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장 뒤켠에 앉아: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를 방청하다

이빛나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석사과정)

starbitna@kaist.ac.kr


 

서로 다른 논점들은 좁혀질 기미 없이 빙빙 돈다. 의장은 이를 지켜보던 간사의 요청에 “한 10분만 정회합시다.”하고 외친다. 쉬는 시간이 지나고, 의결은 갑자기 빠르게 진행된다. 논의의 범위를 축소하는 대화가 오간다. 계속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던 의원은 다수결이 원하면 따르겠다고 하고 회의 내내 꾸준히 반론을 제기하던 의원도 잠잠하다. 얼마 후 안건은 원안대로 의결되고 안건 논의를 마침을 의미하는 의사봉3타가 들린다. 회의가 조속하게 마무리된 것은 의원들이 세 시간 가량의 회의에 지친 탓이었을까, 아니면 녹취가 꺼진 10분의 쉬는 시간 안에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회의의 뒤켠에서 바라본, 현장에서 느낄 수 있던, 그동안 공개되었던 텍스트에는 잘 담기지 않은 원자력안전위원회 (이하 원안위) 회의 현장의 공기를 담아보았다.

 

원안위가 2013년 대통령 직속의 독립기관에서 국무총리실 산하 기관으로 격하된 이래 위원회의 독립성과 위원 구성 방식에 대한 의문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원안위는 우리나라 원전 안전을 담당하는 독립 규제기관으로, 원자력 시설의 검사 및 이행 조치, 방사능 방재, 핵 비확산, 안전조치, 물리적 방호, 핵물질 수출입통제 등 원자력 안전에 관련한 업무를 수행한다. 원안위가 원전 건설부터 해체까지 대부분의 과정을 규제하고 감시하는 만큼 기관의 독립성과 위원들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중요한 핵심가치가 된다. 그러나 현재 원안위 위원은 국무총리가 차관급 위원장을 추천하면 해당 위원장이 비상임위원 4명의 임명을 제청하고 나머지 빈 자리를 여야가 2명씩 추천해 채우는 방식으로 구성되고 있다. 이러한 임명 방식은 원안위가 정부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되는 원안위의 현재 의사결정과정에 적합하지 못하다고 비판 받고 있다. 또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위원회에는 원자력과 환경, 보건의료, 과학기술, 공공안전, 법률, 인문사회 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가 포함되어야 하지만 현재 위원 구성은 두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원자력공학 출신이다. 이는 논의의 흐름과 내용이 특정방향으로 치우칠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이처럼 언론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 원안위의 문제들은 실제 회의 현장에서 어떤 모습으로 드러나고 있을까. 위원 구성 문제가 현장에서 극적으로 드러났던 한 가지 사례는 2015년 월성 1호기 수명 연장을 결정하는 회의다. 당시 회의장에서는 표결에 반대하는 2명이 퇴장한 후 위원 7명의 찬성으로 계속 운전이 결정됐다. 이만큼 중대한 사안이 아니더라도, 위원 구성의 중요성은 세 차례의 원안위 회의를 방청하는 동안 뚜렷하게 드러났다.

 

원안위 회의를 방청하며 위원 구성의 중요성은 여섯 명 위원들의 발언 하나하나가 의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드러났다. 야당 추천을 받아 임명된 환경운동연합 원전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는 위원은 안건에 대해서 가장 자주 의문을 제기하였다. 그는 주로 시민 측의 여론을 회의장으로 가져오는 역할을 하였다. 정부 추천을 받아 임명된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인 위원은 주로 원자력 진흥 기관의 입장을 대변하는 의견을 냈다. 그 외의 위원들은 공학적인 조건과 안전기준에 맞는지 여부를 따진 후, 그 기준에 맞으면 원안에 찬성하는 편에 서거나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위원들의 발언 이후 위원장이 “의견이 없는 것으로 알고 원안대로 의결”[1]하면 안건은 의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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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제 68회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실 스케치

 

