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전산학부 석사과정
한규범
qbhan@kaist.ac.kr
서론
옛 신화나 소설의 인기는 우리가 경험하지 못하는, 혹은 상상만 하는 세상에 대한 갈망을 대변한다. 이러한 글을 통한 새로운 세상의 표현은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지만, 시각적인 정보를 글로 표현하는 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만화와 사진과 같은 매체는 이를 극복하고자 시각적 정보를 그려내거나 직접 인화한다. 하지만 동적인 물체들의 움직임과 상호작용을 표현하기에는 마찬가지로 부족하다. 이로 인해서 등장한 것이 영화와 애니메이션과 같은 영상매체이다.
영상매체를 통해 새로운 장소, 사물, 혹은 새로운 생명체를 창조하고 사실성을 관객들에게 설득하기 위해서는 실제와 같은 시각적인 정보가 중요하다. 시각적인 사실성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새로운 시각적 정보를 실제 같다고 믿을 수 없다. 어설픈 닮음으로부터 어색함이나 공포를 느끼게 하는 불쾌한 골짜기가 하나의 예시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사실적인 디테일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필자는 그것을 물리법칙을 기반으로 한 정확성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눈은 수도 없는 시각적 정보를 뇌로 전달하면서 빛의 물리적인 특성에 대해 학습한다. 이는 무려 자궁 속에서 진행되는 학습 과정이다1. 그렇기에, 새로운 물체의 모습이 우리가 이미 학습한 물리적인 법칙을 위배하는 순간 우리는 그것을 실제 같다고 느낄 수 없다. 이 글은 컴퓨터 과학도로서 이런 물리적인 특성을 구현하고자 컴퓨터 그래픽스 기술이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인간 그래픽스: <백설공주>(1937)와 <밤비>(1942)
컴퓨터가 없던 과거에는 당연히 사람들이 모든 그림을 그려왔다.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초당 약 24개의 그림을, 한 시간이 넘는 경우 10만 개 이상의 그림을 그려야 한다. 거기에 여러 효과를 여러 종이에 분리해서 그리는 레이어 기법을 사용한다면 필요한 그림의 수는 배가 된다. 제작자들의 요구에 맞추어 2, 3년 안에 애니메이션을 완성하기 위해 수십 명의 애니메이터들은 밤을 새우며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림만 그린다면 다행이었겠지만, 이들은 대상의 사실적인 묘사와 구도를 표현하기 위한 공부와 연구 또한 담당해야 했다. 애니메이터들은 그림을 그리기 전 모형을 통해 어느 시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좋을지, 특정 캐릭터의 움직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를 결정하고 그림으로 옮겼다. 특히, <백설공주>에서는 서로 비슷한 일곱 난쟁이들의 움직임 사이에 차별점을 두기 위해 다양한 움직임을 연구하고 이를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하여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그림 1> <밤비>를 위해 사슴을 직접 관찰하는 애니메이터들(왼쪽)과 사슴 골격에 대한 묘사(오른쪽)2

<그림 2> 배우의 장면(오른쪽 아래)와 모형의 장면(왼쪽 위)을 기반으로 T-1000의 총알 자국이 없어지는 장면을 구현한 방법.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진행.3
애니메이터들의 움직임 분석 대상은 인간에만 한정되지 않았다. 디즈니의 애니메이터들은 <밤비>에 나오는 동물들의 움직임을 묘사하기 위해 직접 동물의 움직임을 분석하였다. 이 분석은 사슴의 모습뿐만 아니라 골격과 근육의 움직임도 포함하였다. 애니메이터들의 고생을 통해 디즈니는 <밤비>를 완성했고, 이후에도 동물을 기반으로 한 캐릭터들을 비교적 쉽게 그려낼 수 있었다.
