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뛰어든 겁 없는 엔지니어


카이스트 원자력및양자공학 대학원 박사과정 휴학생
정의당 대전시당 활동가
위선희
wi5425@kaist.ac.kr

‘왕관’이라는 글자를 보면 황금과 은이 섞여 만들어진 왕관을 물에 담가 그 비율을 재던 아르키메데스를 떠올리던 엔지니어가 이제는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를 먼저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공교롭게도 그 엔지니어가 6년 반가량 연구실 생활을 했던 그 건물의 이름 또한 ‘유레카’빌딩이었습니다. ‘유레카!’를 외쳐야 할 엔지니어는 딴 데 정신이 팔려 버렸습니다. 겁 없이 정치를 하겠다고 뛰어든 제 얘기를 좀 들려드리겠습니다.

카이스트에 입학해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에 진학하고, 졸업하고, 석사를 진학하고, 박사를 진학하고, 박사 학위를 받기 위한 조건을 채우려 노력하던 한 엔지니어. 언젠가는 대한민국에서 새로운 의료 진단기기를 개발하겠다는 꿈을 꾸던 이가 11년가량 머물러 있던 학교를 떠났습니다. 제 이야기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이야기라면 저라도 ‘아깝지 않니? 대체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건데?’라고 되물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질문을 저 스스로에게 던져야겠네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깝지는 않았습니다. 제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고 느껴서 이기도 한데요. 특히나 국회 밖에서 아무리 기후위기를 이야기해도 실제 정치에 반영이 되지 않는다면 현실을 바꿀 수 없다는 절망감도 함께 했습니다. 어떤 이는 기후위기가 허황된 얘기라고도 하고, 멀고 먼 얘기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과학적 데이터[i]에 기반해서 말씀 드리자면 우리에게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는 시간은 5~7년밖에는 남지 않았습니다.  정치이념으로 과학기술을 나누는 일에서 벗어나 좀 더 객관적으로 데이터를 보고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고 느낍니다. 이뿐만 아니라 ‘기후위기가 진짜 존재하는 것이냐’에 대한 의견도 분분합니다. 저는 5년 안에 정치지형을 바꾸지 못한다면 기후위기를 막을 수 없다고 단호하게 얘기하겠습니다. 그 5~7년이라는 시간 동안 제가 뭐라도 바꿀 수 있다면, 저는 저의 30대를 이 싸움에 기꺼이 바치려 합니다. 그래서 이 겁 없는 엔지니어는 무턱대고 학교를 나와 정치라는 벽을 두들기고 있습니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캠프 이야기

먼저 제가 겪은 이번 제21대 국회의원선거(이하 총선)에 대한 얘기를 풀어보려 합니다. 국회의원선거, 대통령선거, 지방선거 때 길에서 인사하는, TV에서 토론을 하는 후보자들을 가깝게 느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저에게는 이 사람들이 굉장히 멀게 느껴졌습니다. 마치 딴 세상 사람들 보듯이 했습니다. 그 사람들이 싸우는 것을 보며 결국 대한민국은 잘 돌아가겠지 싶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진보, 보수 정권이 바뀌면서 시간은 흘러가고 촛불시위에도 나가 용납할 수 없는 국정농단에 화를 내며 싸웠지만, 정치 안에 들어가고 싶은 생각은 없었습니다. 제가 할 일은 엔지니어로서 의료 진단기기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왔으니까요.

그런 제가 목소리를 내야겠다 마음먹고 21대 총선에 뛰어들었습니다. 지역구 총선 후보자로 나가보려 했으나 현실의 벽에 부딪혀 비례대표 후보자 선거 캠프에서 일을 도왔습니다. 대한민국의 총선은 이렇게 진행되는구나, 눈으로 보고 기록하며 어떤 때는 실망을 하기도 했습니다. 제 짧은 선거 캠프 경험의 감상평을 짧게 먼저 말씀드리면 “와, 이거 만만치가 않구나. 그래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는 하네.”입니다. 너무 진부하죠? 맞아요. 진부하도록 단순노동을 필요로 하는 일들도 많았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필요한 부분, 정치적 센스가 필요한 부분이 모두 섞여 있었습니다. 여담이지만, 선거 캠프 내 제 직책은 과분하게도 상황실장이었고,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아 후보님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다음번에는 더 기발하게 해보겠습니다.

