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내믹 코리아’의 대기 보전주의

서울대학교 대학원 협동과정 환경교육 전공 박사과정
안새롬
me2th@snu.ac.kr

환경 보전주의는 환경 정책, 환경 운동, 시민들의 자발적 환경 행동의 역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보전주의는 다양한 맥락에서 여러 가지 모습으로 출현하지만 환경오염을 줄이고,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을 만든다는 분명한 목표와 규범적인 실천 방향을 공유하는 것처럼 보인다.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의 실현 가능성, 대중화 가능성이지 목표나 방향 자체는 아니다. 그러나 보전주의는 늘 환경 보전을 목표 삼아 작동하는가? 늘 환경 보전을 향하는가?

2000년대 초반 한국의 대기 보전 운동은 깨끗한 대기질 만들기를 목표로 하는 ‘순수한’ 보전주의 대신 세계 경제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국가 만들기를 위한 마케팅 전략에 따라 국가주의적 동원이 작동한 사례다. 2002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만들어진 국가 브랜드 ‘다이내믹 코리아(Dynamic Korea)’에서 대기오염에 대한 문제의식은 다른 지역들과는 절연된 상태의 특정 도시(월드컵 개최 도시)에 머물렀고, 대기오염을 야기하는 산업 개편보다는 자발적인 시민의 행동이 대기 보전의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여기서 시민단체들은 대기 보전 캠페인, 시민 행동 수칙 홍보 등을 통해 다이내믹 코리아 브랜드가 원활하게 작동하는데 협조했다. 원활한 국제 행사 개최와 이를 통한 국가 브랜드 가치 향상이라는 또 다른 목표 달성에 동원되면서 행사 개최 도시에 집중된 보전주의 사례를 통해, 깨끗한 환경이라는 보편적 규범을 추구하는 순수한 보존주의에 대한 믿음을 비판적으로 고찰해 볼 수 있을 것이다.

2001년 지구의 날이 특별했던 이유: 2002 월드컵을 앞두고

매년 4월 22일 지구의 날에는 세계 곳곳에서 보전 캠페인, 퍼포먼스, 집단행동을 기획한다. 2001년 한국에서도 예년과 같이 지구의 날을 맞이하여 기념행사가 열렸다. 2001년 행사는 대기오염을 문제화하는 퍼포먼스로 구성되었다. 사람들은 방독면과 ‘숨 좀 쉬자’고 적힌 마스크를 착용하였고, ‘공해는 반으로! 건강은 두 배로!’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거리를 행진했다. 독특한 점이 있었다면 ‘방독면 쓴 축구 선수’가 퍼포먼스에 등장한 것이다.

<그림 1> 방독면을 쓴 축구 선수 퍼포먼스[1]

‘방독면 쓴 축구 선수’는 블루스카이 운동의 출범을 알리는 퍼포먼스였다. 블루스카이 운동은 “2002 월드컵을 맞이하여 전 국민이 관심을 갖고 있는 월드컵과 대기 보전을 연계하고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것을 지향”하며 여러 환경단체들이 연대‧기획한 대기 보전 운동이다.[2] 운동의 취지에 부합하게, ‘방독면 쓴 축구 선수’는 “한·일 월드컵 행사를 공해 걱정 없는 도시에서 치를 수 있었으면 하는 시민들의 바램”을 담아 기획되었다.[3] 대기오염이 다른 무엇이 아니라 월드컵을 순탄하게 개최, 운영하는데 장벽이 된다는 점을 암시하는 것이었다. 여기서 대기 보전 실천은 국제 축구 대회의 성공적 개최와 단단한 연결고리를 형성했다.

같은 날, 대기 보전을 위한 시민단체들의 활동 계획도 발표되었다. 일본 시민단체와 함께 한‧일 월드컵 개최 도시의 대기오염 실태를 조사하고 대기오염 지도 제작하기, 대중교통 통근자 모임 만들기 등 자가용 출퇴근 자제 캠페인하기, 수도권 지역 오존오염 지도 제작하고 감시 활동하기 등이 그것이다.[4] 시민단체의 활동 무대는 분명하게 월드컵이 개최되는 도시로 한정되었다. 주요 관심은 월드컵 개최 도시 내 대기오염물질 농도 측정과 관리이지 그 도시의 대기오염물질이 다른 도시들과의 관계 속에서 어떻게 생성‧배치되는지, 관련된 산업 구조 및 문화를 어떻게 전환할 것인지가 아니었다. 월드컵 개최 도시를 깨끗하게 만들어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에 도움을 줄 자발적 시민을 호출하고 해당 도시의 대기오염 실태를 조사하거나 스스로 교통수단 이용을 통제하는 역할을 부여했다. 

