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논문 연구를 위한 인터뷰 가이드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

강미량

miryang1002@kaist.ac.kr

1.

2019년 1월 어느 날, 나는 서울역 4층 엔제리너스 카페에 초조하게 앉아 있었다. 재활로봇 전문가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그가 만나기로 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오지 않은 것이다. 당시에 나는 석사논문연구의 대상인 하반신마비장애인용 엑소스켈레톤(Exoskeleton, 강화 외골격)의 분류를 둘러싼 논쟁을 파악하기 위해 재활로봇 공학자들을 만나고 있었다.[i] 마르는 입에 침을 바르고 노트북을 펴서 준비해 간 질문지를 반복해서 읽었다. 워드 파일의 스크롤을 10번 즈음 올렸다 내렸다 반복했을 즈음 그가 나타났다.[ii]

“어디까지 알고 오셨어요?”

앞에 앉은 그가 내 전공을 듣더니 내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헉, 내가 아는 건 대략 인터뷰 요청 메일에 다 적었는데…….’ 당황한 나머지 내가 주춤하자, 그는 내가 얼마나 이 분야를 공부하고 본인과 인터뷰를 하는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그때 나는 엑소스켈레톤에 대한 공부를 시작한지 고작 6개월이 된 석사과정 학생이었다. 피어리뷰(peer review) 논문은커녕 학기 말 페이퍼를 하나 썼을 뿐이다. 준비해 간 인터뷰 질문은 시작도 하지 못한 채, 이미 한 달 전에 제출 해 내용이 희미한 학기 말 페이퍼 내용을 복기해가며 더듬더듬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설명했다. ‘엑소스켈레톤의 일종인 리워크(Rewalk) 제품이 미국 FDA에서 인증을 받을 때 시설용은 1등급, 커뮤니티용은 2등급을 받은 것으로 안다, 그런데 한국은 의료기기와 의지보조기[iii]를 구분해서 관리하는데, 이 경우 해당 등급 관리제를 한국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는 취지의 말을 전했다. 그리고 질문 하나를 조심스레 더했다. “사실 의료기기의 대상 질환과 치료효과가 명확하다면 현행 한국 의료기기법 상 의료기기로 등록되는 데 큰 문제가 없을텐데, 혹시 이러한 논쟁이 엑소스켈레톤이 어떤 기계인지 모호하기 때문에 생기는 건 아닌가요?” 내 말을 들은 그는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인 것 같다’며 입을 뗐다. 녹음과 직접 인용은 불허했다. 그는 약 40분 간 내가 참고할 수 있는 자료를 알려주었고, 궁금한 게 있으면 메일로 더 물어보라는 말을 남긴 채 떠났다. 

2.

그 당시 나는 인터뷰 전날이면 인터뷰 방법론 도서를 손에 잡히는 대로 읽었다. 다시 만날 기회가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는 사람과 만나는 기회를 망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 읽은 인터뷰 방법론 연구서들은 다음 사항을 주로 설명했다.[iv] 인터뷰는 연구자(interviewer)가 연구 대상자(interviewee)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자료를 수집하는 연구 기법을 일컫는다. 인터뷰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뉘는데, 연구 질문에 따라 특정 개인을 만나 심층 인터뷰를 진행할 수도 있고, 특정 집단을 선정해 연구 대상자끼리의 상호작용을 보는 초점 집단 인터뷰(FGI; Focus Group Interview)를 수행할 수도 있다. 질문 설계는 연구 수행 단계, 연구 종류, 혹은 인터뷰 대상자의 특성에 따라 구조화, 반구조화, 비구조화 시킬 수 있다. 후자로 갈수록 인터뷰를 수행하는 면담자의 재량권이 커진다. 인터뷰가 끝난 후에는 내용을 글로 옮기는 전사(transcription)를 하는데, 기억을 보존하기 위해 최대한 빠르게 할수록 좋다. 전사는 최대한 대화를 옮겨 적되 침묵, 말투, 어조 등을 함께 기록하는 방식으로 수행한다. 조금 더 친절한 책은 메모를 어떻게 어디서 남기면 되는지도 친절히 알려주기도 한다.[v]

