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모형의 가치와 과학의 가치중립성에 대하여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
성두현
dhsung91@kaist.ac.kr

서론

코로나19와 기후변화를 포함한 실존적 문제의 심각성이 커짐에 따라 과학적 모형(scientific model)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뜨겁다. 최근에 국립암센터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를 포함한 다양한 연구기관의 연구팀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역학적 특성을 보다 효과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감염병 수리모형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쏟고 있다[1]. 동시에 세계 각국에서 현존하는 바이러스 모형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이뤄짐으로써 과학적 모형 전반에 대한 새로운 관점 또한 지속적으로 제시되고 있다[2]. 반면에 미국과 같이 정부의 방역 조치가 크게 비판받고 있는 국가에서는 바이러스 모형의 신뢰성 뿐만 아니라 모형의 신뢰성에 대한 정부의 태도와 범람하는 모형이 국민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3].

과학적 모형의 문제는 곧 과학적 증거의 문제이며, 과학적 증거의 문제는 곧 과학적 객관성의 문제다. 그리고 과학적 객관성은 많은 공공정책 의사결정의 바탕이자 척도이기 때문에 과학적 객관성에 대한 논의는 곧 사회의 현주소와 미래에 대한 논의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이 모든 문제를 글 한 편에서 온전히 다루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필자는 과학적 모형의 주요 인식적 기능인 예측과 그와 밀접하게 관련된 과학철학의 문제 하나를 논하고자 한다. 이 글의 목적은 과학자가 연구자이자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활동하는 과정에서 마주치는 일반적인 딜레마 하나를 논하는 것이다.

과학적 모형의 가치와 한계

“모든 모형은 본질적으로 틀렸지만 그 중 일부는 유용하다.”[4] – G. E. Box & N. R. Draper

위 문구는 과학적 모형에 대한 흥미로운 관점을 담고 있다. 만일 모든 모형이 본질적으로 틀렸다면 애초에 왜 온갖 수고를 들여가면서 모형을 만들고 쓸까? 만일 일부 모형이 정말 유용하다면 그 유용함은 어디서 비롯될까? 우리의 모형이 심각한 결함이나 한계를 보일 때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과학적 모형을 만들고 활용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현실에 대한 인지를 체계적으로 분석-통합-검증하여 보다 객관적으로 만들고 그에 준하여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다. 감각이나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지식은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우리는 정밀하고 체계적인 관찰 및 실험을 통해 확보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올바른 추론을 내림으로써 관심 현상에 대한 보다 넓은 이해를 얻는다. 예를 들어 우리는 역학적 연구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분석하고 그에 대한 메커니즘적 해석을 내림으로써 특정 생물학적 요인과 관찰된 질병의 증상 사이의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모형을 구축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모형은 관심 현상에 대한 체계적인 관점을 제공함으로써 향후 연구의 발판이 되기도 한다. 바로 이러한 특징 덕분에 우리는 모형을 통해 직접적인 경험 밖에 있는 현상에 대한 합리적인 예측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자연과학을 넘어서 경험적 탐구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귀납적 추론에 의존하는 연구 분야에 일반적으로 해당되며, 우리는 과학적 모형과 그에 바탕을 둔 연구 방법론의 발전 덕분에 폭넓은 범위의 자연 및 사회 현상을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서론에서 언급한 예가 보여주 듯이 과학적 모형은 많은 약점과 한계를 가진다. 과학적 모형은 합리적이지만 궁극적으로 잘못된 가정이나 이론을 바탕으로 만들어질 수 있고, 데이터의 양과 질의 문제로 인해 신뢰성이 떨어지는 예측을 내놓을 수 있으며, 각종 편향으로 인해 유의미한 인과관계를 규명하는데 실패할 수 있다. 설령 우리가 이상적인 조건에서 모형을 구축한다 해도 모형을 바탕으로 한 추정은 궁극적으로 귀납적 추론을 동반하기 때문에 오류를 낳을 가능성이 필연적으로 존재한다. 한편 보건, 복지, 경제나 안보와 같이 우리 사회의 많은 실존적인 문제가 과학적 지식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공공정책 의사결정이 과학적 지식에 바탕을 두기 때문에 모형의 신뢰성과 객관성은 단순히 과학만의 문제라고 할 수 없다.