그러나 직접 수십만장의 그림을 그려야 하고, 그림을 위해 대상의 움직임을 직접 분석해야 하는 고된 작업은 애니메이터들을 지치게 하기 충분했다. 당시 디즈니는 sweatbox(땀내는 방)이라고 불릴 정도로 애니메이터들의 노동환경이 열악했고, 월트 디즈니 역시 애니메이터들의 처우를 신경쓰지 않아 큰 비판을 받았다4. 이에 더해, 사람이 직접 그린 작업물은 사실적인 움직임을 묘사하는 대에 한계가 있어 인력과 시간 소모로도 실사적 묘사에 가까워지기 힘들었다. 이는 아날로그식 그래픽 효과를 적용하는 영화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자동화와 정확한 분석 및 구현을 동반하는 컴퓨터 그래픽의 수요가 증가하였다.
컴퓨터 그래픽스의 시작: <터미네이터2: 심판의 날>(1991), <토이 스토리>(1995)
컴퓨터 그래픽스가 가진 장점은 주어진 장면에 대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장면을 자동으로 구현한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일을 하는 프로그램을 흔히 렌더러라고 한다. 주어진 정보로부터 사실적인 장면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렌더러가 빛의 물리적인 특성을 고려하여 빛의 전달을 구현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빛의 전달을 물리적으로 구현하는 것은 매우 큰 어려움이 따른다. 컴퓨터를 통해 물체의 물리적인 특성 (정반사, 난반사 등)을 구현하고 이를 계산하는 것은 당시의(1980~90년대) 컴퓨터 성능으로는 수행해내기 매우 힘들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초기의 컴퓨터 그래픽스 기술은 빛의 전달을 직접 구현하지 않고도 사실적인 장면을 구현하는 기법들을 위주로 발전하였다.
해당 방식 중 하나는 실제 사진이나 영상을 기반으로 작업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터미네이터2: 심판의 날>은 액체 로봇 T-1000이 총알에 맞아 구멍이 뚫리고, 그 구멍이 다시 메꿔지는 과정을 구현해야 했다. 이를 위해 먼저 총을 맞기 전 배우의 사진과 배우의 몸을 본떠 만든 모형의 총을 맞은 사진을 얻었다. 그 후 렌더러를 통해 구멍이 메꿔지는 사이 과정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이러한 방식은 아직도 영화를 위한 시각효과(흔히 Computer Generated Imagery, 혹은 CGI라고 지칭하는 것들)에도 사용된다.
이에 반해 애니메이션은 실제 사진이나 영상을 기반으로 새로운 장면을 구현하기 힘들기 때문에 광원 효과를 근사하는 기술 위주로 발전하였다. 예를 들어, 광원과 물체의 위치에 따라 도달하는 빛의 세기는 다르다. 이를 근사하기 위해 lightmap이라는 정보를 구현하여 위치에 따른 빛의 세기를 나타냈다 (그림 3 참조). 또, 그림자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빛이 가려지는 부분에 대한 정보인 shadow map을 미리 계산하여 사용하였다. Shadow map은 광원의 빛이 닿는 곳과 닿지 않는 곳을 미리 계산한 정보이다 (그림 4 참조). 이와 같은 근사 기법들은 비교적 적은 연산을 기반으로 당시의 한정된 성능의 컴퓨터를 이용하여 비교적 사실적인 렌더링을 가능하게 하였다.