 “대기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대기오염 저감 활동에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5]하겠다는 블루스카이 운동의 목표와 내용은 대기와 시민의 삶이 맺는 관계와는 별개로 월드컵 개최라는 맥락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방독면 쓴 축구 선수’를 통해 스스로를 의미화 했던 것처럼, 블루스카이 대기 보전 운동은 “월드컵을 대비해 대기오염을 줄이자는 시민 단체들의 프로젝트”, “오존오염 없는 월드컵을 위한 운동”, “월드컵 개최 도시의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캠페인”으로 위치했다.[6]

월드컵 개최 도시를 깨끗하게, ‘다이내믹 코리아’를 향해

 ‘다이내믹 코리아’는 2001년 12월, 김대중 대통령이 주재한 월드컵 준비상황 점검 국무회의에서 국가 브랜드로 공식 인정받았다. 기존의 국가 브랜드였던 ‘조용한 아침의 나라(Land of Morning Calm)’를 월드컵을 계기로 대체한 것이었다. 국가 브랜딩(branding)은 국가 이미지를 체계적으로 관리함으로써 더 많은 해외 자본, 관광객, 인재를 유치하고 수출 시장을 확대하는 한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7] ‘다이내믹 코리아’는 열정과 에너지 넘치는 한국을 표현하고 긍정적인 국가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적합하다는 평가 속에서[8] 2014년 ‘크리에이티브 코리아(Creative Korea)’로 변경되기 전까지 국가 브랜드로 활용되었다.

 ‘다이내믹 코리아’는 환경 보전 정책과 실천의 방향에도 영향을 주었다. 국가 브랜딩 직후 환경 보전의 목표가 보다 명확하게 국가 경쟁력을 향하기 시작했다. 환경부는 월드컵이 “최대의 문화 이벤트”이자 “복합 기획 상품”이라고 발표했다.[9] “2002 월드컵 대회를 녹색 시민 월드컵으로 성공리에 치러 세계 속의 환경 한국(Clean Korea)이라는 이미지를 확고히” 한다는 명목 아래, 환경부와 여러 환경 단체들은 ‘녹색 시민월드컵 D-100일 합동토론회’를 열고 ‘월드컵 시민 환경실천수칙’(이하 시민 실천수칙)과 ‘월드컵 중점관리 환경대책’을 발표했다.[10]

 발표된 시민 실천수칙은 월드컵 기간 중 월드컵 개최 도시의 대기질 관리와 경기장 및 도시 미관 정돈을 위한 내용이었다. 대회 기간에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자동차 부제(部制) 운행 지키기, 자동차 정비‧점검을 생활화하고 불필요한 공회전 삼가기, 다이옥신을 발생시키는 쓰레기 소각 자제하기, 오존 발생을 저감하기 위해 낮에는 가급적 페인트칠과 자동차 주유하지 않기 등이 대기질 관리 방안으로 발표되었다. 도시와 경기장 미관 측면에서는 쓰레기 함부로 버리지 않기, 집 앞과 마을을 깨끗이 청소하기, 집집마다 꽃과 나무를 심고 화분을 내걸어 푸르고 아름다운 도시 만들기, 공중화장실을 깨끗이 사용하기, 경기장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고 쓰레기 남기지 않기 등이 요구되었다.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면 월드컵 경기장 건설비용 절감에 효과가 있다는 점을 들어, 음식물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것도 시민 실천수칙에 포함되었다.

시민 실천수칙의 중요성은 월드컵 개최 도시 환경의 질 보전이 “(축구)경기력 향상과 축구 대회의 성공적 개최”로 이어지는 지점에 위치했다.[11] 또 2002 월드컵에서는 “공동개최국인 한국과 일본의 환경 수준이 직접 비교”되므로 시민 실천수칙을 통해 “국내 환경 수준을 한 차원 높이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줄 필요성이 이야기되었다. 시민들의 “소중한 참여”로 만들어진 “쾌적한 환경”은 여러 나라들의 긍정적이고 우호적인 시선을 얻게 해준다(그림 2). 시민 실천수칙은 “살기 좋고 쾌적한 우리의 환경 이미지를 세계에 알리는” 길, “생명 충만한 역동적인 사회”로서 ‘다이내믹 코리아’의 이미지를 만드는 길로 여겨졌다.[12]

<그림 2> ‘월드컵 시민 환경실천수칙’ 필요성을 설명하는 삽화[13]

동원된 보전주의: “환경 월드컵은 내 차부터!”

