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rt Policy Review #1: 『대학 연구자의 행정부담 측정과 정책적 시사점』 리뷰 (vol. 2)

ㅍ전준하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석사과정)
schneider0104@kaist.ac.kr


이 글은 김이경, 김소라, 윤이경 (2016) 『대학 연구자의 행정부담 측정과 정책적 시사점』. ISSUE PAPER 2016-14.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을 리뷰한다. 본 보고서와 요약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홈페이지에서 찾을 수 있다. (KISTEP 홈페이지 → 발간자료 → 간행물 → 이슈페이퍼 → 글 번호 #303. [2016-14] 대학 연구자의 행정부담 측정과 정책적 시사점)


ㅂㄷㅈㅎ보고서 내용 요약 (출처: KISTEP 홈페이지)

■ ‘선도형 과학기술 패러다임’으로 전환이 중시되며 ‘과학자의 창의성’과 ‘창의성 증진 위한 자율적 연구 환경조성’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시점
– 정부는 다양한 R&D 규제개혁 노력을 가시화하고 있으나 연구현장에서 규제개혁 체감도는 낮은 현황

■ 대학연구자의 경우에는 가장 창의적인 연구를 수행해야 할 조직이지만 과제수주나 보고서 제출에만 치중할 수밖에 없는 환경임
– 대학연구자는 논문양산으로만 평가받는 경우가 많고 중장기적인 연구 여건이 미흡하여 창의적 결과물을 내기보다 생계형 연구를 진행한다는 지적이 많음

■ 국가 R&D 사업에 대한 연구현장 불만, 지속적 정부관심에도 불구하고 연구자의 행정 부담을 실질적으로 측정하고 부담 완화를 위한 논의는 적었음
– 정부 지원정책 프로그램의 성격은 지원과 규제적 속성이 혼재하며, 규제적 속성이 유발되는 메커니즘과 수혜집단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 미비

■ 본 이슈페이퍼는 국가 R&D 사업에 참여하는 대학 연구현장의 행정비용 측정을 목적으로 하며 연구결과는 향후 행정부담 완화를 위한 보완책 마련 시 활용가능

출장 증빙을 위해 출장지에서 제일 싼 생수 한 병을 살 때나, 연구 도중 영수증 처리에 문제가 생겨 몇 시간을 허비하다 보면 내가 이러려고 연구자를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하다. 많은 연구자들이 이 자괴감을 자주 경험하는데, 그래서인지 이제는 본 보고서의 제목처럼 행정과 부담을 한 단어로 붙여 써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연구개발정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연구행정에 대한 문제제기가 항상 언급되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행정적 요인에 의한 연구 비효율성 문제에 대한 인식은 꽤나 오래된 것인데, 그만큼 정부에서 제도개선 노력을 해왔고,[1] 과학분야 전문 언론사인 대덕넷에서는 관련해서 간단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적도 있었다.[2] 그러나 여태 체계적인 방법으로 그 비용을 측정하고 실태를 파악한 사례는 거의 전무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본 보고서는 매우 시의적절하게, 아니 오히려 너무 늦게 나온 것이 아닌가 싶다.

보고서는 서론과 정책제언을 제외하고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1.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 (일명 공동관리규정)이 어떤 규제적 속성을 가지고 있는지,
  2. 연구행정비용을 측정한 해외 사례 분석,
  3. 대학 연구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표준비용모델(SCM)을 사용한 행정비용 측정.

그러나 개조식 표현과 불충분한 설명으로 인해 읽기 불편했고, 무엇보다 나뉘어진 세 부분의 상호 연관성 부족으로 인해 따로 놀고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또한 보고서의 저자들이 힘들게 수행했을 설문조사 결과를 그저 나열하는 데에 그쳤고, 이후 정책제언 부분에서 이를 전혀 활용하지 못한 채 본 보고서만이 제시할 수 있는 시사점이 아닌 이미 주장된 바 있는 제언을 반복했다는 점은 크게 아쉬웠다.

