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Actually, Love Virtually: 당신도 하고 있다, 사이버러브

클로이 김


 

[경고]

이 글은 각 기술에 대한 지극히 주관적인 평가를 담고 있습니다.
사람이나 관계에 따라서 잘 맞지 않는 내용이거나 더 보충해야 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림0

<그림 1. 당신도 하고 있다, 사이버러브.>

 

사랑은 어렵습니다. 여러 가지 사랑 중에서도 몸이 멀리 떨어져 있는 롱디(long distance) 연애, 즉 장거리 연애는 특히나 더 어렵습니다. 장거리 연애가 어려운 이유는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일상을 함께하는 데 제약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장거리 연애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앞에서 소개한 기사의 제목들처럼 ‘장거리’인 상황을 극복해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하고 이를 위한 팁을 원합니다. 사랑은 원래 어렵지만, 장거리 사랑은 더욱 어렵기 때문에 이를 견딜 방법이나 전략이 있다면 그 가짓수가 열 가지든 열 한 가지든 개의치 않고 일단 귀를 기울입니다.

 

그림1

그림2

<그림 2. 오늘도 많은 장거리 연인들은 연애를 지속할 수 있는 팁과 스킬을 적은 위와 같은 글을 무의식 중에 클릭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발달한 기술에 힘입어 장거리 사랑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글에서 저는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매개하는 사랑을 하는 사람들을 사이버러버(cyberlover)라고 부릅니다. 사이버러버는 물리적 거리를 좁혀주는 비행기나 초고속 열차와 같은 기술보다 온라인 메신저나 영상 통화 플랫폼과 같이 물리적 공간을 초월해 관계를 맺는 사람들입니다.

 

그림3

<그림 3. 터보의 [사이버러버] 앨범 자켓 앨범 제목 [e-mail my heart]가 인상적입니다.>

이 글은 서신이 연락 수단으로 거의 유일했던 우리 선조들보다 더 나은 조건에서 장거리 연애를 지속하고 있는 연인들의 이야기입니다. 기술을 기반으로 연애하는 사람들은 멀리 있는 연인과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적재적소에 기술을 동원하는 법을 터득 합니다. 그 예시를 들기 위해 4년 반째 롱디 생활 중인 저와 제 애인의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사실 장거리 연애에 대한 조언을 적은 글들은 이 관계를 어떻게 ‘유지’할 수 있는지에 집중합니다. 실제 연애는 현실 세계에 별도로 존재한다고 보고, 이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알려주거나 행동 지침을 내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장거리 연애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기술이나 장치들을 통해 상대방의 새로운 인격을 확인하거나 기존에 알고 있던 인격을 재구성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디지털 기술을 동원해 느슨해지고 있는 연인과의 관계를 어떻게든 이어가는 것이 아닌,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확인한 상대방의 “제2정체성”과[1] 연애를 하고 있고, 주기적으로 오프라인 으로 만나면서 소위 말해 ‘실물 연인’과 동기화하는 작업을 반복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저는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통한 새로운 연애의 양상이 만들어지고 있음을 말하고자 합니다.

 

언어적 수단: 문자 남친과 실물 남친의 동기화

 

문자는 생각을 정리해서 전달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되고 유용한 수단 중 하나입니다. 예를 들어 19세기 작곡가 쇼팽과 마리아 보진스키가 주고받은 서신은 지금까지도 전해져 내려오면서 낭만적인 연애 관계의 표상으로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문자라 하더라도 서신의 시대에서 스마트폰과 메신저의 시대로 넘어오면서 사이버러버들 이 사용하는 텍스트의 구성이나 기능에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상대방과 주고받은 대화가 하나의 창에 담겨있다는 점입니다. 나의 말에 상대방이 어떻게 반응했는지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으니 텍스트의 구성이나 문장력, 진정성보다는 답장을 하는 빈도나 내용의 간결성과 적절성 등이 더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메신저를 통해 마주하는 애인의 행동은 평소에 데이트할 때의 모습과 사뭇 다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실제로 만났을 때는 제 면면을 꼼꼼히 챙기는, 꽤나 다정한 사람인데, 메신저를 통해서는 종종 저의 정성 어린 장문 카톡에 ‘ㅇㅇ’나 ‘ㅋㅋ’와 같은 자음 단답형 반응만을 보이는 것입니다. 저 역시 이러한 차이에 적지 않게 당황했습니다.

