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빈곤상태 체험: 72시간, 칼로리, 그리고 식의주(食衣住)에 대하여

김준규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석사과정)
lunic0302@kaist.ac.kr


2016년 가을학기에 수강했던 [사회정의를 위한 기술]이라는수업에는 어떤 형태의 사회적 실험을 수행한 뒤, 그것을 바탕으로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제가 있었다. 수업의 담당 교수이신 최문정교수님께서는 평소에도 학부와 대학원 수업을 통틀어 한 번 이상 체험적인 과제 수행을 요구하는데, 이 수업에서 요구한 실험은 주변 사람들에게는 ‘3일간 하루 4천원으로 사는 실험이라고만 언급했지만 실제로는 절대빈곤 상황을 체험하는 것이었다. 실험을 통해 체험하고 느낀 점에 더하여, 어떤 계층이 사회에서 취약할 것인지, 혹은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실효성이 있는지, 등에 대한 비평도 함께 요구되었다.

대외적으로 언급한 4천원이라는 금액은 얼핏 듣기에는 만 원으로 일주일을 사는 모 예능프로그램처럼 주먹구구식으로 정해진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2016년 기준 1인가구의 생계급여비용인 471,201원에서 고정지출이라 볼 수 있는 집세, 가구, 수도요금, 통신요금 등을 제하면 다른 소비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은 20만원 남짓이 되며, 이를 30일로 배분하면 하루에 7천원 정도가 된다. 여기서 통학을 일반인의 출퇴근과 비슷하게 생각하면 현재 대전시 버스요금으로 왕복 2500원 정도가 더 지출되므로, 식비와 다른 소비에 1 4천원을 할당한 것은 굉장히 설득력이 있는 액수가 된다. 수업시간에 쓴 보고서에서는 취약계층과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실효성에 보다 비중을 두었으나, 본 지면에는 독자의 흥미를 고려하여 3일간 끼니를 해결하는 중에 느낀 점을 설명하고자 한다.

72시간

없이 3, 공기 없이 3, 음식 없이 3출처 미상의 생존법칙

실험은 10 20() 00시에 개시되어 22() 23 59분에 종료되어, 정확히 72시간이 소요되었다. 실험은 72시간 동안 연속되기만 하면 어떤 날을 택해도 상관없었으나, 2일의 평일과 1일의 주말을 넣음으로써 실제 주5일제와 비슷한 상황을 조성하였다. 현금과 체크카드를 동시에 사용하였지만, 모든 지출에서 즉시 금액을 기록하였기에 72시간 동안 계산 실수는 없었다. 또한 실험 전에 구입한 커피믹스와 비타민의 가격도 개당 단가를 따져 합산하였고, 하루에 4,000원 이하의 소비를 원칙으로 하여 첫날의 충동구매로 인해 2일차, 3일차에 굶는 것만은 막을 수 있었다.

실험에서 지출된 금액은 총 11,670원으로 모두 주식, 부식 및 기호식품을 구입하는 데 사용되었으며 남은 돈은 고작 330원이었다. 주식 및 부식류로는 컵라면 5, 삼각김밥 2, 건빵 1봉지, 햇반 2개와 동측 학사식당의 라면+밥 세트, 그리고 선물로 받은 귤 하나를 먹었다. 가공식품의 비중이 매우 높으며, 직접 취사하거나 번듯한 식당을 찾아간 경우도 없었다. 한편 기호식품으로는 커피믹스 2, 녹차 티백 1, 비타민포 하나를 소모했으며 그 외에 실험 첫날 학사매점에서 일회용 수저 하나를 50원에 구입하여 한 번 씻어 사흘째에 재활용하였다.

칼로리

1 제공량당 함량: 열랑450kcal, 탄수화물67g(20%), 단백질9g(16%), 지방16g(31%), (중략) 나트륨 1,630g(82%)…  – O사의 S 컵라면

처음 4천원이라는 액수를 받아 들었을 때부터 가장 염려했던 부분은 영양이었으나, 평소에도 1~2주에 한 번쯤은 매점에서 구입한 것들로 간단히 먹고 넘길 때가 있어 크게 염려하지는 않았다. 가격 대 열량비가 높은 컵라면으로 주식을 삼고, 햇반이나 삼각김밥, 또 라면이 질릴 때는 건빵 등을 활용하여 취사가 불가능한 캠퍼스에서 학칙을 준수하면서 3일을 사는 정도는 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첫 날은 괜찮았으나 그 다음날이 되자 평소처럼 속을 달래기 위해 괜찮은 밥을 먹을 수 없는 현실에 자괴감이 들 정도로 속이 쓰리기도 했다.

보다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성인 남성이 하루에 필요로 하는 열량은 2,500kcal이라 알려져 있으나, 가격 대 열량 면에서 가장 우수한 컵라면조차 보통 500kcal 미만, 그리고 햇반이나 삼각김밥으로 보강하여도 700~800kcal을 겨우 충당할 수 있고, 이러한 식단으로 두 끼를 먹으면 금세 3000~3500원을 넘고 만다. 거기다 이 금액조차 학내 매점들이 할인을 적용했기에 가능했으며, 외부 편의점 등에서 맞추게 되면 한 끼에 2천원을 넘어가고 만다. 따라서, 사흘간의 실험 내내 섭취한 칼로리는 5,000kcal조차 넘지 못했지만 나트륨만은 기준치의 두 배에 육박하게 되었다. 실험이 사흘에 불과했고 복부에 비축된 비상식량이 충분했기에 끝내 버틸 수는 있었지만, 당장이라도 실험을 종료하고 뭔가를 먹으러 가고 싶다는 충동에 시달렸다.

