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케어 (STP 케어 & 기술 리딩클럽 소개)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

김지해 그리고 신희선, 강미량, 금현아, 박현빈, 이슬기

agneskim@kaist.ac.kr

들어가며

2023년 봄학기, 각기 다른 관심사와 목적을 가지고 케어 & 기술 리딩 클럽으로 6명이 모였다. 한국과학기술원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 강미량, 신희선, 이슬기, 금현아, 박현빈 그리고 김지해(필자)였다. 박사과정에 들어오기 전 나는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기술에 관심이 있었고, 또 보조기술과 관련된 경험이 있었다. 보조기술 개발과 적용의 과정 속에 있으면서 자연스럽게 나에게 보조기술의 사용자를 돌보는 마음도 함께 생겨났다. 이러한 경험에 의해, 케어는 돌봄이라고 생각하였고, 이번 리딩 클럽의 주제가 나의 관심사와 가장 밀접하다고 기대하며, 관련 연구들이 어떻게 수행되는지 알아보고자 리딩 클럽에 참여하게 되었다. 

케어와 기술을 주제로 하는만큼, 처음에는 돌봄 로봇으로 유명한 효돌의 사례를 떠올리며 리딩 클럽에 참여하였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돌봄과, 리딩 클럽에서 다루는 케어는 비슷한 점이 아주 많지는 않았으며, 나의 관심사와 비슷한 주제로 진행될 것으로 기대했던 리딩 클럽은 혼란스러움과 함께 새로운 배움을 주는 존재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뜻하고 사려 깊은 마음을 가진 다른 선배들과 함께 리딩클럽을 진행하는 덕분에, 혼란스러움 마음을 조금씩 덜어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 글은 리딩 클럽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면 인터뷰 답변을 옮긴 것이다. 인터뷰의 주 목적은 리딩 클럽을 소개하는 것으로, 리딩 클럽이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진행되고, 그로 인해 참여자들은 어떠한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다루었다. 인터뷰는 2023년 6월 5일부터 약 2주간 서면으로 진행하였다. 구글 문서도구를 사용하여 다른 답변자가 작성한 내용을 보면서 답변을 할 수 있도록 진행하였으며, 이는 새로운 내용을 더하는 방식으로 답변할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이다. 

나는 이 글에서 돌봄이라는 단어 대신 케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자 한다. 내가 정의했던 돌봄이 가지는 기존의 의미가 리딩 클럽에서 다루었던 케어와 동일하지는 않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글 뒤편의 인터뷰 내용에서 자세하게 다룰 예정이다. 하지만, 인터뷰 답변자가 사용한 케어 또는 돌봄 단어는 케어라는 단어로 변경하거나, 일치시키지 않고 그대로 남겨두었다. 다음은 인터뷰 질문과 답변이며, 답변을 한 순서대로 작성되었다. 

서면 인터뷰를 시작하며

Q. 독자들이 아래 인터뷰 내용에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도록 자기소개 부탁드려도 될까요? 어떤 연구 주제를 다루거나 혹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삶의 여정도 좋습니다.

(강미량) 박사과정 강미량입니다. 재활기술과 장애인의 몸을 주제로 박사논문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특히 움직임과 돌봄에 관심이 있습니다.

(신희선) 박사과정 신희선입니다. 현장연구를 기반으로, 독거노인을 위한 돌봄 로봇이 국내 복지 현장에 도입되는 과정에 대한 박사논문을 쓰고 있어요. 유사인간을 꿈꾸는 로봇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우리 사회에 들어올 때 기존의 생태계를 어떻게 바꾸어 나가는지, 그 안에서 우리는 인간의 어떤 고유성을 (재)발견하게 되는지 관찰하고 있습니다. 

