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QR. U: 전문연구요원, 출석, 그리고 신뢰 시스템

한 발 밖에서 보면 QR코드는 전문연 제도가 내포한 다층적 논의를 복무 관리의 신뢰도라는 지엽적 논의로 환원시켰다. 어느새 복무 관리가 잘 이루어지는 것이 결과적으로 전문연 제도 전체의 신뢰를 보장하는 것처럼 포장되었다. QR코드 시스템이 등장하면서 우리는 더 이상 전문연구요원의 “출석”이라는 개념이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논의하지 않는다. 대신, QR코드가 잘 작동하는지, 이것을 통해 전문연구요원의 존재를 증명해낼 수 있는지에만 집중하고 있다.

대학원에 상식을 묻다: [대학원생 권리강화 방안연구] 뒤켠의 고민들

교문 안 다른 상식을 고려하지 않은 채로 겉으로 드러난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만을 강구한다면 그 해결책은 겉돌기만 하거나 예상치 못한 다른 문제를 불러일으킬 공산이 크다...효과적인 정책을 도출하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주어진 문제를 충분히 이해하고 설명하는 일이다.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처럼 보여도 끊임없이 재해석하고 재정의하며 다른 문제로 치환하기도 하는 지난한 작업을 통해 우리는 단순한 미봉책이 아닌 개혁을 이룰 정책을 논할 수 있다.

회의장 뒤켠에 앉아: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를 방청하다

원안위 회의장의 사진 기사가 담아내는 사진 속에는 네모난 테이블에 둘러 앉은 위원들만이 존재하고 있다. 많은 이들은 그 프레임 안의 모습에만 주목하지만, 프레임 바깥의 모습은 더 많은 것을 담고 있었다. 새 정부는 올해 6월 19일에 열린 고리1호기 영구 정지 기념사를 통해 원안위를 대통령직속위원회로 승격하여 위상을 높이고 다양성과 대표성, 독립성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선언을 이루기 위해서는 원안위의 위원 구성방식을 비롯하여 사무처의 역할, 회의준비과정과 같은 시야 밖의 요소의 역할을 이해하고 이들 또한 원안위를 이루고 있음을 고려해야할 것이다.

모델(Model)과의 대화

모델을 ‘현상의 이상적 대변자’보다는 ‘현상에 대한 대화의 매개체’로 이해할 때, 우리는 모델과의 대화에 한 걸음 나설 수 있다. 모델이 과연 현실을 얼마만큼 대변하는가? 이런 면에서 모델이란 대화의 매개체로 가변성과 유동성을 지닐 때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의 이상적인 또는 절대적인 대변자로서 모델을 다루기 보다는, 계속해서 논의하고 해체해야 할 대상으로 모델을 여기게 된다면 좀 더 풍부한 논의가 가능해 질 것이다. 성급하게 모델을 개발하고 현장에 투입하기 전에, 모델과 다양한 대화를 시도하는 작업들이 선행 되었으면 한다. 이는 기존에 정립된 모델의 실체를 더욱 분명히 하게 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논의들을 펼쳐나갈 밑바탕이 될 것이다.

왜 메타과학기술정책인가: 해외동향∙연구자 민원처리∙화려한 담론을 넘어서기 위한 과제는?

한국이 당면한 위기는 지성의 위기이다. 이 지성의 위기를 알리는 경고음은 정부 탓, 관료 탓, 출연연 탓 등으로 소비되고 있거나, 너무나 거시적인 이야기들 속에서 질식되어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고 ‘뒤켠’에 머물러 있다. 기존 경로 속에서 공공성의 대변인으로 잘 훈련된 정책가들과 기존 정책에 대한 파괴적 혁신의 필요를 자극하는 특정부문 정책전문인들, 그리고 이러한 이해관계자들 간의 합의를 매개할 이론적·철학적 토대를 든든히 하고 ‘전환의 공감대’를 확장해가는 ‘학자적 정책인’들과 과학기술정책 사회학자, 역사학자들의 뜨거운 지성 경쟁이 일어나야 한다.

