 서운하죠~”, 『주간경향』 1177호 (2016.05.24)

이 기사는 과학기술의 산물의 이용과 소비로 만들어지는 문화 뿐 아니라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른 사회 변화가 그 소비하는 과정과 어떻게 연계되어 있는지도 함께 살폈다. 흥미로운 관점에서 과학문화와 사회를 볼 수 있을 것이다.

 


[1]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전국민의 과학화 운동-77년도 사업추진 계획발표」 『과학과 기술』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v.10 no.3 (1977) : 25-26

[2] http://sciencefestival2016.com/ : 제20회 대한민국과학창의축전 홈페이지.

[3] 김영식 외, 「한국의 과학문화: 그 현재와 미래」 (생각의 나무)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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