연애한 지 한 달 정도 되었을 때는 ‘애인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건가’ 등등 장거리 연애 자체에 대한 불안감이 갑자기 커졌고, 이러한 걱정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결국 제가 애인에게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이어졌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제 애인은 달달하고 낭만적인 말을 즐겨 하기보다는 말투나 행동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텍스트로 한정해 연락을 주고 받을 때는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카카오톡으로 본 첫인상이 상대적으로 차갑게 느껴진 것입니다. 대신 직접 만났을 때는 제가 먹고 싶은 음식을 주로 먹는다든지, 식당에서 수저와 물을 먼저 챙겨준 다든지, 새우 껍질을 하나하나 까주는 것과 같이 소소하게 배려해주었습니다. 카카오톡 대화창 너머의 남친과 실물 남친 사이의 간극이 커 혼란을 느끼던 중, 애인이 보내는 대화의 내용에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무미건조한 말투 때문에 무심하다고 느꼈지만, 제가 무엇을 하는지 묻고있었고,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에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무미건조한 반응과 답변 이면에 그러한 반응이 의미하는 바와 맥락을 살피니 실물 남친과의 동기화가 진행되면서 그의 애정을 다시는 의심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장면 하나

음성통화와 메신저를 통한 대화의 가장 큰 차이점은 대화의 기록이 남는다는 점입니다. 사실 저와 제 애인의 성격은 대체로 상극이지만 고집이 세다는 점은 또 비슷해서 자주 다툽니다. 특히 언제 어떤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지를 두고 많이 다투는데, 이런 경우에는 가치관의 차이를 해소하기 좋은 깊은 대화 보다는 단순 ‘팩트체크’가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메신저 대화의 기록이 많은 것을 해결해줍니다. 카카오톡 대화창 검색 기능을 사용해 키워드를 검색하면 해당 단어를 모두 색출할 수 있습니다. 전에 반면에 만약 음성 통화를 했다면 모든 전화를 일일이 녹음하지 않는 이상 발언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지요.

 

장면 둘

대화 내용이 길어지거나 애인의 생생한 육성이 듣고 싶을 땐 애인에게 바로 전화를 겁니다. 음성 대화 중에는 말을 더욱 빠르고 효율적으로 주고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숨소리나 어조 등 비언어적인 반응도 함께 살필 수 있어 상대방을 더욱 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복합성 때문에 음성 통화 속 남친은 문자 속 남친보다 실물에 더 가깝게 느껴집니다. 음성통화의 응용으로 음성메시지 전송 기능도 있습니다. 저는 보통 친구들과 노래방에 놀러 갔는데 애인은 자기 집에서 혼자서 심심해 할 때 그가 좋아하는 노래를 불러 들려줄 때 사용합니다. 제가 먼저 이렇게 음성메시지를 보냈더니, 애인도 같은 기능으로 노래방 현장 중계를 해주더라고요. 저는 그때 연구실에서 열심히 과제를 하고 있었는데, 애인이 노는 동안에도 그렇게 저를 챙겨(?)주니 사랑받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습니다.

이 외에도 카카오톡 음성통화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데, 상대방에게 들리는 제 목소리에 음성변조 효과를 넣어주는 아주 유치하면서도 재미있는 기능이 있습니다. 2012년부터 추가된 ‘말하는 고양이, 톰’과 ‘말하는 개, 벤’의 음성필터 기능입니다. 혹자는 ‘이런 쓸데없는 기능을 도대체 누가 쓰나’ 할 수도 있지만, 애인에게 은밀하거나 쑥스러운(!!) 이야기를 속삭일 때 아주 유용하니 메모해두세요. 사실 저는 이런 이야기를 면대면으로는 절대 하지 못하지만, 마음속에 소심한 음란마귀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이 기능을 빌어 제 또 다른 인격을 살며시 드러내곤 한답니다. (웃음)

 

시각적 수단: 사진과 영상통화

 

커다란 스크린은 스마트폰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입니다.[2] 이러한 스크린 덕분에 우리는 사진이나 영상과 같은 다양한 시각적 자료를 더 자주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더욱 선명한 화면을 구현하는 스크린의 기술 발전과 함께 네트워크 속도가 향상되고, 저장 용량이 증가하고, 사진을 찍기 위한 테크놀로지가 발전하면서 인간은 실사에 가까운 이미지를 저장하고, 편집하고, 공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테크놀로지를 통해 지구 규모를 넘어서 토성에서부터 전송된 사진을 받아보는 세상에 제 애인과 저 사이의 거리 대전-서울 153km는 새삼 너무나도 가깝게 느껴집니다.

