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태그는 메타데이터 (였던 것)


회전초

tumblecho@icloud.com

#1 안녕하세요. 전직 연구실 인턴, 현직 개발자, 10년 차 트위터 망령입니다.

서비스 개발자는 누구나 그럴듯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실제 유저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유저는 예상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가끔이지만, “계정을 하나씩만 만들 수 있습니다”라고 알림창을 띄워줬는데도 회원가입을 계속 시도해 로그인 서버를 터뜨리는 유저가 있다. 결과적으로 이런 유저가 서비스 개선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개발자들이 느끼는 일차적 감정은 `당황`이다. “하… 얘들은 뭐지? 그래… 내가 이걸 생각하지 못한 게 잘못이지.” 그리곤 자연스럽게 사무실 침대에서 일어나 코드를 수정하러 가는 것이다.

데이터를 다루는 연구자들도 비슷한 고민을 한다. 바야흐로 빅데이터의 시대, 사회를 정량적으로 분석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SNS 데이터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결과가 항상 좋지만은 않다. 선거철에는 사람들이 정치 얘기를 하겠거니 싶어서 주제분석을 돌려보니 키워드로 `신천지예수교회` 따위가 나올 때가 있다. 이런 상황이 닥치면 정량적인 분석을 포기해야 하거나, 연구의 줄기를 이루는 중요한 가정을 바꿔야 할 수도 있다.

이런 고민에서 자유로운 유일한 집단은 `유저들`이다. 유저들은 서비스가 어떤 목적으로 개발되었고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내가 SNS에 올린 글이 아무리 적게 잡아도 20만 바이트가 넘을 텐데, 내가 생산한 데이터가 분석할만한 품질 좋은 데이터인가?` 이런 고민을 하지는 않는다. 트위터 10년 하면서 엄격하고 근엄하고 진지한 태도로 `건전한 트위터리안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될 수 있는가` 같은 고민하는 사람을 본 적도 없고, 봤다면 이상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이상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느 날 받은 트위터 멘션 때문이었다.

그림 1. 내가 받은 릴레이 해시태그 멘션

이렇게 `릴레이 해시태그 멘션 운동`을 하는 목적은 분명하다. 실시간 트렌드, 일명 `실트`에 #nthroom 해시태그를 올려 디지털 성폭력 사건에 관심을 가지게 하자는 것이다. 나는 “불법 촬영물 가해자는 모두 처벌받아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많은 사람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도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릴레이 해시태그 멘션’의 형태로 이야기하는 것이 얼마나 효과적일지 의문이 생긴다.

왜냐하면. 나는 해시태그를 이렇게 사용하는 것이 ‘오용’이라고 생각하고, 이런 사용방식이 결국 모두에게 손해가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유저들은 이제#nthroom 으로 검색하면 N번방과 관련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 릴레이 해시멘션만 한가득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뒷 부분에서도 설명하겠지만, 서비스 이용 데이터를 분석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이 데이터에서 유의미한 정보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그럼 해시태그를 쓰는 방법이 메뉴얼로 마련되어야 하고, 유저는 그걸 읽고 따라 해야만 하는 걸까? 그렇게까지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단지, 하나의 원칙을 지키자는 것이다. `내용과 해시태그는 관련이 있어야 한다.`

#2 Chris Messina’s #hashtag invention is too nerdy (※실제로 했던 말)

지금은 제멋대로 쓰이는 해시태그, 원래의 개발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보통의 경우 이런 질문에 답하기 힘들지만, 해시태그는 그렇지 않다. 해시태그라는 개념을 누가 처음 제안했고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기록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해시태그는 Chris Messina라는 트위터 유저가 이를 제안하는 트윗을 올리면서 시작되었다.

그림 2. Chris Messina가 해시태그 도입을 제안한 트윗은 13년이 지난 지금도 남아있다.

트위터 개발진은 이 트윗을 보고 해시태그라는 기능을 도입하게 되었다. 유저가 ‘고객 센터’ 페이지에서 정성스럽게 피드백을 작성해 전달한 것이 아니라 그냥 SNS 글을 올린 것뿐인데 받아들여졌다는 점이 흥미롭다고 할 수 있겠다. 광화문에서 “청와대는 시민들의 말에 귀 기울여 달라!”고 1인 피켓시위를 했는데 다음날에 청와대 국민청원이 생긴 것 같은 느낌이랄까.

