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동물실험을 하는 사람입니다.

변서현 (포항공과대학교 융합생명공학부 석박사 통합과정)

shbyun77@postech.ac.kr


 

굳게 잠긴 문에 출입증을 가져다 대면 철컥, 보안이 해제되는 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린다. 에탄올이 찰랑거리는 발판을 밟고 햇빛이 전혀 없는 공간 안으로 들어가 입고 있던 옷 대신 자외선 살균기에서 꺼낸 옷으로 갈아입고, 자외선 살균한 방진복과 장화, 마스크, 라텍스 장갑을 갖춰 입는다. 손과 발에 에탄올을 충분히 뿌린 후, 사람 3명을 욱여 넣으면 꽉 찰 에어샤워 박스를 통과하면 천장에 형광등과 자외선 등이 함께 걸린 공간이 나온다. 여기서부터 사람을 제외한 모든 것은 자외선 살균 없이 왕래할 수 없다. 또 하나의 문을 지나고 나면 드디어, 실험을 위해 길러지는 쥐들이 살고 있다.

이 장면은 내가 실험동물실에 들어갈 때 항상 마주하는 장면으로, 대부분의 실험동물실에서 볼 수 있는 흔한 풍경이다. 나는 면역학(Immunology)을 전공하며 장내 공생미생물과 동물의 면역계 사이의 상호작용에 대해 연구하는 대학원생이다. 마우스 (Mouse, Mus musculus)[1]를 모델 생물로 사용하며, 마우스의 세포를 분리해 배양하는 체외(ex vivo) 실험이나 마우스에 특정한 변화를 가해 관찰하는 체내(in vivo) 실험을 많이 수행한다. 나의 전공 분야에서는 과민 면역 모델을 이용한 실험을 주로 이용하는데, 내 경우에는 실험적 다발성 경화증 모델(Experimental Autoimmune Encephalomyelitis, EAE)이나 다양한 장염 모델 등을 이용하고 있다. 무균(Germ-Free, GF) 모델도 사용하고 있는데, 이 모델은 마우스의 몸에서 공생하는 모든 미생물을 제거한 것이다. 미생물과의 모든 접촉을 차단하기 위해 각종 필터가 장착된 장비 안에 격리되어 있다.

실험동물실 안에서 이루어지는 동물실험의 종류는 그곳에서 이루어지는 수많은 연구 주제보다도 다양하다. 동물실험 연구자가 실험동물을 바라보는 마음도 그만큼 다양할 것이다. 이 글을 씀으로써 동물실험을 하는 사람의 ‘당사자성’을 내가 대표하게 될까 걱정이 앞서고 조심스럽다. 하지만 현장에 있는 한 사람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것이 언제나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하며, 연구자의 경험들을 공유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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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실험동물실 입구. 뚜렷하게 눈에 들어오는 ‘제한구역’ 표시가 보이고, 

출입 권한이 필요한 철문이 있다. 실험동물실 내부는 사진촬영을 할 수 없다.>

 

우리가 지옥에 간다면

주변의 동물실험 연구자들과 함께 연구에 대해 대화하다 보면 꼭 나오는 말이 있다. 우리가 신을 믿든 믿지 않든, 살생을 너무 많이 저질러 천국에는 가지 못한다는 말이다. 지옥에 떨어지고 나면 쥐들이 우리를 붙잡아 손발을 묶어놓고 무언가 찔러 넣거나 장기들을 꺼내 관찰할 것이라는 자조적인 대화는 너무나 흔하다.

연구자들이 수행하는 동물실험은 세포를 분리해 배양하는 체외 실험이나 살아있는 쥐에게 어떤 변화를 가한 후 대조군과 비교하는 체내 실험으로 나눌 수 있다. 인간의 질병과 유사한 모델을 유도해 양상을 분석하는 실험이 가장 흔하다. 장염에 걸린 쥐는 설사를 하면서 몸무게가 줄어들고, 다발성 경화증에 걸린 쥐는 꼬리부터 천천히 마비되어 간다. 물론 질병 모델 없이 건강한 상태로 비교하기도 한다. 신경과학 분야에서 진행하는 행동 실험의 경우 전기 자극을 주거나 쥐를 물에 담그기도 한다. 살아있는 상태에서 실험을 완료한 후에는 보통 쥐의 체내 세포들을 분리해 관찰한다. 경추탈골이나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쥐를 죽인 다음 수술용 가위로 배를 가르고, 원하는 장기를 빼내 일련의 과정을 거쳐 세포를 얻는다. 우리 실험실의 경우 장 내 면역세포를 보기 때문에 소장과 대장을 가져간다. 쥐의 발달 과정을 살펴볼 때는 임신한 쥐의 배를 갈라 태아 쥐를 꺼내기도 한다.