저와 애인은 함께 찍은 사진 중에서 잘 나온 것들을 골라 비트윈 (Between) 앱 내 앨범에 저장합니다. 비트윈에 사진을 업로드하면 자동으로 촬영 날짜에 따라 사진들을 분류해주고, 이를 하나의 ‘스토리’로 묶어 직접 그 이름을 설정할 수 있게 해줍니다. 연인과 공유하는 디지털 앨범은 그와의 만남에 오랜 공백이 생겼을 때 큰 힘이 됩니다. 행복했던 데이트 장면을 되새김질 하면서 ‘내게도 애인이 있음’을 확인하는 데 매우 유용합니다.

함께한 추억을 공유하는 것 외에도 평범한 일상의 장면을 사진으로 남겨 애인에게 보낼 수 있습니다. 그날 먹은 음식, 길을 걷다 본 풍경, 친구들과 찍은 셀카 등 일상적인 사진을 공유하면 상대방의 평범한 하루를 ‘볼 수 있게’ 되면서 더욱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에는 모든 메신저가 사진뿐만 아니라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한 그림, gif 파일, 화면 캡처 이미지를 손쉽게 보낼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저는 ‘잘 지내고 있어?’라는 질문이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남자친구와 저 모두 힘겨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을 때 주로 이런 방법을 썼습니다. 아무리 할 일이 많아 치이며 살아도 침대에서 학교나 직장으로 이동할 것이고, 허기를 면하기 위해 무언가를 먹을 것이고, 피곤을 가시기 위해 커피나 차 한잔을 들고 다시 바쁜 일상에 뛰어들 것입니다. 이러한 장면들을 놓치지 않고 한두 장 남겨서 보내는 것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상대방을 잊지 않았다는 제스처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만약 자신의 업무가 많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을 상대방이 이미 알고 있다면, 열 마디의 불평 대신에 일거리로 어수선한 책상 위를 찍어 보냅니다. 그날만큼은 나의 연락이 뜸해도 충분히 이해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림4

<그림 4. 제가 좋아하는 세계적인 남자 아이돌 그룹의 춤 연습 영상을 보고있는 남자친구의 모습입니다. 프라이버시를 위해 모자이크 처리를 했는데, 이 모자이크 이면에 실제 표정은 꽤나 심각했습니다.(ㅎㅎ…) 저는 그런 남자친구의 표정 변화를 살피며 적절한 말을 건네고 있습니다. >

 

다양한 테크놀로지를 통해 일상을 충분히 공유했다면, 그 다음 단계는 서로의 일상에 직접 발을 내디뎌 동기화 작업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여기가 내가 우리 학교 사람들이랑 자주 오는 카페야”, “여기가 학교 가는 길이야. 이렇게 가파른 오르막길이라 전화하는 매번 숨이 차는 거야”와 같은 이야기를 나누며 테크놀로지를 매개로 소통하는 애인과 실물 애인의 일상을 맞춰봅니다. 이러한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각자의 삶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애인이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더욱 선명하게 그릴 수 있을 것입니다.

바쁜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어 마음의 여유가 생겼을 때, 저는 하루를 정리하는 영상통화를 합니다. 연결 상태에 따라 스카이프와 카카오톡의 페이스톡 기능을 번갈아 사용하는데, 주로 (제가 좋아하는 가수의 영상을 보여줌으로써 공감과) 이해를 구하거나 설득을 하는 등 얼굴을 보며 직접 말을 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에서 영상통화를 하게 됩니다.

가끔은 영상통화 기능을 켜둔 상태로 아무런 대화를 나누지 않기도 합니다. 마이크와 스피커를 끄고 상대방에게 방해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각자 할 일을 하는 것입니다. 함께 카페에 가서 마주 보고 앉아 열심히 일하는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영상 통화를 통해 오프라인의 연애를 재현하는 것입니다.

 

장면 셋

저는 종종 남자친구와 영상통화를 하며 하루를 마무리하곤 합니다. 조곤조곤 이야기를 하다보면 종일 쌓인 피로가 녹는 것이 느껴집니다. 물론 항상 사이가 좋은 것은 아닙니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면 상대방에게 양해를 구하고 스크린 속 종료버튼을 누르면 문제가 간단하게 해결됩니다. 영상통화를 하던 중간에 감정이 격해져 말다툼으로 번졌을 때는 일단 화면을 끈 채 대화하고, 장기전이 되었을 때는 음성통화로 전환합니다. 화가 나서 매서워진 서로의 표정을 보면 싸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영상통화 대신 음성통화를 하면 표정 관리가 안되더라도 어조나 말투를 차분하게 가다듬고 대화 내용의 수위에 조금 더 신경 써서 상황을 진정시킬 수 있습니다. 수화기 너머의 음성이 어느 정도 진정되면 그제야 상대방이 말하는 내용이 들리기 시작하고 이에 대해 이성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됩니다.