(이슬기) 안녕하세요, 박사과정 이슬기입니다. 현재는 연구 주제를 탐색하는 단계 중에 있습니다. 석사논문으로는 세월호 재난조사위원회에서 소위 비전문가라 불리는 사람들이 어떻게 조사 현장의 물건들을 이해하고, 다루고 분류하는데 영향을 주었는지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 하자면 비전문가인 유가족이 재난 조사 현장을 세심하게, 혹은 사려 깊게 살펴보는 행위와 관점을 케어, 케어풀한 태도로 이해할 수 있을지 궁금해져서 케어 리딩 클럽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금현아) 안녕하세요, 박사과정 금현아입니다. 학부 때는 화학을 공부했고 석사 때부터 과학기술정책대학원에 진학하여 폐기물의 물질성과 사회경제적/환경적 영향력에 관해 연구해오고 있습니다. 과학기술학, 환경사, 재난학을 바탕으로 폐기물을 둘러싼 다양한 관계를 들여다보는 것이 재미있어요. 폐기물을 처리하는 기반시설의 노동자들의 행위를 돌봄이라는 렌즈로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지 알아보고자 케어 리딩 클럽에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박현빈) 안녕하세요, 박사과정 박현빈입니다. 석사과정까지 이론물리학(우주론)에 대해 공부하다가, 재난과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사로 과학기술정책대학원에 입학했습니다. 현재는 산불 사례를 중심으로 인간, 나무, 동물의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어가고 있는지, 그 사이에 과학기술적 실천이 어떻게 개입하고 있는지 연구하고 있습니다. 

(김지해) 2023년 1학기에 입학한 새내기 박사과정 김지해입니다. 저는 산업디자인을 전공하여 장애인을 위한 보조기기 디자인 연구를 해왔으며, 노인, 장애인을 위한 제품 또는 기술에 대한 정책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Q. 케어 리딩 클럽을 소개해주세요. 운영하는 방식 그리고 대상 (읽을 거리), 기대하는 결과물에 대해서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강미량) 2주에 한 번씩 만나 2~3개의 논문을 읽는 리딩 클럽으로 기획되었습니다. 과학기술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었고, 돌봄과 관련해서 주로 인용되는 사회복지학, 사회학, 정책학, 인류학의 고전을 함께 읽습니다. 돌봄과 기술에 관한 실라버스를 결과물로 만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공이 다른 학생들이 모여 함께 돌봄에 대해 이야기하며 연구 내용을 교환하려는 목적도 있습니다. 

(이슬기) 덧붙이자면 2주에 한 번 1시간 내외로 진행되었습니다. Zoom을 통해 만났고, 매 모임마다 한 사람씩 돌아가며 발제를 맡았습니다. 미량님과 대화하다가 리딩 클럽을 꾸려보자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신희선) 기획 취지, 목적과 진행방식은 미량님, 슬기님이 잘 설명해 주었네요. 리딩 클럽에서 함께 읽을거리는 이렇게 만들었어요. 미량, 희선, 슬기, 현아가 각자 글 대여섯 개 정도를 골라 2023년 1월 11일에 학교 라운지에서 첫 만남을 가졌습니다. 그렇게 모은 읽을거리를 비슷한 그룹으로 묶는 작업을 했어요. ‘돌봄에 대한 기존 개념’, ‘돌봄을 물질로 확장하려는 과학기술학적 노력’, ‘돌봄과 기술의 관계에 대한 사례 연구’, ‘돌봄을 연구하는 과학기술의 정체성’, ‘돌봄과 제도화’ 등 5개의 주제로 (다소 거칠게) 엮었습니다. 그 다음 주에 진행한 두 번째 모임에서는 빼거나 추가할 읽을거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서 목록을 확정 지었습니다.

리딩 클럽을 함께 시작했지만 잠시 휴식기를 가지고 있는 금현아, 박현빈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Q. 리딩 클럽에 참여를 희망했던 이유와 현재 잠시 멈추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금현아) 석사학위논문 연구를 하면서 폐기물 처리 노동을 하는 작업자 분들에 대한 저만의 언어를 충분히 정리해보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어요. 당시엔 무엇 때문에 그러한 느낌이 들었나 잘 알 수 없었는데, 시간을 들여 곱씹어 보니 돌봄이라는 주제로 폐기물 처리 인프라, 노동 등 제 연구 관심사를 다시 정리해보면 어떨까 혼자서만 생각하던 차에 미량님이 케어 관련한 리딩 클럽 같이 해보자고 제안해줘서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평소 좋아하고 존경하는 동료 선배 분들과 리딩 클럽을 한다니 반갑더라구요. 

