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특별한 캠프이야기 – 발달장애가족을 위한 ‘Stay Strong Together 캠프’

우송대학교 작업치료학과 교수

홍민경

thatata@naver.com

지금은 ‘포스트 코로나’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불과 3년 전만해도 전 세계가 COVID-19로 유례없는 상황을 맞닥뜨렸다. 이에 코로나 디바이디드(divided-격차)가 심화됨에 따라 취약한 아동 및 청소년의 작업 빈곤1, 돌봄 공백과 다양한 건강문제가 대두되었다. 방역 취약성으로 인한 감염 위험 뿐 아니라 거리두기로 인한 활동 참여부족과 사회적 고립으로 인하여, 비장애인보다 활동과 참여에 제약이 많았던 장애인의 신체 및 정신사회적 건강문제가 심화되었다. 특히 지속적인 돌봄이 필요한 발달장애 아동 및 청소년의 돌봄을 대부분 가족들이 맡고 있는데, 가족 단위의 사회적 고립, 작업 빈곤, 건강문제, 경제적 어려움 등이 사고 및 자살 등의 심각한 문제로 이어졌다. 

펜데믹 시기에 발행된 국가인권위원회의 「코로나19 상황에서 장애인 인권 피해사례 조사」 연구에서는 발달장애인 당사자 뿐 아니라, 외출이 제한된 상황에서 발달장애 자녀와 대부분 시간을 집에서 보내는 주 돌봄자의 스트레스 또한 상당히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2 발달장애자녀를 둔 부모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현재 가장 시급히 제공되어야 할 지원으로 ‘방역된 안전한 장소에서 개별 및 소수 교육과 돌봄 지원’에 대한 요구가 가장 많았다.3 발달장애 자녀의 돌봄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고 이와 관련하여 가족, 주 돌봄자에 대한 심리정서적 지원, 휴식을 지원하는 여가제공 등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이에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안전하고 건강한 작업과 참여, 심신건강의 증진, 가족기능 회복을 목적으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대한작업치료사협회 세 기관이  협력하여 2021년 1월 Stay Strong Together 캠프(이하 SST캠프)를 기획하였다. SST캠프는 21년도부터 시작되어 22년도에는 기업의 후원(KB손해보험)이 더해져 올해도 진행되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캠프에 참여할 발달장애가족을 모집하고,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은 캠프를 진행할 장소와 숙식을 제공하고, 대한작업치료사협회는 SST캠프를 운영 및 진행하고 발달장애당사자의 참여 지원을 위한 작업치료팀을 구성하였다.

SST캠프는 천안과 평창 소재의 국립청소년수련원에서 총 2박 3일동안 이루어지며, 한 번 진행될 때 10~15가족이 참여한다. 필자는 SST캠프가 시작된 21년도부터 매년 캠프에 작업치료팀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SST캠프는 기존의 캠프와 다른 점이 몇 가지 있다. 일례로, 기존의 캠프는 매시간 일정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운영하며 진행되는데 SST 캠프는 프로그램 중심이 아니라 ‘사람중심’으로 개개인의 수행수준과 기능에 맞추어 개별적인 지원이 촘촘히(발달장애인1명당 작업치료팀 0.5~3명 매칭)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즉, 캠프 기간동안 때에 맞추어 식당에 가서 식사하는 것 이외에는 스케줄에 맞추어 해야 할 것이 딱히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발달장애당사자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하는 기본적인 활동인 먹고 마시고 화장실 가는 것은 틈틈이 하면서, 자유로운 시간에 자유롭게 다양한 활동 (주로 놀이 및 여가)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하였다. 캠프 장소인 국립평창청소년수련원에서 운동장, 산책로, 농구장 등 바깥 활동 시설을 이용할 수 있었고, 지하체육관에서는 배드민턴 등의 공놀이, 소강당에서는 책상과 의자를 마련하여 색칠하기, 만들기, 보드게임 등의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텐트 등을 설치하여 안전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에서 안정된 휴식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SST캠프가 기존의 캠프와 또 다른 점은 낮 시간 동안은 작업치료 파트너와 함께 시간을 보내되 발달장애인에게 어려운 작업인 수면이 이루어지는 밤 시간과 아침 시간은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것이다. 다른 캠프에서는 캠프기간 내내 발달장애인과 지원인력이 24시간 함께 있어, 발달장애 당사자는 너무 낯선 물리적 환경과 사회적 환경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지원인력은 파트너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함께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는 발달장애인의 활동과 참여를 위한 캠프 취지를 다시 한 번 고려해봐야 할 정도로 당사자의 일상 회복에 지나치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SST캠프에서는 변화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더 필요한 발달장애 상의 특징과 개인적인 특징을 고려하여, 수련원이라는 낯선 공간과 낯선 사람에게 적응할 수 있도록 서서히 시간을 보내게끔 구성했다. 새로운 공간인 수련원에 도착하면 공간을 탐색하고 익히는 동안은 친숙하고 편안한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공간에 적응하고 나면 작업치료 파트너를 가족들과 함께 만나고, 캠프기간 동안 작업치료 파트너와 함께 하는 것이 인식이 되면 가족과 분리하여 작업치료 파트너와 일정 시간을 보내게 된다. 다음 날은 작업치료 파트너와 보내는 시간이 더 늘어나고, 주변을 탐색하고 적응할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활동들을 하며 점점 캠프에 깊숙히 참여한다. 

