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장애, 그리고 재활에서의 참여, Health, Disability, and Participation in Rehabilitation 

PhD candidate, Program in Occupational Therapy (Rehabilitation and Participation Science PhD program), Washington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in St. Louis

김문영 Moon Young Kim

moonyoungkim@wustl.edu

들어가며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여느 노래 가사지만 필자가 주로 사용하는 굿바이 인사이다.

행복? 아프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가 얘기하는 “건강”하고 “행복”한 사람은 어떤 상태일까?  먼저, 일상생활에서 건강하지 않은 우리의 모습에 대해 생각해보자. 내가 감기가 걸려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날을 떠올려보자. 그렇다면 움직일 수도 없는 고통 때문에 건강하지 않고 불행한 상태일까? 혹은 내가 좋아하고 즐겨하는 게임이나 운동을 못하거나, 사랑하는 사람들과 밥을 먹거나 놀러 다니지 못해서 건강하지 못하고 불행한 상태일까? 위에서 예로 든 감기는 일시적인 건강상태이지만, 만약 건강상태가 척추손상, 뇌졸중, 치매, 파킨슨병 같은 만성적인 경우에는 어떨까? 잠시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답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나에게 건강과 행복은 각각 어떤 의미일까?” 

재활에서의 참여(Participation)를 주제로 정해 놓고서 어떻게 글을 풀어가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고민도 잠시, 의료 및 재활 분야에서 건강과 장애(Health and disability)라는 개념을 빼놓고 논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들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건강과 장애의 맥락에서 참여의 의미를 다루고자 한다. 더불어 필자가 미국에서의 박사과정 동안 접해왔던, 장애인 사회와 관련된 경험을 짧게 소개하고자 한다. 

건강과 장애의 정의 및 분류

건강에 대한 지표는 국제적으로 사망과 질병에 중점을 두고 의학적으로 규정되어 왔으나, 사망률 및 진단 데이터가 개인이나 집단의 건강을 적절히 평가하기는 어렵다.1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의료·보건·교육·사회·법률 분야의 개념들이 도입되면서, 세계보건기구 WHO에서는 다양한 전문가 집단과 분야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건강 관련 개념 및 지표에 대한 언어의 통합화 및 표준화를 목적으로, 국제 기능·장애·건강 분류 (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Functioning, Disability, and Health; ICF)를 통해 새로운 장애분류체계를 발표하였다.2 

그림 1과 같이 ICF 에서는 건강을 크게 세 구성요소로 설명한다. 2 (1) 신체 기능 및 구조(Body Functions and Structures)는 신체의 생리적·심리적 기능과 신체의 해부학적 부위를 지칭한다. (2) 활동(Activity)은 개인이 과제나 행위를 실행하는 것이다. (3) 참여는 일상생활의 상황들에 관여하는 것이다. 세 구성요소들은 두 가지 배경요인(Contextual factors)과 상호작용한다. 첫 번째 배경요인은 사람이 생활하는 곳에서 물리적·사회적·태도적 환경을 구성하는 환경요인(Environmental Factor)이고 두 번째 배경요인은 건강상태나 상황에 해당하지 않는 개인의 특성들(e.g., 성별, 인종, 연령, 직업, 문화, 교육 등)을 구성하는 개인요인(Personal Factor)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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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ICF 구성요소 사이의 상호작용

종합하자면 ICF는 건강을 개인중심의 내재적 요소뿐만 아니라 사회·환경·문화·교육 등 다면적으로 작용하는 기능수행(Functioning)으로 풀이한다. 기능수행은 모든 신체 기능, 활동 및 참여를 포함하는 상위 용어이고, 이와 유사하게 장애(Disability)는 손상(Impairment), 활동 제한(Activity Limitations) 및 참여 제약(Participation Restrictions)의 상위 용어로 사용된다.2 

재활에서의 참여: (1) 두 사례 

재활의 궁극적인 치료목표는 신체 기능 및 구조의 치료와 더불어 각자 삶에서의 활동 및 참여이다. 자세히 말하자면, 사람들 각자에게 의미 있고, 중요하며, 또한 자신이 원하는 일상생활 활동들을 할 수 있는 상태, 그리고 나아가서 이 활동들을 자주적으로 선택하여,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상태가 재활의 개념에서 바라본 건강이라 할 수 있다. 재활의 일례로, 어떤 사고로 인하여 신체적 손상이 발생하였을 경우, 사고 이전에 하던 중요한 활동들을 변화된 현재의 신체 기능 및 구조를 사용하여 다시 수행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을 들 수 있다. 