돌봄에 대해 페미니즘, 과학기술학, 사회복지학 등 여러 분야에서 다뤄왔다는 것에 대해 약간의 감을 잡던 5월 중순 무렵부터 잠시 참여를 쉬게 되었어요. 박사과정 자격시험 두 번째 과목인 공공정책 공부를 좀 더 잘 마무리하고 싶은데 리딩 클럽과 병행하기엔 조금 역부족이더라구요. 시험이 끝나면 다시 복귀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박현빈)  저는 과학기술정책대학원에서 인류세 수업을 들으면서 다종 연구(multispecies studies), 인간과 비인간 생명체의 관계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박사자격시험으로 다종 연구에 대해서 공부를 하다보니 케어 윤리에 대해 접할 수 있었습니다. 박사자격시험이 마무리되어갈 때 즈음 연구실 동료인 현아님과 슬기님이 다른 동료분들과 함께 케어에 대한 리딩 클럽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들었고, 저도 페미니즘과 과학기술학의 맥락에서 케어에 대해 더 깊이 논의해보고 싶은 마음에 호기롭게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학기가 시작되니 듣는 과목도 많고, 연구실에서 추가로 리딩 클럽을 진행하게 되니 시간상의 부담으로 잠시 모임에서 빠지게 되었습니다. 케어에 대해서 다루는 만큼 더 책임감 있게 참여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 같아서 너무 아쉬웠습니다.

다음으로는, 리딩 클럽을 진행하면서 일상생활에서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지에 대해서 질문하였다. 일상생활에서 케어의 의미를 돌이켜보는 사람도, 읽기라는 활동에 변화를 느낀 사람도 있었다. 

Q. 케어 리딩 클럽을 진행하면서 일상생활에서 어떠한 변화가 있었나요?

(강미량) 그저 내가 더 많이 빠르게 읽어야 한다는 생각에 시달렸습니다. (웃음).

(신희선) 저는 졸업 요건을 충족한 후부터 박사학위논문 연구에 집중하기 위해 학교 수업을 수강하지 않고 있는데요. 그래서 저의 연구와 큰 관련이 없는 주제의 자료는 스스로 찾아 읽는 일이 언젠가부터 드물게 되었어요 (반성합니다). 동료들이 추천하는 자료를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누는 리딩 클럽은 느슨해진 저의 (연구)일상에 좋은 자극이 되어주고 있어요.

(이슬기)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읽을거리를 접했을 때 등장하는 케어, 돌봄을 조금 더 선명하게 이해하려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케어가 영문 뜻이다 보니 이것이 어떤 맥락에서 사용되었고 발전된 개념인지 잘 몰라서 뭉툭하게 사용했던 것 같은데, 지금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전보다는 좀 더 섬세하게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금현아) 돌봄이라는 글귀가 우리 사회에서 생각보다 많이 쓰이고 있구나-알아채게 되었어요. 각기 다른 맥락 속에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구나 생각하였습니다. 오늘 다녀온 서울국제도서전에서도 돌봄 관련된 책이 눈에 많이 띄었어요. “비인간, 인간을 넘어 인간으로” 라는 주제전시가 비인간의 행위성에 주목하고자 다섯 개의 동사 카테고리로 기획되었는데요, ”가능하다” 구역에서 많이 보이더라구요. 새로운 관계를 상상하고 더 나은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모색하는 데에 돌봄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겠다고 다시금 생각했습니다. 누구에 의한, 누구를 위한, 누구와 함께 등 돌봄을 이루는 구체적인 맥락에 대해 세심하게 이야기 해 나가야겠지만요.