 

바르셀로나와 로스앤젤레스 사이의 물리적 거리가 제목인 영화 <10,000km(2014)>는 7년 동안 연애 중인 스페인의 커플이 갑작스레 장거리 연애를 하면서 벌어지는 상황을 그리고 있습니다. 주인공들은 바르셀로나-로스앤젤레스 간 시간적, 공간적 차이를 좁히기 위해 영상통화로 일거수일투족 함께 합니다. 아래의 그림 5는 이 영화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에서 알렉스는 노트북 앞에서 간단한 식사를 하며 화면 너머의 애인 세르기와 와인 잔을 부딪히고 있습니다. 서로의 살결이 닿지 않는 기계적인 만남이지만, 둘은 요리와 식사를 하는 순간을 공유하면서 최선을 다해 함께하는 일상을 재현하고 있습니다.[3]

이러한 모습이 더욱 애틋하고 따뜻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것은 이 때만 해도 각자의 일상과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통해 전달되는 모습이 동기화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흘러 알렉스가 타지 생활에 완벽히 적응해 새로운 삶을 갖게 되자 10,000km이상 떨어져있는 세르기와의 영상통화는 그 물리적 거리만큼이나 공허해지고 그렇게 관계는 흔들립니다. 이처럼 테크놀로지를 통해 접하는 연인과 실물 연인의 동기화는 아무런 노력없이 유지되거나 매끄럽게 진행되는 것이 아닙니다.

 

A052_C001_08243A.0005424

<그림 5. 영화 <10,000km>의 한 장면 >

 

물질적 수단: 선물하기 기능과 소비 패턴

 

저는 카카오톡의 ‘선물하기’ 기능을 애용합니다. 이 기능을 이용해 남자친구뿐만 아니라, 멀리 계시는 부모님, 친구들에게도 선물을 보내곤 합니다. ‘선물하기’ 기능을 어떤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 궁금한 분들을 위해 해당 페이지에서는 “****로 마음을 전해요!”와 같은 제목을 큼지막하게 올려두었습니다. 카카오톡으로 선물을 보내는 것은 곧 마음을 전하는 것임을 강조함으로써 자신의 용도를 어필하는 것입니다. 디지털 기술을 매개로 사랑을 표현하는 것에 익숙한 사이버러버들에게 딱 맞는 문구입니다.

제가 애용하는 선물은 카페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교환권입니다. 네이버 지도로 남자친구가 사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카페들을 검색해서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할 때마다 하나씩 보내줍니다. 술을 마신 다음 날에는 편의점의 숙취해소 음료 교환권을 보내는데 그럴 때마다 돌아오는 카톡 한 자 한 자에 사랑이 듬뿍 담기곤 합니다. (헤헷) 이러한 교환권의 장점 중 하나는 상대방의 일상에 직접적이고 실재적인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제 애인이 교환권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런 선물을 받았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가 등교길 동선을 바꿔 해당 상점을 방문해야 합니다. 그리고 한 손에 제가 선물한 달달한 아이스 음료를 들고 목을 축이며 아침잠을 깰 것입니다. 게다가 기프티콘을 받는 사람은 처음 모바일 교환권을 받았을 때, 그리고 교환권을 실제로 사용할 때, 이렇게 최소 두 번은 기분이 좋아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애인이 보낸 교환권을 내가 보람차게 잘 사용했다’는 고마움을 말로만 전하기보다 애정을 담은 커피 인증샷(본인 셀카와 함께 찍어야 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으로 표현한다면 선물을 보낸 사람까지도 기분이 좋아지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그림6

<그림 6. 스타벅스 텀블러로 마음을 전해요!>

 

인터넷으로 물건을 구매할 때 공인인증서나 액티브엑스 때문에 혈압 오르는 경험은 한국인 모두가 공유하는 경험입니다. 카카오는 선물하기 기능을 사용하는 소비자가 정말 ‘편하게’ 돈을 쓸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바로 간편 결제 서비스의 일종인 카카오페이입니다. (혹은 카카오머니를 충전해 쓸 수도 있습니다.) 나의 은행계좌나 카드와 연동해두면, 비밀번호 여섯 자리 혹은 지문 인식만 으로 간편하게 물건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매장에 가서 직접 물건을 구매해 들고 오는 것보다 인터넷 쇼핑이 더 익숙한 저와 같은 사람이 쉽게 지갑을 열 수 있게 만들어주는, 무섭지만 매우 유용한 시스템입니다. 덕분에 테크놀로지를 통해 만나는 저는 만나서 데이트를 할 때보다 상대적으로 인심이 후한 애인이 됩니다.

