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業)을 만들라, KAIST의 새로운 시도

서지현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석사과정)
san@kimm.re.kr


본 글은 노시경 K-School 운영팀장의 인터뷰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의 시대

업(業)이 없는 자는 없다. 사람이 태어나 죽음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일을 한다.

업이란 먹고 살기 위해 특정의 일을 일정 기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

‘직장’에 방점이 찍히는 취업(就業), ‘업’이 주인공인 창업(創業) 등은 모두 내가 하고 싶은 일, 해야 하는 일을 스스로 찾고, 만들어 수행한다는 숙제를 남긴다.

배우는 일, 학업(學業)을 본연의 임무로 하는 교육기관에서 먹고 살기 위해 어떤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즉 먹고 사는 일을 찾는 방법을 가르쳐준다는 것은 당연한 일일까, 이상한 일일까.

배운다는 것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만은 아닌데, 우리는 업의 시대를 살고 있다.
언젠가부터 학교가 업의 전쟁터에서 살아남을 전사(戰士)들을 키우는 전장(戰場)의 역할을 공동 수행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알고 있는 업의 시대는 냉혹하다. 뒤처지면 낙오한다.
교육과 업의 만남을 주제로 한 KAIST K-School의 탄생과 발전에 주목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K-School의 도전, 공학 교육의 정신

KAIST K-School은 지난 2016년 9월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38억 원을 지원받아 개설됐다. KAIST는 특화된 공학교육에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을 접목하여 지난해 2학기부터 16개 학과와 공동으로 ‘창업융합전문석사(Master of Entrepreneurship & Innovation)’ 과정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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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K-School 회의 모습[1]


“K-School의 본질은 공학과 이학 교육을 받은 학생들에게 창업에 녹아든 열정, 혁신 정신, 리더십의 본질을 심어주는 것입니다”

K-School 노시경 운영팀장은 K-School의 설립 취지에 대해 ‘정신’과 ‘본질’이라는 단어로 정의했다. 혁신을 위해 도전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는 것, 즉 기술을 바탕으로 업을 만들고 찾아내는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의 본질을 이학이나 공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체계적으로 가르쳐 기술 창업가 양성을 본격화한다는 것이다.

업을 가르치는 것, 아니 업을 스스로 알게 하는 교육은 당연히 기존과는 달라야 한다. 노시경 팀장은 K-School이 기존의 학과나 대학원과 차별화된 점으로 KAIST 내 조직 체계의 차이점을 강조했다. K-School 은 운영·행정조직으로, 연구부총장 직속으로 배치되어 있다. 학사시스템 산하가 아닌 까닭에 기존 교육 행정의 틀에서 훨씬 자유롭다. 연구에 더 방점을 둔 교육이 가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시범 운영된 2016년 2학기, 수강생 4명에서 출발한 K-School은 2017년 1학기 과정에는 총 63명이 지원해 13명이 최종 선발되었다. 대부분 이공계 학사 학위를 갖고 있지만, 이 가운데 경제, 인문사회, 경영 전공자도 5명 포함되어 있다. 중도포기자를 제외하면 2017년 1학기에는 총 15명이 수학하게 된다. 학생들은 전원 KAIST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장학금이 지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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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K-School 융합캡스톤디자인 강좌[2]


창업 실무 중심의 커리큘럼에 따라 융합 캡스톤디자인, 창업가 도구상자, 스타트업 재무와 마케팅, 스타트업 현장실습과 경영실제 등 현장에서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수업들이 전진 배치되어 있다.

이 같은 교육을 통해 실전 인재를 양성하는 것은 K-School의 일차적 목표다. 노시경 팀장은 “실제 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일꾼을 길러내기 위해 Internship 과정도 함께 운영한다”며 “학교에서 배운 것을 산업현장에서 적용하고, 또 거꾸로 현장에서 느끼는 애로점, 어려운 점들을 학교로 돌아와 해결책을 찾아 나가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공학 이론을 현장에 적용하고 사업화하는 경험을 비롯해 이 같은 현장 밀착형 커리큘럼을 통해 뜬구름 잡는 연구에서 벗어나 효용이 있는, 사회와 기업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연구 결과물을 창출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K-School이 주력하고 있는 융합연구와도 맥을 같이 한다. 기존에 진행되는 연구의 틀을 넘어서 공동연구, 융합연구를 주도함으로써 사회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연구의 새 장을 열겠다는 것이다.

업을 알고, 업을 이행하는 인재 양성, 이를 넘어선 K-School의 최종 목표는 창업 정신과 도전, 창의적 문화의 확산이다. K-School은 KAIST 전교생 필수 수강 강좌인 리더십 강좌에 더해, 창업가 정신 강좌를 2017년 1학기부터 개설하여 학생들이 의무 수강할 수 있는 필수 강좌 선택의 폭을 넓혔다. 노시경 팀장은 “K-School이 창업 인재만을 양성하는 곳이 아니라, 결과적으로는 창의성과 혁신 문화가 사회 전반에 퍼질 수 있도록 버팀목 역할을 하는 곳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교육, 그리고 창업 플랫폼