(김지해) 제가 케어 리딩 클럽에서 마주한 케어는 제가 이전에 생각한 케어와 달랐습니다. 저는 케어는 돌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어 돌봄이 사용되는 맥락 이상의 맥락에서 케어라는 단어가 연구에서 쓰이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일상생활에서의 저의 마음가짐과 행동이 케어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저와 케어를 주고받는 대상과의 관계에 대해서 어떤 마음가짐과 행동으로 케어를 행하는지에 대해서 돌이켜보게 되었습니다.

(박현빈) 이 모임에 참여하면서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공부를 하면서) 제 일상의 변화에는 충분히 주목하지 못 했었는데, 우리의 공부와 일상을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것은 너무나도 중요한 숙제 같습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인류세연구센터에서 최명애 교수님, 성한아 박사님, 조엘님과 함께 백로 프로젝트를 진행해오고 있는데요. 이따금 출퇴근하면서 갑천에서 관찰할 수 있는 왜가리, 중대백로, 중백로, 쇠백로 등의 존재에 더 케어풀하게 보게 되고 그들을 포함한 그 장소를 더 친밀하고 소중하게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 변화라고 하면 변화라고 할 수 있을까요.

Q. 나에게 케어란 ()이다. 괄호 안을 채우고 설명 부탁드려요.

(이슬기) “나에게 케어란 (함께 살아내기를 실천하는 방식)이다.” 케어란 이 세상에서 함께 살아내기 위한 실천 방식이자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케어를 단순히 귀한 것이나 아름다운 것으로 미화하지 않으면서, 여기에 드는 시간과 자원 노력을 이해하는 방식은 일회적으로 끝날 수 없는 케어를 이해하고 실천하는 데에 꼭 필요한 것 같아요. 이렇게 적다 보니 각박한… 세상에서 이러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도움을 준 케어 리딩 클럽이 꽤나 소중한 것이었네요.

(김지해) “나에게 케어란 (마음을 두고 그것과 관계하기 위해 노력하는 생각과 행동)이다.” 제 경험 안에서 한국어로 돌봄이라는 단어를 쓰는 맥락은 주로 사람이 사람을 돌보는 것, 또한 기술로 대체/보조하고자 하는 행위였습니다. 이렇게 특정 맥락에 주의가 집중되어 있는 저의 경험이, 다양한 케어 관련 리딩을 읽으면서, 케어의 대상이 의료 행위일수도, 과학 연구일수도, 그 대상이 동물이나 식물과 같은 비인간일수도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저는 늘 취미는 고양이를 보살피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케어라는 단어를 쓰는구나 깨닫기도 했습니다. 내 마음 한 켠에 공간을 두고 그 공간에 케어의 대상을 자리하게 하고, 그것과 관계하기 위해 노력하는 생각과 행동들을 내가 하는 것이 케어라고 생각합니다.

