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과 마주치다

서울대학교 아시화도시사회센터 연구원
최희진
feelingshj@naver.com

“도로는 끊임없이 인간을 앞으로 몰아낸다. 조급해지고 서두르게 되는 경향은 필연적으로 이 도로의 본질에 속해서 인간은 어쩔 수 없이 그 강박 속으로 빠져든다. 머뭇거리지 말고, 멈춰 서지도 말고, 계속 앞으로, 가능한 한 빨리 앞으로 나아가라고 도로는 강요한다. 이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1]

볼노는 머무는 공간과 달리 도로에서 이동하는 사람이 경험하는 공간을 설명한다. 도로 위에 운전자는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앞쪽으로 나아간다. 빠른 속도로 내달릴 때 운전자에게 측면의 풍경은 무시되고 피상적 접촉만 남는다. 도로 위에서는 달리는 속도와 함께 스쳐 지나가는 관계가 된다. 앞으로 더욱 빨리 갈 수 있는 고속도로 위에서 운전자는 휴게소 내지 쉼터에서 오직 휴식을 취할 때 멈춤이 허용된다. 이보다 더 짧은 순간 멈춤이 허용된 공간이 있다. 고속도로 통행료 요금소(톨게이트)이다. 톨게이트에 들어선 운전자는 속도를 줄여 한 평 남짓 톨부스(Tollbooth)에 있는 수납원과 마주한다. 수납원은 통행료를 정산하기 위해 운전자와 만나는 창문에 한쪽으로 팔을 뻗고 고개를 돌리는 일을 반복적으로 수행한다. 앞쪽으로 향하는 운전자는 옆을 돌아보고 수납원에게 요금을 지불하고 고속도로를 빠져나간다.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요금은 천이백원입니다. 이천원 주셨습니다. 거스름돈 팔백원 드립니다. 안녕히 가십시오.”[2]

시장경제체제에서 도로에 가치를 매기는 것(road pricing)은 사회 전반의 복지와 효능을 위해 외부성을 고려한 것이다. 도로 이용자에게 한계비용을 적용해 혼잡세를 부과하는 것은 대기오염과 소음을 줄이는 부산물로서 사회적 편익이 증대된다는 가정이다.[3] 혼잡세, 즉 통행료는 도로를 유지하고 보수하는 것뿐만 아니라 수익성과 효율성을 위해 이용자가 기꺼이 지불 가능한 비용으로 책정된다. 이를 위해 통행료를 처리하는 기술은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있다. 1968년 경인·경수고속도로가 건설되면서 유료도로 통행료 체계가 구축되었다. 당시 경향신문 기획기사에서는 미국과 일본 고속도로 시설과 운영방식을 비교하는데, 무인과 자동, 기계를 통한 요금수납에 대한 선망을 엿볼수 있다. 

<그림 1> 1968년 12월 경인·경수고속도로 개통에 따른 기획기사

“우리나라에서 도로를 새로 닦고 돈을 거두기 시작했을 때 운전사들은 처음 당하는 일에 야속한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나 뉴저지주의 경계를 넘어서면 ‘어서오십시오. 여기는 뉴저지입니다’라는 환영의 간판에 이어 바로 <돈 내는 곳>이라고 안내 간판이 따라나올 정도로 미국의 요금징수는 무정하다. (중략) 요금의 징수도 여러간이 있는데 그중 맨 오른간에만 직원이 있고 나머지는 징수기계만 있다. 창 너머로 징수기의 망태기에 돈을 던지면 그렁하는 소리와 함께 길 앞의 파란불이 켜지고 ‘댕큐’하는 글씨가 나온다. 이것이면 다 된 것. (중략) 일본은 극히 일부에만 자동 징수기가 있고 거의 대부분 우리나라처럼 직원이 돈을 받고 영수를 준다. 우리나라의 요금은 1km당 3원50전이 기준으로 일본과 비슷하며 일일이 사람이 거두게 된다.”[4]