그럼, 제 경험을 바탕으로 선거 캠프가 어떤 일을 하는지 얘기해 보겠습니다. 저도 항상 궁금했었습니다. 대체 어떤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후보로 나가는 것이며, 그 사람들을 도와 선거 캠프란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체 누구인지, 그리고 그들은 무슨 일을 하는지 말입니다. 선거 캠프에는 후보자, 조직국장, 상황실장, 홍보국장, 그 외 조력자들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후보로 나가는지는 솔직히 저도 아직은 확답 드리기 어렵습니다. 그들이 바라는 대한민국이 있어서, 정치 지형을 바꾸고 싶어서, 법제화하고 싶은 의제가 확실하게 있어서 혹은 다른 다양한 이유로 후보로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럼 그렇게 국회의원 후보가 결정되고 후보를 중심으로 세워진 선거 캠프 내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먼저, 선거 캠프 내에서 후보자가 하는 일은 분명합니다. 본인의 이름을 최대한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각종 매체(TV 또는 그 외 채널)에 출연하여 이름을 알리거나 본인이 하고 있던 활동을 통해 국민들에게 전국적으로 인지도를 쌓아야 합니다. 선거법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해야 하죠. 또한, 출마선언문, 정견발표회, 토론회 등을 통해 선거기간 내에 후보자의 생각을 전하고 역량을 꾸준히 어필해야 합니다.

조직국장은 조직을 모으는 역할을 합니다. 사람을 모으고 사람들과 사람들을 연결시킵니다. 즉, 확장을 해나가는 것인데요. 후보자에게 투표할 강력한 지지층을 늘려나가는 일을 하는 것이죠. 홍보국장은 유튜브, 블로그, 각종 SNS를 통해 후보자를 어떻게 홍보할 것인지, 후보의 공약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것인지 고민하고 그 자료를 만들거나 관련된 일을 총괄하는 사람입니다.

제가 맡았던 상황실장은 주로 선거 경험이 많은 사람이 맡아 선거 캠프를 총괄합니다. 그러나 제가 이전에 선거 캠프에서 선거를 치러 본 경험이 없었기에 단독으로 일을 진행할 수는 없었고 후보자의 도움을 받아 가며 선거 캠프를 총괄하는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캠프의 전체 상황을 점검하는 상황회의를 1주일에 한 번씩 진행하며 이번 주에는 어떠한 내용으로 웹자보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이런 영상이 유튜브, 블로그에 업로드됐으면 좋겠다, 등등을 결정하고 실무자에게 전달하는 다리 역할을 했습니다. 홍보국장에게 후보자의 피드백을 전달한다거나 수시로 공보물, 웹자보 디자이너와 상의하고 최종으로 올릴 자료들을 컨펌하는 역할입니다.

또한, 선거캠프가 꾸려지면 상황실장은 전반적인 선거 전략을 후보자, 홍보국장, 조직국장 외 지지자들과 상의하게 됩니다. 후보를 대표할 수 있는 것으로 어떤 키워드와 정책을 내세울 것인지 등의 전략을 기획하게 되죠. 선거가 진행되는 와중에는 다른 후보자들의 활동을 모니터링하고 조사된 당의 지지율 데이터를 분석하고 각 정당마다 몇 명의 국회의원이 배출될 것인지를 예상해보기도 했습니다. 예상 결과에 따라 추후 선거전략은 시시각각 변화해야 합니다. 돌이켜보면 시간과 전쟁을 한 것 같네요. 그 외에도 수행의 역할을 병행했기에 후보자의 스케쥴을 정리하고 인터뷰나 촬영이 있는 경우 동행하여 질문지에 대한 답변을 후보자와 같이 고민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추가로 지난 21대 총선, 정의당 비례대표 선출 선거에는 시민선거인단[ii]이라는 제도가 도입되었는데요. 정의당에 관심이 있지만 정의당 당원이 아닌 분들에게 ‘시민선거인단 신청서’를 받아 그 분들에게도 투표권을 주는 방식이었습니다. 그 제도가 새로 도입된 덕분에 상황실장의 일이 한층 더 많아졌죠. 시민들이 참여를 끌어내기 위한 홍보자료, 신청서를 검토하는 작업, 신청서를 정의당 시당 사무처에 제출하는 작업까지 진행했죠. 신청서 접수 이후에도 투표 시, 시민선거인단과 당원들의 투표방법이 달라 그 방법을 설명하는 작업 또한 추가되었습니다. 제가 속해 있던 선거 캠프에만 4~5천 건의 신청서가 접수되었기에 이걸 왜 수작업으로 해야 하지? 라는 회의감이 들었던 적도 많았습니다. 선거 캠프에서 일한다는 것. 정말 쉽지 않더군요.

