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대상에 간 엔지니어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
김성은
kim8278@kaist.ac.kr


 

지난 12월 방영된 KBS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슈퍼맨이 돌아왔다’ 아빠들이 받은 연예대상보다도 내 관심을 끈 부문은 ‘올해의 스태프상’이었다. 수상의 영광은 여러 소스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고화질 영상 데이터를 손쉽게 다룰 수 있는 새로운 편집 시스템을 개발한 김승준 영상제작센터 팀장에게 돌아갔다. 이날 MC를 맡은 손담비는 ‘쾌적하고 편리한 편집실을 만들어 예능 프로그램의 원활한 편집과 제작의 퀄리티와 효율성을 높이는데에 기여했다’고 김 팀장의 공로를 소개했다.

잘 세워진 머리와 턱시도로 멋을 낸 예능인과 달리 흰 와이셔츠와 조금은 풀어진 넥타이를 매고 무대에 오른 김승준 팀장은 지하철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직장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늘 카메라 뒤에 있다가 앞에 오니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다’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서는 숨길 수 없는 떨림이 느껴졌다. 그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올해의 스태프 상의 시상을 맡은 신동엽 씨는 관중에게 그 어떤 수상자에게도 뒤지지 않는 큰 박수와 함성을 부탁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예능인이 최고의 스태프를 위한 박수를 요청하는 관계 전복의 순간은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감동으로 다가왔다.

김승준 팀장은 떨리는 목소리를 다잡고 개인의 영광을 넘어서는 이 상의 중요성을 또박또박 전달했다. “좋은 방송 콘텐츠 뒤에는 수많은 스탭들의 땀과 열정이 있습니다…수백개의 카메라 소스들을 편집기에서 원활하게 돌아가게 만들어주는 시스템 엔지니어도 있고…아름다운 것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컬러리스트도 있습니다…저는 그 스탭들을 모두 대신해서 받는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순간 연예인들을 비추던 중계 카메라는 각도를 돌려 무대 뒤쪽에서 피곤한 얼굴로 노트북을 두드리는 한 엔지니어의 얼굴을 비췄다. 5분 남짓 짤막하게 진행된 올해의 스태프 상 순서는 이 모든 러닝타임을 가능하게 만드는 엔지니어, 감독, 편집자들을 무대로 불러올린 것 같아 보였다.

한시간 남짓의 인기 예능 방송을 만드는 데에는 실로 다양한 전문가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스타PD’의 시대인지라 방송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PD, 작가, 연출가에 대한 대중의 인지도는 이전보다 훨씬 높지만, 여전히 방송의 기술적인 부분, 즉 영상을 편집하고 가공해서 안정적으로 송출하는 엔지니어들의 역할은 여전히 대중에게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연말 시상식에서 최고의 PD나 최고의 작가들이 상을 받는 일은 종종 일어나지만 방송 엔지니어들이나 시스템 개발자들이 전면에 등장하는 것은 드문 이유이기도 하다.

방송 3사의 연말 시상식에서 영화상과 예술상 등으로 범위를 좀더 넓혀보아도 엔지니어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고 있는 시상식은 흔치 않다. 최고 영예의 영화상이라고 불리는 청룡 영화상의 경우 ‘기술상’이라는 제목의 상을 주고는 있지만 이 부문에는 영상 기술만이 아니라 분장, 무술, 시각효과, 의상 등 수많은 기예들이 모두 포함되기 때문에 방송 엔지니어의 성과를 축하하는 자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심지어 이렇게 넓은 의미의 ‘기술상’마저도 없는 시상식도 있다. 방송과 영화 부문을 모두 심사하는 국내 최대 규모 시상식인 백상예술대상은 1998년 34회 시상식을 끝으로 ‘기술상’을 시상하지 않고 있다. (마지막 ‘기술상’ 수상자는 드라마 ‘용의 눈물’의 의상팀이었다.)