<그림 3> Light mapping의 예시. Lightmap(오른쪽)은 정육면체 각 면에 닿는 빛의 세기를 표현한다. 이를 적용하여 사실적인 광원 효과를 묘사할 수 있다(왼쪽).5

<그림 4> Shadow Mapping의 예시. 물체가 가리는 광원의 위치에 대한 정보(shadow map)를 미리 저장하여, 다양한 각도에서 장면을 렌더링하여도 일정한 그림자를 구현할 수 있도록 한다.6
이러한 기술을 기반으로 제작된 <토이 스토리>는 전부 컴퓨터 그래픽스로만 구현된 최초의 3D 애니메이션으로 명성을 떨쳤다. 당시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생동감 넘치는 장난감들의 모습과 뛰어난 음악과 연출이 더해진 <토이 스토리>는 크게 흥행하였다. 토이 스토리의 성공으로 다양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들은 3D 애니메이션을 위한 렌더러 개발에 힘썼고, 이를 기반으로 <슈렉>(2001), <쿵푸팬더>(2008) 등 성공적인 3D 애니메이션들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그림 5> <토이 스토리>를 만드는 렌더러(왼쪽)과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오른쪽).7
레이 트레이싱: <몬스터 대학교>(2013)
안타깝게도 근사를 기반으로 한 렌더러로는 실제와 같은 광원 효과를 묘사하기는 힘들었다. Light map과 shadow map은 모두 광원의 직접광(direct illumination)에 대해서는 준수한 정확성을 보여주지만, 주변 사물들로부터 반사되는 빛인 간접광(indirect illumination)을 표현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간접광을 비롯한 다양하고 복잡한 광원효과를 만들기 위해 실제로 빛의 전달과 상호작용을 구현하는 레이 트레이싱(ray tracing) 기술이 발전되었다.
레이 트레이싱은 빛의 전달을 물리적으로 올바르게 묘사하기 위해 아래와 같은 렌더링 방정식(Rendering Equation)을8 기반으로 구현되었다.
Lx→=Lex→+Lr(x→) =Lex→+Lx←frx, cos x d

그림 6. 렌더링 방정식의 도식. 간단히 말해 특정 위치로부터 나오는 빛은 방사광과 반사광의 합으로 표현된다는 뜻이다9
특정 위치 x에서 나오는 빛 L(x→Θ)은 방사광 Le(x→Θ)과 주변 입사광 L(x←Ψ)과 물성함수 fr(x, Ψ→Θ)부터 계산된 반사광 Lr(x→Θ)의 합으로 결정된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바로 반사광을 계산하는 과정이다. 반사광을 얻기 위해서는 모든 방향에서 들어오는 입사광과 물질과의 상호작용을 계산하는 적분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여느 적분이 그렇듯 입사광과 물질의 성질함수가 복잡하다면 적분을 하는 과정이 매우 까다로워진다. 컴퓨터는 해석 함수(analytic function)에 대한 적분은 쉽게 할 수 있지만 광원과 물질 함수가 해당 조건을 만족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레이 트레이서들은 몬테 카를로 적분법(Monte Carlo Integration)이라는 근사 방식을 사용한다. 해당 방식은 적분값을 특정 확률분포 p(x)를 따라 뽑은 N개의 점들에 대한 함수값

<그림 7 레이 트레이싱의 도식. 카메라로부터 나온 광선이 반사될수록 탐색하는 공간이 넓어져 다양한 주변 환경으로 인한 간접광을 더욱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10
f(xi)/p(xi)의 기대값으로 근사한다. 직접 함수를 적분하는 대신 수많은 결과값들이 평균을 계산하기에 적분이 어려운 함수에도 대응할 수 있다. 거기에 해당 근사 방식은 수많은 점들을 사용한다면 근사값이 점점 실제값에 근접해지는 이론적 특성(unbiased estimate)을 가지고 있어 비교적 정확한 근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몬테 카를로 적분법을 적용한 레이 트레이싱을 통해11 컴퓨터는 다양한 조건에서 렌더링 방정식의 적분이 가능해졌고 물리적으로 올바른 빛의 전달을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기반으로 레이 트레이서는 카메라로부터 광선을 쏘아 반사광이 광원에 도달할 때까지 추적한다. 이때 매 반사마다 반사광의 방향은 주어진 확률함수 p(x)를 기반하여 결정한다. 빛이 광원에 도달한다면 해당 경로를 역으로 추적하며 해당 빛의 색을 계산한다. 다시 말해 각 픽셀마다 약 만개의 광선을 쏘아 색을 계산하고 광선들의 색 평균을 통해 픽셀의 색을 결정하는 것이다.