이공계 대학원 생활을 6년 반가량 해왔던 경험이 도움이 되는 순간들은 간혹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능력이라든지, 스케쥴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 자료조사를 빠르고 정확하게 하는 능력들이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엔지니어로 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해왔기에 문제를 설정하고 해결하는 과정이 익숙했던 점도 한몫을 했습니다. 선거 캠프에서의 일도 결국에는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설정하고 그에 효율적인 나름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다층적이고 시시각각 각종 변수가 불쑥 튀어나와 뚜렷한 해결책이란 것을 찾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선거 캠프에 도와주시러 온 한 분이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선거는 생물이에요.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아요.” 정말 그러했습니다. 변수가 너무나 많았죠.

특히나 이번 21대 총선에서는 위성정당이 큰 변수였습니다. 더군다나 비례대표 후보의 선거 캠프에 속해 있었기에 위성정당과 비례연합정당 문제를 두고 수많은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그때 제가 제 한계를 느꼈던 것 같습니다. 선거에 대한 경험도 없지만 정치적 감각, 균형감도 턱없이 모자라구나, 라고 말이죠. 엔지니어라는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있기에 각종 여론조사 등의 데이터를 분석해서 보는 것까지는 어렵지 않았지만 그것을 어떻게 해석할지와 그에 대한 정치적인 혹은 선거공학적인 대응책은 무엇이 되어야 할지 답을 내리기가 무척 어려웠습니다. 참으로 다이나믹한 총선이었고 돌이켜보면 아쉬운 점도 참 많습니다. 왜 나는 그때 그렇게 하지 못했나, 되짚자면 수만 개의 사건들이 되돌아와 제 어깨를 짓누를 것 같아 털어버리려 애쓰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많이 배우는 시간, 그리고 참 아쉬운 시간이었습니다.

총선 후 내게 남은 질문들

덧붙여 몇 가지 질문이 제게 숙제처럼 남았습니다. 과학뒤켠의 독자분들과도 그 질문을 같이 공유하고 싶네요. 첫째, 사람이 모여있는 어떤 그룹에서 가장 민주적인 제도를 유지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둘째, 한 그룹에 모여있다는 것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지만 그 안에서도 스펙트럼은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정당의 대표 의견을 정해야 할까요? 셋째, 어떤 그룹의 대표 의견이 많은 분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마지막 질문은 전적으로 한 정당이 선거에서 승리하는 방법을 고민하다 얻은 것입니다. 이 질문은 시민단체 활동을 하면서 했던 고민과도 연결됩니다. 페미니즘, 기후위기 관련 시민단체 활동을 하면서 어떻게 많은 사람들이 이 주제에 관심을 가지게 만들 것인지, 정치 의제화할 것인지 항상 고민하곤 했었죠. 그 고민을 덜기 위해 좀 더 정치적인 힘이 있다고 생각했던 정당활동을 시작했지만 사실 정당에서도 같은 고민을 하게 되더군요.