물론 우리는 이런 약점과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거나, 모형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방법론적 문제를 탐구하거나, 모형의 투명성을 더욱 보장할 수 있게끔 뚜렷한 연구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모형이 편향된 예측을 내리지 않도록 모형을 구축하고 활용하는 과정에서 과학과 무관한 가치판단을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비록 모형 자체를 개선하는 것은 기술적이라는 점에서 자연스러운 대응책이라고 할 수 있으나 마지막 제안은 과학의 가치중립성이라는 결코 쉽지 않은 철학적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과학은 과연 가치중립적이어야 할까?

과학의 가치중립성과 판단의 딜레마

우리는 과학을 둘러싼 논쟁이 있을 때 과학이 가치중립적이어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예를 들어 우리는 공공정책의 바탕이 되는 경제적 모형을 만들 때 특정 정치적 신념을 최대한 배제해야 한다는 말을 듣기도 하고, 어느 과학적 견해가 해당 견해를 제시한 과학자의 정치적 행보나 성향으로 인해 도전받는 경우를 보기도 한다. 과학이 가치중립적이라는 주장은 일반적으로 인식론적 유형과 윤리적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전자는 가치판단이 과학적 지식과 본질적으로 무관하다는 사실적(descriptive)인 주장인 반면에[5] 후자는 과학적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과학과 무관한 가치판단을 배제해야 한다는 규범적(normative)인 주장이다[6]. 비록 모든 가치판단을 의식적으로 배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는 이견의 여지가 있으나, 과학이 가치중립적이어야 한다는 주장은 설령 완전한 가치판단의 배제가 불가능하다 해도 가치중립성을 과학의 이상 혹은 규범의 바탕으로서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일 수 있다.

과학의 객관성을 지키기 위해 가치중립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은 얼핏 들으면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만일 과학이 경제적 혹은 정치적 가치에 좌우되면 과학은 특정 이해집단의 도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며, 해당 집단이 사회정의에 어긋나는 의사결정을 ‘객관적’이거나 ‘과학적’인 결정으로 둔갑시킬 위험 또한 크기 때문이다. 한편 우리는 유사과학의 경우와 같이 과학적 지위에 대한 논란이 큰 분야의 주장에 대해 논의할 때 과학적 객관성이 특정 신념이나 사상이 아니라 엄밀한 방법론과 철저한 비판정신에서 비롯되어야 한다고 받아들이기도 한다. 더 나아가 과학이 가치중립적이라는 관점은 과학적 객관성에 대해 논한 여러 철학자들의 견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한때 과학철학의 패러다임이기도 했다[7].

하지만 과학이 가치중립적이라는 관점은 더 이상 과학철학의 패러다임이라고 볼 수 없으며, 가치중립성을 과학의 이상으로 받아들일 이유도 더 이상 명확하지 않다. 과학철학자들이 최근에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귀납적 위험(inductive risk), 즉 경험적 증거를 토대로 귀납적 추론을 할 때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다. 귀납적 추론은 개별적인 특수한 사실이나 현상의 사례들로부터 일반적인 결론을 이끌어내는 추리법으로서 과학적 추론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참인 전제에서 참인 결론을 도출하는 연역법과 달리 귀납법은 결론의 진리값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오류의 가능성을 동반한다. 즉, 귀납적 위험이 존재함은 모든 경험적 증거와 과학적 이론 사이에 추론적 괴리가 존재할 수 밖에 없음을 뜻한다. 모든 과학적 지식이 본질적으로 귀납적인 이상 귀납적 위험은 결코 피할 수 없으며, 언제나 오류의 위험과 마주치는 과학자는 ‘과학자’로서 오류의 가능성에 대해 올바른 (가치)판단을 내려야 하는 딜레마에 처한다[8].

과학자가 귀납적 위험 때문에 필연적으로 가치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은 ‘귀납적 위험 주장(argument from inductive risk)’로 알려져 있으며[9], 20세기 중반에 처음 소개된 이래로 치열하게 논의된 관점이다. 여러 철학자들이 귀납적 위험 주장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제시했으나, 귀납적 주장의 핵심 구조는 다음과 같이 간결하게 재구성할 수 있다[10].

