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저번 과학뒤켠 제18호 박경렬 교수님 연구실(di-Lab) 인터뷰에 이어, 이번 섹션에서는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STP)의 우석균 교수님과 연구실 구성원들을 인터뷰해 보았다.
우석균 교수 연구실은 2023년 8월에 시작되어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빠르게 성장해 왔다. 이 연구실은 과학기술 조직의 구조와 규범이 과학기술 혁신과 지식 생산에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에 대해 과학사회학과 경영·행정학의 조직이론을 기반으로 양적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작게는 하나의 연구실, 크게는 연구소와 회사, 국가에 이르기까지, 연구 조직이 다른 연구 조직을 분석한다는 것은 흥미로운 주제와 방법론이 아닐 수 없다.
Following our interview with Professor Kyung Ryul Park’s lab (di-Lab) in the previous issue of Behind Sciences, we interviewed Professor Seokkyun Woo and his lab members at the KAIST Graduate School of Science and Technology Policy (STP) in this section.
Professor Woo Seok-kyun’s lab commenced in August 2023 and has experienced rapid growth over the past two years. Drawing on sociology of science and organizational theories, the lab conducts quantitative research on how the structure and norms of science and technology organizations influence scientific innovation and knowledge production. Analyzing research organizations, from small labs to large-scale research institutes, companies, and even nations, presents a fascinating topic and methodology.
Q. 안녕하세요, 우석균 교수님, 그리고 연구실 학생분들. 인터뷰에 참여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교수님부터,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우석균 교수님: 안녕하세요, 저는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조교수 우석균입니다. 2023년 8월부터 2년 조금 넘게 근무하고 있습니다.
제 연구 분야는 크게 보면 과학기술 정책에 실용적인 함의를 주는 걸 목표로 하고 있고, 상세하게는 과학사회학과 조직이론을 기반으로 한 과학기술 혁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방법론적으로는 기존 STS 학자들이 실험실 구조나 분업 등이 지식의 습득이나 확산, 생산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실험실 관찰을 통해 봤다면, 저는 조금 다르게 빅데이터와 양적 연구를 통한 일반화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주로 논문, 학위논문, 특허, 과제, 리워드 데이터 등을 다 엮어서 과학자 팀의 분업 구조와 팀워크, 트레이닝 환경 등이 지식 생산과 커리어, 생명 주기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보는 거죠. 국제 협력 관점에서도 과제의 배경이 상업화에 가깝다면 이것이 팀 간의 국제적인 협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볼 수 있구요, 정책 문서에서의 논문 인용을 통해 과학에서 정책으로, 또는 정책에서 확산으로 어떻게 지식이 확산되는지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양적 방법론을 통해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는데 연구 질문은 비슷합니다. ‘조직 이론 관점에서 지식 생산을 연구한다’는 건 변함이 없고, 공통된 키워드는 ‘과학·지식·조직’, 이렇게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연구실의 구조와 운영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해오셨을 것 같아요. 현재 연구실은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고 싶으신가요?
A.
우석균 교수님: 제가 조직 이론을 연구하고 있기 때문에 연구실 구조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해봤는데요, 사실 과학자들이 트레이닝 받는 환경이 되게 중요하잖아요. 저는 대학원 생활 때 아주 전통적인 방법으로, 지도교수님 한 분께 일대일로 도제식 트레이닝을 받았고, 포닥 때는 열 명 정도 되는 랩에서 PI의 지시 하에 분업을 하는 방식으로 트레이닝을 받았어요. 두 경험을 다 해보면서 장단점을 느껴보고, 장점만 접목을 하려고 하니까 쉽지는 않더라고요. (웃음)
지금은 우선 도제식으로 학생들을 트레이닝하고 있지만, 연구실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어느 정도는 분업을 통한 공동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연구실 내에서 공유하며 사용할 수 있는 자원과 인프라를 구축해나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학생들 간에 데이터셋, 컴퓨팅 파워, 방법론을 같이 공유한다면, 학생들이 중복되는 노력을 할 필요 없이 상보적으로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말이죠. 이런 방향성으로 연구실 내 자원 공유가 효율성 있도록 안정화되면, 연구실의 규모가 커지더라도 효율적인 구조를 꾸준히 만들어나가면서 또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지금 학생은 네 명인데, 어떤 트레이닝이 연구실 규모와 학생들에게 좋은 것인지는 계속 고민해야할 과제죠.
Q. 학생분들께서 연구실에 들어오게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연구 분야와 연구실의 장점을 독자분들께 소개해주세요.
A.
곽도아 학생 (석사 2학기): 저는 STP에 들어올 때 원래 인공지능 관련 연구를 하고 싶었어요. 첫 학기 때 우석균 교수님의 과학의 과학(Science of Science) 수업을 듣고 그 분야를 처음 접하면서, 지금까지 제가 알던 지식과 너무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정책을 과학적으로 본다는 게 너무 새로운 개념이었고요. 그리고 수업 도중에 교수님께서 논문의 철회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고 소개해 주셨는데, 그것도 너무 재밌었어요, 논문의 철회를 논문으로 쓴다는 게. 저는 지금 인공지능 정책에서 어떤 조건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도출되는지를 연구하고 있어요. 연구실에 들어와서 관심 있던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게 되어서 좋았고, 다른 연구실과의 협력 기회가 꾸준히 만들어진다는 점도 좋습니다.