어떤 업을 통해, 무엇으로 돈을 벌지? 업이 정해지기까지, 이후 ‘직업’이나 ‘창업’으로 연결되기까지, 마침내 돈이 내 손에 쥐어지기까지, 아이디어 창출부터 창업 성공에 이르는 과정은 매우 짧을 수도, 아주 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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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K-School 내부 모습[3]


하나의 연결고리로 이어져야 할 창업 플랫폼의 실현 터전은 K-School이 만들어낸 ‘스타트업 빌리지(Startup Village)’에서 시작됐다. K-School은 24시간 창업 활동 공간을 위해 기존 15평 아파트형 기숙사를 총 10억여 원의 예산을 들여 개조했다. 이곳에서 3명이 팀을 이뤄 생활하고, 일하고, 배운다. 노시경 팀장은 “첫 학기 총 53명이 입주해 스타트업 활동을 시작했다”며 “무려 100여 명이 지원한 2017년 봄 학기 입주자는 창업 활동에 두각을 나타낸 학생들을 위주로 선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기업가 정신에 대한 교육부터 연구, 기술이전, 창업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을 위한 공간은 함께 개관한 ‘스타트업 카이스트 스튜디오 2관(Startup KAIST Studio Ⅱ)’으로 확장된다. 기존 교육지원동 400평 규모의 스튜디오는 학생들의 창업 공간과 강의실, 교수 강의실 등 배움의 터전인 동시에 창업 인프라 기반 공간, 더 나아가 스타트업 기업의 인큐베이팅 시설로도 활용될 수 있도록 섬세하게 구성되어 있다.

정책, 창업, 그리고 교육

다시, 업의 시대. 정책은 업의 탄생과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융합과 혁신의 선도부처를 자처하는 미래창조과학부는 제2의 벤처 창업 붐 조성과 중소·스타트업 기업들의 해외진출에 방점을 두고 있다. 미래부가 2017년 4대 전략 중 첫 번째로 스타트업 생태계의 공고화로 창조경제 성과를 확산하는 것을 꼽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를 위해 미래부는 대학과 함께 연구성과를 활용하여 대학생 창업을 장려하는 데에 애를 쏟고 있다. 대학의 주도로 대학생 창업이 활성화되면 연구성과 사업화와 창업이 함께 활성화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의 대학 창업 지원 예산은 지난 2013년 1,101억 원에서 2017년 2,015억 원으로 4년간 두 배로 늘어났다. 창조경제의 버팀목으로 창업을 화두로 내세운 현 정부의 엄청난 재정적 지원이 정책적으로도 탄탄하게 뒷받침되었는지는 중요한 문제다. 양적 투입보다 창업과 관련된 겸직 관련 규제, 기업 활동 시간 제약 등 여러 가지 규제 완화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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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K-School 내부 모습[4]


모든 정책은 양적, 질적 결과를 낳는다.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업을 만들어내기 위한 K-School의 도전은 정부의 대학 창업 지원, 청년혁신가 양성 정책의 가시화된 결과물로 수렴될 것이다.

K-School의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는 막대한 자원을 투입해 조직적으로 ‘청년혁신가’를 양성하여 혁신형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적 목표의 구체적인 실현 수단이다. 거꾸로 K-School이 부족한 정책적 여건들을 실험하고, 창업 혁신의 발목을 잡는 다양한 규제들을 완화하는 정책적 제안을 하는 용기 있는 도전의 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노시경 팀장은 과학기술정책을 연구하고, 입안하는 이들의 역할에 대해 “정책적 차원에서 창업 학위 프로그램을 점검하고, 과학기술 정책입안자 입장에서 학교가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을 발굴하는 데에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K-School은 그 어떤 가치보다 학교(School)에 찍힌 방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교육, 배움은 업을 위시한 그 어떤 가치보다 상위에 있다. 창업은 실패할 수 있다. 학생들은 좌절할 수 있다. 무너졌을 때 다시 일어서 모든 것이 사라진 땅에서 꽃을 길러내는 힘을 기를 수 있게 하는 것이 K-School 본연의 임무다. 과학기술을 통한 창조와 혁신이 이름뿐인 허울이 아니라 업을 넘어서 생(生)에 대한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의 혼을 재창조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정책과 창업과 교육을 아울러 우리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 읽을거리

k5Foss, L., & Gibson, D. V. (2015). The Entrepreneurial University: Context and Institutional Change. London: Routledge.

대학이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영국, 미국 등의 10개 대학 사례를 통해 명확히 답해준다. 세계 유수의 각 대학이 어떻게 기업가 정신을 구축하여 과학기술 연구를 사업화하고, 학위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 파트너십을 수립하는지 등 글로벌 대학들의 노력 상을 구체적인 예시로 보여준다.

k6Hart, D. M. (2003). The Emergence of Entrepreneurship Policy: Governance, Start-up, and Growth in the U.S. Knowledge Economy. Cambridge, UK: Cambridge University Press.

창업관 관련하여 정책이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무엇을 해야 하는지 미국의 연구중심 대학과 창업 대학들의 사례, 창업 정책에 있어 성/소수인종 평등 문제 등 다양한 스펙트럼을 다루며 해답을 찾는다.


[1] K-School 제공

[2] K-School 제공

[3] 필자 촬영

[4] K-Schoo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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