1.        모든 과학자는 가설을 채택하거나 거부한다.

2.        모든 과학적 지식은 귀납적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오류의 가능성을 동반한다.

3.        모든 과학자는 귀납적 오류(제1종 혹은 제2종 오류)[11]로 인한 잠재적 결과를 고려함으로써 가설을 채택하거나 거부한다.

4.        전제 3이 요구하는 판단은 해당 가설을 잘못 채택하거나 잘못 받아들이는 경우(즉, 오류를 범할 경우)의 (윤리적) 심각성과 관련되어 있다.

5.        고로 과학자는 필연적으로 가치 판단을 내린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귀납적 위험 주장의 핵심이 과학자가 연구를 할 때 가치판단을 내리는가가 아니라 과학자가 가설 채택이라는 과학적 추론을 할 때 필연적으로 가치판단을 내리냐에 있다는 점이다. 과학적 탐구는 기본적으로 실용적 및 윤리적 가치판단을 필요로 하며 (예: 연구 예산의 합리적인 활용과 관련된 실용적 판단 혹은 실험 대상의 대우에 관한 윤리적 판단), 과학적 가치가 아무리 크다 해도 인체실험과 같이 윤리적 논란의 소지가 큰 연구는 결코 허용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가치판단이 과학적 연구라는 활동의 일부라는 점은 놀랍지 않은 사실이다. 반면에 귀납적 위험 주장이 논란의 여지가 큰 것은 모든 과학자가 귀납적 위험 때문에 필연적으로 과학적 추론 수준에서 가치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규범적인 관점 때문이다. 만일 귀납적 위험 주장이 옳고 과학적 탐구의 모든 인식적 측면이 직간접적으로 귀납적 위험을 동반한다면 모든 과학자는 필연적으로 가치판단을 내려야 하는 셈이다.

물론, 귀납적 위험 주장에 대한 반론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리처드 제프리(Richard C. Jeffrey)는 과학자가 가설을 단정적으로 채택하거나 거부하는 대신에 확률을 부여함으로써 가치판단의 딜레마를 피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12]. 왜냐하면 확률를 부여하는 것은 채택이나 거부와 달리 정도를 정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주장은 많은 과학자들이 가설이나 이론을 단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강하게 내세우기도 한다는 역사적 사실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 이론을 주장하는 대신에 자신의 이론을 71% 정도로 믿는다고 말하는 것을 상상해보자). 반면에 이삭 레비(Isaac Levi)는 과학자가 가설이나 이론을 단정적으로 채택하거나 거부한다 해도 가치판단을 내리지 않을 일종의 의무(canon)가 있다고 주장한다[13]. 이는 과학자의 의무는 증거에 바탕을 둔 과학적 판단만 내리는 것으로 충분하며 과학적 오류와 관련된 가치 판단은 정책가 혹은 윤리학자가 내리면 된다는 것을 암시한다. 하지만 이 주장은 과학자의 사회적 활동 및 기여를 협소하게 서술하는 동시에 지구온난화나 신소재의 독성 여부 판단과 같이 뚜렷한 과학적 합의가 극도로 어려운 문제에 종사하는 과학자의 복잡한 학문적 및 사회적 역할을 왜곡할 여지가 있다는 문제가 있다[14]. 한편 칼 헴펠(Carl G. Hempel)은 과학적 탐구가 본질적으로 가치판단을 동반하지만 가치판단의 문제는 과학적 지식의 응용에 더 어울리며 궁극적으로 사실판단이라는 사실적 문제는 가치판단이라는 규범적 문제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한다[15]. 하지만 이 관점은 합성생물학과 같이 순수과학과 공학 사이의 경계가 불분명한 분야에 적용하기 힘들며[16], 과학 전반에서 가치판단이 맡는 역할의 중대성을 간과하거나 과소평가할 여지가 있다는 문제가 있다. 더 나아가 힐러리 퍼트넘(Hilary Putnam)과 같은 철학자들은 사실판단 대 가치판단의 형이상적 이분법이 지식에 대한 협소한 이해에 바탕을 두었으며, 오히려 가치판단을 모든 인식적 활동의 바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17].