다른 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미국의 최고 영예의 티비 상에 해당하는 에미 어워즈(Emmy Awards)는 무려 1948년부터 기술 공학 에미상(Technology and Engineering Emmy)을 제정해 시상해 왔다. 매년 티비 기술의 발전에 혁혁한 기여를 한 기술자들이 이 행사에서 미국티비아카데미의 이름이 새겨진 트로피를 받는다. 2018년 11월에 열린 70번째 기술공학 에미상에서는 3D 애니메이션 엔진을 만든 소프트웨어 회사, 실시간 날씨 보도를 위한 고성능 중계차를 만든 방송사, 디지털 영상 처리를 선도적으로 연구한 엔지니어 등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왕좌의 게임’이 최고 드라마 시리즈 상을 수상하는 해에 이 드라마의 영상 처리를 가능하게 만든 엔지니어도 상을 받는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기술공학 에미도 연예대상 격인 ‘프라임타임 에미 어워드’에 비하면 대중의 주목을 받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러운 점은 매해 에미 시상식 시즌에 모여서 방송 기술의 발전을 축하하고 공로를 대외적으로 기리는 이들의 자부심과 태도다. 오랫동안 이 행사의 사회를 맡아온 미국의 과학기술저술가이자 음악가인 데이비드 포그는 ‘프라임타임 에미’에 뒤지지 않는 기술공학 에미의 대단함을 강조하기 위해 ‘엔지니어 찬가’를 작곡해 시상식에서 부르기도 했다. ‘정확히 하자면, 당신들이 최고죠(Technically, you are the best)’라는 제목의 이 노래는 매해 이루어진 영상 기술의 혁신 없이는 어떤 드라마나 예능도 흥행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간단한 사실을 코믹하게 전달한다. ‘연예인들이 뭘 잘못했다는게 아니에요…하지만 명백한 건 지적해야 합니다…엔지니어 없이 걔네가 뭘 할 수 있겠어요?’

연말 시상식에서 엔지니어의 공로를 인정하는 자리를 찾아보기 힘든 와중에 지난 1년간 방송통신계는 수많은 신기술을 도입했다. 5G, 인공지능, 빅데이터, UHD, 8K 방송 같이 기존의 방송 패러다임을 흔드는 혁신적 기술의 등장은 방송사들의 급진적 변화를 유도했다. 물론 이러한 기술 발전은 김승준 팀장과 같은 일선 엔지니어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저는 앞으로 테크니컬 수퍼바이저로서 제작진의 든든한 후원자, 든든한 구조대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김승준 팀장의 수상이 카메라 뒤의 후원자, 구조대의 존재를 일깨워준 것 같아서 기쁘다.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김승준 제작기술센터 팀장 인터뷰(KBS에 간 과학뒤켠)

연말 시상식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1월 20일, 짤막한 수상 소감으로 만족하지 못한 필자는 <올해의 스태프상> 수상자인 김승준 팀장을 여의도 KBS 신관에서 직접 만나 인터뷰했다. 김승준 팀장이 새로 구축한 편집실을 둘러보며 나눈 대화를 통해 방송 제작 과정에서 ‘테크니컬 수퍼바이저’가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생생히 파악할 수 있었다. ‘엔지니어도 이제는 커뮤니케이터로 거듭나야한다’고 말하는 김승준 팀장의 말에서는 직업으로서 방송국 엔지니어에 대한 그의 소신도 엿볼 수 있었다.

그림1

<그림 1> 새로 구축한 편집실을 설명하고 있는 김승준 팀장

우선 <올해의 스태프 상> 수상을 축하드린다. 현재 직함이 ‘테크니컬 수퍼바이저’라고 되어있는데 독자들에게는 아직 생소한 직업 같다. 어떤 일을 하시는 분인지 직접 소개해주시면 좋겠다.