짧은 선거 캠프 경험 후, 숙제처럼 얻은 세 가지 질문에 대해 아직 제 나름의 답을 확실하게 내리진 못했습니다. 다만 한 그룹에 속한 이들의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들으려는 노력이 없이는 그룹 내 민주주의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민주주의는 언제나 거저 얻을 수는 없는 값비싼 제도라는 점을 다시금 깨닫는 계기가 되었죠. 개인적으로 이번에 정의당에서 새로 도입했던 ‘시민선거인단’ 제도 또한 정말 민주적인 제도였는가는 재평가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다른 진보 정당들에서는 ‘비례연합정당[iii] 참여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당원 총투표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정의당에서는 이를 실시하지 않은 것 또한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한 그룹의 대표의견을 결정하는 민주적인 방법이란 무엇일까요? 단순한 다수결로 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분들도 있고 당원 총투표를 자주 해야 했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팽팽하게 두 의견이 대립하고 있는 현재 정의당 안에서 저는 제가 정의당에 입당한 2016년을 다시 떠올립니다. 저는 2016년, 국정농단을 엄벌하고자 진행한 촛불시위에 참가하면서 생애 처음 정당에 가입했습니다. 그때 당시 가장 관심이 있었던 의제는 페미니즘이었고, 예를 들어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가장 빨리 대한민국에서 법제화시켜줄 정당이 정의당이라 믿었기에 정의당에 온 것이었죠. 그때부터 활발하게 활동하기 시작한 2019년 11월 전까지는 제 의견을 정당에서 직접적으로 들어주기를 바라진 않았습니다. 단지, 제가 할 수 없는 일, 즉, 법제화라던가 정치적인 지형을 바꾸는 등의 일을 하는 정당이니, 후원을 하는 것이고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시민단체활동만을 열심히 해왔었습니다. 제가 정의당이라는 정당에 원했던 것은 정치적으로 힘을 확장하는 것이었고, 그 힘으로 빠른 법제화를 시켜주길 바랐습니다. 예를 들어 한 정당에 10명의 국회의원이 있다면 발제자 포함 법안 발의 정족수를 충족시키기에 빠른 발의가 가능한 그 힘 말입니다. 그랬기에 이번에 정의당이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 제겐 많이 아쉽습니다. 정당의 힘과 국회의원 수를 분리시켜 생각할 수는 없는 문제니까요.

법제화? 그거 꼭 필요한가요?

앞에서도 반복적으로 언급했듯이 저는 법제화를 빠르게 시켜줄 정당을 찾아 정의당에 입당했고 시민운동을 하다가 법제화의 필요성을 느껴 정당 활동가를 겸임하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왜 이렇게 법제화를 강력한 정치적 수단으로 여기는지 먼저 설명을 드려야 할 것 같네요. 제가 관심을 가지고 해결하고 싶은 사회문제는 두 가지, 기후위기와 페미니즘 이슈들입니다.

기후위기의 경우 대한민국은 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4개의 나라 중 하나로 꼽혀 기후위기악당이라 불리고 있습니다.[iv] 이를 해결하기 위해 텀블러 쓰기 운동, 대중교통 이용하기 운동, 플라스틱 줄이기 운동, 전기 아껴 쓰기 운동 등의 다양한 시민운동을 전개했지만, 이것만으로는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한민국 통계청에서 운영하는 국가통계포털 사이트를 보시면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고 있는 분야는 전력생산 부분이기 때문입니다.[v] 화력발전소 즉, 석유나 석탄, 천연가스(LNG) 같은 화석연료로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가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습니다. 천연가스의 경우에는 석유나 석탄보다는 절반 정도로 적은 양의 온실가스가 배출되지만 여전히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발전방법입니다. 그렇기에 시민운동보다 예를 들어 ‘(가칭)온실가스 감축 법[vi]’과 같은 법제화가 대한민국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마련에 더 큰 정치적 힘을 발휘하리라 생각합니다.

더불어 기후위기는 현재 사용할 수 있는 과학기술을 어떻게 이용해서 막아야 할까 하는 정치적인 이슈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렇기에 기후위기 해결 방안을 마련하는 데 있어 과학기술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일꾼들이 다수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그 일꾼을 자처하려 합니다.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과학자들이 예측하는 기후위기를 막지 못한 상태의 2050년의 지구에서 살고 싶지 않습니다. 과학 전문가로서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정치적인 스피커를 키우고 그 해결 방안에 대해 끊임없이 제언할 것입니다.

페미니즘 얘기를 좀 더 해보겠습니다. 요즘 이슈 되고 있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에 관한 것입니다. 제가 페미니스트가 된 이후로 가장 이루고 싶은 꿈은 바로 차별금지법을 통과시키는 것입니다. 특히나 2020년 6월 29일,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에는 23가지의 차별금지 사유와 4가지의 차별금지 영역(고용, 재화 및 용역, 교육, 행정서비스)이 적혀있습니다. 대한민국은 UN으로부터 2008년을 시작으로 계속적으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권고를 여러 차례 받아왔습니다. 퀴어퍼레이드도 열기 힘들었던 대한민국에서 다시금 발의된 이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통과되었을 때 대한민국이 어떻게 변화할지 저는 상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회를 오랫동안 꿈꿔 왔습니다. 하나의 법이 제정되는 것뿐이지만 그 파급력은 사회 전반의 문화를 바꿔놓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양육비강제집행제도 및 낙태죄 전면 폐지 등의 법제화를 통해 사회에 만연한 젠더위계를 무너뜨리려 합니다.