연구자가 동물실험을 하면서 느끼는 감정은 주로 죄책감이다. 매 순간마다 두 가지 서로 다른 생명 사이에서 고민한다. 과학 지식의 진보와 의학 발전, 인간 복지를 위해서는 동물실험이 아직까지는 필수적이다. 동물실험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다른 기술이 등장하지 않은 상황에서 생명과학, 특히 의학 연구에서 동물실험을 배제할 수는 없다. 최근 학계는 동물실험 없이 세포주나 인공적인 장치만을 이용한 연구를 실제 생물의 환경을 충분히 모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신뢰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연구들로 인해 희생되는 어마어마한 수의 동물 앞에서 뻔뻔할 수는 없다. 실험을 위해 일부러 병에 걸리게 할 때마다, 동물들의 숨을 끊을 때마다 죄책감에 힘들어한다. 업으로 삼은 일이 죽음을 필요로 하는데, 그걸 하지 않으면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기가 힘들기 때문에 쥐를 손에 쥐고 있는 와중에도 스스로의 행동에 딜레마를 가지고 있다.

동물을 다루는 것이 정신적으로 너무 고통스러워서 전공을 바꾸기도 하며, 실험에 참여하지 못하기도 한다.[2] 동물실험 연구자가 경험하는 정신적 스트레스에 대한 최근 연구[3]에서는 동물실험 연구자가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연구자에 비해 불안의 정도가 유의미하게 더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미국의 동물보호단체에서는 동물실험 연구자가 겪는 정신적 트라우마가 전쟁에서 살상을 한 군인의 것과 비교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4] 나도 병에 걸려 몸을 가누지 못하는 쥐나 어린 쥐를 다룬 경험들이 트라우마가 되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물실험 연구자는 동물 실험을 수행해야만 한다. 연구자가 동물실험에 익숙해지기 위해 하는 행동은 여러 가지가 있다. 실험을 완료하고 쥐를 처리해야 할 때, 연구자들은 보통 “sacrifice(희생시키다)”라고 표현한다. ‘죽이다’의 표현은 잘 쓰지 않는다. 쥐를 sacrifice할 때에는 보다 덜 고통스러운 안락사 방법을 택한다. 또한 생명에 대한 동정과 연민의 감정을 가진 자신과 동물실험 연구자인 자신을 분리하기 위한 심리적 노력을 기울인다. 나는 실험용 장갑을 그 수단으로 삼는다. 쥐를 다루어야 할 때는 반드시 장갑을 끼고, 끼지 않았을 때는 쥐를 절대 만지지 못한다. 털의 감촉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것이어서,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을 만지는 것조차 어려울 때가 많다. 비인간 동물에게 고통을 가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은 진작에 포기했다. 우리 대학에서는 하지 않는 일이지만, 국내 여러 대학의 실험동물실과 수의대에서는 매년 실험동물을 위한 위령제를 지내기도 한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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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 실험을 위해 연구자의 손에 잡힌 쥐. 살아있는 쥐에게 주사를 놓거나

물질을 먹이는 등의 처리를 할 때에 연구자는 손으로 쥐의 등 가죽을 잡아 제압한다.>

 

동물실험은 관리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조사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동안 약 308만 마리의 실험동물이 희생되었다. 이 중 쥐 등 설치류는 약 283만 마리(91.7%)를 차지했다.[6] 실험동물 개체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였으며, 이는 최근 국내 생명과학 및 의학 관련 연구와 산업의 양적인 성장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308만 마리’라는 압도적인 수치는 사람들에게 동물실험이 무분별하게 수행되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동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현재의 한국 사회에서 동물실험에 대한 반대 의견이 늘어나는 것 또한 당연하다.

전 세계적으로 동물실험은 3R 원칙(대체(Replacement), 감소(Reduction), 개선(Refinement))[7]을 기반으로 수행되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 수행되는 동물실험은 동물보호법 제3장 제23~28조와 ‘실험동물에 관한 법률’에 따라 관리되고 있다. 실험동물실을 갖춘 모든 기관에서는 동물실험윤리위원회를 설립해 모든 실험동물의 관리와 사용에 대해 승인해야 한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인데, 동물을 사용한 논문에는 수행한 실험에 대해 해당 기관의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승인을 얻었음을 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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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3. 케이지 안에 들어 있는 쥐.

실험을 위해 케이지의 뚜껑을 열면 쥐의 소변이 만들어낸 암모니아 냄새가 난다.>

 

동물보호법 제23조에는 ‘동물실험의 원칙’이 총 6가지로 언급되어 있는데, 동물실험 연구자가 동물실험윤리위원회에 매년 제출해야 하는 동물실험계획 승인신청서에는 해당 원칙들을 바탕으로 동물실험이 불가피하며 최대한 원칙을 준수할 것임을 서술하게 되어 있다. 특히 ‘사용하는 동물의 수에 대한 합리적 근거’와 ‘동물이 경험하는 통증 및 스트레스의 정도’에 대한 평가는 아주 엄격하게 이루어진다. 사용하는 동물의 수는 최대한 줄여야 하며, 한 번의 실험에 몇 마리를 사용하며 같은 실험을 몇 번 반복할 것인지 명확한 수치를 표시하여야 한다. 동물이 경험하는 통증과 스트레스는 고통 등급 A~E까지 5단계로 나뉘어 있는데, 이를 최대한 낮출 수 있어야 한다. 면역학 분야의 실험을 하는 내 연구의 특성상 D(실험 동물에게 회피할 수 없는 통증 또는 스트레스를 주는 실험으로, 진통제 또는 마취제를 사용하는 경우) 또는 E(회피할 수 없는 통증 또는 스트레스를 주지만 진통제 또는 마취제를 사용하면 실험 결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경우)단계의 실험을 수행한다. 불가피하게 해당 등급의 실험을 수행해야 하는 사유와 마취 및 통증 관리 방법을 반드시 서술해야 하고, 인도적 종료 시점을 명시해야 한다.