다소 복잡한 이론적 설명만 늘어놓았으니, 주변 지인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 이야기는 한 살 때 바이러스의 공격으로 인해 경추 6번 (C6) 손상을 경험한 여성의 사례이다. 그녀는 자라면서 의학적 치료를 통해 신체적 능력을 높이려고 노력했지만, 환경요인에 의해 참여가 제한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학 졸업 후에야 운동 및 신체 단련에 대한 자원을 접하게 되었다. 그 후, 꾸준한 훈련을 포함한 새로운 생활 루틴을 통해 특별한 삶의 경험을 하였다. 그녀는 미국에서 휠체어 럭비 대표팀의 첫 여성선수로 뽑혀 2009년에 아메리카대륙 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들었다. 2008년 베이징 패럴림픽 미국 휠체어 육상 대표팀 출전을 시작으로, 2012년 런던 패럴림픽에서는 동메달 두 개(100m, 200m),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는 은메달(100m)과 동메달(400m)을 거머쥐는 등 총 네 개의 패럴림픽 메달과 10개가 넘는 선수권대회 메달을 수상하였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이자, 운동선수이자, 작업치료사이자, 재활연구자인, 필자의 소속학과의 교수 Dr. Kerri Morgan이다.

두 번째 이야기는 연세대학교 응용통계학과 80학번 남학생의 사례이다. 그는 대학 졸업 후 KAIST대학원 석사 과정 중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경추 5번 손상 이후 가슴 아래가 마비되었다. 컴퓨터 및 보조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학업을 이어갔고, 마흔 살에 미국 유학길에 오른다. 피츠버그 대학교에서 재활공학 박사를 2005년에 취득 후 2009년부터 국립재활원 재활보조기술연구과 과장으로 재직하였다. 2014년부터는 연세대학교 작업치료학과에 임용되어 현재도 활발한 재활공학 및 작업치료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남편이자, 딸아이의 아버지이자, 재활공학자이자, 교수로서의 역할을 해내고 있는 김종배 박사이다.       

재활에서의 참여: (2) 인간의 성장과 발달

두 이야기는 휠체어를 탄 교수들의 이야기이다. 척수손상이라는 신체적 장애(physical disabilities)를 가지고 있기에 타인의 직접적인 도움이 필요한 순간들도 있겠지만, Morgan 교수는 수동 휠체어를, 김종배 교수는 전동 휠체어를 타고서 자기가 맡은 역할들을 수행해 내고 있다. 가정의 일원으로서 그리고 사회의 구성원이자 전문가로서 삶을 영위하고 있다. 사회적인 시선으로 보았을 때, 아니 그저 이 사람의 인생을 이야기로 들었을 때, 누가 이들을 건강하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인가. ICF의 렌즈로 이들을 바라보았을 때, 신체 기능 및 구조에 손상이 있지만 여러 환경요인(e.g., 휠체어, 휠체어 욕창방지 방석, 개조된 차량, 전자기기, 경사로나 엘리베이터 같은 물리적 환경 등)의 도움으로 크고 작은 중요한 일상생활 활동에 참여하며 기능수행을 하고 있기에, “건강한 사람”이라고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참여는 인간의 발달과 경험을 구성하는 요소이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는 순간까지, 인간은 전 생애 주기에 걸쳐 참여를 통해 성장 및 발달하고, 기술과 역량을 습득하고, 타인 및 공동체와 연결되며, 삶의 목적과 의미를 찾는다.3 어떤 활동을 하며 한 주, 한 달, 일 년을 보내는 지는 개인의 동기(motivation), 철학, 가치관, 우선순위, 선호도, 루틴 및 습관, 역할, 직업, 상황, 환경, 장단기 계획, 순간의 선택 등 수많은 이유에 기인한 행위로 결정된다. 아이들은 놀이 활동에, 청소년들은 학업 활동에, 청년들은 직업 활동에, 노인들은 은퇴 후 사회 활동에, (많은 예외도 있겠지만) 셀 수 없이 다양한 종류의 활동들에 참여하고, 때론 휴식 및 수면 활동에도 참여하며, 인간은 각자 인생의 모든 순간을 채운다. 특정 활동이 가지는 의미는 같은 활동을 하더라도 사람 간에, 그리고 개인이 성장함에 따라 다르기 마련이다. 각 활동이 가지는 중요도 및 만족도 또한 개인별로 천차만별이다. 예를 들어, ‘축구’라는 활동은 이강인 선수에게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직업 활동이지만, 필자에게는 주 2회 2시간씩의 레저 활동, 그리고 필자의 어머니에게는 한 달에 1-2회 정도 관람하는 경기일 뿐이다. 