하지만 이는 거꾸로 말해 보고서의 세 부분이 각각 충분히 빛을 발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보고서의 첫번째 부분은 공동관리규정의 주요 규제 유형에 경제적∙행정적 규제유형만이 발견되었고 사회적 규제유형이 파악되지 않았다고 언급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 부분에 크게 주목하지 않았으나, 사회적 규제유형의 영역에 환경∙산업재해∙소비자 보호∙사회적 차별금지 규제가 포함된다는 점을 고려하면[3] 오히려 공동관리규정에 꼭 필요한 규제가 부재한 것은 아닌지 반문해볼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해외 연구자 행정비용 측정 사례에서 역시 보고서가 크게 주목하지 않은 점들을 살펴보자. 미국 Faculty Workload Survey Research Report (2005, 2012)에 따르면 연구자들이 기타 행정업무(강의와 연구관련 서비스를 제외한 행정업무)에 쏟는 시간이 7년 새 투입 비율로는 7% 가량 증가했으며, 이는 연구시간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예전에 비해’ 연구자들에게 행정업무 부담을 더 많이 주고 있는지 궁금해지는 지점이다. 또한 미국 연구자들의 행정부담은 아프리카계인과 여성에게 더 큰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를 국내 연구에 반영해 인종은 아니더라도 성별과 나이(혹은 경력) 등에 따른 행정부담을 조사헸다면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앞서 짚어본 보고서의 첫 두 부분 역시 각각 중요하고 더 들여다 볼 필요가 있겠지만 보고서의 핵심은 역시 설문조사와 행정비용 측정이다. 본 보고서에서는 그 결과가 나열되어 있을 뿐 분석되지 않았지만, 이것만 해도 매우 소중한 자료임에 틀림없다. 다만 이로부터 마냥 ‘연구자의 행정부담이 크다’라는 사실 이상의 발견과 해석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미 많은 연구자가 불평불만을 표하고 있고, 규정에 따라 간접비로 행정지원인력을 고용하는 경우 외에도 직접비를 통해 위촉연구원을 고용해서 행정업무를 전담시키는 경우 역시 암암리에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행정부담에 대한 문제의식은 너무도 명백하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설문조사의 일부 질문과 그에 따른 응답결과를 제외하면 본 보고서는 그 이상의 통찰력을 주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 보고서의 목적이 단지 ‘행정부담이 어느 정도인지 측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반박할 수 있겠으나, 다시 말하지만 그 결과로 정책제언이 근거에 기반하지 않고 이미 여기저기서 나온 제안들을 옮겨 적는 방식으로 작성되었다는 점이 문제다.[4] 따라서 본 보고서가 수행한 설문을 바탕으로 조금 더 심도 깊은 분석과 연구가 필요한데, 몇 가지를 언급하자면,

  • ‘왜 절반 이상의 연구책임자에게 연구행정지원인력이 없는지’ (보고서 <표 14>, p.21 참고),
  • ‘왜 연구행정지원인력을 고용한 경우에도 35% 가량의 연구책임자가 지원이 충분치 않다고 여기는지’ (보고서 <표 15>, p.21 참고),
  • ‘행정업무 중 행정지원인력이 수행하는 비중이 25% 미만이라고 대답한 연구책임자가 절반인데 행정지원인력을 확충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을 것인지’ (보고서 <그림 7>, p.22 참고)

등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며 그 결과를 통해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데 보다 단단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책 수립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 행정부담 측정 그 이상의 분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여담이지만, 본 보고서에서는 연구책임자 (주로 교수)만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편향을 의심해볼 수도 있다. 연구개발 수행이나 연구과제 관리를 막론하고 전임/비전임 교수가 압도적으로 행정업무를 가장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나는데 (그림 10, p.27), 이는 곧 설문조사에 응답한 본인이 스스로 일을 가장 많이 하고 있다고 한 셈이다. 과연 대학원생 및 박사후연구원, 그리고 연구행정지원인력도 그렇게 생각할까?


[1] 보고서 <표 1> 참고. 그 간 정부가 국가R&D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했던 노력들이 정리되어 있다.

[2] 피자 못먹는 과학자?…’행정피로’ 시달리는 과학계. (대덕넷 2015.6.10)

[3] 보고서 <표 4> 참조. ‘최유성 (2014). 『우리나라 행정규제의 특성분석을 위한 규제분류방식에 관란 연구』. 한국행정연구원.’서 가져온 것으로, 경제적∙사회적∙행정적 규제유형 각각에 해당하는 규제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4] 본 보고서의 결론 격인 ‘V. 정책적 시사점 및 제언’을 보면 같은 보고서의 내용을 언급하기보다 주로 다른 자료들을 인용하는 것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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