(금현아)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네요. “나에게 케어란 (타자의 몸과 마음으로 살아내기 위한 상상과 실천)이다.” 우리는 결코 타자가 될 수 없지만 타자의 몸과 마음을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느끼기 위해 노력할 뿐이라고 생각해요. 끊임없이 주의를 기울이고 새롭게 관계를 조정해나가는 것이 케어가 아닐까요? 서로의 자리를 조금 더 살만하고 안전한 곳으로 만들어나가기 위해 케어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신희선) “나에게 케어란 ( 영원한 탐구 대상 ) 이다.” 리딩 클럽에 참여하면 ‘케어’가 무엇인지 깨끗하게 생각을 정리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 반대에요. 세상 모든 것이 ‘케어’하고 ‘케어’받는 관계 속에 놓여 있으니까요. 우리는 다양한 모양으로, 복잡한 방식으로 매일매일 세상과 관계 맺고 ‘케어’를 주고받습니다. 새로운 관계는 또 새로운 ‘케어’를 요구하겠지요. 그러니 이것이 무엇이고 어떻게 실천할지 탐색하는 일에 게을러져서 안 될 영원한 탐구 대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강미량) “나에게 케어란 (타자와의 차이에 유념하면서 타자와 관계 맺기 위한 노력)이다.” 비장애인으로서 장애, 기술, 돌봄에 관해 연구하면서 빠지기 쉬운 함정이 장애의 탈정치화입니다. 이 탈정치화는 두 가지 방향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해요. 한쪽에서는 ‘장애인을 위한 따뜻한 기술을 연구하는 기특한 연구자’ 프레임에 빠질 수 있고, 다른 한 쪽에서는 장애와 비장애의 차이를 무리하게 지우는 것입니다. 전자는 기술에 내재한 정치성을 지웁니다. 후자는 겉으로 보기에는 평등을 외치는 것 같지만, 현재에 놓인 불평등을 직면하지 않고 비장애중심주의적인 시각을 장애에 덧씌울 가능성이 있어요. 저는 돌봄이라는 게 우리가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어디서 그 차이가 발생하는지 깊게 살피고 또 그 차이가 바뀌고 역전될 수 있음을 유념하는 실천이 돌봄이 아닐까 싶어요.  

(박현빈) “나에게 케어란 (타자를 향한 모험)이다.” 모험이라는 점에서 케어는 타자라는 이질적인 존재를 다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해야 하고, 그를 대할 때 신중하고 예의있게 대해야 할 것을 요청합니다. 또한 케어는 모험이라는 점에서 타자의 존재를 외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타자를 향할 때, 더 흥미롭고 다채로운 관계나 사건이 창발할 수 있음을 말해줍니다. 모험이라는 표현이 다소 케어를 낭만화하는 것 같으니, 앞으로 더 공부를 하면서 케어가 내포하고 있는 정치적인 측면을 고려에 넣어 더 좋은 비유를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즈음이면, 그래서 도대체 리딩 클럽 참여자들이 읽은 케어가 무엇인지 궁금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리딩 클럽에서 읽은 글 중에서 한 문장을 공유해보기로 했다.

Q. 케어 리딩 클럽에서 읽은 글 중에서 한 문장을 공유한다면, 어떤 문장일까요? 그리고 그 문장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슬기) More than a state of mind or an analytic frame, care is active and care is part of what engages practitioners in their world 1(케어는 마음의 상태나 분석적 프레임 이상으로 능동적이며, 케어는 실무자가 자신의 세계에 몰입하게 하는 요소의 일부입니다.) 

과학기술학에서 케어를 다루는 것에 대해 고민했었는데, 이 문장이 조금은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한 문장 정하는 것 너무 어렵네요.

(김지해) It may help with doctoring: with tinkering with care in the persistent hope of improving it. 2(그것은 의사에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개선하기를 지속적으로 희망하면서 조심스럽게 땜질하는 것.)

의료에 있어서 케어를 다루고 있는 글의 마지막 문장이기 때문에 “doctoring”이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저는 여기서 “doctoring”을 여러분이 케어를 행하는 맥락 어떤 것이든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designing이 될 수 있고, policy making이 될 수 있지요. 개선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작은 변화를 시도하는 것으로 케어를 이해하고 실천하게 되었습니다.

(신희선) Care is an effectively charged and selective mode of attention that directs action, affection, or concern at something, and in effect, it draws attention away from other things.3 (케어란 행동, 애정, 염려가 특정 대상으로 향하도록 하는 효과적이고 선택적인 관심 방식으로, 다른 대상들에 대한 관심을 딴 데로 돌리게 한다.) 

우리가 무엇에 “케어”를 하는 것이 한편으로 다른 어떤 것들에 대한 소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설명하는 문장입니다. 한정된 자원 속에서 이러한 “선택적 관심”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불균등으로 이어질 수 있겠지요. 지금 우리 주변을 이루고 있는 것들이 무엇에 대한 ‘선택적 관심’에 의한 결과인지 생각해볼 수도 있겠습니다. “케어”의 이러한 정치적 속성을 함께 고민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 문장을 꼽았습니다.