문제는 방법론 도서를 읽는다고 해서 인터뷰를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나는 주로 일대일로 만나는 심층 인터뷰(in-depth interview)를 진행했는데, 아무리 책에 나온 대로 질문을 준비하고 현장 기법을 곱씹더라도 준비한 질문 대로 진행할 수 있는 인터뷰는 많지 않았다. 내 자기소개를 하느라 귀중한 시간을 다 써버리거나 연구 대상자가 쏟아내는 말을 적느라 정작 듣고자 하는 내용은 듣지 못할 때가 빈번했다. 어떤 한 사람의 이야기를 기록하기 위한 인터뷰에서는 인터뷰 대상자가 마구 말을 쏟아 내도 잘 정리하기만 하면 괜찮은 결과를 낼 수 있지만[vi], 연구 질문에 답하기 위한 인터뷰에서는 절대 그렇게 시간을 흘려 보내서는 안된다는 점을 이 시기에 깨달았다. 연구 대상자에게 연락할 때부터 인터뷰 전사를 마칠 때까지, 명확한 방향을 설정하고 그 방향으로 대상자를 이끌어야 한다. 이는 글로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경험이 쌓였을 때 능숙하게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석사과정 연구자에게 석사논문이란 학술적 훈련의 시작이자 정식으로 발표하는 첫 연구다. 당연히 인터뷰를 능숙히 진행하기 힘들다. 이들에게 “언젠가는 인터뷰를 잘 할 수 있을 거야……” 혹은 “나도 처음에는 그랬어……”라고 조언하기에는 무책임하다. 저런 조언을 받았을 때 나는 솔직히 경력직 사원 광고를 보는 신입사원 기분이었다. 아무리 석사논문이 미래의 수치(…)라고 하지만 막상 본인 것은 잘 쓰고 싶은 게 석사과정 연구자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석사 연구가 곧 훈련인 석사과정 연구자는 그저 부딪히고 당황하며 인터뷰하는 능력을 기를 수밖에 없는가? 어떻게 하면 인터뷰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까? 내가 궁금한 내용과는 관계없는 말을 늘어놓는 인터뷰 대상자를 만났을 때, 혹은 도무지 입을 떼려 하지 않는 사람을 만났을 때 어떻게 하면 듣고 싶은 내용을 들을 수 있을까?

연구용 인터뷰를 처음 진행하는 석사과정 연구자가 취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내가 당신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된 사람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앞서 기술한 사례를 예로 들어보자. 해당 전문가의 첫 반응을 이해하려면 엑소스켈레톤 로봇이 언론에 보도되는 맥락을 알아야 한다. ‘하반신마비 장애인을 일으켜 세우는 아이언맨 로봇’으로(만) 소개되는 엑소스켈레톤은 대중적 관심을 많이 받는다. 이에 많은 기자들이 관련 전문가에게 연락을 하는데, 문제는 아무것도 알아보지 않고 일회성 기사를 쓰기 위해 연락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그런 밑도 끝도 없는 질의에 이미 지쳐있었고, 어떤 이들은 이제는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박사를 따고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전문가들에게는 이 분야에 대해 석사논문을 쓰겠다고 인터뷰를 요청한 내가 그런 기자들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았을 수도 있다.[vii] 지금 돌이켜보면, 짐작하건대 그는 내가 정보를 쉽게 얻기 위해 자신에게 연락을 한 것인지, 혹은 정말로 관심을 가지고 이 주제를 살펴보는 연구자인지 확인하고 싶었을 수 있다. 그리고 내가 이 주제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었을 때 비로소 본인의 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고 생각한다.

3.

 그러나 모든 인터뷰가 연구 질문이 명확한 상황에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때로는 연구 질문 자체를 탐색하기 위해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한다. 2019년 8월 석사논문 연구방향을 바꿔 카이스트 내 엑소스켈레톤을 설계하는 공학연구실에서 참여관찰을 시작했을 때, 나는 정책적인 수준에서 업계 내에 어떤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대략 알고 있었지만 로봇공학자들이 어떤 식으로 일하는지는 전혀 몰랐다. 그들이 코딩하고 하드웨어를 수선하고 로봇을 시험해볼 때 가서 무작정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이따금 하는 대화를 귀 기울여 들어보았지만 도무지 알 수 없는 용어투성이였다. 어렵게 현장에 들어왔는데 첫 한 달 간은 도대체 이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파악이 되지 않아 혼란스러웠다.