첫째 날 오후 4시에 시작해서 셋째 날 11시에 끝나는 캠프에서 발달장애 자녀가 작업치료팀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동안 부모님과 비장애 형제 자매는 휴식을 취하거나 수련원의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캠프 기간동안 부모님은 자유로운 시간을 갖기도 하며, 장애자녀가 아닌 비장애자녀 중심의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이는 장애아동이 태어난 가정에서의 비장애자녀가 (어리지만 나누게 될 수 밖에 없는) 돌봄의 무게에서 벗어나 온전히 자녀와 부모로서 만날 수 있게 해준다. 캠프 마지막 날에는 강당에 모여 각자 소감을 짧게 나누는데, 한 어머니의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코로나 펜데믹이 끝났다고는 하지만 저희는 코로나 이전에도 펜데믹을 보내고 있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근데 이 캠프 기간 동안에는 코로나가 끝나고 일상을 회복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캠프라는 특수한 공간과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지원이지만, 그 시간동안 잠시나마 휴식하고 회복하여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서 버틸 힘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만으로도 발달장애부모님들은 더 자주, 많은 가족이 캠프에 참여했으면 하신다. 

“1년에 딱 한 번만 이런 시간이 있어도 좀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크게 바라지 않는, 담담한 말이 더 마음에 남는다. 

SST캠프는 발달장애당사자, 비장애형제 자매, 부모에게도, 그 의미가 각각 다른 것처럼 작업치료팀에게도 그 의미가 작업치료사의 임상에서 겪을 수 있는 그것과는 매우 다르다. 작업치료사는 사람은 활동을 통해 건강해진다는 전문적인 신념을 가진 보건전문가로서, 개인의 일상을 회복하고 참여하고자 하는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직접서비스, 코칭, 컨설팅 등의 다양한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학교나, 가정방문, 발달장애지원센터 지역사회에서 일하고 있는 작업치료사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작업치료사는 치료실이라는, 개인의 일상적인 삶이라는 자연스러운 맥락과는 다른 공간에서 작업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즉, 치료실이라는 공간은 발달장애가족에게는 삶에 갑자기 등장한 공간으로, 한정된 시간과 공간 안에서 치료적 목표를 달성해야만 하는 곳이기도 하다. 심지어는 가족의 일상을 치료실이 되도록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SST캠프에서 자유로운 시간과 공간 안에서 자연스럽게 활동에 참여하고, 문제행동이 두드러지지 않게 되는 발달장애 당사자를 보며, 어쩌면 치료실이라는 공간과 시간이, 도시라는 곳에서의 일상이 발달장애당사자에게는 가혹한 공간일 수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물론 치료실이라는 곳에서의 접근도 필요하지만, 결국에는 개인이 속한 지역사회 안에서 삶을 꾸려나가야 하는 발달장애 당사자과 가족들에게는 어떤 것이 더 필요할까? 길어야 한시간 정도 되는 치료시간이 아닌 하루 이상의 시간을, 캠프라는 형태를 빌어 자연스러운 환경 안에서 발달장애 당사자와 시간을 보내는 작업치료사는 스스로의 임상을 돌아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SST캠프는 코로나가 한창인 2021년에 시작하여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발달장애자녀가 가족과 분리되어 참여하는 캠프에 부모는 부모님 대로, 비장애형제자매는 비장애형제자매 대로, 가족 구성원 모두가 각자로 있을 수 있는 온전한 시간을 보내게 되어, 결국 가족 모두를 위한 캠프를 이룬다. 수련원의 청소년지도사는 청소년지도사 대로, 작업치료팀은 작업치료팀대로 서로가 서로를 옹호하며 서로의 집단이 건강해지고 역량이 강화될 수 있는, 다양성을 존중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SST 캠프가 앞으로도 계속 지속되기를 바란다. 

읽을 거리

조한진희 외, 『돌봄이 돌보는 세계』, 동아시아, 2022

‘취약함을 가능성으로, 공존을 향한 새로운 질서’ 질병, 장애, 의료, 젠더, 교육 … 한국사회를 뒤바꿀 돌봄의 물결, 개인 간의 사랑과 헌신이 아닌 사회적 문제로 돌봄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다.

앤젤라 핸스컴, 오필선 옮김, 『놀이는 쓸데 있는 짓이다』, 목수책방,  2019

아이들의 시간은 현재를 위해 쓰여야 하며 그 중심에 놀이가 있다! 양육자, 교사 등 아동을 만나는 이들에게 놀이, 그 이상의 의미를 전한다.  

나카마 치호, 지석연 옮김, 『학교에는 작업치료가 필요합니다』케렌시아, 2023

문제행동의 해결이 아니라, 아이가 할 수 있는 것, 하기를 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전하고 싶은 교육’, 학교와 교육제도가, 교사와 학생이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고, 학생이 참여의 주체가 되는데 작업치료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보여준다.


  1.  Occupational Therapy Australia (2016), 「Occupational Deprivation」. 작업(occupation): 사람이 살아가면서 하는 의미가 있고 목적이 있는 활동을 의미한다. 작업의 영역으로는 먹기, 씻기 등의 일상생활활동, 타인을 돌보거나 쇼핑하기, 지역사회이동하기 등의 복합적 일상생활활동, 수면 및 휴식, 놀이, 교육, 생산, 여가, 건강관리, 사회적 참여가 있다. 살아가면서 작업이 균형적 또는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을 때 작업 빈곤 또는 작업 박탈이라 한다(Occupational Therapy Australia, 2016).
  2.  국가인권위원회(2020), 『코로나19상황에서 장애인 인권 피해사례 조사』, 국가인권위원회, 127-130쪽.
  3.  전국장애인부모연대(2020), 「코로나 19 발생 80일, 1,585명의 부모가 말하는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삶」, http://www.bumo.or.kr/bbs/board.php?bo_table=B32&wr_id=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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