비록 귀납적 위험 논쟁은 20세기 중반 이후로 일시적으로 잠잠해졌으나 과학철학자 헤더 더글라스(Heather Douglas)가 귀납적 위험 주장을 체계적으로 발전시킴으로써 가치판단의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더글라스는 과학이 가치중립적이라는 관점의 역사적 및 정치적 배경을 파헤치는 동시에 리처드 루드너와 칼 헴펠의 주장을 확장함으로써 가치판단의 과학적 역할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더글라스의 귀납적 위험 주장은 다음 같이 재구성할 수 있다[18][19].

1.        모든 과학자는 필연적으로 가치판단을 내린다(앞의 귀납적 위험 주장 참조).

2.        귀납적 위험 때문에 내려야 하는 가치판단은 과학적 활동의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치며, 이는 방법론의 선택과 증거 해석 등의 활동을 포함한다.

3.        모든 과학자는 예측 가능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선택을 할 때 부주의나 고의로 인한 해악을 끼치지 않을 윤리적 의무를 가진다.

4.        모든 종류의 가치는 간접적인 역할을 맡는 이상 과학적 추론의 올바른 바탕이 될 수 있다. 반면에 가치 판단은 오로지 과학탐구의 초기 단계(과학적 가설을 믿거나 내세우기로 결정하기 전의 단계)에서 직접적인 역할을 맡을 수 있다.

더글라스의 귀납적 위험 주장은 두 가지 주요 특징을 지닌다. 첫째, 더글라스는 모든 종류의 가치판단을 오로지 과학의 영역에만 속하는 인식적 가치와 그렇지 않은 사회적 가치로 명확히 구분할 수 없으며, 대신 가치판단이 특정 과학 분야에서 맡는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더글라스는 과학적 객관성이 단일한 형태로 존재하지 않으며, 객관성의 기준이 연구의 맥락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주장한다[20]. 둘째, 더글라스는 가치판단이 직접적인 역할(어떤 선택의 바탕이 되는 것) 혹은 간접적인 역할(선택의 기준을 정하는 바탕이 되는 것)을 맡으며, 이를 바탕으로 가치판단의 정당성을 판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종합하자면 더글라스는 과학적 객관성이 필연적으로 가치판단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인식론(epistemology)의 문제인 동시에 윤리학(ethics)의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비록 더글라스의 귀납적 위험 주장은 과학적 가치판단에 대한 논의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나, 우리는 가치판단의 본질과 역할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다니엘 스틸(Daniel Steel)은 가치판단의 종류를 유의미하게 구분할 수 없다는 더글라스의 주장에 반대하는 반면에[21] 케빈 엘리엇(Kevin C. Elliott)은 사회 및 윤리적 가치가 더글라스가 인정하는 범주를 넘어서 과학탐구에 직접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22]. 더불어 스티븐 존(Stephen John)은 과학적 추론이 아닌 과학적 지식의 소통의 맥락에서 오히려 비인식적 가치를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23]. 현재 과학철학자들은 과학의 가치중립성 여부를 넘어서 어떻게 가치판단이 과학적 객관성에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해 치열하게 논의하고 있다[24].

지금까지의 논의를 보면 과학적 객관성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과학적’ 지식은 필연적으로 이해관계, 정치나 이데올로기의 산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과학이 ‘가치중립’이라는 표현의 역사적 근원과 의미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가치중립’이라는 표현의 뜻을 과학철학의 관점에서 살펴보자.