동물실험계획 승인신청서는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전문위원, 일반 위원 약 5명, 위원장의 평가를 받는데, 위원장을 제외한 위원은 모두 블라인드 처리되어 연구자가 알 수 없게 되어 있다. 내 동물실험 계획서를 누가 평가했는지도 당연히 알 수 없다. 주로 연구자 외의 인사가 평가를 하기 때문에, 동물실험계획에 대한 연구 당사자의 판단보다 더 엄격하게 평가가 이루어진다. 이 때문에 동물실험 연구자들은 평가 의견이 유연하지 못하고, 규제가 연구 현장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실험 조건을 조정하는 과정, 교배를 통해 유전자 변형 동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필요한 쥐는 전혀 고려되지 않고 최소한의 실험만 계획하도록 해 생명과학 연구의 수행 과정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동물 생명을 존중하고 무분별한 살생을 통제하는 것에 동의하기에 윤리위원회의 판단에 따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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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4. sacrifice 직전의 쥐. 실험동물실 밖으로 나온 쥐는 다시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글을 마치며

이 글을 쓰는 기간에도 나는 장염에 걸린 마우스 20마리를 “sacrifice”해 대장과 림프절에 있는 면역세포를 분석해야 했다. 면역학적 항상성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이는 타겟 물질이 실제로 마우스의 장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실험이었다. 대장의 상피세포층을 무너뜨리는 물질을 물에 넣어 마시도록 했고, 타깃 물질을 먹이면서 매일 몸무게를 쟀다. 다른 케이지에서는 유전자 하나가 없어진 채 아토피 피부염에 걸린 쥐들이 있다. 심하게 아파 축 늘어진 쥐를 보면서 너무나 고통스럽지만, 해줄 수 있는 일은 사료를 물에 적셔 바로 옆에 놓아주거나 따뜻한 적외선을 잠시 쬐어 주는 일 말고는 없다. 실험을 잘해서 결과를 잘 만들고 이 실험들을 더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것, 그래서 더 적은 동물이 희생되도록 하는 것이 동물실험 연구자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이다.

최근 <사이언스>지의 기사에서는 체내 독성을 파악하는 동물실험을 대체하는 빅데이터 분석법이 소개되었다.[8] 하지만 이 새로운 방법에 아직 분명한 한계가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면역학이나 의학 분야에서도 유전체 분석 등을 통해 동물실험의 목표를 더 명확히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그 결과를 신뢰하기에 한계가 있어 동물실험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대안의 방법이 계속 제시되어서 실험동물을 덜 희생할 수 있기를, 나를 포함한 많은 연구자도 바라고 있다.


읽을거리

읽을거리

 

윤리적인 동물실험을 위한 가이드라인,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실험동물의학교실

(http://eanimal.snu.ac.kr/welfare/Law/snuiacuc_20130402210707.pdf)

몇 년 된 자료이지만, 연구자가 지켜야 할 동물실험의 행동요령을 가장 잘 설명해놓은 자료라고 생각합니다.


 

[1] 흔히 ‘쥐’라고 하면 마우스와 래트(Rat, Rattus norvegicus) 모두를 일컫는다. 두 종은 계통 상 ‘과’까지만 일치하는 서로 다른 종이며, 래트가 마우스에 비해 훨씬 크다. 이 글에서 ‘쥐’는 모두 마우스를 지칭한다.

[2] 한국일보(2018.04.21), 「[동물과 사람이야기] 동물도 연구자도 고통스러운 ‘동물 실험’… 대안은 없나요」.

[3] Kang, M. et al. (2018), “Mental Stress from Animal Experiments: a Survey with Korean Researchers”, Toxicological Research, Vol. 34, No. 1, pp. 75-81.

[4] 「The Double Trauma of Animal Experimentation」, https://queensanimaldefence.org/2013/12/04/the-double-trauma-of-animal-experimentation/

[5] (편집자 주) 위령제에 대해서는 『과학뒤켠』 3호에 실린 이승준의 글 「실험동물 위령제」를 참고하라.

[6] 한겨레(2018.04.21), 「308만마리의 비명…동물실험 매년 증가 추세」.

[7] Russell, W. M. S., Burch, R. L., & Hume, C. W. (1959), The Principles of Humane Experimental Technique, Baltimore: Johns Hopkins Center for Alternatives to Animal Testing.

[8] Science(2018.7.11), “New digital chemical screening tool could help eliminate animal tes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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