반세기 동안 통행료 수납 방식은 요금 징수통에 동전을 넣는 방식에서부터 고속도로 입구에서 통행권을 뽑고 실운행거리에 따라 출구에서 통행권에 대한 요금을 지불하는 형태로 변화하였다. 특히 1997년 ‘논스톱 징수제’라는 전자통행료 지불 시스템(Electronic Toll Collection System, ETCS)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2007년부터 하이패스(Hi-Pass)가 전 영업소에 설치되었다. 하이패스 톨게이트에 들어선 운전자는 차를 멈추지 않고 시속 30km 속도로 지나갈 수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는 다차로 하이패스를 설치하고 전 구간 스마트톨링(Smart Tolling)을 도입할 계획을 발표하였다. 스마트톨링은 주행 속도를 줄이지 않고도 차량번호판을 인식해 통행료를 자동 부과하는 사후정산 시스템으로써 병목 현상을 해소하고 통행 속도는 30%이상 빨라지고 사회적 편익은 2,000억 원에 이르는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5] 특히 도로공사는 스마트톨링을 통해 “사람중심의 첨단 고속도로”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요금 수납의 노동력을 줄여 효율성 극대화를 꾀하고 있다. 이처럼 고속도로 통행료 수납 시스템에 관한 새로운 기술 도입은 도로 이용자를 위한 빠르고 안전한 체계를 갖추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통행료를 수납하는 업무는 점차 자동화되고 무인화 형태로 대체된 듯하다. 수납원의 노동력은 부차적이거나 불필요한가? 단지 고속도로 위에서 통행료를 처리하는 그 순간에 혼잡을 유발하는 비효율 때문인가? 그렇다면 도로 이용자를 위한 기술혁신은 이러한 노동력을 온전히 대체할 수 있을까? 혹자는 통행료 수납 업무를 ‘없어질 일자리’로 쉬이 여긴다. 그러나 필자는 기술로 인해 대체된 노동력이라는 관점에서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요금 수납원이 보이지 않는 노동이 되는 까닭을 묻고 싶다. 여기서 필자가 주목한 점은 요금 수납원이 수행한 노동과 체험이 묵살되거나 그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지 않는 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버스 안내원[6]이 ‘사라진 직업’에 위치해 그들이 수행했던 노동과 저항은 역사 한 켠에 남겨져 있을 뿐이다. 그때 말한 사람들은 왜 기록에만 남겨진 것으로 여기는 것인지 그리고 지금과는 얼마나 다른지 묻고 싶다. 

이 연구는 도로 공간을 일터로 삼는 주변화된 노동력과 그들의 경험에 초점을 둔다. 필자는 2017년부터 문헌 조사를 시작으로 2019년 현장 관찰, 인터뷰를 통해 고속도로 요금 수납원에 대한 이야기를 수집하였다. 우선 정윤영(2015)와 변정윤(2016)[7]의 글을 통해 톨게이트 여성 노동자의 노동 환경을 확인하였고, 각종 신문기사와 방송[8], 그리고 이용덕(2020)의 책 “우리는 옳다!”[9]를 통해 톨게이트 노동자의 대량 해고를 둘러싼 갈등과 투쟁과정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필자는 2019년 6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송추영업소를 방문하였고, 2019년 7월 3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공공부문 비정규직 파업 전국 노동자대회에 참여하는 것을 시작으로 효자동 청와대 앞과 서울톨게이트 노숙 투쟁 현장을 찾아 톨게이트 노동자를 만났다. 당시 몇 차례 만나 뵌 분이 김천에 있는 도로공사 본사에서 투쟁하면서 그곳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리고 그해 11월 관악맑스주의 연구회 등 주최로 서울대에서 열린 <톨게이트 노동자와 함께하는 간담회>에 참여하였고, 평화살롱 레드북스에서 영화 <우리들은 정의파다>[10] 상영회와 함께 동일방직 여성노동자와 톨게이트 노동자와의 간담회에 참석하였다. 구체적으로 이 글은 2019년 7월부터 그해 겨울, 톨게이트 해고 노동자의 투쟁 과정에서 만난 분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일터와 투쟁 현장을 다시 그린다. 