재활에서의 참여: (3) 개인-환경 상호작용, 그리고 건강과 장애

Pope와 Brandt (1997)에서 인용한 그림 2에서도 설명하듯이, 장애와 건강은 내재적 요인에 기인하되기도, 외재적 요인에 기인하되기도 한다.4 그림을 통해 자세히 설명하자면, 사각형의 크기는 환경이 물리적 공간 및 사회적 구조적으로 지지(environmental support)하는 크기를 의미하며 사람의 크기는 개인역량적 니즈(needs)를 나타낸다. (a)의 사람은 장애를 보이지 않으며 ‘사회에 완전히 통합되어 있는 상태’이고, (b)의 사람은 개인의 니즈가 장애 등을 이유로 증가되어 기존의 환경적 지지보다 초과된 상태이며, 이는 장애가 발생하는 과정(disabling process)을 나타낸다. 재활(혹은 Enabling process)은 이러한 변화에 대해, 기능적 회복(functional restoration)을 통해 개인역량적 니즈를 줄이거나(c, 아래 화살표), 환경수정(environmental modification)을 통해 환경의 도움을 확대시킴으로써(d, 위 화살표), ‘개인이 사회에 완전히 통합된 상태’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두 접근법의 예시를 들자면, 환경수정에는 램프 설치나 보편적 디자인(Universal design)이 있고, 기능적 회복에는 신경회복, 관절가동범위 향상, 인공관절 치환 등이 있다. 다시 말해, 재활 영역에서는 활동 및 참여에 요구되는 (1) 개인의 역량(capacity) 최대화 및 니즈 최소화, (2) 사회환경적 장애물을 최소화, (3) 혹은 (대부분의 경우에) 이 두 가지를 병행함으로써, 가정·직장·사회 등 개인의 삶 전반에 걸친 작업 수행(occupational performance)의 극대화를 목표로 한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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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Enabling-disabling Process의 개념적 개요

‘장애’, 즉 우리가 가진 역량으로 활동에 참여할 수 없는 어려움을 마주할 때에는, 첫째로 의료·사회 서비스 등을 통해 역량 자체를 향상시키는 교정적 접근법(remedial approach)이 있고, 둘째로는 보조기술의 적용, 가정·지역사회 내 사회적 구조(social structures)의 도움, 환경수정(environmental modification) 등의 보상적 접근법(compensatory approach)이 있다. 이러한 접근법들은 장애를 가진 사람이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익숙한 예시로는 라식·라섹 수술을 통한 시력 교정(교정적 접근법)과 흔한 보조도구 안경·콘택트렌즈(보상적 접근법)를 들 수 있다. 또한 앞에서 언급한 두 교수의 사례에서도, Morgan 교수는 사회적 재원과 끊임없는 훈련을 통해 운동선수로서 성장했고, 김종배 교수는 컴퓨터 및 첨단 보조기술 활용을 통해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었다. 

재활에서의 참여: (4) 성공적 노화란

각자가 살아가는 지역사회와 사회 내에서, 스스로에게 의미 있고 중요한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건강, 웰빙(well-being), 그리고 삶의 질의 중요한 지표이다.6 나아가, 이러한 참여는 성공적인 노화(successful aging)의 지표로서 흔히 활용된다.7 끊임없이 연속된 참여들로 구성된 우리의 삶은, 시대의 흐름과 저마다 다른 개개인의 잣대에 따라 평가된다. (시대 흐름을 반영하는 신조어를 사용하자면) 누군가는 ‘워라밸(Work-Life Balance)이 보장되는 삶’이나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지향하며, 어떤 사람의 인생은 각자의 시점에 따라 ‘갓생(God生)’으로 칭송을 받기도 한다. 