TV 드라마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 감독으로 일하고 있다. <구르미 그린 달빛>, <태양의 후예>, <징비록> 등의 제작에 관여했다. 테크니컬 수퍼바이저는 드라마의 촬영부터 파일 전송, 편집, 수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상 처리에 관련된 워크플로우(workflow)를 짜고 관리하는 일을 한다. 방송 제작 환경이 선진적인 헐리웃에서는 테크니컬 수퍼바이저의 업무가 명확히 구분되어 있지만 한국은 아직 그렇진 않다. 다른 엔지니어들에 비해 오지랖이 넓어서 드라마 촬영 현장에도 자주 가는 편이다.

 

보통 방송사 엔지니어라고 하면 촬영 현장보다는 조정실에 있을 거라고 생각된다. 어떻게 촬영 현장에 가게 되었나?

처음에는 특수 영상과 시각 효과 코디네이터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촬영과 직접 관련된 기술을 다루다 보니 현장에 머무는 시간이 꽤 길어졌고 촬영 전반에 관련된 기술 문제가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카메라가 비디오 테이프를 사용하지 않는 풀파일(Full-file) 방식으로 진화하면서 동영상 파일들끼리 색이 잘못 조정되는 등 촬영 단계에서 발생하는 기술적 결함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이런 기술 요소를 기획 단계에서부터 미리미리 조정하지 않으면 높은 품질로 찍어 놓고도 낮은 품질로 송출해야 하는 등 뒤쪽 편집이 엉망이 되는 경우도 보게 됐다. 이런 식으로 애초에 잘못 찍힌 파일이 편집실에 오게 되는 이유를 알기 위해서 드라마 현장까지 나가게 됐다. 드라마 현장에 엔지니어가 없는 것도 문제였다. 드라마 한 편을 만드는 스태프가 100명이나 되는데 그 중에서 기술만을 전담하는 엔지니어는 거의 없다. 대부분이 외주 업체의 스태프라 KBS와의 소통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 촬영 스케쥴은 늘 바쁘게 돌아가기 때문에 촬영 감독들이나 조연출들이 일일이 기술적 사안을 챙기기도 힘들다. 앞 드라마가 찍던 대로 찍다 보니 기술 오류들이 관습적으로 내려온다는 것도 알게 됐다.

 

현장에 나가는 엔지니어로서 어려운 점도 있었을 것 같다.

제작의 전 단계를 포괄하는 기술 문제를 다루다 보니 각 영역에서 일하는 다른 스태프들은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래서 설명을 해줘야 할 사람이 너무 많다. 엔지니어로서 하는 대표적인 일이 영상의 색을 보정하는 일인데 촬영장에 있는 스태프에게 촬영 이후의 편집 과정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가장 많이 하게 되는 일이 여러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서 촬영 전체의 워크플로우를 다이어그램으로 그리는 일이다. 이런 일을 하다 보니 엔지니어가 기술은 물론이고 커뮤니케이터의 역할도 잘 해내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

 

엔지니어가 커뮤니케이터의 역할도 해내야 한다는 말이 인상깊다.

쉬운 일은 아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다 보니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 때도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엔지니어가 뒤쪽에만 있다 보면 프로그램에 대한 주인의식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PD들을 동료로 여기기보다 단순히 기술만 제공해주면 되는 고객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프로그램을 자기 것처럼 여기고 현장에 나가다 보면 다른 스태프들도 고마워하고 서로 간의 믿음도 생긴다.

PD와 엔지니어의 협업이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 같아서 커뮤니케이션을 잘 할 수 있는 후배들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진취적인 후배 엔지니어들이 있으면 현장에 데리고 다니기도 한다. 현장에서만 만날 수 있는 스태프들을 소개시켜주고 좋은 엔지니어링을 위해서 어떤 사람들과 협의가 필요한지 알려주기 위함이다. 연예 대상을 받은 뒤로는 이런 일들에 대한 인식이 훨씬 좋아졌다.

 

최근 방송의 트렌드가 테크니컬 수퍼바이저의 역할에 영향을 주기도 하나?