Short Policy Review #2: 『지역기반 지식트라이앵글에서 대학의 역할 강화 방안』 리뷰 (vol. 2)

우리에게 더 중요한 일은 지식트라이앵글의 명시적 의의에 다시 주목해 이 시너지를 발생시킬 방법을 논의하는 것일지 모른다. 미국의 바이-돌 법 제정 이후 대학의 기술이전이 활성화 된 한편 대학의 상업화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었듯, 대학의 창업거점화에 의한 부작용 등도 따져가면서 각 지역과 대학이 함께 교육-연구-혁신의 지식트라이앵글을 발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이 보고서를 시작으로, 이 보고서보다 더 넓게 지식트라이앵글 관점을 차용한 연구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Short Policy Review #1: 『대학 연구자의 행정부담 측정과 정책적 시사점』 리뷰 (vol. 2)

출장 증빙을 위해 출장지에서 제일 싼 생수 한 병을 살 때나, 연구 도중 영수증 처리에 문제가 생겨 몇 시간을 허비하다 보면 내가 이러려고 연구자를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하다. 많은 연구자들이 이 자괴감을 자주 경험하는데, 그래서인지 이제는 본 보고서의 제목처럼 행정과 부담을 한 단어로 붙여 써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연구개발정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연구행정에 대한 문제제기가 항상 언급되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행정적 요인에 의한 연구 비효율성 문제에 대한 인식은 꽤나 오래된 것인데, 그만큼 정부에서 제도개선 노력을 해왔고, 과학분야 전문 언론사인 대덕넷에서는 관련해서 간단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여태 체계적인 방법으로 그 비용을 측정하고 실태를 파악한 사례는 거의 전무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본 보고서는 매우 시의적절하게, 아니 오히려 너무 늦게 나온 것이 아닌가 싶다.

연구개발투자 비효율과 4차 산업혁명

패러독스는 규모와 성과의 측면에서 엄밀하지 않다. 그렇지만 “비효율”은 “문제”와 떨어트려 쓸 수 있는 말이 아니다. 한국의 산업계는 1993년부터 나라 전체 연구개발금액의 73-75%정도를 투자했다. 이 중 전체 금액의 약 85%는 제조업계의 투자이다. 그 돈이 적당한 만큼의 성장을 가져왔더라도, 문제는 유효하다. 스웨덴은 역설의 시간 동안 발전했지만, 결과가 최선이 아니었기 때문에 일부 정책 결정자들은 비효율을 문제 삼았다. 한국은 스웨덴처럼 다양한 비교대상이 없어 최선을 정의하기 어렵다. 투입-산출의 관점으로 과학기술을 이해하는 것은 유효한가? 그렇지 않다면 어떤 대안이 가능한가? 물음을 돌릴 수도 있다. 한국의 과학기술정책에 정교하게 짜인 투입-산출의 관점이 있고 잘 실행되고 있는가? 정부가 혁신 시스템 내에서 제 역할을 확고히 잡으려면 투입-산출의 관점이 필요하지 않은가? 시스템과 시장의 실패를 진단하고 적절히 개입할 지점을 찾으면, 동시에 개입하지 않을 지점이 남겨지는지 묻는다.

Long Policy Review: 『전환기의 한국형 과학기술혁신시스템』 리뷰 (vol. 1)

이 글은 근 1년간 꾸준히 진행되어 온 이른바 ‘전환기(transition)’ 논의에 대해 리뷰한다. 홍성주 연구위원과 이정원 부원장이 책임연구자로, 엄미정 외 3명의 STEPI 내부 연구자와 박상욱 외 3명의 외부 교수진이 참여한 STEPI 정책연구 보고서 『전환기의 한국형 과학기술혁신시스템』(2015.12, 이하 보고서)을 중심으로 필자가 관련 주제를 다룬 여러 토론회와 관련 인사들의 언론 인터뷰를 종합하여 보다 심도 있게 해당 문제를 검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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