레이 트레이서는 복잡한 시각효과들도 큰 어려움 없이 지원한다는 장점 또한 존재한다. 기존 렌더러는 다양한 광원효과마다 근사 방법을 마련해야 했다. 하지만 레이 트레이서는 광선을 추적하며 색을 계산하기에 간접광(indirect illumination, 그림 7참조), 부드러운 그림자(soft shadows), 피사체 심도(depth of field)등의 복잡한 광원효과를 어려움 없이 구현할 수 있다.

<그림 8> 레이 트레이싱으로 구현한 효과들의 예시. 오른쪽부터 정반사(specular reflection), 부드러운 그림자(soft shadow), 정반사(diffuse reflection), 피사체 심도(depth of field), 굴절(refraction, caustics).12
레이 트레이싱의 이론적 기반은 1990년대에 어느 정도 완성되었지만, 당시의 컴퓨터 성능으로는 픽셀당 수만개의 광선의 색을 계산하기에는 벅찼고, 이러한 한계로 인해 영상 산업에서 쓰이기 힘들었다. 이후 컴퓨터의 성능이 좋아지고 레이 트레이싱의 효율 역시 발전하면서 레이 트레이싱을 통해 애니메이션과 영화를 위한 현실적인 장면들을 연출할 수 있게 되었다. <몬스터 대학교>는 모든 장면이 레이 트레이싱을 통해 만들어진 최초의 애니메이션이다.
물질의 특성 구현: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
장면의 현실성에 기여하는 요소에는 빛의 전달뿐만 아니라 물질의 광학적 특성 구현도 있다. 애니메이션과는 다르게 실제 인간의 피부와 털 같은 것들은 빛과 매우 복잡한 상호작용을 거친다. 이 상호작용을 컴퓨터가 계산할 수 있도록 올바르게 구현해야만 우리는 가상의 인물을 실제 인물처럼 보이게 만들 수 있다.
물체를 구성하는 물질에 따라 특정 방향 으로 들어온 빛이 어느 방향 으로, 어떠한 세기와 색으로 방출되는지 결정된다. 렌더링 방정식에서는 이를 물성함수 fr(x, Ψ→Θ)의 로서 표현한다. 간단한 예로 BRDF(Bidirectional Reflectance Distribution Function)13이 있는데, 표면에서의 반사만을 고려하는 함수로 정반사와 난반사가 이에 대응한다.
그러나 실제 물질은 보다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어, 투명한 물질의 경우 굴절 효과를 구현해야 하고, 불투명하다면 물질의 빛 흡수도를 구현해야 한다. 이에 더해 유리나 플라스틱 같은 물질들은(dielectric material)

<그림 9> <몬스터 대학교>을 레이 트레이싱을 사용하기 전(왼쪽)과 후(오른쪽)의 비교. 레이트레이싱을 적용하여 사실적인 배경의 묘사가 가능하다.14
투명하면서 미세한 전반사가 일어나 해당 효과 또한 고려해야 한다. 이를 계산하는 함수를 BSDF(Bidirectional Scattering distribution Function)15이라고 한다.
BSDF만으로도 충분히 다양한 물질특성을 구현할 수 있지만, 사람의 피부를 표현하려면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그림 11(b)에서 볼 수 있듯, 여러 개의 불투명한 층으로 이루어진 피부가 빛을 받게 되면 매 층이 빛을 흡수하고 다시 방출하는 산란효과를 거치게 된다. 각 층마다 물리적 성질이 달라 피부 내에서 빛은 복잡한 산란 과정을 겪게 되고, 결과적으로 피부에 입사광이 들어오는 지점과 이에 대응하는 방사광이 방출되는 지점이 다르게 된다. 이러한 성질을 피하산란(subsurface scattering)이라고 하는데, 이는 앞선 물질들의 물성과의 매우 큰 차이점이다 (그림 11참조). 피하산란은 우리 손으로 휴대폰 카메라 플래시를 가릴 때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때 우리의 손은 빛을 전부 가리지 못하고 빛나고, 빛나는 정도가 균일하지 않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복잡한 산란효과는 BSDF보다 발전된 BSSRDF(Bidirectional Scattering Surface Reflectance Distribution Function)16을 통해 구현할 수 있다. 어벤져스 타노스의 실감나는 피부 묘사(주름과 모공, 표정에 따른 자연스런 움직임 등)는 이런 광학적 특성의 구현을 통해 이뤄졌다.