여기까지가 세간에 잘 알려진 내용이라면, 이다음부터는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다. 사실 Chris Messina가 일반적인 유저는 아니었고,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활동가로 잘 알려졌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개발자 출신답게 단순한 제안 트윗에 그치는 게 아니라 다음날 자신의 블로그에 해시태그의 자세한 기능과 컨셉을 자세히 적어 놓았다.[i]

이 블로그 글을 살펴보면 Chris Messina라는 사람이 꽤 심각한 정도의 너드(nerd)임을 느낄 수 있다. 그는 해당 글에서 이 ‘해시태그’라는 기능을 특정 주제에 대한 ‘그룹’이나 ‘채널’로 사용하기를 제안했다. 그리고 그 채널들이 특정 URL로 연결되기를 원했다. 이를테면 #corona19 라는 해시태그를 사용하면 해당 게시글이 하나의 그룹으로 묶이고 우리는 http://twitter.com/#corona19 라는 주소에 접속함으로써 그 그룹의 글을 한 번에 모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해시태그 채널을 만들거나 구독하거나 탈퇴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하는 명령어를 프로그래밍 언어의 문법과 비슷하게 정의해두었는데,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그림 3. Chris Messina가 처음 제시한 해시태그는 외면적으로 프로그래밍 언어와 매우 비슷했다.

트위터는 초기에 Chris Messina의 아이디어를 “too nerdy”[ii] 하다며 반려했다. 그리고선 나중에 ‘해시 기호(#)를 이용해 키워드를 태깅한다’는 중심 아이디어만 남겨서 구현했다. 이후에는 해시태그를 누르면 바로 관련 정보를 볼 수 있게 해주는 하이퍼링크, 실시간으로 인기 있는 해시태그를 볼 수 있는 Trending Topic(번역어로 실시간 트렌드, 소위 ‘실트’)과 같은 하위 기능이 생겨났다. 한 마디로 트위터 개발진이 생각한 해시태그의 편한 검색을 위한 ‘메타데이터’인 것이다. (트위터도 만만치 않게 nerdy한 것은 기분 탓일까?)

이런 해시태그 개발 의도에 입각하면, 해시태그의 `착한`사용은 이렇다. 먼저 #중요한_단어 를 해시태그로 사용하되 띄워쓰기 대신 언더바(_)를 넣는다. 그리고 문장에서 자연스럽게 해시태그가 쓰이도록 한다. 물론 그 문장을 포함하는 글은 해시태그와 관련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 해시태그가 도입된 초반에는 유저들이 이것을 잘 지켰던 것 같다. 이를테면 2011년의 #OccupyWallStreet 처럼 말이다.

그림 4. #OccupyWallStreet 트윗 예시

해시태그가 ‘제대로’ 이용되자 해시태그는 단순한 메타데이터에서 (마치 Chris Messina가 의도했던 것처럼) 사람들이 모이는 그룹 내지는 채널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것도 오프라인에서. #OccupyWallStreet 해시태그가 폭발적인 반향을 얻자 사람들은 정말로 ‘월 스트리트’에 나와서 ‘점거’를 했다.

크게 가시화된 사건이나 오프라인 운동이 없었을 뿐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증명할만한 정량적 자료는 없지만, 경험적으로 2010년대 초반의 유저들은 해시태그의 문법에 따라 ‘검색을 위한 메타데이터’라는 용도를 지키면서 사용했다. 사실 그때까지는 ‘실트’라는 기능이 없었기 때문에 어뷰징(abusing)[iii]이나 해시태그 빌려 쓰기 같은 것을 할 이유가 없었기도 하다. 나 때는 그랬다 이 말이다. ‘그’ 해시태그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바로 ‘#그런데최순실은’ 해시태그가 그 것이다.

#3 SNS 분석 절망편 #그런데 최순실은

“#그런데최순실은?” 해시태그는 내용과 해시태그의 관계가 없는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이 해시태그의 제안자가 그것을 의도했기 때문이다. 2016년 10월 7일, 페이스북에서 김용민 PD는 정부와 여당이 `김제동이 거짓말을 했네 안 했네`로 최순실 관련 의혹을 덮으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순실 관련 의혹을 잊지 않겠다는 의미에서 앞으로 모든 포스트에 #그런데최순실은? 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자고 제안했다. 글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말이다.