그렇다. 예능 초기에는 많은 테크니컬 수퍼바이저들이 편집실이나 조정실에서 근무했다. 많은 프로그램이 스튜디오에서 촬영되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리얼 버라이어티와 야외 촬영이 늘어나면서 스태프들이 현장에 가야할 이유도 늘어났다. 관찰형 예능 때문에 카메라 수가 늘어난 것도 기술적 차이점이다. <1박2일> 같은 경우 손에 드는 슈팅형 카메라가 무려 120대나 사용된다. 마이크로 SD 카드가 회당 120개씩 쏟아지는 셈이다. 그중에 8개씩은 꼭 고장이 나는데 이런 사소한 사고까지 챙기는 것도 테크니컬 수퍼바이저의 일이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총 다섯 가족이 나오는데 가족마다 70개의 카메라가 사용된다. 총 350대 분의 영상이 매 회 나오는 것이다. 영상 데이터를 편집기에 인제스트(집어넣는 일)하는 것만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번에 정책적으로 UHD가 도입되면서 생긴 차이도 있다. UHD는 현행 HD 보다 4배 화질이 좋은데, 프레임 수까지 2배라 데이터 양은 총 8배가 된다. 방송사에 이 데이터를 받아줄 수 있는 안정적인 컴퓨팅 파워와 네트워크가 담보되지 않으면 UHD 방송을 상용화하기 어렵다.

 

테크니컬 수퍼바이저로서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을 제작할 때 파일 전송 프로그램을 지원했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 <구르미 그린 달빛>은 문경새재에 있는 세트장에서 촬영했는데 예전에 이런 지방에서 촬영을 하면 보통 외장하드를 사용해 동영상을 여의도로 날라왔기 때문에 편집에 상당한 지연이 있었다. 급하게 편집이 필요한 날에는 파일 전달용 봉고차가 현장에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가 영상이 나오는 대로 외장하드를 싣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경우도 많았다. 외장하드를 옮기다 휴게소에서 우동 한 그릇 먹으면 방송사고가 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구르미 그린 달빛> 촬영 시에는 이런 일을 방지하려고 KBS가 자체 개발한 파일 전송 프로그램을 사용하기로 했다. 문경새재 주변 동네 커피숍을 하나 빌려서 KT 기가급 인터넷을 깔고 KT측과 협의해서 하루에 수백기가급 고속 전송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문경새재에서 전송된 파일이 수 분 만에 여의도 KBS의 스토리지에 빠르게 안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파일 전송이 빨라지니 드라마 감독님들은 바쁜 시간을 아껴서 한 장면이라도 더 찍을 수 있게 됐다.

 

팀장님의 여러 공로 중에서도 이번 <올해의 스태프상>이 인정한 공로는 새로운 편집실을 구축한 일이다. 어떻게 편집실 구축에 참여하게 되었고 신경을 썼던 부분은 무엇인가?

주로 현장과 편집실 사이를 오가는 생활을 하다가 편집실 구축 일도 재미있을 것 같아 맡게 됐다. 구축팀장 역할을 맡아서 380평 규모 2층 건물 전체를 디자인했다. 가장 좋은 편집실을 만들기 위해서 다른 방송사의 편집실을 꼼꼼히 벤치마킹하고 좋은 것만 뽑아서 만들었다. 편집 공간을 확충하고 풀파일 편집이 가능하게 만드는 게 목표였다.

편집에 시간을 많이 쓰는 예능국 입장에서는 시설이 미비하면 대기 시간이 늘어나고 노동 시간도 늘어난다. 편집하는 PD들이 요즘 도입된 주 52시간 근무를 지키기 어려운 정도다. 그래서 공간도 넓고 시간도 아껴주는 새 편집실이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그 공로를 치하하는 뜻에서 상을 주셨다고 생각한다.

 

편집실 도입으로 가장 크게 바뀐 점을 꼽는다면?

