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투자 비효율과 4차 산업혁명

이인건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석사과정)
catshowers@gmail.com


스웨덴 패러독스, 유럽 패러독스. 유럽의 연구자들은 연구개발투자의 비효율을 문제로 제기했다. 투자에 비해 경제적 성과가 작아서 역설적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도 유사한 패러독스(혹은 이하 역설)를 주장하는 연구가 있다. 대규모 연구개발에 투자 이후, 기대한 성과가 없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의 논의 안에서도 비효율은 문제다. 경제의 위기나 국가 경쟁력의 위기 등 많은 위기론과 맞물리며 깊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비효율 문제와 그 곁가지에는 의심스러운 구석이 있다. 4차 산업 혁명이란 것이 정말로 오고 있는가? 우리 사회를 바꾸는 것이 확실한가? 산업 혁명과 생산성의 논의를 살펴보면 의심은 확실해진다. 4차 산업 혁명의 논의는 3차 산업혁명을 인터넷 덕분이라고 주장하지만 이 세 번째 혁명이 전세계의 생산성을 증기 기관만큼 높이지 못했다는 연구가 있으므로. 기술적으로 얼마나 4차 산업 혁명의 기술이 실현 가능한지도 명확하지 않다. 그럼에도 비효율 문제는 다양한 맥락에서 나타나고 다른 나라의 산업기술정책과 다국적 기업의 전략은 한국 제조업에 우호적이지 않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 미래사회 변화에 대한 전략적 대응 방안 모색”[1], 작년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서 나온 리뷰이다. 세계경제포럼과 Mckinsey, BCG 등 컨설팅 기업, 그리고 GE, Cisco와 같은 엔지니어링 기업의 보고서와 학술논문을 요약했다. 세계경제포럼은 ‘4차 산업혁명’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디지털 혁명(제3차 산업혁명)에 기반하여 물리적 공간, 디지털적 공간 및 생물학적 공간의 경계가 희석되는 기술융합의 시대”

네 번째 산업혁명[2]의 근저에는 CPS (Cyber Physical System) 기술이 있다.[3] 일부 기업들은 CPS 기술로 생산성을 향상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말은 사이버 시스템과 물리적 시스템을 연결한다는 의미이다. 전사적 자원관리나 제품수명주기관리 같은 소프트웨어와 노동자의 지식과 업무 중에 알게 된 노하우 등을 기계 등 생산설비와 한 층 더 깊이 밀접하게 연결한다. 더욱 정밀한 센서와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를 통해 이전에는 데이터를 확보할 수 없었던 디자인, 제품의 생산, 검수, 유통 등의 세부 단계에서도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이를 통해 효율적인 의사 결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제조 장비와 다양한 기기들이 주어진 데이터를 분석하여 자동으로 생산과정을 조절하여 목표를 달성할 것이며 모든 과정을 설계하는 것도 자동화 된다고 한다. 이를 두고 생산 기술의 디지털화를 심화했다고 부르기도 한다. 정보통신기술을 생산 기술에 도입한다고도 하며, 스마트 제조로도 부른다.

산업기술평가관리원이 작성한 『2016 시스템산업 기술 로드맵』에는 CPS에 대한 설명이 실려있다. 기술로드맵은 앞의 리뷰에 인용한 출처를 포함한다. 더 자세한 자료도 있다. 기술 시장을 전문으로 조사하는 업체인 IDC 등 에서 제공하는 차트와 표도 볼 수 있다.[4] 시장조사, 컨설턴트, 다양한 엔지니어링 기업의 예측을 인용한 산업기술평가원에 따르면 CPS는 한 가지를 제외하고 유망한 기술이다. CPS는 구현되지 않았다. 2015년, 독일인공지능연구소는 관련된 기술의 표준을 수립하는 단계를 지나고 있었다. 관련된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했던 독일 정부로서는 2020년까지 추진할 계획이다. 이후에도 어떤 경과를 지날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기술로드맵에는 개발의 당위성도 있다. 고령사회, 생산 인구의 감소, 친환경적 기술 등 다양한 근거를 언급한다. 또한 일본, 미국 등 여러 나라가 독일과 유사한 산업정책을 펴고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15년부터 산업부와 미래부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제조업 혁신3.0” 정책도 같은 주장을 편다. 주요 수출 상대국이 생산시설을 자국으로 이전하여 자동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위주의 물리적 형태를 가진 제품 수출이 주된 경제구조를 갖고 있는데 수출 상대국이 스스로 생산을 시작한다고 생각하면, 이 비효율의 맥락은 엄밀하지 않지만 충분히 위협적이다.

위기 앞에서 혁신 능력은 중요하다. 좋은 물건을 만들어 시장에 팔 수 있으므로. 새로운 수요를 만드므로. 연구개발투자의 문제는 이 점에서 중요하다. 새로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영역에서 현재 경쟁력을 갖지 못한 국가도 새로운 물건과 서비스를 만들고 이를 팔고 부를 창출하기 때문이다.[5] 혁신 정책 내에서 연구개발투자는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로도 이해할 수 있고, 그래서 중요하게 다뤄졌다.[6] 한국의 혁신 활동은 대부분 연구개발투자에 집중되어 있고 GDP 대비 투자 비율은 2013년 이후로 OECD국가 중 1위이다. 현재 인구 천명당 연구개발인력비율은 다섯 번째로 많다. 그렇다면 연구개발 패러독스는 얼마나 엄밀한가.