그렇다면 이 `불량한` 해시태그를 이용한 사회운동은 의미 있는 성공을 거뒀을까? 이 해시태그가 가리키고 있는 정치적 사건의 결말을 알기에, 우리는 `그럴 것 같다`는 막연한 추측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이 해시태그가 어떻게 촉진되고 어떤 사회적 영향이 있었는지에 대한 객관적 분석이 필요하다. 아마 논문 「SNS를 통한 시민 사회운동의 공론화 과정」[iv]의 저자도 그런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데이터 분석을 도입해 그런 필요성을 충족하려는 의도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이 논문에서 저자는 TextoM이라는 텍스트 분석 솔루션을 이용해 #그런데최순실은? 이 쓰였던 16년 10월 한 달간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를 통해 주장하는 바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SNS상에서의 해시태그 노출 빈도와 최순실과 관련된 뉴스보도의 숫자가 비슷한 경향성을 가지는 것으로 보아 역의제 설정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해시태그 운동이 오프라인의 사회운동으로 전이되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 전이의 근거로 `#그래서 최순실은? 해시태그의 노출빈도는 대체로 평일에 높았고 주말에 낮았는데, 주로 주말에 오프라인 시위가 있었기 때문임`을 제시했다.

나는 이 논문을 흥미롭게 읽었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느껴졌다. 저자는 주장을 구성하는 ‘사실’과 ‘사실의 진위’를 데이터를 통해 보여준다. 그러나 그 데이터가 사실 간의 인과관계까지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이 때문에 저자는 사실 간의 인과관계를 직관적 키워드 분석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테면 “10월 21일과 22일 서울지역 시위에 해시태그와 관련된 내용의 현수막이 걸렸던 것으로 보아 해시태그가 오프라인으로 전이되었다고 볼 수 있다”와 같은 설명이 그렇다.

하지만 이런 직관에 의존한 주장에는 반론의 여지가 있다. 가령 시위가 한창이었던 광화문에서의 모바일 트래픽은 평소 대비 20배까지 증가했다.[v] 시위에 동참했던 사람들이 모두 스마트폰을 들고나와 소통했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해시태그 언급이 비슷한 수준이거나 오히려 증가할 수도 있는 게 아닐까? 아니면 이런 주장도 가능하다. 데이터 표본이 뉴스 중심이어서 주말 동안에 생산된 데이터가 적었던 게 아닐까? 기자들이 그냥 쉬는 날이라 기사를 덜 썼던 것이 아닐까?

#4 ???: “SNS 분석, 내가 해봐서 아는데 어렵더라”

해시태그 운동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며 큰 정치적 사건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그사이에 어떤 인과관계가 존재할 것 같다. 이 가정을 SNS에 빅데이터 분석, 자연어 처리를 도입해서 이렇게 저렇게 하면 그럴 듯하게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그게 쉽지만은 않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가령 분석할 데이터 셋(data set)을 모으는 일이 그렇다. 「SNS를 통한 시민 사회운동의 공론화 과정」에서는 연구의 시발점을 #그런데최순실은? 이라는 해시태그로 잡았지만 정작 분석한 것은 네이버, 다음, 구글 등에서 “그런데 최순실은?”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해서 얻은 11,928건의 데이터이다. 이런 데이터 셋 선택은 ‘SNS가 기존 매스미디어를 역으로 의제 설정했다’는 주장을 위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SNS에서 데이터 셋을 마련하는 일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런데최순실은? 해시태그로 SNS에서 검색하면 아마 최순실 국정농단과는 상관없는 내용이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해시태그 자체가 최순실과 상관없는 내용이어도 최순실을 잊지 말자는 의미에서 ‘그런데’ 최순실은’?’이다. 게다가 이 해시태그를 사용하는 대부분의 유저는 시사에 관심이 많을 테니 시사적인 내용에서 어떻게 최순실이라는 주제만 분리해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한마디로 ‘노답’인 데이터 셋이다.