<그림 10> BSDF의 종류. 물성에 따라 다양한 함수의 분포를 볼 수 있다.17

<그림 11> 기존의 BSDF(a)와 BSSRDF(b)의 도식. BSSRDF는 입사광의 도달점과 반사광의 출발점이 다른 복잡한 산란효과도 구현이 가능하여 사람의 피부와 같은 매우 불규칙하고 복잡한 물성의 구현에 사용된다18

<그림 12> BSSRDF로 구현한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타노스19
실시간 레이 트레이싱을 향하여
실사 장면을 구현하기 위해 쓰이는 레이 트레이싱은 영상매체를 넘어 다른 매체에도 기여할 수 있다. 사실적인 시각효과를 필요로 하는 분야가 최근에 각광받고 있는데, 이는 게임, VR, AR과 같은 메타버스 분야이다. 기존 영상매체들은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한번 영상을 만들면 후에 배포하면 되기에 렌더링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메타버스는 사용자의 조작이나 반응에 대응해서 새로운 시각효과를 만들어 사용자가 새로운 세계에 있다는 경험을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상호작용을 위해 새로운 장면들을 실시간으로 구현하도록 하는 레이 트레이싱 연구가 주목받고 있다.
레이 트레이싱을 통한 실시간 렌더링의 제일 큰 장애물은 장면 구현에 많은 연산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앞서 말했듯 레이 트레이싱은 몬테 카를로 기법을 기반으로 하는데, 픽셀의 정확한 색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픽셀 당 수천개에서 수만개의 광선을 쏘아야 한다. 이는 많은 연산량으로 이어지며 결과적으로 사실적인 한 장면(혹은 사진)을 만들어 내는 대에 수십 분이 소요된다. 쾌적한 사용자 경험을 위해 1초에 최소 30프레임이 필요한 실시간 렌더링에 적용되기에는 턱없이 느린 속도다.
이런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레이 트레이싱을 가속하는 연구가 활발하다. 픽셀 당 광선을 적게 쏘면 연산량이 줄어 속도가 빨라지지만 반대로 픽셀의 색은 부정확해진다. 최근 연구들은 이 부정확한 색을 올바른 색으로 보정하는 빠른 후처리 기술에 집중하여, 적은 광선 수의 사용과 후처리 기술을 통해 빠른 시간 안에 사실적인 장면을 구현해내고자 한다. 이러한 기술을 Monte Carlo Denoising이라고 한다.20
최근에는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빠르고 정확한 후처리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 NVIDIA 역시 레이 트레이싱을 가속화하는 기술 DLSS 3.0을 발표하였다.21 이 기술은 후처리 기술뿐만 아니라 초해상도(super-resolution) 기술을 통해 저해상도에서 빠르게 레이 트레이싱으로 장면을 구현한 후 고해상도의 이미지로 변환하여 전반적인 구현 시간을 단축한다. 해당 기술은 현재 다양한 게임이 레이 트레이싱을 사용하면서도 빠른 렌더링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필자도 이와 비슷하게 레이 트레이싱을 가속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마치며
현재 컴퓨터 그래픽스 기술이 매우 뛰어나게 발전했다. 최근 개봉하는 영화들은 새로운 생물과 환경을 실제로 촬영한 듯한 실감나는 장면을 보여준다. 작년 말에 개봉한 <아바타: 물의 길>(2022)의 경우 새로운 나비 종족인 바다에 사는 멧케이나 종족에 대한 훌륭한 묘사와 실감나는 바다와 생태계의 모습을 보여주며 현시대 그래픽스 기술의 정점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앞으로 컴퓨터 그래픽스는 새로운 세계를 구현하여 신선한 경험을 선사하는 일에 앞장설 것이다.