과학적 역사적 및 실천적(practice) 측면을 분석한 과학철학자들에 의하면 우리는 과학적 탐구를 할 때 비인식적(nonepistemic) 가치를 추구하는 동시에 과학적 탐구와 관련된 다양한 가치 또한 추구한다. 예를 들어 래리 라우든(Larry Laudan)은 과학이 다른 지적활동과 결정적으로 다른 이유 중 하나가 이론의 간결함이나 설명력 같이 과학적 주장의 진리 여부와 무관하면서도 과학적 추론에 있어서 필수적인 인지적(cognitive) 가치를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25]. 한편 마이클 스크리븐(Michael Scriven)은 과학적 탐구가 과학지식의 인식적 지위에 대한 평가를 동반하는 이상 가치판단을 필요로 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26]. 여기서 명확해지는 점은 만일 과학이 사회 및 윤리적 가치 뿐만 아니라 과학만의 인지적 가치를 추구한다면 과학이 ‘가치중립적’이라는 주장은 일종의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즉, 흔히 듣는 ‘가치중립성’이라는 표현은 사실 과학적 객관성이 사회적 및 윤리적 가치에 좌우되지 않음을 뜻하는 셈이다. 하지만 앞서 보았듯이 이러한 관점은 과학탐구의 인지적 현실과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과학이 사회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맥락에서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여전히 과학의 가치중립성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을까? 헤더 더글라스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가치중립성의 개념이 역사적으로 두 철학적 관점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한다[27]. 첫 번째는 과학적 지식의 발견과 정당화의 맥락이 엄연히 다르다는 관점이며, 두 번째는 앞서 언급한 사실판단 대 가치판단의 이분법이다. 둘을 종합하면 과학적 객관성이 과학의 역사적 및 사회적 차원과 무관하며, 가치판단이 아닌 사실판단의 문제라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사실은 첫 번째 관점이 과학적 지식의 본질을 오로지 형식언어 분석과 논리를 통해 규명하고자 했던 논리실증주의(Logical positivism)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하지만 과학사학과 과학철학이 과학혁명을 포함한 과학사의 주요 사건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과학적 객관성이 형식적인 언어와 논리로만 좌우되는 ‘알고리즘’으로 환원될 수 없으며 과학의 역사적 및 사회적 측면을 등한시하는 이론은 매우 제한적인 설명력을 가질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지속적으로 밝혀졌다. 이는 과학이 본질적으로 가치중립적이라는 주장이 과학탐구의 실상과 과학의 사회적 역할을 왜곡할 위험이 크다는 것을 암시하며, 이는 앞서 소개한 귀납적 위험 주장에 대한 반대 주장에도 해당된다. 한편 과학의 객관성에 대한 철학적 논의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가치중립성이 여전히 대중적인 지지를 받는다는 사실은 과학철학적 논증을 대중과 소통하는 과정의 한계와 어려움을 보여준다고 볼 수도 있고, 기계적인 가치중립성에 대한 인지적 전환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과학적 모형, 예측과 가치판단

비록 귀납적 위험은 본래 과학적 가설 및 이론의 채택의 맥락에서 논의되었으나, 귀납적 위험의 문제는 모델의 구축, 해석과 활용의 맥락에서 더욱 복잡해진다. 이는 과학적 모형의 다양한 특징과 역할 때문이다. 그러므로 필자는 귀납적 위험 및 가치판단의 문제가 어떻게 모형의 주요 특징 및 역할과 연관될 수 있는지에 대해 간략히 논하고자 한다. 여기서 다른 철학자들과 같이 과학적 모형을 탐구의 대상인 물리계(physical system)의 표상(representation)으로 정의한다[28].