분석을 위한 기술적인 벽 또한 존재한다. 이 연구는 TextoM이라는 full text를 분석하는 솔루션을 이용했다. 혹자는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왜 full text 분석 솔루션을 사용했지? SNS 관련 데이터면 개별 데이터 길이가 짧을 텐데 의미가 있나?” 혹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왜 솔루션을 돈 주고 쓰지? 원하는 분석 데이터랑 딱 맞지도 않을 텐데. python3 이랑 트위터 API 이용해서 크롤링하고, NLTK 사용해서 전처리하고, Hierarchical Topic Modeling[vi]이나 Multi Topic Distribution Model[vii] 참고해서 프로그래밍해서, 자동화된 파이프라인 만들고, 우분투 서버에서 한 일주일 돌리면 될 것 같은데?” 하지만 이런 말을 하는 혹자, 아니 공대생은 ‘#그런데최순실은?’을 분석해보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한다고 해도 이미 있는 기술로 사회를 분석한 것이기에 공학 논문을 쓰는 입장에서 노블리티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사회학자가 데이터 분석 기술을 배우고 사용하는 때도 그렇다. 일단 전혀 다른 전공을 가진 사람이 데이터 분석을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있을 만큼 학습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물론 이런 학습 과정이 다소 비현실적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해내는 유능한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런 유능한 사람들도 기술을 배우고 도입하는 데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요컨대 시간적 효율성이 확보되지 않는 것이다. 특히나 #그러나최순실은? 연구처럼 시사적인, 현안을 다루는 연구는 시간적 비효율성이 치명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5 SNS 분석 희망 편 #MeToo 해시태그 운동 분석하기

#그런데최순실은? 이 분석하기 난해한 해시태그였다면 #MeToo는 정반대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2018년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사건 폭로’라는 분명한 의도와 명확한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MeToo 는 “성폭력 피해자들의 사적 고백의 장”이자 “공론화 현장”이었다. 게다가 #MeToo는 어떤 개인이 `선언`하는 형식으로, 밑받침 없이 시작된 해시태그 운동이 아니었다. 내용적으로는 2016년에 있었던 #00내_성폭력 해시태그와 관련 있었고, 형식적으로는 2017년에 Tarana Burke, Alyssa Milano에 의해 대중화된 #MeToo 해시태그와 관련이 있었다. #MeToo 라는 해시태그에 대한 일종의 사회적 합의가 되어있던 것이다.

게다가 내가「트위터에 나타난 미투 운동과 젠더 갈등이슈 분석: 네트워크 분석과 의미분석을 중심으로」[viii]라는 논문을 찾아볼 시점(2019년)은 이미 #그런데최순실은? 을 분석했을 때보다 2년이 지나 있었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빠르게 발전한 데이터 분석 기술이 가미되었을 것이라고 기대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기대한 것처럼 해시태그를 이용한 사회분석 Ver.2019는 좀 더 SNS에 적합하고 의미 있는 분석을 이뤄냈다. 일단 이 논문의 데이터 셋은 `미투 운동`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한 `트윗` 4327개 즉, 모두 SNS 데이터였다. 데이터 분석에는 Full Text를 분석하는 솔루션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NodeXL이라는 네트워크 분석 패키지를 이용했다. 기존의 방법론이 SNS 유저 개인을 `문서`나 `문서군`으로 상정한다면 네트워크 분석의 방법론은 SNS 유저 개인을 하나의 Node로 본다. 그리고 이렇게 접근했을 때 정보전달은 Node 간의 확산에 비유된다. 누가 의제를 설정했고 누가 다시 의제를 역설정하는지 분명치 않은 SNS에서 이는 유효한 접근일 것이다.

분석 결과에서 개인적으로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작가님이 이렇게까지 힘드신 줄 몰랐다”는 텍스트를 포함한 트윗의 전파와 의제설정이었다. 이 트윗은 서지현 검사가 JTBC 뉴스룸에 출연한 18년 1월 29일부터 자료 수집일인 3월 24일까지의 트윗 중 가장 주목받았던 트윗으로 분석되었다. 나는 이 트윗이 어떤 맥락에서 나온 것인지 굳이 역추적하지 않아도 어떤 내용인지 알 수 있었다. 이 사건이 진행되던 당시 실시간으로 이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레진코믹스’라는 웹툰 서비스에서 연재하던 작가의 성추행 피해 사실 폭로가 있었고, 이를 본 팬이 남긴 트윗이었으며, 나 또한 그 작가의 팬이었기에 기억할 수 있었다. 정확한 SNS 분석이 이렇게 미시적인(하지만 중요한) 사회 현상까지 캐치했던 것이다.