(금현아) 저도 사실 희선님이 고른 문장이랑 비슷한 문장을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먼저 공유해주셨으니 다른 문장을 골라보도록 할께요. 

For better or worse, care is part of what engages practitioners in their worlds. An attention to care in STS acknowledges forms of attachment, commitments, and the ‘ethico-political obligations’ that take shape in research contexts (Puig de la Bellacasa, 2011:90). The turn to ‘matters of care’ invites attention not only to how care operates in sociotechnical contexts, but also to the roles that we play in our studies of technoscience and our accountabilities to the worlds that we co-construct. 4(좋든 나쁘든, 보살핌은 실무자들이 자신의 세계에 몰입하게 하는 요소의 일부입니다. 과학기술학에서 돌봄에 대한 관심은 연구 맥락에서 형성되는 애착, 헌신, ‘윤리적-정치적 의무’의 형태를 인정합니다(푸이그 데 라 벨라카사, 2011: 90). ‘돌봄의 문제’로의 전환은 사회기술적 맥락에서 돌봄이 작동하는 방식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 연구에서 우리가 수행하는 역할과 우리가 공동 구성하는 세계에 대한 책임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케어를 윤리적이고 정치적인 의무로까지 확장하려는 과학기술학의 시도를 잘 정리해준 문장이라고 생각해요. Bellacasa가 2011년에 쓴 유명한 글을 압축적으로 제시하면서, 케어가 세계 만들기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 같아서 기억에 남습니다.

(강미량) Professional care is not a matter of separating out elements, fixing them, and putting them to use in a linear manner. It is a matter of tinkering, of doctoring 5(전문적인 돌봄은 요소를 분리하고 고쳐서 일률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땜질식 치료의 문제 입니다.)

돌봄이 어떤 문제 요소를 분리하고 파악하고 또 그걸 해결하는 방법을 던져주고 끝나는 게 아니라는 뜻의 문장이어서 좋아합니다. 끝까지 누군가와 이것저것을 시도해보고 땜질하고 또 함께 해결방안을 고민한다는 점에서 제 연구 방향과도 잘 맞아요.

(박현빈) passion, … it means to make an effort to become interested, to immerse oneself in the multitude of problems, … It means to care. 6(열정, … 관심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수많은 문제에 몰입하고, … 이것이 케어를 의미합니다.)

다종 연구를 하는 과학철학자 Despret의 문장이 제가 왜 케어를 모험에 비유했는지 잘 표현해주는 것 같아 골랐습니다.   

Q. 마지막으로, 이러한 모임을 다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학생에게도 추천할 의향이 있나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강미량) 추천합니다. 

(이슬기) 관심있는 개념을 중심으로 리딩 클럽을 꾸려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혼자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같이 읽었을 때 더 지속력 있게 읽고 공부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신희선) 추천합니다. 이 모임에서 우리가 다루는 게 남이 만든 읽을거리, 또 나 혼자 만든 읽을거리가 아니라 “함께” 만든 읽을거리라는 점이 의미 있어요. 그러려면 공통의 관심사를 적절하게 묶는 알맞는 범위의 개념을 잘 고르는 일이 중요할 것 같아요. 모임에 참가하는 구성원들이 여기에 적지 않은 시간을 쏟길 권장 드려요. 

초기에 케어 & 기술 리딩 클럽을 꾸리고 운영하면서 우리가 “케어”라는 단어를 얼마나 비슷하고 다르게 이해하고 있는지, 특히 그것이 “기술”과 붙었을 때의 의미가 어떻게 다양화할 수 있는지 알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도 많이 배웠거든요.

(금현아) 그럼요! 희선님이 너무 잘 말씀해 주셨지만, 리딩 클럽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비슷하게 혹은 다르게 케어를 이해하고 있는지 배울 수 있었어요. 하나의 리딩에서도 서로 주목하는 지점, 읽는 순서, 다른 리딩과 연결 짓는 방식 등이 다양해서 흥미로웠습니다. 연구 대상과 방법론이 제각각 다르지만 하나의 개념을 통해 생각이 연결되는 것도 재밌었구요.