길 위의 인간과 톨부스(Tollbooth)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에게는 ‘도로 위에 마네킹’이라는 수식어도 있지만 그들은 가만히 놓인 사람들이 아니다. 도로 위에서 진동과 소음, 매연에 노출된 상태에서 하루 24시간을 8시간으로 나눈 초번-중번-날번 3교대 근무를 한다. 톨부스 옆 하이패스 차로에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차량으로 인한 흔들림은 기본이고, 심지어 하이패스로 오인한 운전자는 톨부스를 그대로 지나치는 돌발 상황도 발생한다. 이들은 도로 위에서 진동으로 인한 몸의 떨림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실제로 톨부스를 버스, 화물차와 같은 대형차량이 들이받아 위험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대관령 톨부스 바로 옆에 하이패스가 지나가는데 야간에 큰 화물차가 지나가면 흔들려, 그 운전수가 졸면서 운전해 박으면 어떻게 하나 공포스럽지. 위험한 직종인데도 그렇게 분류가 안되고. 사고로 죽는 사람이 있는데 뉴스화되지 않아서 ‘여기서 죽으면 개죽음이다’라고 저속한 말로 밖에 표현할 수 없죠.” – 2019년 7월 11일 톨게이트 해고 노동자 투쟁에서 만난 분 (황ㅇㅇ님)

<그림 2> 톨게이트 요금수납소 사고 현장[11]

“고속도로 영업소 사이에서 모든 일을 해요.”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은 이렇게 말한다. 차량이 요금소를 빠져나갈 때 통행권을 받아 요금을 계산하는 업무와 더불어 하이패스로 처리가 안된 미납 업무를 처리하거나 영상보조 업무, 과적 및 적재불량 차량을 단속하거나 민원을 처리한다.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은 눈 내리는 날이 가장 힘들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하이패스 차로의 차량 번호판 인식기에 염화칼슘이 튀거나 습기가 차는 것을 방지해야 하기 때문에 수납원이 하이패스 차로에 가서 기계를 만져야 한다. 다음과 같이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당시 일했던 현장의 경험을 생생하게 전해주는데, 영업소 주변 도로 위에 눈이나 모래가 쌓이면 치워야 하고, 차량에서 물건이 떨어져도 치워야 하고, 취객이 등장하면 또 나서야만 하였다. 이들은 통행료를 처리하는 과정뿐만 아니라 도로 시설 관리나 그 외 비공식적인 업무를 엄연하게 수행하고 있었다.

“비공식적으로 하는 업무도 있어요. 겨울에 눈이 오면 눈을 치워야 해요. 염화칼슘을 뿌리고. 그리고 노면에 떨어진 것이 고속도로 상에 있는데 영업소 인근에 떨어진 경우가 있잖아요. 500m 눈에 보이는 거리면, 고속도로 입구는 8차선, 9차선 넓은 도로 잖아요. 안전봉 하나를 들고 그냥 가서 노면에 떨어진 물건을 치우라고 해요. 정말 목숨 걸고 하는 거예요. 또 밤에 주객들 처리하는 거. 고속도로 잘못 타고 사이드 브레이크를 안 땡기고 온다고 하면은 과열이 돼서 영업소 요금수납하는 바로 앞에서 불이 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차량이 화재, 이거를 그냥 소화기로 절대 못 끄거든요. 우리가 소화기를 들고 가서 끄는 시늉이라도 무조건 해야 되는 거에요. 차량이 폭발될 수도 있고 그렇잖아요. 그런 위험을 무릎 쓰고 보여지기식 민원 처리인데 다 동원되고.”

– 2019년 11월 12일 <톨게이트 노동자와 함께하는 간담회> 중 (윤ㅇㅇ님)

“저 같은 경우, 눈 오는 날이 싫어해요. 하이패스 차로는 차로 염화칼슘을 막 뿌리고 가거든요. 그러면은 OBD라고 차량번호 읽는 인식기가 있어요. 거기에 염화칼슘이런 게 튀면 차는 지나가는데 번호판 인식을 못해요, 하이패스 그 차가 지나다니는데 차가 안 오는 틈을 타서 가서 그거를 뜨거운 물로 닦아야 해요. 차가 저기 온다 하면 막 닦고 피해야 하고, 버스가 지나가면 내 몸이 흔들려요. 막 닦고 피해야 하고, 이런 식으로 자주 해요. 또 얼면 습기차고 얼어요, 하이패스 차로가 막히면 안되니까. 기계에 습기제거도 해줘야 되고, 너무 위험해요.” – 2019년 11월 12일 <톨게이트 노동자와 함께하는 간담회> 중 (모ㅇㅇ님)