 이럴 때 어떻게 하면 인터뷰 대상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나는 연구실 도처에 널려 있던 주변 사물에 기대어 연구 대상자와 인터뷰를 했다. 한 번 못 들으면 휘발되는 말과는 달리 물건은 몇 분이 지나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래서 신기해 보이는 기계, 인터뷰 대상자와 관련이 있을 것만 같은 물건, 새로 생긴 잡화 등을 가리키며 ‘이건 뭔가요, 왜 필요한가요, 왜 다른 걸 사용하면 안되나요’ 등의 질문을 계속 던졌다. 이는 참여관찰과 같이 연구 대상자가 친숙한 환경에서 관찰과 인터뷰를 동시에 할 때 요긴하게 쓸 수 있는 방법인데, 사물은 사람들과의 깊은 관계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로봇의 경우 코드에는 코드를 짠 사람의 가정과 논리와 디버깅하느라 보낸 밤이 숨어 있고 하드웨어에는 그 하드웨어를 설계하고 매번 수선하는 사람들의 노동이 들어있다. 엑소스켈레톤과 같은 웨어러블 로봇에는 그 로봇을 입을 사람의 신체 치수와 특성이 반영되어 있다. 또한 연구실에 갑자기 새로운 장비나 가구가 생겼다면 반드시 사연이 있기 마련이다. 엑소스켈레톤을 입고 걷는 옆모습을 보기 위해 거울을 들였다든가, 혹시나 하반신마비장애인이 조금이라도 더 안전한 상황에서 기계를 써볼 수 있게 매트리스를 구비한다든가 하는 스토리 말이다. 사물을 통해 알게 된 정보를 조합하여 인터뷰 질문지를 구체적으로 짠 다음에 다시 정식으로 인터뷰를 하면 꽤나 맥락을 깊이 파악할 수 있다.

 이 경우는 사물이 인터뷰 대상자의 말을 잘 듣기 위한 조건을 만족시켰다고 볼 수 있다. 그도 나도 관심있는 사물을 눈 앞에 두고 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가능하다면 연구 주제 탐색을 위한 인터뷰를 진행할 때는 연구 대상자가 주로 시간을 보내는 장소에서 만나는 게 좋다. 만약 연구 주제 탐색을 위한 인터뷰를 진행해야 하는데 참여관찰을 할 수 없거나, 혹은 카페 등에서 만나야 한다면? 내 경험에 한정하면 아쉽게도 이 경우는 1~2시간 내에 연구에 필요한 정보를 집중적으로 많이 들을 수는 없었다. 질문과 질문 사이가 뚝뚝 끊기고, 예상 시간보다 인터뷰가 빨리 끝났다. 이럴 때는 미리 관련 사물이나 인터뷰 대상자에 관한 자료를 정리해서 준비해가는 게 최선이었다. 공간이 받쳐주지 않을 때 연구 대상자가 말을 잘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는 중요한 사물로서 자료를 동원하는 것이다. 재활공학 전문가를 만났을 때 나는 아무 자료도 준비해가지 않았는데, 오히려 그 분께서 노트북으로 자료를 보여준 덕분에 겨우 이야기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이러지 말자).

반대로 연구 대상자가 편한 장소에 있더라도 그 장소에서 인터뷰를 하기에 좋지 않은 때가 있다. 바로 주변에 다른 사람들이 있는 경우다. 내가 참여관찰을 한 연구실은 엑소스켈레톤 개발뿐만 아니라 하반신마비장애인들과 함께 착용테스트까지 진행하는 곳이었다. 그렇기에 공학자, 물리치료사, 하반신마비장애인과 그의 가족들이 한 장소에 모여 있을 때가 많았다. 공학자 또한 석사과정, 박사과정, 박사 후 연구원, 협업하는 타 학교 교수님, 그리고 연구실 담당 교수님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런데 협업을 한다고 해서 모든 구성원이 평등한 관계를 이루고 있지는 않다. 그 현장이 아무리 “가족 같은 분위기”를 강조한다고 해도 말이다. 만약 교수님이 들을 수 있는 곳에서 석사과정에게 연구실 생활이 어떤지, 교수님 지도 방식이 어떤지 묻는다면? 혹은 로봇을 개발한 공학자들이 있는 곳에서 로봇 착용자에게 로봇의 단점을 말해달라고 한다면? 주변 사물을 이용할 수는 있겠으나 진솔한 답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참여관찰 연구에서 인터뷰를 수행할 경우에는 반드시 해당 집단 내의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관계를 고려하여 인터뷰 시간과 장소를 선정해야 한다. 나는 연구실에서 잠깐 밖에 나가거나, 다른 사람들이 없는 시간에 따로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곤 했다.

