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들이 독일 맥주 맛을 알아?” 맥주 한 잔에 담긴 일주일의 해외 활동 프로그램 기록

방혜리, 이빛나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석사과정)
hlbang1222@kaist.ac.kr, starbitna@kaist.ac.kr


‘맥주의 수도’라는 별명답게 독일 뮌헨에는 명성 높은 3대 양조장이 위치하고 있다. 19세기 초에 세워진 아우구스티너 켈러, 400년이 넘는 역사를 품고 있는 호프브로이하우스, 그리고 무려 14세기 초에 처음 나타났던 뢰벤브로이가 바로 그들이다. 뮌헨의 손맛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오랜 역사 위에서 자신들의 맥주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그들만의 전통을 이어나가는 유서 깊은 양조장들. 그런 그들의 장인정신이 담겨 있는 맥주의 맛이 어떻게 달지 않을 수 있겠는가.

대전에서 맥주를 마시던 (과학기술정책을 공부하던) 5인의 대학원생이 독일로 향했다. 교내 국제협력처의 지원을 받아 해외 활동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콜로퀴움 참석과 학술교류 활동, 우수 연구기관 방문 등이 계획되어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마음 한 켠에 소박한 일탈의 꿈을 품은 채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렇게 부푼 꿈을 안고 날아간 곳. 푸른 하늘과 구름 한 점, 그 아래 뮌헨이 있었다.

이튿날 오전부터 눈 덮인 마리엔 광장을 거닐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범상치 않은 기운을 내뿜고 있는 건축물이 나타났다. 한 눈에 봐도 긴 역사를 품고 있는 듯한 건물. 바로 뮌헨의 신 시청사였다. 신 시청사를 마주 본 상태에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장난감처럼 생긴 멀끔한 콘크리트 건물이 보인다. 놀랍게도 그곳이 구 시청사다.

이러한 신구(新舊)의 아이러니는 독일의 특수한 역사적 배경이 만들어낸 것이었다. 14세기에 건축된 구 시청사는 제2차 세계대전 중에 크게 파괴되었고, 전쟁 직후 재건됐다. 당시 독일인들은 완전히 무너져 내린 구 시청사를 원래와 같은 모습으로 복원하고 싶어 했는데, 문제는 예산이었다. 경제적으로 힘겨웠던 전후 상황에서 한정된 예산을 투입하다 보니 콘크리트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20세기 초에 세워진 신 시청사보다도 훨씬 어려 보이는 형태로 남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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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마리엔 광장에 위치하고 있는 신 시청사(왼쪽)와 구 시청사(오른쪽)

‘자고 나면 세상이 바뀐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지금은 빠른 기술 발전을 등에 업은 급격한 변화의 시대다. 그래서 옛 모습을 보존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했던 뮌헨의 노력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조금 특별하게 다가온다. 그들의 노력은 맥주 안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최근 뮌헨의 전통 양조장들은 무알콜 맥주의 개발을 늘리는 추세다. ‘웰빙’ 트렌드의 확산으로 인해 줄어든 맥주 수요에 대한 대응책이라고 한다. 전통적인 발효방식은 고수하되 대중의 입맛에 맞춰 균형 있는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연구기관으로 평가 받는 막스플랑크연구소 역시 마찬가지다. 막스플랑크연구소는 특히 기초과학 분야의 탁월한 성과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다. 그리고 실제로 방문했을 때 느꼈던 연구원들의 연구에 대한 애정 역시 대단했다. 그러나 그들도 시대의 요구를 의식하며 기초과학에 대한 무조건적인 투자 방식을 고민하는 중이라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한국 과학기술정책의 실정을 다시 돌아보게 됐다. 아래는 그때 했던 몇 가지 간단한 고민들이다.

고민1                                                                       
우리는 과학기술정책을 공부하는 대학원생이다.

우리나라는 꾸준히 독일의 과학기술정책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 그렇다면 우리는 독일의 과학기술정책을 공부해야 하는가?

우리나라와 독일의 과학기술정책에 대한 고민은 같은가?

그리고 그 날 저녁,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맥주로 하루를 마무리하며 또 한 번 생각에 잠겼다.

고민2                                                                       
독일의 맥주 맛은 최고다.

한국에서도 독일에서 수입한 맥주를 마실 수 있다.

⇒ 그러나 왜 한국에서 마시는 수입 맥주는 현지에서 마시는 맥주의 맛과 같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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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호프브로이하우스(왼쪽)와 파울라너(오른쪽)에서 독일 맥주를 만끽하는 모습.

결국 독일 맥주의 빼어난 맛은, 전통과 변화 사이의 고민 위에 드러나는 독일인들의 가치관과 그들이 걷는 거리, 그리고 그들이 맥주를 즐기는 양조장의 분위기에서 나온다. 우리의 맥주, 우리의 과학기술정책 역시 그럴 것이다.

꿈에서 깨어난 5인의 대학원생이 대한민국의 대전에서 다시 모였다. 뮌헨을 재현해보겠다며 족발을 배달시키고, 현지에서 맛있게 먹었던 굴라시 수프를 끓이고, 작은 프레즐 과자를 사고, 각자 뮌헨에서 사 온 귀한 맥주도 한 병씩 꺼내 들었다. 그럴 듯하게 흉내는 냈으나, 결국 이곳이 그곳일 수는 없었다.

얼굴만큼 커다란 프레즐이, 끝없이 달게 느껴지던 그곳의 맥주가 그리운 밤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막걸리와 파전을 먹기로 했다.


추천 마실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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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여행자를 위한 소소한 팁: 맥주를 좋아하는 STP대학원생 다섯 명이 추천하는 뮌헨맥주

  • Augustiner Keller: Weissbeir
  • Hofbräuhaus: Hofbräu Dunkel
  • Löwenbräu Keller: Löwenbräu Triumphator
  • Paulaner im Tal: Hefe-Weißbier Naturtrüb
  • Erdinger Brewery: Urweisse, Pikantus

동네 슈퍼산 캔맥주 및 병맥주 추천

  • Paulaner Münchner Hell (캔)
  • Paulaner Salvator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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