(박현빈) 추천합니다! 한 과목 더 듣는 느낌으로요! (좋은 의미에서) 이번학기 절반 정도 참석했지만, 학생들이 함께 문헌을 고르고 읽은 후 그걸로 실라버스를 만들겠다는 그 목표부터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좋은 모험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김지해) 완전 추천! 하지만 조금 더 여유로운 시간 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읽은 것들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했는지에 대해서 공유하다 보면 다시 한번 찬찬히 그 글을 읽고 싶어 졌어요. 하지만 과학기술정책대학원에서 첫 학기를 보내는 저에게 그런 시간이 잘 주어지지 않더라구요. 덕분에 여름 방학 때 다시 읽고 싶은 것들이 한가득 쌓여 있습니다.

나가며

아직 케어 & 기술 리딩 클럽은 계획한 읽을거리의 반 정도 읽은 상황이다. 실라버스 하나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천천히 정확하게 나아갈 것이다. 어느 정도는 소극적으로 리딩클럽을 참여하고 있었던 나는, 리딩 클럽 참여자들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스스로 답을 하기도 하면서, 다른 참여자들이 다양한 물음을 가지고 진지한 마음으로 리딩 클럽을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그 이전의 소극적으로 참여하던 마음가짐을 반성하게 되었다. 또한 인터뷰를 정리하며 다시 한번 다른 관점과 목적, 전략을 가지고 함께 읽는다는 것은 풍부한 이해를 가져온다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한 가지 나의 연구 질문에 대한 변화를 예를 들어보면, 기존의 노인, 장애인의 기술 사용에 초점을 두고 있던 나의 관심사가, 기술이 개입되면서 변화하는 노인, 장애인과 돌봄 제공자의 권력 관계에 대한 관심사로 확장되었다. 앞으로 남은 리딩 클럽을 조금 더 진지한 마음으로 임하며, 케어를 케어풀하게 살펴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읽을 거리

Martin, A., Myers, N., & Viseu, A. (2015). “The politics of care in technoscience”. Social studies of science, 45(5), pp. 625-641.

이번 인터뷰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한 문장을 가져온 글이다. 그 만큼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돌봄에 대한 글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과학기술학 분야에서의 돌봄에 대해서 설명해주는 글이며, 이번 인터뷰를 읽고 돌봄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진다면 이 글을 읽어보시라 추천드리겠다. 

Mol, A. (2006). “Proving or improving: On health care research as a form of self-reflection”. Qualitative health research, 16(3), pp. 405-414.

이번 인터뷰에서 두번째로 많이 인용된 글이다. 이 글의 문장을 가져온 사람들 모두 tinkering, 땜질이라는 단어를 지극히 좋아했다. 이 글을 읽으면, 물론 의료 행위에 한정되어 있지만, 케어를 “행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알 수 있을 것이다.


  1.  Martin, A., Myers, N., & Viseu, A. (2015). “The politics of care in technoscience”. Social studies of science45(5), pp. 625-641.
  2.  Mol, A. (2006). “Proving or improving: On health care research as a form of self-reflection”. Qualitative health research, 16(3), pp. 405-414.
  3.  Martin, A., Myers, N., & Viseu, A. (2015). “The politics of care in technoscience”. Social studies of science45(5), pp. 625-641.
  4.  Martin, A., Myers, N., & Viseu, A. (2015). “The politics of care in technoscience”. Social studies of science45(5), pp. 625-641.
  5.  Mol, A. (2006). “Proving or improving: On health care research as a form of self-reflection”. Qualitative health research, 16(3), pp. 405-414.
  6.  Despret, Vinciane. (2004). The body we care for: Figures of anthropo-zoo-genesis. Body & society, 10(2-3), pp. 11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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