게다가 톨게이트를 지나며 통행료를 지불하는 운전자들은 그 잠깐의 시간에 화를 내고 욕을 하거나 자신의 신체를 보여주거나 하는 등의 폭력을 행사하였다. 산업안전보건연구소(2015)가 조사한 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수납원의 근로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요금수납원은 “감정조절의 요구 및 절제” 항목에 76.9점으로 비교적 높은 수치로 위험군에 속하며, 이는 고객의 과도한 서비스의 요구와 조직 내 상담 창구의 부재로 인한 것으로 설명한다.[12] 심지어 톨게이트 노동자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도 고객 응대라는 이유만으로 마스크를 착용하지 못한 일례가 있을 정도다.[13]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고객을 응대하는 서비스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고, 이에 대한 평가가 이뤄져 ‘친절함’을 기본으로 하는 감정노동을 감당하고 있었다.[14]

“3월부터 도로공사에서 업체를 선정해서 (모니터링) 차량들이 영업소를 돌아 댕겨요. 그 영업소에 가서 고객한테 친절한가. 그걸 조사하는 거에요. a+, a-, a, b+, b-, b. (중략) ‘그 영업소는 얼마나 친절했고, 미납을 얼마나 잘 받았고, 환경관리를 잘했는가, 우리 근무자들한테 복지 같은 것을 잘했는가.’ 영업소를 1년에 한 번씩 평가를 해요. 영업소 위에 바로 지사가 있어서 지사에 보고하도록 되어있고 잘못 받으면, 영업소 점수가 깎이는 거죠. (중략) 항상 모니터링이 올 거라고 예상하고 잘 받아야지. 영업소의 사장한테 찍히지. 스트레스 받지. (중략) 우리 매뉴얼이 있어요.” – 2019년 7월 4일 톨게이트 해고 노동자 투쟁에서 만난 분 (윤ㅇㅇ님) (필자가 일부 고쳐 씀)

“일을 하다 보면 위험한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기계가 노후가 되다 보니까, 우리가 얘기하는 ‘기계가 죽었다’ 갑자기 쑥 꺼져버려요. 그 상황에서는 그 대처를 근무자들이 해야 돼요. 고객들은 늦다고 욕을 하죠, 듣도 보도 못한 욕을. 제가 농담삼아 하는 얘기는 여기서 근무하면서 느는 것은 ‘술과 욕 밖에 없다’고 해요. 차들이 막 양쪽을 다니면 거기를 뛰어나가서 차를 막아야 하고 후진을 시켜야 하고 모든 걸 근무자들이 해요.” – 2019년 11월 12일 <톨게이트 노동자와 함께하는 간담회> 중 (이ㅇㅇ님)

균열 일터와 간접 고용

고속도로가 전국 방방 곳곳에 확대되면서 영업소는 지역에서 주요한 일자리 중 하나이지만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늘 고용불안에 시달렸다. 1990년대 말 IMF 외환위기 이후 정부는 공공부문의 인력관리와 경영에 개입해 외주 위탁 확대를 통한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하였다.[15] 조순경(2011)의 연구는 2000년대 KTX 여성 승무원의 외주화와 대량 해고 사례를 통해 노동시장 유연화와 가부장적 성별 분업 체계가 여성 비정규직 노동에 대한 차별을 은폐시키고 재생산되는지를 밝혔다. 특히 여성 집중 직종에 단순, 저숙련, 저부가가치 노동력은 일차적으로 수량적 노동 유연화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도로공사는 경영혁신과 효율성이라는 가치 하에 1995년부터 신설영업소를 외주화하기 시작했고, 1998년 기획예산위원회의 공기업 경영혁신 계획에 따라 서울 관문영업소 10개를 제외한 나머지 영업소를 외주화하면서 2008년 12월 전국 모든 영업소의 통행료 수납업무도 외주화하였다.[16] 이러한 외주화 과정에서 톨게이트 영업소 대부분을 도로공사 퇴직자가 수의계약을 통해 운영하고 있으며, 낙착률을 조정해 위탁수수료를 받고, 장애인이나 새터민을 수납원으로 채용해 정부지원금을 별도로 받기도 한다. [17]

