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은 배달하지 않는다』가 보여준 플랫폼 혁신의 민낯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석사과정
박지원
parkjwn@kaist.ac.kr

플랫폼을 매개로 즉각적이고 일시적으로 일을 주는 자(소비자)와 받는 자(노동자)를 연결하는 경제시스템을 긱경제(Gig Economy)라 일컫고, 일반적으로 이는 낭비되는 유휴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는 취지인 공유경제(Sharing Economy)의 일환이다. 공유경제 속에서 노동력은 유휴 자원의 일부로 인식되며, Uber, Deliveroo, Task Rabbit, Upwork 등의 회사가 노동력이라는 유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여 가치를 창출하는 사례이다. 이들은 플랫폼이라는 혁신적인 기술과 사업 모델을 바탕으로 새로운 유연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전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배달하지 않는다』의 저자 박정훈은 여러 디지털 노동 플랫폼의 배달원으로 일하고 배달 라이더 노동조합을 운영하며 만난 배달원들과 자신의 경험을 엮어 독자들에게 플랫폼이 제공하는 혁신이란 무엇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저자는 플랫폼 기술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과 혁신이라는 담론에서는 쉽게 제외되는 그 기술의 토대에 주목한다. 이 토대는 배달 플랫폼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유지시키는데 필수적인 노동자, 전통 배달 산업, 사회적 제도이다. 

첫 장에서 플랫폼의 정의와 종류를 소개하며 시작하지만, 이 책은 온디맨드(on-demand) 방식의 플랫폼 중 배달 업계에 주목한다. 온디맨드 노동이란 그때그때 일감을 받아 수행하는 호출형 노동을 말한다(38-39쪽, 110쪽). 저자는 배달 플랫폼의 다음과 같은 세가지 운영 방식을 통해 온디맨드 플랫폼을 설명한다. 바로, 공유경제 비즈니스 모델이자 가장 유연한 형태의 고용 방식을 도입한 플랫폼, 주문 중개 플랫폼이 독점하여 운영하는 배달 중개 서비스, 한국에서 현재 가장 보편적으로 이용되는 한국형 배달 대행 플랫폼이다.

첫째로, 우버이츠와 쿠팡이츠 같은 플랫폼은 가장 기초적인 온디맨드 플랫폼으로 알고리즘 지휘와 감독 현장을 잘 보여준다. 앱에 자기 정보를 등록하고 10분 가량 플랫폼 직원에게 교육을 받으면 누구나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자유롭게 우버이츠의 파트너로 음식을 배달할 수 있다. 안정적으로 확보된 노동자가 없는 플랫폼 입장에서는 노동력을 가장 필요로 할 때 노동자가 없을 수 있다는 위험부담이 있다. 따라서, 플랫폼은 일을 더 많이 하거나, 특정 시간대와 지역에서 일하면 보너스를 주어 노동을 독려한다. 이런 과정은 라이더에게 노동보다는 퀘스트와 게임으로 다가오며, 더 일을 하게끔 유혹한다. 하지만 이 유혹에 굴복해 앱에 접속하고 새로운 장소에 이동하더라도 다른 라이더가 먼저 도착할 경우 항상 더 많은 수입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이를 시장 가격에 따른 가격(임금) 측정이라고 하지만, 저자는 여러 이해당사자들의 협상을 통해 정해진 가격이 아니라 플랫폼의 정보 독점과 정보 비대칭을 활용한 일방적인 가격 결정이라고 비판한다. 

이런 정보 비대칭은 플랫폼, 소비자, 노동자 사이에 신뢰의 위기 또한 가져온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주문 배차가 들어오지 않을 때 자신의 평점, 약속 시간 내 도착률 등의 데이터가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닌지 우려하며,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 소비자와 플랫폼은 노동과정의 감시자로 느껴지게 된다. 또한, 다른 플랫폼 라이더는 함께 일하는 동료보다 경쟁자와 미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저자가 언급한 “비통제의 통제”와 ”마음에 대한 지휘”(97쪽)는 이런 알고리즘에 의한 감독 방식을 묘사한다.

알고리즘과 관련해 한 가지 문제가 더 있다. 바로 배달 과정이 모두 데이터화되며 플랫폼의 운영 정책을 결정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는 점이다. 배달 안내 시간과 경로 등이 알고리즘에 의해 객관적으로 나온 결과라는 생각과 달리 이는 제한 속도를 넘어 질주하고, 신호를 지키지 않는 과정을 통해 배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해진 값이다. 플랫폼의 제한 시간에 맞춰 도착한 라이더는 “실험용 쥐”(126쪽)가 되어 이 값을 정당화시킴으로써 오히려 그들을 옭아매는 상황에 봉착한다. 이런 알고리즘의 직∙간접적인 감독 방식은 우버이츠와 쿠팡이츠 같은 플랫폼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이 문제는 앞으로 소개할 다른 종류의 배달 플랫폼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이다. 