최승찬 학생 (박사 1학기): 저는 지식 생산 제도의 시발점인, 대학교 학부와 학과의 생태를 데이터 중심으로 관찰하고 있습니다. 저는 학부 때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어요. 그래서 데이터 기반 방법론으로 정책을 연구하고 싶었고, 또 교수님께서 학계의 신선한 접근법을 많이 시도하시는 게 흥미로워서 우리 연구실을 고르게 되었습니다. 저는 연구실 내에서 같이 동고동락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유독 감사를 표하고 싶어요. 저는 특히 우리 연구실의 환경과 분위기가 좋아요. 교수님도 연구실 분위기에 신경을 많이 쓰고 계시고요. 연구실 동료들과 회식도 가고 하는 하루하루가 즐겁습니다.
서정현 학생 (석박통합 1학기): 저는 지금 논문 풀텍스트(full-text) 데이터를 활용해서 시간에 따른 인용의 변화를 추적하고 있어요. 궁극적으로는 과학 지식의 생산뿐만 아니라 소비까지의 과정이 어떤 식으로 형성되는지 보고자 하는 거예요. 처음에 STP 교수님들과 인터뷰할 때, 우석균 교수님은 제게 질문을 가장 많이 해준 사람이었어요. 어떻게 보면 PI가 학생 개개인에게, 심지어 아직 입학도 안 했는데, 그렇게 관심을 갖는 일이 어렵고 흔하지 않은 일이에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점이 연구실을 고르게 된 동기가 된 것 같아요. 요즘도 매주 개인 미팅을 가지고 개별 코멘트를 준다는 점에서, 교수님의 세밀한 지도 스타일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앞서 회식 얘기도 나왔는데, 특히 저는 점심 회식 밖에 없다는 게 너무 좋아서 강조하고 싶네요. (웃음)
박서현 학생 (석박통합 4학기): 저는 원래 과학기술 거버넌스와 과학자 사회 전반에 대해 관심이 있었어요. 그러다 입학한 첫 학기에 교수님의 연구 조직론(Research Organization) 수업을 들었는데, 딱 제가 찾고 있던 주제라는 걸 알았어요. 기존에 정책을 다루는 방법과 다르게 서지 데이터로 분석을 한다는 게, 과학기술정책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줄 것 같다는 기대감이 들었죠. 제 원래 전공이었던 경제학에서는 늘 데이터 수집이 제한돼서 어려움을 느끼곤 했는데, 이제는 서지자료나 텍스트 데이터를 통해 내가 원하는 변수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지금은 과학자 커리어 내의 국가 간 이동성과 국제 협력을 연구하고 있어요. 아, 저도 특히 교수님과의 개별 미팅 시간이 심도 있게 이루어져서 좋다고 강조하고 싶어요.
(에디터 코멘트: 학생 전원이 다음 회식 장소로 린린이라는 음식점을 갈 것이라고 자랑하며 이를 꼭 과학뒤켠에도 실어달라고 부탁했다. 학생들이 회식에 무섭도록 진심이었다.)
Q. 마지막 한마디. 연구실에 관심 있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A.
우석균 교수님: 우리 연구실은 일반적인 과학사회학과 과학철학을 양적으로 연구하고 싶다면 누구나 환영합니다. 세부 분야는 뭐든지 할 수 있어요, 지성사가 될 수도 있구요. 그러고 나면 정책적 함의라는 건 자기의 핵심 세부 분야가 자리잡고 나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거라 생각해요.
저희 연구실은 학생 구성이 다양한 편이죠. 학부 졸업 이후 바로 온 학생들도 있고, 일을 오래 하시다가 온 분들도 있고, 컴퓨팅에 관심이 있는 사람, 실험실에서 실험을 하다가 고민이 생겨서 온 사람 등등. 일단 공통된 점은 빅데이터를 다루는 양적 분석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거고, 또 사실 그렇게 어려운 분석은 아니니까 배경과 관계 없이 금방 익혀서 연구를 시작하고 있어요.
중요한 건 양적 데이터 속에서 흥미로운 패턴을 발견했을 때 ‘쾌감을 느낄 수 있는가’예요. 질적 연구에 비해 양적 분석의 장점은 피드백이 빠르다는 거거든요. 그 성취감이 자주 오고, 거기서 피드백을 받아서 또 다음 연구를 진행하는 재미를 느끼면 저희 연구실이 잘 맞을 것 같아요.
물론 굉장히 노동집약적이긴 합니다. 아무리 요즘 LLM(Large Language Model, 대규모 언어 모델)이 다 해준다고 해도, 전처리와 분석을 실수 없이 꼼꼼히 해야 하죠. 그러다가도 자기가 추상적으로만 이해하고 있던 사회 현상을 모델로 만들고, 데이터를 수집해서 이 모델을 통계적으로 검증하고 시각적 패턴으로 표상화하는 그 과정에서 희열을 느끼면, 그리고 그 기쁨으로 또 연구를 시작하는 사이클을 알면, ‘연구를 안 할 수가 없죠.’ 그러면 연구자 외에는 다른 직업을 생각해보기 어려운 것 같아요. 저희 연구실에서 그 감정을 나눠보면 좋겠습니다.
학생 전원: 마지막 한 마디요? 그거 너무 어려운데요. 우리 연구실 사람들은 다들 양적 분석을 해서 STP 다른 사람들보다 말을 잘 못하는 것 같아요. (웃음) STP와 과학뒤켠에도 너드함이 좀 더 필요하지 않을까요? 자연어를 못해서, 기계어적인 마지막 한마디로 우리 연구실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우리 연구실은 숫자 42와 같은 연구실입니다.’ 이거면 충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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