이러한 맥락 속에서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은 외주회사 소속으로 1년에 한 번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였다. 몇 년 동안 같은 영업소에서 일을 수행해도 계약하는 외주업체만 바뀌는 경우가 허다했다. 게다가 이러한 간접 고용은 외주업체가 바뀔 때마다 고용승계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공공부문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상 “일반용역 중 청소·경비·시설물관리 등 단순노무용역에 적용한다”고 명시되어 있으나, 사측에서는 요금수납원을 고용승계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며 기존에 일하던 수납원이 일자리를 잃기도 하였다.[18] 필자가 만난 요금 수납원 대부분이 중장년층 여성들과 일부는 몸이 불편한 분들이었다. 3교대 계약직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아이들을 키우거나 집안에 주요한 경제적 수입을 가져오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일자리를 잃는 두려움이 더욱 컸을 것이다. 톨게이트 노동자로서 일을 하면서도 불합리하거나 부당함을 느껴도 쉽게 나서기 어려웠다고 한다. 그러나 이를 악용하는 영업소가 있었다. 영업소에서 장애인을 고용하면 보조금이 지급되는 것을 이용해 장애를 가진 요금 수납원은 3년마다 다른 영업소로 옮겨 다니기도 하였다. 임금과 고용에서 나타난 문제뿐만 아니라 피복비라고 해서 유니폼 비용이 1년에 1인당 24만원 정도 책정되어 있는데, 영업소 사장이 착복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50년 동안 만들어진 도로공사의 벽은 깨지지 않고 높은 담장과 같은 카르텔을 쌓고 있었다. 그러한 두꺼운 벽을 깰 수 있는 수납원의 메아리가 쉽게 울려 퍼지기 어려웠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영업소 사장과 관리자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당해도 강력하게 호소할 수 없었다. 실제로 도로공사에 문제제기를 하였으나, 유야무야 넘어가고 개선되지 않았다고 한다. 도로공사와 영업소 사장 간의 관계는 선배와 후배라는 같은 회사 내지 같은 부류의 사람으로, 영업소에 일하는 수납원은 다른 부류의 사람으로 간주되기도 하였다.  

2019년 하반기 대량 해고 사태 이전에 전국 고속도로 354개 요금소에는 외주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은 6,500여 명의 요금 수납원이 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50대 이상 중장년층으로 향후 10년 이내 정년 60세에 도달하는 비율이 절반을 넘었다.[19] 이는 하이패스 이용률이 80% 육박할 당시에도 요금 수납원의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자연 퇴사로 줄어든 일자리를 대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하이패스 보급이 확대되어도 노동이 없어지거나 사라지는 게 아니다. 오히려 각 영업소에는 기존 통행권 시스템을 처리하는 노동자가 있어야 하고, 하이패스 기계 오류로 인해 차량 인식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에도 노동자는 차량 번호를 일일이 대조해 보며 미납 업무 처리를 하게 된다. 요금 수납원에게 미납 업무 처리도 일종에 중요한 작업인데, 어떤 영업소에서는 수납원에게 미납 업무를 처리하는 데 등수를 매겨 경쟁을 하기도 했다.[20] 미납요금이 10원이든, 10만원이든 상관없이 처리하는 건수에 따라 가장 많이 처리한 직원에게 계약 연장의 기회를 주거나 하는 식이다. 계약을 연장하는 권한을 지닌 영업소 관리자와의 권력관계를 이용하여 동료간 경쟁체제를 만드는 것이다.  