사람이 태어나서 특정 순간까지의 인생에 대한 ‘100점짜리 채점 답안지’는 개인마다 다를 뿐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바뀌기 마련이다. 따라서 이러한 결과 중심의 변동성 답안 찾기를 추구하기보다, 주어진 삶을 ‘지금부터 어떻게’ 살아가야 건강한 것인지에 집중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이다. 이와 관련된 생애 이론 중 SOC 모델 (Lifespan Model of Selective Optimization with Compensation)은 성공적 노화 전략을 제시하는데, 이 모델의 세 가지 요소는 다음과 같다8: (1) 노인은 환경과 개인 역량을 바탕으로, 자신에게 가장 적합하고 만족스러운 활동, 그리고 이전보다 더 적은 수의 활동을 선택(Selection)한다; (2) 선택된 활동에서 최대한의 역량을 활용하여 연습 및 적응을 통해 최적화(Optimization; 혹은 적정화)한다; 그리고 (3) 특정 기능이 요구되지만 역량이 부족한 혹은 상실된 경우, 기술적이고 정신적인 전략을 활용하여 이를 보완(Compensation; 혹은 보상)한다. 즉, SOC 모델은 획득-상실(gains-losses)이 반복되는 개인 역량 변화 과정과 주어진 환경 사이에서, 활동에 참여하는 자신만의 적절한 방법을 찾는 것이 성공적인 노화의 열쇠임을 설명한다. 

이쯤에서 다시 독자에게 질문하고자 한다. 표 1은 ‘나는 과연 어떤 활동에 어떻게 시간을 사용하며 살았을까’에 관한 설문지이다. 여유가 있다면 글로 작성해가며 표 1의 질문들에 대답해보자. 

<표 1> 활동 및 시간사용 설문지 

질문질문 가이드
나는 무슨 활동을 하며 지난 한 주, 한 달, 혹은 일 년을 시간을 보냈을까?주로 언제, 얼마나 자주 그리고 오래 하고 있는지 생각해보자
현재의 삶에서 하는 최근 활동들을 내가 ‘왜’ 하고 있을까?의미 및 중요도의 측면에서 재미있어서, 해야만 해서, 하고 싶어서, 내가 잘해서 등의 이유인지 생각해보자
내가 하고 있는 활동들에 대해 얼마나 만족할까?양적으로 충분히 혹은 부족하게 참여하고 있는지, 또 질적으로는 훌륭하게 수행하는지도 평가해보자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그 이전 과거에는 즐겨했지만, 어떠한 이유로든 (1) 포기한 활동, (2) 덜 하는 활동, (3) 더 이상 하지 않게 된 활동은 무엇일까? 이유는 무엇일까?그림 2에서 제시하는 사람과 사각형의 크기로 나타낼 수 있는 지표인지 생각해보자
(3에서 설정한 기준에서) 그 이전 과거에도 했었고 현재까지도 계속 하고 있거나 오히려 더 많이 하고 있는 활동은 무엇일까? 이유는 무엇일까?의미, 중요도, 만족도 등의 측면에서 다양하게 생각해보자
미래의 삶에서, 앞으로 (1) 더 잘하고 싶은 활동, (2) 많이 하고 싶은 활동, (3) 새로 하고 싶은 활동이 있을까? 이유는 무엇일까?이 활동들을 떠올린 동기(motivation)에 대해 생각해보자그림 2에 따라 표현할 수 있는 지표인지 생각해보자. 나아가서, (c 혹은 d의 과정처럼) 위 지표들을 어떤 전략으로 변화 가능할지 생각해보자 
미래의 삶에서, 앞으로 줄이거나 중단해야 할 활동은 무엇이 있을까? 이유는 무엇일까?의미, 중요도, 빈도수, 만족도 등의 측면에서 다양하게 생각해보자어떤 전략으로 변화 가능할지 생각해보자
위 활동 및 이유에 관한 질문들에 답하면서 발견한 공통점 혹은 나에 대해 새로 알게 된 점은 무엇일까?  (여러 혹은 전체) 활동 및 이유들이 공통된 범주로 묶이는지 생각해보자. (하나의 혹은 여러) 범주가 일관되게 나타내는 나의 가치관 및 철학은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미국에서의 경험: 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 

주제를 살짝 틀어 다른 얘기를 하고자 한다. 한정적인 경험으로 인한 표집오차일 수도 있겠지만, 한국에서는 딱히 인식하지 못하다가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며 느낀 점이 몇 가지 있다. 한국에서는 길거리에서 장애인을 볼 기회가 비교적 적다. 미국에서는 워커, 휠체어 등의 다양한 보행보조기 사용자나 흰 지팡이를 사용하는 시각 장애인 등을 쉽게 관찰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많이 개선되고 있다는 우리나라 소식도 많이 접하고 있지만, 미국은 한국보다 장애인 이동성에 대하여 사회적 노력이 더 보장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예를 들어, 높은 확률로 (실제로 대부분의 경우에) 건물 내외로 경사로 및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으며, 장애인용 화장실 구비는 물론이거니와, 대중교통(특히, 모든 시내버스와 기차)은 휠체어가 쉽게 탈 수 있도록 물리적 환경 접근성을 높인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장애인 편의시설들을 실제로 사용하는 장애인들이 쉽게 관찰되었기에 그 차이가 피부로 와닿았다.  