<그림 13> 디즈니의 Monte Carlo Denoising 연구. 적은 광선의 수(samples per pixel, 혹은 spp)를 이용하여 생성된 부정확한 이미지 (양쪽 이미지의 왼쪽 부분)의 노이즈를 지우는 후처리 기술을 도입하였다 (양쪽 이미지의 오른쪽 부분). 해당 기술을 통해 영화 작업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22
그러나 아직 컴퓨터 그래픽스 기술이 나아가야 할 길은 멀고도 험하다. 물리적으로 올바른 장면을 컴퓨터가 구현하더라도 결국 이를 사실적인지 아닌지를 판별하는 것은 사람이다. 사람마다 현실적인 시각적 요소에 대에 중요하다고 느끼는 점이 다르고, 미적 취향도 다르다. 그렇기에 모두에게 시각적으로 만족감을 느끼도록 장면을 구현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에는 작업자가 렌더러를 통해 사람이 사실적으로 느끼는 요소들을 쉽게 통제하며 장면을 구현하는 artistic control 연구가 활발하다23. 이러한 artistic control 기술은 작업자가 보다 쉽게 현실적이면서 시각적 만족도가 높은 장면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한다.
사실적인 장면 구현도 중요하지만, 이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구현하는지도 중요하다. 최근 대작 영화에 들어가는 비용 중 컴퓨터 그래픽 기술 적용을 위한 비용이 꽤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에 더해, 대작 영화와 애니메이션의 컴퓨터 그래픽 수요로 인해 컴퓨터 그래픽 디자이너와 개발자들의 처우가 문제가 되고 있다24. 해당 직업군은 부족한 마감 시간과 업무 과중으로 악명이 높다. 한 프로젝트가 끝난 후 휴직을 하거나 퇴직을 하는 사람이 많아 경험이 많은 인력이 부족해지는 문제도 발생한다. 컴퓨터 그래픽스의 효율을 위한 연구가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어렸을 때 본 영화와 즐긴 게임들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자랐다. 공부가 힘들 때마다 영화관을 가거나 새로운 게임을 즐기며 마음의 위안을 얻었고, 내가 즐긴 매체에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에 그래픽스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필자가 연구하는 기술이 새로운 대작 영화나 게임의 효율적인 제작에 기여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읽을 거리
컴퓨터그래픽과 애니메이션, 가트 가드너(지은이), 이인재(옮긴이)
본 글은 빛의 흐름을 묘사하는 방식에만 국한되어 있다. 그러나 본 책은 그 외의 다양한 시각효과가 아날로그 시절에 어떻게 발전되어왔는지, 그리고 이가 컴퓨터 그래픽의 발전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상세히 설명되어있다.
The Sweatbox (볼거리)
과거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개발 과정과 그 이면의 열악한 작업 환경을 엿볼 수 있다.
[1] Ackman, J. B., Burbridge, T. J., & Crair, M. C. (2012). Retinal waves coordinate patterned activity throughout the developing visual system. Nature, 490(7419), 219-225.