2013년 서울·경기 수도권 529명의 요금 수납원은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하였다. 2015년 1심, 2017년 2심을 승소하고 2019년 8월 소송을 제기한지 6년만에 해고된 304명(미해고자 포함하면 368명)이 대법원으로부터 승소 판결을 받았다.[21]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용역업체 소속임에도 사실상 도로공사의 지휘와 명령을 받아 일한 점에 비춰보아 톨게이트 노동자와 도로공사는 근로자 파견 관계가 인정된 것이다.[22] 따라서 파견업체 소속이 아니라 도로공사 소속이라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 직접 고용이 확실해진 상황이었다. 이렇듯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을 진행하는 와중에 2019년 7월 톨게이트 노동자 1,500여명이 대량 해고되었다. “설마 짤릴까?(해고 될까)”라고 했던 의문이 현실로 다가왔고, 이들은 해고 통지서를 받았다. 해고된 이들은 한국도로공사 자회사 전환에 따른 자회사로 옮기는 계약에 서명하지 않았다. 정부에서 제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추진계획(이하 정부가이드라인)”에 따라 도로공사는 자회사를 설립해 요금 수납원을 고용하는 방침을 낸 것이었다. 소송 중에 있던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직접고용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도로공사가 제안한 자회사 근로계약 신청서는 2019년 7월 1일부터 고속도로 통행료 수납 관련 업무를 하고 정년은 만 61세로 하며, 다음과 같이 현재 진행 중인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의 결과를 포기한다는 조항이 담겨있었다. 이에 부당하다고 느낀 노동자들은 자회사 전환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았고, 7월부터 노동자의 권리와 직접고용을 외치며 농성에 돌입하였다. 실제로 톨게이트 해고 노동자들의 투쟁 과정에서 만난 분들과의 이야기에 따르면, 도로공사가 톨게이트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위한 조치를 취한 게 아니며, 노동자로서의 법적 권리까지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다. 심지어 자회사 전환에 동의하지 않으면 수납업무 외에 도로환경정비와 쉼터 청소로 업무를 배정하겠다는 도로공사의 회유와 강압이 있었다고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말하였다. 

“현재 진행중인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의 소의 이익(확인의 이익)과 자회사 전환 이전까지 기간에 대한 임금(손해배상) 청구소송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공사는 임금(손해배상) 청구소송의 판결 결과에 따라 조치할 것을 보장합니다. 또한, 근로자가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승소하더라도 자회사 근로조건에 동의하며 자회사 전환의 효력은 유지됩니다.” – 2019년 7월 7일 톨게이트 해고노동자 투쟁에서 만난 분이 보여준 ‘한국도로공사 자회사 근로계약서’ 내용 중 일부

A sign on the side of a ro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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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2019년 7월 7일 서울톨게이트 앞 

<그림 4> 2019년 7월 7일 서울톨게이트 앞 

거리에 모인 신체들 그리고 연대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2019년 7월 1일부터 경부고속도로 서울톨게이트 캐노피 위에서 울려 퍼졌다. 42명의 해고된 요금 수납원이 캐노피에 올라가 폭염과 폭우에 98일을 버텼다. 그리고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경부고속도로 서울톨게이트 하행선 6개 차로를 온 몸으로 멈춰 세웠다. 전국 각지에서 요금 수납원으로 일하던 노동자들은 해고되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서울톨게이트 고속도로 위, 광화문 광장, 청와대 앞, 김천 도로공사 본사 안, 국토교통부 장관과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무실 안, 부산 해운대 벡스코 앞, 종로 한복판 등으로 흩어지고 모이고 버텨냈다. 한여름에는 고속도로 캐노피 위에서의 고공농성과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 뛰어들어 맞서는 것뿐만 아니라 늦가을과 한겨울에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두 팔꿈치, 두 무릎, 이마를 바닥에 닿아 절하는 오체투지 행진을 이어갔다. 길 위에 뜨거움과 차가움을 온 몸으로 한데 느끼며 염증과 피부질환, 육체적 피로감도 잠시 투쟁하는 동료들과 투쟁을 일상으로 삼아 위로하고 견뎌냈다. 그리고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농성장에서 다양한 연대자들과 촛불집회, 영화제와 문화제, 희망버스, 뜨개질, 춤과 노래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림 5> 2019년 7월 4일 서울톨게이트를 막아선 요금 수납원[23]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공공집회를 비롯해 다양한 형태의 움직임을 통해 노동의 불안정성을 말하고 행동하였다. 삶이 위태로워진 상황에도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행동을 통해 살아갈 수 있는 조건들을 요구하고 또 움직였다. 이들은 전국 각지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로, 자녀 결혼식 다음날 투쟁에 뛰어든 어머니이자 노동자, 수능 시험 보는 자녀를 둔 어머니이자 노동자, 농사를 뒤로한 채로 올라온 농부이자 노동자였다. 이들이 처음 집회에 참여했을 때에는 어떤 방식으로 저항하고 투쟁해야 하는지는 몰랐지만 생애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길 위에 서서 행동하였다. “단지 신체들이 거리에, 광장에, 혹은 다른 형태의 공적 공간에 모일 때, 그들은 복수적이고 수행적인 출현할 권리를 실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24]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한데 모인 신체들은 우리가 여기에 있고, 불안정성에 저항하고, 함께 살만한 삶을 살고자 움직였다. 함께 투쟁하던 신체들은 이제 다시 노동 현장으로 복귀해 고속도로 위에 있다. 이들 노동자들은 원래 일하던 영업소 보다 먼 거리에 있는 영업소에 일을 배정받아 고속도로 관리 및 청소 업무를 하고 있지만, 이제는 ‘대판자(대법원 판결을 받은 자)’라 지칭하며 힘든 업무에도 당당하게 수행하며 여전히 고속도로 위에서 일하고 있다.[25]