 

나가며: 기술은 사랑을 싣고
이처럼 다양한 테크놀로지를 복합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이 시대의 연인들은 더욱 풍성한 연애를 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 저는 사진 공유, 영상 통화, 이모티콘, 기프티콘, 음성 녹음 메시지 등 병렬적으로 나열이 아니라 각 기술을 더 파고들어 그 의미를 파악하고자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통해 우리는 현실 연애를 재현하기도 하고, 연인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이 둘 사이의 간극을 좁히면서 관계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가고 있었습니다. 결국 디지털 시대의 장거리 연애는 자주 만나지 못하는 상황을 테크놀로지를 통해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새로운 추억을 만들고 정을 나누는 것입니다.

기술을 통해 사랑하는 것은 새로운 방식의 연애를 의미합니다. 사실 이런 기술은 장거리 연애뿐만 아니라 하루 종일 함께 있는 같은 학과의 캠퍼스 커플이나 사내 커플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용하는 방식이나 빈도수에 차이가 있을 뿐, 우리 모두 ‘디지털 테크놀로지 하이브리드적’ 연애를 이미 하고 있거나 향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누구나 부분적인 사이버러브를 하고 있다고 보기 시작하면 장거리 연애에 대한 관점이 달라질 것입니다. 애인을 일주일에 한 번 혹은 한 달에 한 번밖에 볼 수 없게 된 사람들은 당연히 처음에는 매우 힘들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다양한 기술적 장치들을 적절하게, 그리고 유연하게 사용할 줄 알게 되면서 새로운 방식의  연애에 금방 적응할 것입니다. 이들도 이미 사이버러브를 해보았고, 더욱 잘 할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모두 사이버러버입니다. 이 세상 모든 사이버러버들을 응원합니다.


읽을거리 & 볼거리

읽을거리1셰리 터클, 이은주 번역 (2012),「외로워지는 사람들」, 청림출판.

MIT 사회심리학 교수 셰리 터클은 이 책에서 21세기에 새롭게 등장한 ‘묶인 자아(the tethered self)’ 개념을 소개한다. 묶인 자아는 테크놀로지가 매개하는 네트워크 안에서 형성된 새로운 자아를 의미한다. 그 결과, 우리는 여러 사람이 물리적으로 함께 있더라도 각자 개인 네트워크에 접속해 있는 현상을 경험할 수 있다. 함께 있지만 홀로 있는 것이다(Alone together).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매개하는 사랑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에서 셰리 터클의 저서는 학업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큰 도움이 되었다. 이 주제에 더 관심있는 사람은 아직 한국어로 번역되지 않은 The Second Self: Computers and the Human Spirit, MIT Press, 1984 (2005)도 함께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10,000km> 감독: 카를로스 마르쿠즈-마르셋, 2014읽을거리2
주연: 나탈리아 테나, 다비드 베르다거

카를로스 마르쿠즈-마르셋 감독의 영화 <10,000km>는 7년간 함께 살며 아기를 낳기를 희망하는 연인 알렉스와 세르기가 1년간 로스엔젤레스-바르셀로나 장거리 연애를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이 둘은 매일 화상통화를 하며 일상을 공유하고 사랑의 감정을 나누지만, 물리적 거리의 한계에 부딪힌다. 마르쿠즈-마르셋 감독은 관객에게 관계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우리의 삶은 화면에 보이는 모습이 전부가 아니다. 인터넷 기술은 사랑에서 가장 중요한 촉각과 후각 등을 담을 수 없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한다.


 

[1] Second identity, 셰리 터클(Sherry Turkle)의 제2의 자아(second self)에서 착안했습니다.

[2] 미래 기술과 미디어의 부정적인 면을 다룬 SF 옴니버스 드라마의 제목이 전자기기를 껐을 때 나타나는 검은 화면, 블랙미러(Black Mirror)일 정도로 스크린은 현대 사회를 정의하는 중요한 기술입니다.

[3] 카를로스 마르쿠즈-마르셋 감독은 영화 전반에 걸쳐 새로운 기술로 사랑을 표현하고 소통하는 연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관계에 원초적인 교감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갑작스레 장거리 연애를 하게 된 상황에 대한 적응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7년 동안 매일같이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살아온 연인이기 때문에 그러지 못하는 1년이 더욱 길게 느껴질 것입니다. 이는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라는 말이 ‘멀다’가 아닌 ‘멀어진다’는 식으로 거리 변화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점과 일맥상통합니다.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

WordPress.com 제공.

위로 ↑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