[2] The Making of the Bambi, https://youtu.be/hmCiuNotEwU
[3] Ian Failes, The tech of ‘Terminator 2’ – an oral history, https://vfxblog.com/2017/08/23/the-tech-of-terminator-2-an-oral-history/
[4] Trudie Styler and John-Paul Davidson (2002), The Sweatbox
[5] https://en.wikipedia.org/wiki/Lightmap
[6] http://www.opengl-tutorial.org/intermediate-tutorials/tutorial-16-shadow-mapping/
[7] Ian Failes, You definitely want to see these old school ‘Toy Story’ Featurettes, https://beforesandafters.com/2020/11/24/you-definitely-want-to-see-these-old-school-toy-story-featurettes/
[8] Kajiya, J. T. (1986, August). The rendering equation. In Proceedings of the 13th annual conference on Computer graphics and interactive techniques (pp. 143-150).
[9] Sung-eui Yoon (2019), Rendering 1.1 edition, pg.118
[10] afsanchesza, Path Tracing, https://afsanchezsa.github.io/vc/docs/workshops/path_tracing
[11] Lafortune, E. (1996). Mathematical models and Monte Carlo algorithms for physically based rendering. Department of Computer Science, Faculty of Engineering, Katholieke Universiteit Leuven, 20, 74-79.
[12] Jooh, Path Tracing Engine 개발 일지1 – Path Tracing이란?, https://velog.io/@jooh/Graphics-Path-Tracing-Engine-개발-일지-1
[13] Nicodemus, F. E. (1965). Directional reflectance and emissivity of an opaque surface. Applied optics, 4(7), 767-775.
[14] Russel Brandom, Throwing shade: how Pixar changed the way light works for ‘Monster University’, https://www.theverge.com/2013/6/21/4446606/how-pixar-changed-the-way-light-works-for-monsters-university
[15] Bartell, F. O., Dereniak, E. L., & Wolfe, W. L. (1981, March). The theory and measurement of bidirectional reflectance distribution function (BRDF) and bidirectional transmittance distribution function (BTDF). In Radiation scattering in optical systems (Vol. 257, pp. 154-160). SPIE.
[16] Jensen, H. W., Marschner, S. R., Levoy, M., & Hanrahan, P. (2001, August). A practical model for subsurface light transport. In Proceedings of the 28th annual conference on Computer graphics and interactive techniques (pp. 511-518).
[17] Wenzel Jakob and Sébastien Speierer and Nicolas Roussel and Merlin Nimier-David and Delio Vicini and Tizian Zeltner and Baptiste Nicolet and Miguel Crespo and Vincent Leroy and Ziyi Zhang, Mistuba 3 renderer, https://mitsuba.readthedocs.io/en/stable/src/generated/plugins_bsdfs.html
[18] Ibid.
[19] Jakob, W., Weidlich, A., Beddini, A., Pieké, R., Tang, H., Fascione, L., & Hanika, J. (2019). Path tracing in production: part 2: making movies. In ACM SIGGRAPH 2019 Courses (pp. 1-41).
[20] Zwicker, M., Jarosz, W., Lehtinen, J., Moon, B., Ramamoorthi, R., Rousselle, F., … & Yoon, S. E. (2015, May). Recent advances in adaptive sampling and reconstruction for Monte Carlo rendering. In Computer graphics forum (Vol. 34, No. 2, pp. 667-681).
[21] Henry C Li and Andrew Burnes, NVIDIA DLSS 3: AI-Powered Performance Multiplier Boosts Frame Rates By Up To 4X, https://www.nvidia.com/en-us/geforce/news/dlss3-ai-powered-neural-graphics-innovations/
[22] Vogels, T., Rousselle, F., McWilliams, B., Röthlin, G., Harvill, A., Adler, D., … & Novák, J. (2018). Denoising with kernel prediction and asymmetric loss functions. ACM Transactions on Graphics (TOG), 37(4), 1-15.
[23] Vogels, T., Rousselle, F., McWilliams, B., Röthlin, G., Harvill, A., Adler, D., … & Novák, J. (2018). op. cit 1-15.
[24] Matthew Hardman (2022), Marvel’s Poor Working Conditions Detailed by VFX Insider, https://screenrant.com/marvel-vfx-supervisor-working-conditions-bad-detai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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