식의주(食衣住)

식의주 [명사] [북한어] ‘의식주(옷과 음식과 집을 통틀어 이르는 )’ 북한어.

칼로리와 영양균형 이전에, 유명한 엥겔지수가 말하듯, 쓸 수 있는 돈의 총액이 줄어들수록 하루 한 끼마저 절박하게 다가온다. 앞서 사흘간 남은 돈이 고작 330원이라고 이야기했다. 노래 한 곡 다운로드, 대화를 위한 커피 한 잔, 하다못해 두통약 하나조차 벅차고, 누군가와 같이 밥을 먹는 것조차 사치가 된다. 이러한 생활이 몇 주, 혹은 수 개월간 지속된다면, 연명하기조차 벅찬 이 삶은 어떤 삶일 것인가? 과연 생계급여비는 이런 모든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금액인가? 또한 식생활이 주거환경에 의해 결정되는 부분을 다시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였다. 예를 들어, 부엌이 있는 환경이었다면 안 하던 요리를 하느라 시간이 들고 힘들었다, 내지는 좋은 반찬을 먹을 수 없었다, 이 정도 불만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혹은, 건강 상태 때문에 특별한 식재료나 조리가 필요한 상황이 있을 것이다. 필자가 그런 상황에 있었다면 실험 자체를 거부했을지도 모르지만, 가난을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어떨까?

의식주라는 표현을 식의주라고 비틀었지만, 이런 관점에서는 한 번 더 식주의(住食衣)라고 비틀어 주고 싶어지기도 한다. 가깝게는 야식으로 컵라면을 불리는 기숙사에서 멀게는 전국 곳곳의 1인가구들에 이르기까지, 현실적이며 좋은 복지는 아직 멀리 있고 새로운 정책이 나와도 입안자들의 탁상공론에 불과하지 않느냐는 염려가 상존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체험형 실험이 줄 수 있는 통찰이 크다 하겠다.


추천 먹거리 

편의점 레시피 개론: 치즈불닭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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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실험에서는 규칙적인 출퇴근을 가정했지만, 필자와 주변의 대학원생들은 오히려 주침야활(晝寢夜活)이 더 흔할 것이다. 치킨집 사장님조차 퇴근하는 야심한 새벽, 배고픔을 달랠 수 있는 곳은 오로지 24시 편의점뿐이다. 대학원생의 생활양식이 널리 전파됨과 함께(?) 편의점 음식의 종류는 날로 다양해졌으며 그 조합도 누리꾼들의 기상천외한 실험정신으로 발전되고 있다.

면식을 즐기는 필자의 레이더에 포착되는 레시피는 주로 불X볶음면 계통을 기반으로 하여 삼각김밥, 다른 비빔라면, 소시지나 만두, 심지어는 샐러드가 섞이기도 하며 잘게 찢은 스트링치즈 고명이 단골로 올라가는 것들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간편하게 도전해 볼 수 있는 것으로 치즈 비빔면과 불X볶음면의 조합을 권한다. 이 조합은 별도의 부재료를 요하지 않으며, 조리과정이 다른 비빔면과 동일하고, 과도한 캡사이신 맛을 누그러뜨려 스프와 면의 맛을 음미할 여지를 준다. 또한 일반 컵라면의 두 배의 양을 제공하는 장점까지 있어 불X볶음면 등장 초기부터 전국 각지의 충성마트에서 산발적으로 생겨난 유서 깊은 조합이다.

과도한 나트륨과 칼로리가 걱정될 것이다. 허나, 혹자가 이르기를 본래 편의점 식문화에서 맛과 건강은 반비례 관계라고 하였다. 해가 뜨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 한 번쯤은 고요한 기숙사에서 면을 불리며 고독한 미식가가 되어 보는 것은 어떨까?

또 하나의 빈곤체험: 인간사료

Screen Shot 2017-05-07 at 12.30.04 AM위의 실험만큼이나 절망적인 상황을 가정해 보자. 어제 지름신이 지나갔다. 혹은 등록금을 납부했다. 아뿔싸, 통장의 잔고는 다섯 자리. 다음 월급(또는 용돈)은 보름 넘게 남았지만 끼니는 해결되어야 한다. 당신은 무엇으로 견딜 수 있을 것인가? 건강을 담보로 하기만 한다면 소위인간사료라고 불리는 것도 능히 당신의 주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료는 본래 반려동물의 생존이나 가축의 비육을 위한 것이기에 그 앞에 붙은인간의 뉘앙스가 강렬하다. 대체 얼마나 훌륭한 칼로리 공급원이기에  인간이 사료를 먹는 것을 감수하는가? ‘인간사료의 실체는 대용량의 벌크 타입 주전부리이다. 그 종류도 다양하여, 검색 한두 번으로 누X띠네, 옛날과자, 각종 쿠키, 그리고 건빵 등의 낯설지 않은 먹거리를 2~3kg에 만 원 남짓한 가격으로 구할 수 있다. 초라한 투명 비닐이나 갈색 포대에 담겨 올 때가 많지만, 그렇기에 저 번쩍거리는 질소봉지들과는 차원이 다른 가격 대 열량비를 가질 수 있다.

다만 필자가인간사료라는 현상에서 염려하는 것은 그 가성비나 영양의 불균형이 아니라, 식사 이하의 무언가를 찾을 수밖에 없는 이들의 존재이다. 치솟는 방값, 내려가지 않는 등록금, 온갖 생활고를 염려하여 마련한 자구책이 식사를 포기하는 것이라면, 다음 번에 포기될 것은 무엇일지 한편으로 두려워하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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