‘파이널 컷 프로7’라는 주 편집 소프트웨어를 ‘프리미어’로 바꾼 일이다. ‘파이널 컷 프로7’은 2013년도부터 지원이 중단돼서 호환되지 않는 기술이 많다. 고품질 영상 수요는 매해 늘어나는데 맨날 하던 편집만 해야 하는 것이다. UHD, VR 같은 새로운 영상 기술을 도입하기도 어렵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번에 풀파일 편집실을 만들면서 편집 프로그램까지 바꿨다. 물론 익숙한 프로그램에 대한 관성이 있기 때문에 반대도 많았다. ‘파이널 컷 프로7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라는 식의 감독님들도 많다. 이미 ‘파이널 컷 프로7’으로 하는 편집 물량도 많고 수익이 높은 분들이다. 그래서 드라마 쪽에는 많은 방송사들이 아직도 ‘파이널 컷 프로7’을 버리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장기적으로 볼 때에는 변화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

 

상을 받은 전후로 주변 반응은 어땠나?

엔지니어들이 이런 상을 받는 건 참 드문 일이다. 개인적으로 만나는 타 방송사의 엔지니어들도 우리 방송사에는 이런 상이 없는데 놀라운 일이라는 얘기를 많이 했다. 선후배들에게도 연락이 많이 와서 엔지니어를 대변할 수 있는 수상 소감을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래서 원래 가족에게만 고마움을 표시할까 하다가 좀더 큰 얘기를 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과학뒤켠>과도 인터뷰하게 된 것 같다.

 

시상자인 신동엽 씨가 공들여 이 상의 의미를 설명하는 부분도 재미있게 보았다. 신동엽씨가 시상자로 선정된 배경이 있나?

신동엽 씨처럼 방송사를 가리지 않고 롱런하시는 분들은 모두 공통점이 있다. 방송을 잘 하실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제작 과정 전반에 대한 이해도 높고 스탭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도 가지고 계신다는 점이다. 그래서 CP(총괄 프로듀서)들이 여러 영향력 있는 사람 중에서도 신동엽씨가 시상자로 적합하다고 판단해 선정하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상식 당일에도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 저 같은 비연예인이 상을 받을 때 관심도가 많이 떨어지는데 어색하지 않게 박수를 요청해주시는 등 굉장히 애써 주셨다. 수상하고 내려오는 길에도 “이번 기회를 빌려서 스탭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조금이라도 갚은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굉장히 겸손하게 말씀하셨다. 멋진 분이고 감사해서 시상식 끝나고 떡도 드렸다.

 

한국을 대표하는 방송사인 KBS에서 스태프의 공로를 선도적으로 인정하는 것에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방송사가 아닌 KBS의 엔지니어로서 일하는 것에는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나?

tvN 등 여러 방송사가 좋은 방송을 만들고 있지만 KBS는 여전히 국가기간방송사로서 여러 공공 책무들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UHD 방송을 실시하면서 국가표준동영상을 만드는 일도 KBS가 맡아서 했다. 방송장비업체가 신제품 전시에 사용할 고화질 데모 영상을 제작하는 일이다. 대기업의 경우에는 영상을 자체 제작할 수 있지만 역량이 부족한 중소 업체의 경우에는 일본 NHK 방송의 비싼 데모 영상을 구매하거나 낮은 품질의 영상을 사용해 왔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저작권 걱정없이 자유롭게 사용할 고화질 영상을 KBS가 제공했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꼈다. MBC나 SBS에게도 이런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다. 물론 책임감도 따른다. KBS 엔지니어들이 결정한 사안이 업계에 파장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파이널 컷 프로7’의 사용 중지도 KBS가 선도적으로 결정한 일인데, 다른 방송사도 뒤이어 같은 결정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결정한 일이 국가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어떤 사안이든 공정하고 필요에 의해 결정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KBS에서 일하는 것은 좋은 기회이자 부담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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