2002 월드컵 개막이 약 세 달 남은 시점부터는 “환경 월드컵은 내 차부터!”라는 구호가 시작되었다. 환경부와 지자체, 블루스카이 운동에 참여한 시민단체들, 언론사, 자동차 산업계는 ‘자동차 배출가스 무료점검 시민 실천 캠페인’을 진행했다.[14] 월드컵이 개막되는 5월까지 진행된 이 캠페인은 월드컵 개최 도시의 현대, 기아, 대우, 르노삼성, 쌍용 등 자동차 기업 직영 정비소에서 시민들이 차량 점검과 간단한 정비 서비스를 받으면 차량에 점검 스티커를 붙여주는 것이었다. “최상의 월드컵 경기가 펼쳐질 수 있도록” “내 차부터” 솔선수범으로 관리하여 대기질을 보전하자는 취지였다.[15]

월드컵 기간 중 서울, 인천, 수원, 부산, 전주 등 5개 경기 개최 도시에서는 경기 전날과 당일 강제 차량 2부제가 시행되었다. 주로 10인승 이하 비사업용 자동차(승용차 및 승합차)를 대상으로 시행되었고 위반 시에는 5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되었다. 월드컵 개최 도시 주변 지역에는 자율적 차량 2부제가 시행되었다. “월드컵 축구 대회의 성공적 개최와 외래 관광객의 교통편익 증진을 위해” 시민 참여가 강조되었다. [16]

  환경 월드컵을 위한 국가와 성숙하고 자발적인 시민의 결합은 성공적이었다. 시민들은 국가 브랜드에 걸맞게 국제 행사가 치러질 수 있도록 단기간이지만 불편을 무릅쓰고 차량 2부제와 같은 규칙을 준수하면 되었다. 자동차 배출가스 점검‧정비 서비스를 솔선수범하여 받으면 대기 보전을 통해 최상의 월드컵 경기가 펼쳐지는데 일조할 수 있었다. 월드컵 개최 기간 동안 차량 2부제에 대한 시민 참여율은 약 90%로 기록되었고, 서울시 교통량은 약 1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도 같은 기간 기준 서울시의 미세먼지와 오존 농도도 각각 20%, 11% 감소했다.[17]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진 “대-한민국 국민”이 만든 결과였다.[18]

 그런데 이 같은 보전주의 정책과 캠페인, 시민의 자발적 행동들은 산업구조의 전반적인 개편 없이도, 일상적 삶의 변동 없이도 대기오염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암묵적으로 전제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또 대기오염 문제를 특정 도시의 문제, 도시 내부를 일부 조정하면 해결 가능한 문제로 가정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다이내믹 코리아’라는 국가주의적 동원은 대기오염 문제를 다루는데 핵심적인 사안들(예컨대 대기오염물질의 배출과 이동, 확산, 배출원의 등장과 사회경제적 배치‧재배치 과정, 대기오염물질을 생산하는 사회문화적 구조 등)을 생략하거나 우회하면서도 대기를 보전한다는 목표를 내세우는 모순적 상황을 매끄럽게 만들었다. 국제 행사의 성공적 개최, 국가 이미지 만들기를 최종적인 도달점으로 두면서 어떤 대기 보전 실천이 장기적이고 실질적으로 대기질을 개선하는데 중요한지보다는 얼마나 자발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동일한 정체성을 획득하는지를 관건으로 삼았다.