사실 액수로 보면 우리나라의 연구개발투자액은 크지 않았다. OECD 국가들 중에 다섯 번째로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투자액은 세번째로 많은 일본의 절반 정도이고 2013년에야 네번째인 독일의 70% 정도로 상승했으며, 오랜 기간 과학지식을 쌓아왔던 그 다음 순위의 국가들인 프랑스, 영국보다 더 많이 투자하게 된 것은 2010년 이후이다. 두번째로 많은 중국은 2010년에 우리나라의 약 4배를 투자했고 2015년에는 5배 이상으로 늘렸는데, 이는 지난 10년 동안의 우리나라 누적투자량을 상회한다.

연구개발투자 비효율과 혁신 체제의 문제는 과학기술정책연구원(2015)의 『전환기의 한국형 과학기술혁신 시스템』에 잘 정리되어 있다. 논문과 특허의 활용 실적이 저조하다. 최근 12년간 기술무역수지는 여전히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기술을 팔아 번 돈보다 다른 나라에서 사오는 기술의 비용이 더 크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연구개발투자에 집중했으나 저성장과 낮은 고용률을 보인 스웨덴 패러독스에 빗대어 이를 ‘코리안 패러독스’로 칭했다.[7]

하지만 한국이 GDP대비 높은 연구개발투자를 유지한 기간은 스웨덴에 비해 짧다. Edquist와 McKelvey는 스웨덴이 1970년대에서 90년대까지 약 20년간 연구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자했으나 성장과 고용으로 이어지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8] 성과의 문제에서도 반론의 여지가 있다. 연구개발과 혁신활동의 성과는 저조하지만 한국은 최근 15년간 OECD 평균 이상으로 성장한 나라 중 하나이다. 중국과 일부 개발도상국[9]들보다는 낮은 성장률을 갖고 있으나 G7국가보다는 높았고 전체 산업 중 고성장기업의 비율도 높은 편이었다.

스웨덴의 경우와 견주어 보았을 때 우리나라의 경우 비교 대상을 찾기도 확실하지 않은 반면 유럽의 연구자들은 스웨덴과 비슷한 규모의 경제를 가진 여러 나라들[10]을 비교할 수 있었다. 패러독스를 충격적으로 부각시킬 비교 대상도 있었다. 일본은 연구개발에 집중투자해서 높은 성장률과 고용을 달성했다. 본래는 스웨덴보다 규모가 작았으나 80년대부터 연구개발에 집중투자해서 마치 그 성과를 보여주듯이, 10년 후인 90년대 초에 스웨덴과 비슷한 규모로 성장했다. 우리나라에도 패러독스를 제한적으로 비교할 대상이 있다. 본래 한국보다 총생산량이 1.5배 정도 컸으나 2005년에 들어 급격히 감소하여 비슷해지고 높은 연구개발투자 비율을 유지했으며 높은 경제 성장률과 고용률을 가진 나라가 있다. 이스라엘이다. 우리나라보다 오랜 기간 동안 적은 금액으로 GDP 대비 투자율을 높게 유지했다. 하지만 잘 살던 시절에 축적한 혁신의 노하우가 있을 것이니 쉽게 비교하긴 힘들다.

혁신 지표의 해석에도 역설적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국은 프랑스에 위치한 국제경영대학원 INStitut Européen d’ADministration des Affaires (INSEAD) 에서 발표한 국제혁신지수에서는 2016년에야 11위로 올라왔지만 Bloomberg 혁신 지수에서는 현재 4년째 1위를 기록했다.[11] 그럼에도 기획재정부는 우리나라가 2013년부터 Bloomberg 지수에서 1위를 한 것을 발표하고 있다. 연구개발로서 가장 혁신적이지만 연구개발 효율은 떨어지는 현상. 이러한 역설은 과학기술을 투입-산출의 상자로 이해하는 문제를 만들고 있다. 상자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과학기술계 바깥으로 환류하지 못한 채 낮은 효율만 문제로 전달한다. 패러독스는 비효율을 문제로 제기하는데 효과적인 것으로 보이나, 한편으로 현재의 정책을 합리화하는 근거도 될 수 있다. 개발도상국과 개발국의 사이에 있는 나라로서 적절히 성과를 내왔다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며 1위이며 11위의 이중적 위치를 갖고 있는데 비교의 대상을 너무 높게 두어 역설에 빠진 것처럼 생각할 단초를 둔다. 기술 무역 적자를 다시 생각해보면, 추격형 전략에 서 있었고, 또 그런 식으로 어떻게든 해온 한국 산업과 연구개발 구조의 현황을 보여줄 뿐 위기는 아닌 것이다.