방청석에서 바라본 현장에는 언론의 프레임이 미처 담지 못했던 시야 밖의 문제들도 함께 존재하고 있었다. 원안위에 대한 언론이나 환경단체의 주요 담론에서 벗어나 있는 한가지 요소는 원안위 사무처이다. 원안위 사무처에서는 안건을 준비해오지만 의결권을 가지지 않는다. 의결은 위원들과 위원장, 부위원장의 다수결에 의해 나지만, 회의 의결의 통과 여부는 사무처에서 가져온 안건과 검토 결과의 내용에 따라 다르게 결정될 여지가 있다. 법률에 의거하여 판단 하더라도 해석의 여지는 남아있기 마련인데, 이에 대한 일차적 해석은 사무관들의 몫이다. 일례로 제 68회 회의에서 한 위원은 폐기물의 양이 허가량의 10분의 1이니 규정 위반이 심각하지 않다고 주장했는데, 원안위 사무처의 방사선안전과장이, “저희가 해석을 함에 있어서는 …(중략)… 단순히 몇 번 이런 게 아니고, ‘13~’15년까지 반복적으로, 지속적으로 되었던 점도 저희의 이 처분안에 반영이 되어있[2]”다고 답한 것을 보면 사무처의 담당자가 의결안의 기본 틀을 마련해오고 이를 회의에서 제시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논의의 범위는 기본 안건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니 누가, 어떻게 조사를 했는지, 어떻게 해석했는지가 논의의 큰 틀을 결정지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의결은 기록되지 않은 시간의 영향을 받았다. 이 점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은 68회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에서 가장 첨예하고 민감했던 한국원자력연구원 행정처분에 관한 안건이었다. 그날 논의가 길어졌던 논점의 주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가연성폐기물처리시설에서 방사성폐기물을 소각한 일에 대해 원자력안전법 제63조 위반으로 과징금 12억원을 부과할지 결정하는 사안이었다. 기본 과징금에서 50% 감할지, 더할지, 원안대로 진행할지 위원 간의 논의가 세 시간 남짓 계속되었다. 다른 안건들의 과징금이 천만원 단위였던 것에 비해 금액이 억단위로 크고, 관리자들이 고발당하는 경우였기 때문에 특히 중요하게 다루어졌다. 회의 분위기는 일부 위원들의 발언 위주로 흘러갔다. 안건이 무리한 법집행이라고 판단하며 다음 논의로 미루기를 요구했던 A위원,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위법행위를 지속적, 반복적으로 해온 것에 대해 최대의 처벌을 내려야한다고 주장하는 B위원, 안건의 세세한 부분을 논의하기를 원하는 C위원이 주요 발언자였고 이들의 주장은 비슷한 곳에서 맴돌았다. 위원장은 쉬는 시간을 선언했다. 속기사들이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는 10분의 쉬는 시간 동안 일부 위원들과 위원장은 긴장을 풀고 대화를 나눴다. 그들과 대립되는 의견을 펼친 위원은 그 무리에 끼지 않았다.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는 방청석까지 들리지 않았고, 함께 방청하던 사무처 직원들은 회의장 밖으로 나가거나 다른 업무를 보았다. 그렇게, 아무도 듣지 못한 그들의 대화로 채워진 쉬는 시간이 끝난 후 위원들의 열기는 가라앉아 있었고 회의는 갑자기 원안대로 가는 방향으로 순조롭게 진행되다가 순식간에 마무리되었다. 쉬는 시간은 “오후 1시 10분 회의중지”, “오후 1시 21분 계속개의”라는 회의록의 두 줄만으로 표현되기엔 너무도 중요한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위원들의 역할은 회의장에서 뿐 아니라, 회의에 오기 전의 준비과정에서도 중요하다. 원안위가 원칙적으로 위원들의 전문 분야의 다양함을 추구함에도 불구하고 회의장에서는 이를 유용하게 활용하기 위한 장치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회의시간 동안 의견개진 및 변론보다는 전문지식을 요하는 것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데 소비하는 시간이 적지 않았다. 위원들이 각자의 전문지식의 범위가 달라 각 안건마다 서로 다른 궁금증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지금처럼 그 자리에서 궁금증을 해소한 후 바로 건설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위원들이 각자 안건을 미리 충분히 이해하고 의견을 준비해 오는 방식과 비교해 한계가 있지 않는가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회의 중간중간 위원들이 일주일 남짓 주어지는 안건 검토 시간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것으로 보아 위원들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짧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일 수도 있다. 원안위가 원자력 정책 결정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의사결정 전에 위원들의 안건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위원들 간의 충분한 대화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위원장은 당시 현장에서 안건의 세부적인 사항들을 하나씩 따져보려는 위원에게 미리 안건이 주어졌던 일주일 동안 물어보고 오라는 대답으로 일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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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 공식홈페이지에 게재된 제68회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 장면

출처: 원자력안전위원회 (http://nssc.or.kr)

 

원안위 회의장의 사진 기사가 담아내는 사진 속에는 네모난 테이블에 둘러 앉은 위원들만이 존재하고 있다. 많은 이들은 그 프레임 안의 모습에만 주목하지만, 프레임 바깥의 모습은 더 많은 것을 담고 있었다. 새 정부는 올해 6월 19일에 열린 고리1호기 영구 정지 기념사를 통해 원안위를 대통령직속위원회로 승격하여 위상을 높이고 다양성과 대표성, 독립성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선언을 이루기 위해서는 원안위의 위원 구성방식을 비롯하여 사무처의 역할, 회의준비과정과 같은 시야 밖의 요소의 역할을 이해하고 이들 또한 원안위를 이루고 있음을 고려해야할 것이다.


 

[1] 원자력안전위원회 (2017), 제68회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록, pp. 95.

[2] 원자력안전위원회 (2017), 제68회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록, pp.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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