이제는 정당에 후원만 하던 전과는 다르게 현재 정당 활동가로 진로를 바꾸었기에 제게 주어진 과제가 많아졌습니다. 정당 내 민주주의도, 정당의 대표의견도, 앞으로의 정치 방향도 제가 활동해서 바꿔나가야 할 부분이 됐습니다. 저는 정의당 내에서 기후위기와 페미니즘 의제를 지속해서 이슈화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이슈화에서 멈추지 않고 법제화까지 갈 수 있도록 조력할 것입니다. 그게 제가 해야 할 일이라 결정했고 그 목표에 달성할 때까지 활동가라는 직업을 가질 생각입니다. 법제화를 하기 위해 정치인이 되어야 한다면 도전할 것이고, 제 뜻과 맞는 능력 있는 정치인을 만난다면 그를 도와 법제화를 추진할 것입니다. 이 글의 처음에서 말씀 드렸듯이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5~7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후회가 없을 듯합니다.

글을 마치며…

연구실에 있어야 할 한 엔지니어가 단지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갑자기 정치에 뛰어들었습니다. 저런다고 문제가 해결되려나 싶기도 하실 것 같습니다. 법제화가 1~2년으로 되는 문제인가 의문도 생기실 것 같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제가 가는 길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뛰쳐나왔습니다. 카이스트 박사 수료를 하고 왜 저런 일을 하지? 돈도 못 버는데? 실제로 이렇게 제게 묻는 분들도 계십니다. 나름 야심과 야망을 품고 시작한 일이지만 술자리에서 왜 정당 활동가를 하려고 하는지 물으시면 1~2분에 제 얘기를 풀기에는 멋쩍기도 다 담을 수 없기도 합니다. 이렇게 제 얘기를 마음껏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어 쭉 풀어내고 나니 속이 시원하네요. 제 글을 읽고 과학뒤켠 독자분들도 기후위기와 페미니즘 이슈화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i] IPCC. (2018). Global Warming of 1.5°C. https://www.ipcc.ch/sr15/

An IPCC Special Report on the impacts of global warming of 1.5°C above pre-industrial levels and related global greenhouse gas emission pathways, in the context of strengthening the global response to the threat of climate change, sustainable development, and efforts to eradicate poverty.

[ii] 정의당이 당원만이 아닌 시민들에게도 투표권을 부여함으로써 폐쇄성을 버리고 당 규모를 키워 대중화하기 위해 도입한 개방형 경선제. 비례대표 후보 선출 선거에서 당원 70%, 시민 30% 투표를 적용하겠다는 방식. 진보정당 역사상 정의당이 처음으로 개방형 경선제를 도입함.

[iii] 2019년 12월 27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 개정안은 비례대표 47석의 규모는 유지하되 비례대표 의석 중 30석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도(연동형 50%)를 도입하는 내용. 2020년 2월 5일 미래통합당은 비례대표 의석 확보를 위해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창당. 이에 대응해 여당 쪽에서도 비례대표 의석 확보를 위한 위성정당을 제안하기 시작했고 비례연합정당도 그 중 하나.

[iv] 영국의 기후변화 전문 미디어 ‘클라이밋 홈 뉴스’는 2016년 4월, 국제환경단체인 기후행동추적(Climate Action Tracker(CAT))의 분석 결과를 이용해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뉴질랜드와 함께 대한민국을 세계 4대 기후 악당의 하나로 꼽았다.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의 가파른 증가 속도, 석탄화력발전소 수철에 대한 재정 지원, 202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폐기 등이 그 이유이다.

[v] 환경부, 「국가온실가스통계」. http://kosis.kr/statHtml/statHtml.do?orgId=106&tblId=DT_106N_99_2800020 (국가통계포털사이트)

[vi] 2020년 7월 1일, 대한민국 국회 연구단체인 ‘국회기후변화포럼’은 전날 ‘기후위기 비상 대응 촉구 결의안’을 발의하였고 영국·프랑스·뉴질랜드·덴마크 등 23개국은 ‘2050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를 목표로 한 법을 만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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