이 논문의 데이터 분석에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SNS는 개인화된 서비스인 만큼 트윗 하나를 노드 하나로 계산한 것은 아쉽다. 이렇게 네트워크 분석을 시도하면 결국 트윗과 트윗 간의 관계가 설명될 뿐 유저와 유저의 소통이 설명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NodeXL 패키지가 제공하는 시각화 자료가 다소 장황하고 눈으로 보기에 “몇 개의 그룹이 있네!” 이상의 의미를 찾기 어렵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하지만 `데이터 분석`과 `질적 분석`이 논리적 의존관계에 있지 않고 체감될 정도로 의미 있는 분석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이전의 연구보다 발전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6 동시흥분기점 (대충 관심 끌어 보려고 하는 부제목)

‘SNS 분석 절망편’과 ‘희망편’의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나는 데이터의 품질과 데이터 분석 기술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하고 싶다. 데이터 분석 기술을 발전시키고 적용한 학자들의 노력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데이터 품질에 영향을 주는 서비스 유저들이 어떤 긍정적 영향을 미첬는지는 잘 모르겠다. #MeToo 때처럼 항상 해시태그를 용도에 맞게 사용할 수는 없는 걸까. 그런다면 더 정확한 데이터 분석, 사회를 바라보는 더 나은 관점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를 텐데 말이다.

어쩌면 연구자들의 편의를 위해서 유저들이 양보하자는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건 연구자들에 대한 감정적 옹호라기보단 공적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설득하고 싶다. 유저들의 서비스 이용에서 비롯되는 데이터들은 이제 공공재의 성격을 띠게 되었다. `내가 트위터에 매일 싸는 글이 공공재라고?` 믿기 어렵겠지만 그렇다. 이를테면 작년 이맘때쯤 트위터에서 진행되었던 `국립국어원 말뭉치 구축사업`[ix]이 그랬다. 텍스트 분석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형태소 분석을 필요로 한다. 형태소 분석을 짧게 설명하면 이런 것이다. <동시흥분기점> 당신은 이 단어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동시 흥분 기점? 그런데 짜잔~ 사실은 이렇다.

그림 5. 동시흥 분기점

그러니까 `동시 흥분 기점`이 아니라 `동시흥 분기점`인 것이다. 그것을 우리는 전후 맥락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표지판에 적혀있으니까 동시흥이라는 단어와 분기점이라는 단어를 분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컴퓨터는 어떤 기준으로 동시흥분기점을 파악할까? 그 기준을 세우는 것이 `형태소 분석`이다. 정확히는 말뭉치가 형태소 분석의 기준이 되어준다. 그 말뭉치는 어디에서 나올까? 사람이 실제로 쓰고 말한 자료인 법전, 소설부터 대화록, 설교 녹음까지 다양하다. 그리고 거기에는 SNS 게시글 데이터도 포함된다. `동시 흥분 기점이 되느냐, 동시흥 분기점이 되느냐`라는 중요한 문제가(그리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우리 트위터리안 동지들 손에 달려있는지도 모른다.

#7 이 글의 한계점 및 제언

“… 그래서 이런 내용으로 글을 써보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재미있을 것 같네요. 
흠… 
그런데 트위터 사용자는 어뷰징을 지양해야 한다. 연구자는 좋은 데이터로 좋은 분석을 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뭘 해야 한다는 얘기는 있는데 묘하게 서비스 개발자가 뭘 해야 한다는 얘기는 없네요.”

“음… 그러네요.”

“그런데 회전초님은 사실 따지고 보면 서비스 개발자 아닌가요?”