우선 과학의 모형과 이론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자. 모형은 한 때 이론을 응용하기 위해 관심 물리계를 추상적으로 나타내는 수단으로만 여겨졌으나 모형의 기능은 이론의 응용을 넘어서 이론의 한계를 탐색하거나 이론의 결함을 보완하는 것 등을 포함한다[29]. 지금까지 과학철학자들이 밝혀낸 과학적 모형의 종류는 탐색 모형, 현상학적 모형, 계산 모형, 실험 모형, 수학적 모형, 메커니즘 모형과 유사 모형 등을 망라하며, 마가렛 모리슨(Margaret Morrison)과 메리 모르건(Mary S. Morgan)과 같은 철학자는 과학적 모형이 형식적인 명제로 구성된 이론과 물리적 세계를 이어주는 매개적 역할을 맡는 자율적 주체(autonomous agent)임을 주장한다[30]. 예를 들어 카오스 이론과 같이 극도로 복잡한 이론은 대다수의 물리계에 직접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물리학자들은 물리계를 간결하게 나타내는 모형을 통해 이론을 구성하는 명제가 모형을 구성하는 물리적 개체 및 특성에 부합하는지를 판단한다[31]. 즉, 모형은 이론을 해석하기 위한 추상화(abstraction)와 이상화(idealization)의 산물인 것이다. 이러한 모형의 특징과 다원성은 과학적 이론 혹은 가설의 채택이 모형과 복잡한 관계를 가지는 동시에 연구자의 선택과 해석에 좌우됨을 암시한다. 우리는 이론을 복잡한 현상이나 물리계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모형에 의존할 수 밖에 없으며, 어떤 모형을 통해 이론을 해석하느냐에 따라 같은 가설을 채택하거나 기각할 수 있다. 이는 과학적 모형의 선택과 그에 바탕을 둔 이론의 해석이 귀납적 위험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여기서 간단한 사고실험을 해보자.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한 여러 나라가 코로나19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학교 개학을 연기하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비록 개학 연기가 감염자 간 접촉을 원천적으로 차단함으로써 바이러스 확산 방지에 기여한다는 점은 이견의 여지가 없으나, 만일 확진자 수가 감소하기 시작한다면 개학 시점을 결정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이때 개학 시점과 확진자 수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해 두 가설을 고려하자.

1.        가설 1: 시점 T에 개학을 하면 확진자 수 N이 증가한다.

2.        가설 2: 시점 T에 개학을 하면 확진자 수 N이 증가하지 않는다.

이때 역학적 데이터를 수학적으로 분석하여 확진자 수를 예측할 수 있는데, 현재 전염병 예측 모형 중 SIR(Susceptible-Infection-Recovered) 모형이 널리 쓰이고 있다[32]. SIR 모형은 바이러스에 취약한 사람의 수(S), 감염자의 수(I)와 회복한 사람의 수(R)라는 변수에 대해 ‘취약→감염→회복’이라는 단순한 역학적 관계를 전제로 삼기 때문에 해당 모형을 수용하거나 보완하기에 앞서서 두 가설에 대응하는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만일 개학 시점이 수능에 가깝다면 해당 모형은 수능 시기에 예상할 수 있는 교육현장의 모습에 가깝게 수정될 것이고, 확진자 수가 매우 느리게 감소하고 있다면 보다 다양한 감염 시나리오를 반영할 것이다. 한편 두 가설에 대응하는 시나리오는 학생 및 교사의 안전과 교육권과 같이 경우에 따라 대립할 수 있는 가치와 관련이 있으며 제1종 오류와 제2종 오류를 동시에 최소화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립하는 가치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이 핵심이다. 결국 모형의 기술적 특징 뿐만 아니라 우리가 우선시하는 방침, 가치와 의무가 가설의 채택을 좌우하는 셈이다. 과연 어떤 선택이 옳을까?

모형을 구축하는 과정 또한 간단하지 않다. 과학적 모형은 방대한 양질의 데이터를 필요하는 동시에 이상화 및 추상화와 같은 지적 활동을 동반하기 때문에 연구의 목적, 여건과 배경 전제에 좌우된다[33]. 한편 우리는 보건과 같은 중대한 사회적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과학적 예측을 내리기 때문에 모형을 구축할 때 시급하거나 장기적으로 중대한 문제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현상의 측면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이는 모형의 구축 또한 가치판단의 영향을 받음을 암시한다.

종합하자면 과학적 모형의 역할과 객관성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귀납적 위험에서 비롯되는 모형의 결함과 한계를 만회하는 인지적, 윤리적 그리고 실용적 가치를 반영하는 과학적 의사결정의 과정을 최대한 상세히 파악해야 한다. 더 나아가 이러한 이해는 과학적 모형과 공공정책 의사결정 사이의 관계에 대한 투명한 논의의 바탕이 되어야 한다. 기계적인 가치중립성에 대한 맹신은 과학을 블랙박스(black box)[34]로 만들고 무책임한 의사결정을 정당화하는 미사여구로 남용될 위험이 크다.