또한, 필자는 파킨슨병 연구에 관심이 있는 터라 지역사회에서 열리는 관련 행사들에 자원봉사자 및 스태프로 참가했었다. 공개강좌, 최신 치료 및 연구 트렌드 소개, 의료·사회 서비스 소개, 기업들의 보조 기기 및 기술 소개 및 체험, 펀드레이징을 위한 걷기 대회 등 다양한 주제로 열린 행사에 파킨슨병 당사자, 친구 및 가족, 전공 관련 학생, 임상가 및 연구자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수 백 명의 사람이 모여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병원·대학·협회 기반의 크고 작은 지역사회 프로그램은 파킨슨병과 살아가는 지역거주자를 대상으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뿐 아니라 활발한 사회참여를 이끌어 내고 있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사람으로, 한 노인 연구참가자는 연구참여의 대가로 제공되는 금전적 보상을 마다하면서 의미 있는 연구를 많이 진행하여 좋은 치료를 개발해달라고 되려 우리에게 부탁하였고, 자신이 연구에 일조할 수 있음에 모든 보상이 된다고 덧붙였다. 

위의 단편적인 경험들을 종합하자면, 미국은 장애인들이 집에서 나와 지역사회에서 거리낌 없이 활동하고 있는 사회라는 인상을 받았다. 미국도 아직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많지만, 조심스레 이 현상에 영향을 끼친 요인들을 예상해보면, 지역사회의 접근성이 보장된 물리적 환경, 이러한 환경을 가능하게 한 사회·법률적 구조, 그리고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차이 등에서 기인한 것이 아닐까 싶다. 

나가며

이 글에서는 건강과 장애의 의미, 재활에서 참여의 중요성, 그리고 미국에서의 장애인 사회를 다뤄보았다. 요약하자면 장애는 신체 구조 및 기능의 손상 혹은 환경요인 및 개인 요인으로 인해 활동 및 참여에 어려움이 겪는 것이고, 건강한 상태는 의미 있고 필요한 활동들을 자유롭게 선택하여 수행함으로써 만족감을 느끼는 상태이다. 재활 분야에서는 가정 및 지역사회에서의 일원으로서, 중요한 활동 및 역할에 참여할 수 있는 지가 곧 건강과 장애의 지표로 연결됨을 시사하고자 하였다. 개인-환경 간의 상호작용으로 풀이하는 성공적 노화 전략에 대해 이해하고, 질문지를 통해 어떻게 시간을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자기반추(self-reflection)의 시간을 제공하고자 하였다. 또한 독자들이 사회적 구조가 지지하는 장애인의 사회는 어떤 모습인지 인사이트를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떠한 질문과 질타도 겸허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 그리고 배움을 이어 나가는 어느 박사과정생의 부족한 글을 읽어준 독자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한 구절이라도 흥미롭게 다가온 부분이 있길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이 글을 읽은 독자에게, 이제는 좀 다르게 들릴 수 있는 질문으로 이 글을 맺으려 한다. “당신은 건강하십니까?”


1. Ustun, B., Chatterji, S., & Kostanjsek, N. (2004). Comments from WHO for the journal of rehabilitation medicine special supplement on ICF core sets. Journal of Rehabilitation Medicine-Supplements44, 7-8.

2. 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functioning, disability, and health: ICF. (2001). Geneva: World Health Organization

3. Law, M. (2002). Participation in the occupations of everyday life. The American journal of occupational therapy56(6), 640-649.

4. Pope, A. M., & Brandt Jr, E. N. (Eds.). (1997). Enabling America: Assessing the role of rehabilitation science and engineering. Institute of Medicine.

5. Baum, C. M. (2011). Fulfilling the promise: supporting participation in daily life. Archives of physical medicine and rehabilitation92(2), 169-175.

6. Rifkin, S. B. (2014). Examining the links between community participation and health outcomes: a review of the literature. Health policy and planning, 29(suppl_2), ii98-ii106.

7. LaPlante, M. P. (2014). Key goals and indicators for successful aging of adults with early-onset disability. Disability and health journal, 7(1), S44-S50.

8. Baltes, P. B., & Baltes, M. M. (1990). Psychological perspectives on successful aging: The model of selective optimization with compensation. Successful aging: Perspectives from the behavioral sciences, 1(1),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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