4.

돌이켜보면 내가 효과적으로 진행하지 못한 인터뷰의 대부분은 무엇인가 성급하게 알려고 할 때였다. A도 궁금하고 B도 궁금해서 A와 B를 마구잡이로 물어볼 때 인터뷰 대상자는 왜 그런 게 궁금하냐고 묻거나, 단답을 하거나 침묵했다. 내 질문이 이해가 되지 않거나 내가 어떤 사람이 파악하지 못한 경우였던 것 같다. 반면 상대가 묻지 않더라도 내가 누구인지, 어떤 맥락에서 당신들을 만나고 싶은지, 그래서 어떤 이야기가 듣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말할 때 대체로 좋은 결과를 얻었다. 내가 당신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었음을 보여주는 건 곧 나를 신뢰해도 된다는 인사말이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경력도 지식도 없는 석사과정 연구자가 인터뷰를 그나마 성공적으로 하기 위한 첫 단추는, 결국 인터뷰(inter-view)란 자료수집기법 이전에 두 사람이 마주보며 말하고 듣는 과정임을 기억하는 것이다. 내가 준비해 간 질문을 모두 묻는 것보다, 그리고 상대방이 하는 모든 말을 받아 적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잘 보고 듣고 잘 대답하는 것이다. 인터뷰를 어떻게 받아 적고 질문을 어떤 순서로 묻고 후에 어떻게 인터뷰를 정리하느냐의 문제는 어쩌면 모두 부차적인 것일 수도 있다. 그때 잘 듣지 못한 인터뷰는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잘 듣고 잘 말하다 보면 적어도 박사과정 때는 인터뷰를 잘 진행하게 되지 않을까?


[i] 관련해서 엑소아틀레트아시아의 오영주 대표 인터뷰 참조. “[엑소스켈레톤이] 의지 보조기인지, 의료 기기인지 정부가 판정을 빨리 내려줘야 되는데 자꾸 미루다 보니 기업 입장에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모르는 답답한 상황입니다. (…) 회사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조규남 (2017), 「엑소아틀레트아시아㈜’ 웨어러블 로봇으로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로봇신문』, 2020.07.07 접속. http://www.irobot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1790

[ii] 이 사례는 두 번의 인터뷰 경험을 합쳐 재구성한 것이다.

[iii] 의지보조기란 “장애의 예방ㆍ보완과 기능향상을 사용하는 (…) 보장구와 일상생활의 편의 증진을 위하여 사용하는 생활용품”을 말한다. 장애인복지법. 법률 제14224호. 제6장 장애인보조기구.

[iv] 박동숙 (2019), 『질적 인터뷰 방법』, 커뮤니케이션북스. 최종렬, 김성경, 김귀옥, 김은정 (2018), 『문화사회학의 관점으로 본 질적연구방법론』, 한국문화사회학회, 휴머니스트.

[v] 다음 책이 큰 도움이 됐다. Emerson R. M., Fretz R. I. and Shaw L. L. (2011), Writing Ethnographic Fieldnotes, Second Edition,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vi] 예를 들면 내가 활동하는 단체인 <페미회로>에서 인터뷰를 할 때는 어떤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다각도로 포착하는 게 목적이기에 말을 쏟아내는 인터뷰 대상자를 만나도 상관없다. 페미회로 인터뷰는 다음 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https://femicircuit.wordpress.com/

[vii] 실제로 기자냐고 묻는 공학자도 있었다.


읽을거리

이슬아 (2019) 『깨끗한 존경: 이슬아 인터뷰집』, 헤엄.

엄은희 외 (2020) 『여성연구자, 선을 넘다: 지구를 누빈 현장연구 전문가 12인의 열정과 공감의 연구 기록』, 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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