결론

지금까지 이 글에서는 과학적 모형의 기능과 한계가 어떻게 과학적 객관성과 가치판단이라는 철학적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 논했다. 우리는 과학의 눈부신 발전 덕분에 많은 현상을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으나 과학적 지식의 본질적인 한계 때문에 과학의 바탕이 되는 가치를 늘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숙명을 안고 있다. 이는 과학이 사회와 역사에서 분리될 수 있는 지적활동이 아니라 사회의 발전과 안녕과 결코 떼어놓을 수 없는 실천이라는 것을 뜻한다. 그렇기 때문에 과학이 가치중립적이어야 한다는 주장은 철학적으로 보나 사회적으로 보나 비판의 여지가 크며, 우리는 오히려 가치판단이 어떻게 과학적 객관성에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해 치열하게 의논해야 한다. 그렇기에 이 글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가 어떻게 과학적 모형의 구축, 해석과 활용을 좌우하는지를 논했다. 필자는 모형의 예측이 맞는가라는 질문보다 어떻게 정당한 가치판단을 통해 모형을 구축하고 해석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라는 물음을 남기며 본 글을 마친다.

감사의 글 이 글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큰 도움과 건설적인 피드백을 주신 박범순 교수님(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우석 교수님(카이스트 인문사회과학부), 김태경 교수님(카이스트 인문사회과학부), 신유정 선배(카이스트 과학기술사회정책센터), 안오성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미래전략부장님, 학과 동료들과 과학뒤켠 편집부 위원님들께 큰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1] 「에볼라 때 진가 발휘한 ‘감염병 수리모델’ 코로나 19 잡는 ‘레이다’ 될까」,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36865

[2] Marchant, R. et al. (2020), “Learning as We Go: An Examination of the Statistical Accuracy of COVID19 Daily Death Count Predictions”, arXiv preprint arXiv:2004.04734.

[3] “This coronavirus model keeps being wrong. Why are we still listening to it?”, https://www.vox.com/future-perfect/2020/5/2/21241261/coronavirus-modeling-us-deaths-ihme-pandemic

[4] Box, G.E. and Draper, N.R. (1987), Empirical Model-Building and Response Surfaces, New York: Wiley.

[5] Reichenbach, H. (1961), The Rise of Scientific Philosophy,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6] Levi, I. (1960), “Must the Scientist Make Value Judgments?”, The Journal of Philosophy, Vol. 57, pp. 345-357.

[7] Reichenbach, H. (1961), The Rise of Scientific Philosophy,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8] 다만 칼 포퍼(Karl Popper)의 반증주의는 귀납법이 과학적 방법론의 바탕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9] 귀납적 위험 주장을 처음 제시한 철학자는 R. B. 브레이스웨이트(Braithwaite), C. 웨스트 처치맨(West Churchman) 그리고 리처드 루드너(Richard Rudner)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루드너가 과학의 가치중립성을 강하게 비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 Rudner R. (1953), “The Scientist qua Scientist Makes Value Judgments”, Philosophy of Science, Vol. 20, pp.1-6.

[11] 제1종 오류(type I error)는 실제로 옳은 귀무가설(null hypothesis)을 기각하는 오류인 반면에 제2종 오류(type II error)는 실제로 틀린 귀무가설을 수용하는 오류다.

[12] Jeffrey, R.C. (1956), “Valuation and Acceptance of Scientific Hypotheses”, Philosophy of Science, Vol. 23, pp. 237-246.

[13] Levi, I. (1960), “Must the Scientist Make Value Judgments?”, The Journal of Philosophy, Vol. 57, pp. 345-357.

[14] 예를 들어 보건정책의 바탕이 되는 독성학(toxicology)은 독성 발현이라는 현상의 복잡성과 역학조사 및 동물실험과 같은 연구 수단의 한계 때문에 사전예방 원칙(Precautionary Principle)과 같은 윤리적 원칙에 바탕을 둔 ‘증거가중치(weight of evidence)’라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독성 여부를 판단한다. 여기서 레비가 주장하는 가치중립성의 원칙을 온전히 적용할 수 있는지 고민해보자.

[15] Hempel, C.G. (1956), Aspects of Scientific Explanation and Other Essays in the Philosophy of Science, NewYork: The Free Press, pp. 81-96.