<그림 3> 자동차 배기가스 무료점검 시민 실천 캠페인[19]

<그림 4> 월드컵 개최 도시 차량 2부제 단속[20]

‘다이내믹 코리아’의 보전주의가 남긴 질문들

‘다이내믹 코리아’의 대기 보전주의는 대기 보전보다는 국가 브랜드 가치 향상, 긍정적인 국가 이미지 획득에 집중한 사례다. 특히 보전주의 실천 공간이 월드컵 개최 도시로 범주화되면서 독특한 실천 양상을 보여주었다. 특정 도시의 대기질을 측정하고 관리하는 것은 대기오염물질 농도가 높기 때문이 아니라 월드컵이 개최되는 도시라는 이유로 설명되었고, 월드컵 공동개최국인 일본 도시 대기질과의 비교 속에서 대기질 보전이 촉구되었다. 대기질 보전을 위한 시민 수칙 홍보와 캠페인, 정책 등은 모두 월드컵 개최 도시를 중심으로 펼쳐졌다. 국가주의적 목표에 동원되고 만들어지는 보전주의, 그에 따라 전략적으로 선택된 특정 공간을 무대로 하는 보전주의 사례는 보전주의의 순수성, 보편성에 대한 믿음을 되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 

국가주의적 동원이 한국의 발전주의 전통을 이끌어 왔던 것처럼[21] 이 사례는 보전주의에도 같은 기제가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발전주의와 보전주의는 서로 다른 목표를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때로는 국가 경쟁력이라는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도구로 매끄럽게 양립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보전주의가 발전주의의 반대항으로 취급될 수 있는지, 보전 대(對) 발전이라는 대립‧갈등 구도가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을 남긴다. 보전주의가 작동한 방향은 국가의 녹색화였을까 아니면 녹색 버전의 국가주의였을까? 2000년대 초반 ‘다이내믹 코리아’의 대기 보전주의는 현재에도 연속하는 보전주의 실천들에 대하여 고민해 볼만한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

<그림 5> 환경부 책자 ‘다이내믹 코리아 클린 코리아’[22]


[1] 중앙일보(2001.09.29.), 「깨끗한 환경서 월드컵을」. 방독면 쓴 축구 선수 퍼포먼스는 2001년 4월 블루스카이 운동 출범식 이후에도 진행되었다. 해당 사진은 9월에 촬영된 사진이다.

[2] 박용신(2001), 「서울 스모그와 블루 스카이 2002」, 함께사는길.

[3] 「Blue Sky 2002 운동본부 출범식」, http://eco.or.kr/wordpress/7898/

[4] 중앙일보(2001.04.23.), 「월드컵 ‘푸르게 푸르게’ 환경단체 ‘블루 스카이 2002’ 출범」

[5] 「블루스카이 2002 캠페인- 한‧일 월드컵 개최도시 대기오염 모니터링」, http://eco.or.kr/wordpress/7897/

[6] 동아일보(2001.04.20.), 「내일 지구의날 행사…17개 도시서 행사 다채」; 국민일보(2001.04.23.), 「[국민시론-서왕진] 지구의 날, 차 없는 세종로에서」; 중앙일보(2001.04.23.), 「환경 단체 ‘블루스카이 2002’ 출범, 월드컵 ‘푸르게 푸르게」

[7] 김유경, 김유신, 박성현(2010), 「국가 정체성(National Identity)의 정립을 위한 이론적 접근: Korean Dynamism의 철학적, 역사적 의미에 대한 고찰」, 『커뮤니케이션학 연구』, 제18권 2호, 5-25쪽.

[8] 인병택(2006), 「“다이내믹 코리아” 브랜드 이야기①」,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9] 환경부(2002.02.14.), 「월드컵 시민 환경실천수칙 발표」

[10] Ibid.

[11] 지방의제21전국협의회, 2002년월드컵축구대회문화시민운동중앙협의회, 쓰레기문제해결을위한시민운동협의회, BLUE SKY 2002 운동본부(2002), 『2002 월드컵축구대회 시민 환경실천수칙』

[12] Ibid.

[13] Ibid.

[14] 한겨레(2002.02.19.), 「2002 환경월드컵 자동차 배출가스 무료점검 시민캠페인」

[15] Ibid.

[16] 경기도(2002.05.07.), 「월드컵대회 기간중 자동차 2부제 시행」

[17] 환경부(2002.06.27.), 「환경월드컵 추진성과 중간 발표」; 중앙일보(2002.07.03.), 「환경 월드컵 합격점」

[18] 전북일보(2002.7.27.), 「2002 환경 월드컵을 통하여」

[19] 한국일보(2002.02.21.), 「車배기가스 무료점검」

[20] 중앙일보(2019.03.12.). 「민간 차량 2부제하면 미세먼지 얼마나 줄일까」

[21] 조희연(2010), 『동원된 근대화: 박정희 개발동원체제의 정치사회적 이중성』, 후마니타스.

[22] 환경부(2003), 『Green Korea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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