한국의 배달 플랫폼이 우버이츠와 같은 방식으로만 운영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한국에서 익히 알고 있는 보편적인 배달 플랫폼은 소비자와 음식점을 연결해주는 주문 중개 플랫폼일 뿐이며, 이 둘을 연결하기 위해서는 다른 매개체가 중간다리 역할을 해야한다. 그 결과, 한국은 음식점에서 소비자에게 배달을 해주는 배달 대행 플랫폼과 주문 중개 플랫폼이 존재하는 이중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두번째 형식인 배민라이더스나 요기요플러스와 같이 주문 중개 플랫폼이 독점하여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과 마지막 형식인 부릉, 바로고 등 전통적인 동네 배달 대행사가 음식점과 위탁계약을 하여 배달을 전달하는 방식이 있다. 

저자는 이 두 방식이 계약서상으로는 개인사업자의 지위를 갖는 라이더와 달리 현실에서는 종속적인 근로자처럼 지휘 감독이 잇따른다는 점과 그럼에도 근로자가 갖는 지위와 권리를 누리지 못한다는 점을 비판한다. 개인사업자로서 라이더는 근무 계약 조건이 쉽게 변경되고, 사고에 대한 책임이 개인에게 있고, 노동시간의 제한이 없고, 보험료, 오토바이 등의 작업 도구를 모두 개인이 제공해야하는 등 지불해야 하는 대가가 크다. 저자는 특히 이런 문제를 심화시키는 구조적 요인을 복합적으로 설명한다. 예를 들어, 오토바이 표준 공임 단가와 오토바이 수리를 위한 국가 공인 자격증이 없는 상태에서 배달 산업은 “무법지대”가 되고 (230쪽), 라이더는 오토바이 임대업과 수리 센터의 부르는 값에 따라 과도한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또한, 2018년 대법원은 배달 대행 앱 노동자를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분류하고 산재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직종으로 판결을 내렸지만, 현실에서 이를 실천하는 대행 업체는 적다.[1] 따라서 현재 한국의 플랫폼 노동에 기인한 사회적 문제들은 단순히 알고리즘의 문제가 아니라 봉건적이고 전통적인 배달 산업의 구조적 문제의 연장선상에서 설명될 수 있다.

기존의 플랫폼 노동자 보호에 대한 담론은 플랫폼 노동자를 새로운 고용 관계로 정의하고, 이를 위해 새로운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실제로 최근 한국 정부는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에서 규정한 노동자와 별개로 플랫폼 종사자를 위한 개별적인 보호법을 추진하고 있다.[2] 하지만 『배달의민족은 배달하지 않는다』는 플랫폼 노동자가 겪는 어려움이 단순히 플랫폼의 출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이를 지탱하는 전통적인 배달 산업의 특성에서 심화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따라서, 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제도와 법의 수정은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좋은 취지와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 

오히려 저자는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보완해 나가며 플랫폼 노동자 문제가 개선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가장 우선적으로 고용노동부는 개인사업자라는 계약 관계와 달리 출∙퇴근시간을 지정하고 강제 업무를 지시하고 벌금 제도를 도입하는 “위장 플랫폼”(205쪽)을 찾아내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또한 함께 일하는 여러 이해당사자의 목소리를 포함한 사업 모델로 플랫폼을 발전시키는 데에 있어 노동조합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뿐만 아니라 저자는 산재 정비와 관련하여 플랫폼에 기록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플랫폼과 소비자 등 여러 사용자가 비용을 분담하는 등의 혁신적인 방법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라이더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인 이륜차 시스템 정비와 등록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기한다. 

소비자는 배달플랫폼을 통해 음식 주문 앱에 접속해 주문한 음식이 바로 집 앞으로 도착하는 편리함을 경험하지만, 이 편리함이 어떤 여정을 거쳐 도달하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배달의민족은 배달하지 않는다』는 이 긴 여정을 직접 발로 뛰며 경험한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각 챕터의 끝에 추가된 ‘나는 라이더’ 섹션을 통해 다섯 명의 라이더의 삶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며, 플랫폼 기업만으로는 “혁신”되지 못한 그 속에 가려진 인간의 노동과 삶의 모습을 드러낸다. 플랫폼이 어떤 종류와 방법으로 서비스를 매개하고 있는지에 따라 나타나는 사회적 문제의 양상은 다르며, 플랫폼이 놓인 사회적 제도와 환경 또한 그 문제의 양상을 결정짓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배달의민족은 배달하지 않는다』는 한국적 맥락 속에서 배달 플랫폼이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지에 대한 산업 생태계를 설명하고, 그 방식에서 드러나는 구체적인 사회적 문제를 제기한다. 특히, 플랫폼과 언론의 목소리가 아닌 오랜 시간 플랫폼에 몸 담은 노동자 당사자의 목소리를 통해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했다. 물론, 이 책은 플랫폼의 부정적인 내막에 주목하기 때문에 플랫폼 전체의 모습을 담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랫폼 혁신이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고민하며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추천한다.


[1] 『배달의민족은 배달하지 않는다』는 2019년 <OBS>에서 동네 배달 대행업체 약 30곳을 조사한 결과를 소개한다. 조사 결과 오직 한 곳만 산재보험을 의무 가입시켰고, 이마저도 업주와 나눠 분담하지 않고 라이더 혼자 분담해야하는 경우였다 (181쪽).

[2] 폴리뉴스(2020.12.22), 「정부가 기존 노동법과 별개로 플랫폼 종사자 보호법 만든다」, http://www.polinews.co.kr/mobile/article.html?no=48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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