2019년 서울톨게이트 캐노피에 올라간 여성들의 투쟁은 역사적으로 이어져왔다. 이들의 움직임은 1931년 평양 을밀대 위로 올라간 여성에서부터 1970년대 ‘우리들은 정의파다’를 외치던 동일방직 여성노동자, 1980년대 ‘풀은 밟혀도 다시 일어선다’의 주인공 원풍모방 여성노동자, 2000년대 이랜드-뉴코아, 까르푸-홈에버 대형마트 여성노동자, 구로디지털단지 콜센터 상담사, KTX승무원 등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수많은 여성노동자들이 말하고 행동해 온 것이다. 여성노동자들이 불안정한 노동 환경에 맞서 자신의 목소리로 차별을 극복하는 과정은 현재진행형이다. 우리는 ‘정의’와 ‘진실’을 말하는 이들의 행동에 대해 다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누군가는 이들의 행동을 무모한 도전이라 말하며, 심지어 ‘떼쓰는 여자들’이라 부르며 혐오 발언이 난무하기도 한다. 이는 자신이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에 대한 무감각함의 산물이자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성노동 과정에 대한 무관심의 결과 이기도하다. 비가시화된 여성노동 과정에 대한 공감과 연대적 책임감의 부재에 대해 우리는 일말의 부끄러움도 느끼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는 함께 살아가는 타인의 삶과 마주하기를 거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글은 우리의 삶과 마주하기를 시도하고자 하는 필자가 마음 한 편에 쌓인 빚에 대한 고백이며 연대이다.[26]


[1]  오토 프리드리히 볼노, 이기숙 옮김 (2014), 『인간과 공간』, 에코리브르, 136쪽.

[2] 2019년 7월 4일 톨게이트 해고 노동자 투쟁에서 만난 윤ㅇㅇ님은 통행료 수납을 처리하는 방법과 고객 응대 매뉴얼에 대해 필자에게 설명함.

[3] Timothy D. Hau (2006), “Congestion Charging Mechanisms for Roads, Prat 1. Conceptural Framework”, Transportmetrica, 2:2, pp. 87-116.

[4] 경향신문(1968.12.19.), 「京仁(경인)·京水(경수)개통에 붙이는 특별가이드 이것이 하이웨이(3)부대시설」

[5] 동아일보(2018.07.12), 「[횡설수설/고미석] 무인 톨게이트 백지화」, http://news.donga.com/3/all/20180712/91013402/1 (검색일: 2019.05.30.)

[6] 르몽드디플로마티크(2021.01.10), 「열여덟의 버스안내양을 죽음을 내몬 그들의 폭력」, http://www.ilemonde.com/news/articleView.html?idxno=13946

[7] 변정윤 (2016), 「‘욕설은 기본’, 톨게이트 여성노동자의 호소-요금소 부스 안에서 12년, 이윤주 씨」, 여성노동자글쓰기 모임, 『기록되지 않은 노동 – 숨겨진 여성의 일 이야기』, 삶창; 정윤영 (2015), 「고속도로 위 마네킹처럼 앉아 있는 그녀들 서울고속도로 톨게이트 수납원 한은미씨」, 최규화 외, 『숨은 노동 찾기 – 당신이 매일 만나는 노동자들 이야기』, 오월의 봄.