“그렇죠… 헠ㅋㅋ”

이런 대화를 나누고 민망해진 나는 서비스 개발자의 덕목이나 뭐 그런 것들을 내용에 추가하기로 했다. `서비스의 기능`을 두고 이루어지는 유저-연구자-개발자의 삼파전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서비스 개발자인지도 모른다. 해시태그의 등장과 변천사가 이를 방증한다. 유저가 흥미로운 기능을 제안했다. 그래서 해시태그라는 것을 만들었다. 이후에 유저가 해시태그로 묶인 글을 더 편하게 보고 싶어 했다. 그래서 하이퍼링크를 추가했다. 유저들이 어떤 해시태그가 언급되고 있는지 궁금해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실시간 트렌드를 도입했다. 실시간 트렌드를 도입하니 어뷰징이 눈에 띄게 늘었다. 그래서 계정에 리밋을 걸거나 제재를 가했다. 같은 주제가 여러 해시태그로 나뉘는 것을 보고 실시간 트렌드에서 해시태그를 직접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주제 분석된 키워드로 제공한다. 이런 노력은 굳이 따져보지 않아도 유저의 편의성을 높였고, 데이터 분석의 지평을 넓혔을 것이다.

그래서 결론은 `열심히 하겠습니다.` 뭐 그런 것이다. 대단한 것을 개발하는 건 아니지만 어쩌면 만족하는 유저가 한 명이라도 늘어날 수도 있고, 연구에 필요한 좋은 데이터가 되어서 새로운 논문이 나올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그리고 유저로서 서비스를 즐기는 것도 좋아하고, 흥미로운 논문을 찾아 읽는 것을 좋아하니까.


[i] “Groups for Twitter; or A Proposal for Twitter Tag Channels”, https://factoryjoe.com/2007/08/25/groups-for-twitter-or-a-proposal-for-twitter-tag-channels/

[ii] “This Twitter user ‘invented’ the hashtag in 2007 — but the company thought it was ‘too nerdy’”, https://www.cnbc.com/2020/01/09/how-chris-messina-got-twitter-to-use-the-hashtag.html

[iii] 직역하자면 ‘오용’으로 넓은 의미에서 ‘소프트웨어의 오용을 통해 부당하게 이익을 챙기는 것’을 뜻한다.

[iv] 이동환, 강내원, 전종우 (2017), 「SNS를 통한 시민 사회운동의 공론화 과정」, 『사이버커뮤니케 이션학보』, 제34권 제2호, pp. 83-123

[v] 한국경제(2016.11.27), 「주말 광화문 촛불집회 통신 트래픽 평소의 20」, https://www.hankyung.com/society/article/2016112796368

[vi] Yu D., Xu D., Wang D. and Ni Z. (2019), “Hierarchical Topic Modeling of Twitter Data for Online Analytical Processing”, IEEE Access, Vol. 7, pp.12373-12385

[vii] Zheng L. and Han K. (2013), “Multi Topic Distribution Model for Topic Discovery in Twitter”, IEEE Seventh International Conference on Semantic Computing, September, pp.420-425

[viii] 이종임, 홍주현, 설진아 (2019), 「트위터에 나타난 미투(#Me Too)운동과 젠더 갈등이슈 분석: 네트워크 분석과 의미분석을 중심으로. 」, 『미디어, 젠더 & 문화』, 제34권 제2호, pp. 99-146

[ix] 「국립국어원 말뭉치 구축 프로젝트에 참여하실 트위터 사용자 모집」, https://twitter.com/for_research2/status/1150622596896923648


읽을거리

구기연 (2019), 「혁명 거리의 소녀들(#GirlsofRevolutionStreet): 해시태그 정치를 통한 이란 여성의 사회 운동」, 『비교문화연구』, 제25권 제1호, pp. 5-43

타국의 여성운동에 관해 관심이 있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논문입니다. 논문은 #GirlsofRevolutionStreet 해시태그를 예시로 이란 여성들이 히잡을 벗고 사진을 찍어 사이버 페미니즘을 실천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연대의 중요성을 되짚는 논문 말미가 특히나 인상적이었습니다.

김해원, 박동숙, 이재원, 정사강, 강혜원, 백지연 (2018), 「5월 19일, 여성들은 혜화역에 어떻게 모였나?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의 의제화와 조직화 과정을 중심으로」, 『언론과 사회』, 제26권 제4호, pp. 85-139

「트위터에 나타난 미투(#Me Too)운동과 젠더 갈등이슈 분석: 네트워크 분석과 의미분석을 중심으로.」를 읽고 흥미가 생겼다면 그다음에는 이 논문을 읽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특히 본인처럼 관련 연구에서 자주 인용되는 Castells의 네트워크 사회와 Bennett, Segerberg의 연결행동 모델에 대해 모르는 상태라면 해시태그 운동을 사회학이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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