[16] 켄트 스테일리(Kent W. Staley)는 입자물리학과 같은 ‘순수과학’이라고 할 수 있는 분야조차 실용적 가치의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Staley, K. W. (2017). Decisions, Decisions: Inductive risk and the Higgs Boson, in Exploring Inductive Risk: Case Studies of Values in Science, Oxford University Press, pp. 37-55.

[17] Putnam H. (2002), The Collapse of the Fact/Value Dichotomy and Other Essays Including the Rosenthal Lectures, Harvard University Press.

[18] Douglas, H.E. (2009), Science, Policy, and the Value-Free Ideal, University of Pittsburgh Press.

[19] Elliott, K.C. (2013), “Douglas on Values: From Indirect Roles to Multiple Goals”, Studies in History and Philosophy of Science, Vol. 44, pp. 375-383.

[20] Douglas, H.E. (2004), “The Irreducible Complexity of Objectivity”, Synthese, Vol. 138, pp. 453-473.

[21] Steel, D. (2010), “Epistemic Values and the Argument from Inductive Risk”, Philosophy of Science, Vol. 77, pp. 14-34.

[22] Elliott, K.C., and McKaughan, D.J. (2014), “Nonepistemic Values and the Multiple Goals of Science”, Philosophy of Science, Vol. 81, 1-21.

[23] John, S. (2015), “Inductive Risk and the Contexts of Communication”, Synthese, Vol. 192, pp. 79-96.

[24] 여기서 헤더 더글라스의 귀납적 위험 주장에 대한 최신 반박을 예로 소개한다. Betz, G. (2013), “In Defence of the Value Free Ideal”, European Journal for Philosophy of Science, Vol. 3, pp. 207-220.

[25] Laudan, L. (2004). The Epistemic, the Cognitive, and the Social, in Science, Values, and Objectivity, University of Pittsburgh Press, pp. 14-23.

[26] Scriven, M. (1972), “The Exact Role of Value Judgments in Science”, PSA: Proceedings of the Biennial Meeting of the Philosophy of Science Association, Vol. 1972, pp. 219-247.

[27] Douglas, H.E. (2009), Science, Policy, and the Value-Free Ideal, University of Pittsburgh Press, pp. 44-65.

[28] “Models in Science”, https://plato.stanford.edu/entries/models-science/

[29] Ibid.

[30] Ibid.

[31] Ibid.

[32] “SIR and SIRS Models”, https://idmod.org/docs/general/model-sir.html

[33] Douglas, H.E. (2009), Science, Policy, and the Value-Free Ideal, University of Pittsburgh Press.

[34] ‘블랙박스’는 전기 회로 혹은 생물적 계에 대하여 내부 구조는 문제 삼지 않고 기능이나 입력과 출력 사이의 관계만을 고찰의 대상으로 삼는 과정을 뜻하며, 내부를 알 수 없거나 설명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은유로 흔히 쓰인다. 즉, 과학의 블랙박스화는 과학의 투명성(transparency)을 훼손할 수 있다.


읽을거리

Douglas, H.E. (2009). Science, Policy, and the Value-Free Ideal. University of Pittsburgh Press.

해당 저서는 과학의 가치중립성에 대한 여러 철학적 관점의 역사적 및 정치적 배경을 분석하는 동시에 귀납적 위험 논증을 통해 과학과 가치판단을 결코 떼어놓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 나아가 더글라스는 가치판단의 문제가 과학이 사회에서 맡는 역할을 어떻게 좌우하며, 과학자가 어떠한 가치판단을 내리는 것이 옳은가에 대해 논한다. 해당 저서는 현재의 가치판단 논쟁의 새로운 기반을 마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Scientific Research and Big Data”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해당 백과사전 항목은 현재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빅 데이터 기반 연구 및 모델링의 인식론을 소개하며, 빅 데이터와 과학자들의 가치판단 사이의 관계를 상세히 다루고 있다. 항목의 저자는 데이터 기반 과학의 철학에 대한 연구로 저명한 러커토시 상(the Lakatos Award)을 수상한 Sabina Leonelli 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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