다만 수지 적자에는 시사점이 있다. 적어도 제조업 혁신3.0의 목표는 이루기 어려울 것이다. “선도형” 기술을 개발해서 생산 기술의 변화를 주도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파는 기술보다 사는 기술이 많은데 생산 기술의 디지털화 역시 예외는 아닐 것이므로. 그럼에도 코리안 패러독스로 제조업의 미래를 온전히 비관하기 어렵다. 다양한 요인이 제조업의 경쟁력에 영향을 준다. 생산시설이 다시 주요 수출국으로 이전되어도 한국은 상대적인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다. 이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는 다른 문제이다. 국제금리와 통화량의 변동도 중요한 이슈이며 우리나라는 디지털화된 생산방식보다 제조업의 수요에 더 적절한 대응을 찾을 수도 있다. 일부 기업들은 새 산업으로 이동하여 기계와 화학, 전자 위주의 제조업에서 바이오 및 제약 부문이 성장했다.

패러독스는 규모와 성과의 측면에서 엄밀하지 않다. 그렇지만 “비효율”은 “문제”와 떨어트려 쓸 수 있는 말이 아니다. 한국의 산업계는 1993년부터 나라 전체 연구개발금액의 73-75%정도를 투자했다. 이 중 전체 금액의 약 85%는 제조업계의 투자이다. 그 돈이 적당한 만큼의 성장을 가져왔더라도, 문제는 유효하다. 스웨덴은 역설의 시간 동안 발전했지만, 결과가 최선이 아니었기 때문에 일부 정책 결정자들은 비효율을 문제 삼았다. 한국은 스웨덴처럼 다양한 비교대상이 없어 최선을 정의하기 어렵다. 몇 가지 질문으로 글을 맺는다.

투입-산출의 관점으로 과학기술을 이해하는 것은 유효한가? 그렇지 않다면 어떤 대안이 가능한가? 물음을 돌릴 수도 있다. 한국의 과학기술정책에 정교하게 짜인 투입-산출의 관점이 있고 잘 실행되고 있는가? 정부가 혁신 시스템 내에서 제 역할을 확고히 잡으려면 투입-산출의 관점이 필요하지 않은가? 시스템과 시장의 실패를 진단하고 적절히 개입할 지점을 찾으면, 동시에 개입하지 않을 지점이 남겨지는지 묻는다.


[1]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제4차 산업혁명 시대, 미래사회 변화에 대한 전략적 대응 방안 모색』

[2] 이 용어의 정의는 엄밀할까? 이 용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 앞에서 이 질문의 의미는 미끄러진다. 이미 엄밀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또는 가치 판단을 나르는 말이 되어 옳음을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3] Cyber Physical System만이 넷째 산업 혁명의 핵심 기술은 아니다. 홀로그램과 VR, AR, 산업과 서비스업을 위한 사물 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분석, 무인 주행과 비행, 그리고 인공지능 등 수많은 기술이 연관되어 있다고. 이 글은 공장에서 만드는 물리적인 제품과 그 생산기술인 CPS에 초점을 두고 있다. 생산기술의 디지털화도 엄밀한 말은 아니다. 자동화의 일부로 볼 수도 있다.

[4] 시장전문조사기업은 이 자료를 고가에 거래한다. IDC가 2017년에 출판한 “Worldwide System Management Software Forecast, 2017–2021”는 $4,500이다. 정책관리 기관들은 이러한 자료를 얼마나 구매할까? 얼마나 신뢰할까? 한 전문가는 노동연구원의 20주년 개원 세미나 “기술 변화와 노동의 미래”의 패널 토론에서 컨설팅 및 시장조사기업들은 4차 산업 혁명 등의 사건으로 사람들에게 “겁을 주어” 이윤을 취한다고 발언했다.

[5] Grossman, G. M. & Helpman, E., Innovation and Growth in the Global Economy, MIT Press

[6] Edquist et al., Innovation and employment, Edward Elgar Publishing.

[7] 장우석 (2011). 『과학기술강국 발목 잡는 ‘코리안 패러독스’ – 기술무역수지 적자 탈출이 시급하다』. VIP Report. 현대경제연구원.

[8] Edquist, C. McKelvey, & M. D., The Swedish paradox: High R&D intensity without high-tech products, Univ.

[9] 터키,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 그리고 멕시코와 칠레가 있다.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는 2013년 이후로 한국보다 성장률이 낮아졌다.

[10]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독일, 네덜란드,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등의 유럽국가이다.

[11] 지표의 다양성을 가려보면 블룸버그는 INSEAD의 지표에 비해 수가 무척 작다. 또한 비율과 절대값을 혼용했는데 이에 대한 설명을 찾기 어려웠다. INSEAD의 경우 상대적으로 엄밀하다. 한국은 종합 11위를 했지만 7개의 하위 지표 그룹 중, 창의적 결과물은 21위이며 정치적 환경과 규제 상황, 시장 여건 등에서는 31위이다. https://www.globalinnovationindex.org/gii-2016-report# 참고.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

WordPress.com 제공.

위로 ↑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