[8] 연합뉴스(2019.06.05),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들 “한국도로공사, 수납원 직접 고용하라」, https://www.yna.co.kr/view/AKR20190605155200004; KBS 거리의 만찬(2019.08.09), <고속도로 로망스>; KBS 시사 직격(2020.01.17), <겁 없는 여자들 : 요금수납원 해고, 200일의 기록>; 김도준 외 (2020), 영화 <보라보라>

[9] 이용덕 (2020), 『우리가 옳다! – 세상을 뒤흔든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7개월』, 숨쉬는 책공장.

[10] 이혜란 감독의 2006년 영화 <우리들은 정의파다>는 1970년대 동일방직 여성노동자들이 부당한 노동환경에 맞서 30년이 지난 현재까지의 투쟁 과정을 그림.

[11] 사진 제공: 2019년 7월 톨게이트 해고 노동자 투쟁에서 만난 분

[12] 산업안전보건연구원 (2015), 『고속도로요금소 요금 수납원 근로환경 실태조사 연구』.

[13] 중앙일보(2017.04.09), 「[단독] 미세먼지 대란에 마스크도 못쓰는 톨게이트 수납원」, https://news.joins.com/article/21455315

[14] 매일노동뉴스(2014.11.03), 「[성희롱에 골병까지 든 톨게이트 여성노동자들] “더는 억지 웃음 지을 수 없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8361

[15] 조순경 (2011), 『노동의 유연화와 가부장제』, 푸른사상.

[16] 서울동부지방법원 2015.1.6. 선고 2013가합2298 판결 [근로자지위확인 등]에 나와 있는 ‘통행료 수납업무의 외주화 경위’를 참고함.

[17] 신동아(2011.12.21), 「도 넘는 퇴직자 전관예우…수의계약으로 톨게이트영업소 싹쓸이」, https://www.donga.com/shindonga/article/all/13/110812/1

[18] 매일노동뉴스(2019.04.12), 「고용승계 배제됐던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4년 만에 복직」,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7851

[19] 시사인(2019.11.06), 「톨게이트 수납원은 없어질 직업일까」,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0565

[20] 서울신문(2019.07.28), 「20년간 시달린 요금소 고용불안…엄마들의 끝장투쟁」,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90729013009 (검색일: 2021.01.10)

[21] 한겨레(2019.08.30), 「‘도공 직원’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들 “1500명 전원 직접고용하라」, 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907833.html

[22] 월간 노동법률(2019.10), 「도로공사 불법파견 인정 판결」. 이 기사는 톨게이트 수납원의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 대한 대법원 판결 내용과 고용 문제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음.

[23] 영상 제공: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 노동조합, 필자 캡처.

[24] 주디스 버틀러, 김응산, 양효실 번역 (2020), 『연대하는 신체들과 거리의 정치』, 창비.

[25] 일다(2020.05.11), 「‘도로공사 수납원들’ 어디서 무슨 일을 하고 있나?」, http://ildaro.com/8726; 한겨레(2020.05.15), 「법원,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직접고용 논란 종지부 찍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45148.html. 현장 복귀를 한 노동자들의 상황을 위의 두 기사를 통해 참조함.

[26] 필자는 2017년 6월 석사 과정 <공간의 문화사회학> 수업에서 “고속도로 요금수납원의 공간과 장소”라는 주제로 연구계획서를 작성하였다. 그동안 석사 학위를 마치고 연구기관에 일하며 독립적인 연구 활동은 잠시 묻어두게 되었다. 다시 독립연구자로서 활동을 하고자 2019년 6월 한국공간환경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수납 여성노동자의 경험을 통해서 본 모빌리티 연구”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였다. 그리고 그해 7월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대량 해고 사태를 겪으며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며 농성하였고, 필자도 톨게이트 노동자들을 쫓아다니며 그들의 이야기를 모았다. 하지만 미숙한 독립 연구자로서 필자는 어떠한 접근과 이론으로도 연구 논문을 쓰는 게 쉽지 않았고 지금도 고전을 겪고 있다. 당시 이야기를 나눠주신 분들께 감사함과 큰 도움이 되지 못한 죄스러운 마음뿐이지만, 어떻게든 결과물로 나올 수 있도록 격려해준 동료 연구자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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