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연구하는 참여관찰러를 위한 안내서

홍성재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석사과정)

yain@kaist.ac.kr


 

대학원을 2년 정도 다니면서 한 몇 가지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한 것 중에서 가장 특이한 경험을 꼽으라면 참여관찰을 선택할 것이다. 참여관찰은 어떤 활동이나 상황이 일어나는 현장에 연구자가 직접 들어가 그 모습을 관찰하여 기록하는 질적 연구방법이다. 참여관찰에서 연구자는 “참여자들에게는 이미 일상적이 되어 면담에서는 얻어질 수 없는 일들, 그리고 맥락을 이해하도록 이끌어 줄 수 있는 일들”을 인식할 수 있다(Merriam, 1988: 132-3).

작년에 청년 세대와 노인 세대의 문제를 해결하는 한 방안으로서 두 세대 간의 동거에 대해 연구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국내에서는 세대 간 동거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어 설명한 참여관찰법으로 동거 중에 발생하는 상황들이 동거자들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최종적으로 동거 지속과 세대 간 이해에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살펴보고자 하였다.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한지붕 세대공감’이라는 세대 간 주거공유 프로그램을 통해 올해 4월 중순부터 6월 말까지 10주가량 한 노인 부부분들의 집에 동거인으로서 머무르며 동거생활에 대해 참여관찰을 진행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당황스러운, 하지만 의미 있는 경험들의 연속이었다.

참여관찰은 처음부터 굉장히 사람을 초조하게 만들었다. 다른 연구 프로젝트나 과제에서 인터뷰 대상을 손쉽게 구한 경험이 있어 같이 살 노인들을 빨리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선뜻 나서는 노인들이 없었다. 그래서 원래 올해 3월 초에 시작하려던 참여관찰이 3월 말로, 그 뒤로 조금씩 미루어지기 시작했다. 부득이하게 프로젝트의 공동연구자분들께 젊은 학생과 몇 주간 같이 살 의향이 있으신 서울에 사는 노인분들을 수소문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결국 4월에 가서야 어머니 친구 부부 분들의 집에 들어가 참여관찰을 진행할 수 있었다.

내가 이 연구를 시작하면서 생각했던 건 서로 모르는 노인과 동거하면서 생기는 갈등이나 뜻밖의 경험을 같이하는 것을 관찰하는 것이었는데, 실제로 같이 살게 된 부부분 중 한 명과 서로 잘 알아서 계획이 처음부터 많이 엉켰다. 서로 알고 있다는 점 때문에 내 부모님을 주제로 노인 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이 대화가 노인 부부 분이 어머니와 친해서 이 이야기를 하는 건지, 동거 중에 나오는 자연스러운 대화인 건지 구별할 수 없었다. 때문에, 참여관찰을 하는 10주 내내 원래 서로 알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관찰의 해석에서 배제할지, 아니 그 이전에 이것을 관찰의 해석에 있어 어떻게 봐야할지 고민했고, 사실 지금까지도 계속 고민하고 있다.

이 참여관찰에서는 동거하는 나와 노인 부부가 각각 다이어리에 오늘 있었던 일을 쓰기로 했는데, 여기서도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이 생겼다. 참여관찰을 시작할 때 즈음에 다이어리를 통한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는 친구나 다른 연구자분이 다이어리 같은 걸 참여 대상에게 쓰게 부탁하면 참여 대상은 생각보다 잘 쓰지 않는다고 미리 경고를 했지만, 이렇게 안 쓰실 줄은 사실 잘 몰랐다. 참여관찰 중에는 내가 노인분들이 다이어리를 쓰는 것을 확인할 수 없어 중간에 한 번 조심스럽게 물어봤는데, 거의 쓰지 않았다고 말씀하실 때 속으로는 이 연구를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다. 어떤 경우에는 참여자에게 다이어리를 쓰게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는 것을 참여관찰 중에 깨달을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어려움만 느낀 건 아니다. 관찰의 대상도 연구라는 것에 대해 나름대로 고민을 하고 행동을 한다는 것도 배웠다. 노인분께 다이어리를 잘 안 쓰신 이유를 물었을 때, 당신께서 이 내용을 쓰려고 할 때 이 내용이 과연 연구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싶어 쓰지 않게 되고, 그러다 보니 아무것도 쓰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다 보니 원래 노인 부부와 내가 쓴 다이어리를 비교하면서 연구를 진행하려던 계획을 바꾸어, 내가 쓴 다이어리를 필드 노트로 활용하면서, 참여관찰 중에 주기적으로 진행한 인터뷰를 좀 더 많이 활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시점에 와서 써 놓은 다이어리를 보면서 다른 고민이 생겼는데, 생각보다 나 또한 쓴 것이 아주 많지는 않았다는 것이었다. 참여관찰을 하면서 노인 부부분과 갈등이 생기거나, 혹은 어떤 일상 활동을 하는 것을 기대했지만, 생각보다 집에 오래 있을 일이 없고, 있더라도 세 사람이 각자의 방과 거실에서 각자의 삶을 누리는 경우가 많았다. 활동을 기록하는 것은 쉽지만, 침묵을 기록하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외에도 이런 긴 호흡의 연구가 생각보다 연구자에게 평정심을 요구하는 일이 더러 있었다. 참여관찰 중에 집안에 좋지 않은 일이 있었는데, 이걸 감내하면서 계속 참여관찰을 진행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참여관찰 진행 전과 진행 중에 있었던 대부분의 일이 ‘출제 범위 밖’의 상황이었고, 이걸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하는가를 떠나서 이 상황 자체가 처음에는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이것들이 마냥 큰 고통이었던 것은 아니고, 모두 사람을 관찰하는 연구에서 내가 주지해야 할 교훈이 되었다. 물론 위에서 나열한 문제들에 대한 해답 중에 아직 만족할 만한 답을 얻은 것이 반도 안 되고, 장래에 다른 연구들을 하면서 겪을 고난들이 더 많으리라 생각을 하지만, 연구하는 삶 초반부에 이런 경험을 한 것이 나에게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읽을거리

9780759124066Ehn, B., Löfgren, O., & Wilk, R. (2015), Exploring Everyday Life: Strategies for Ethnography and Cultural Analysis, Rowman & Littlefield.

참여관찰이라는 새로운 방식에 막막해할 때 한 교수님께서 추천해주신 책이다. 제목이 명시하듯이, 일상을 관찰하는 참여관찰러들이 고민할 만한 것들에 대해 쓰여있는 안내서이다. 책의 첫 부분에서, 참여관찰이 거의 절차대로 진행되는 일이 없을 것을 강조했고, 역시나 책에 쓰인 대로 관찰의 분석, 수집, 문헌 조사 이런 것들이 순서 없이 반복되었다. 참여관찰을 하기 전에 읽어도 좋지만, 한 후에 읽어도 관찰 경험을 반추할 수 있을 것 같아 좋을 책.

 


참고문헌

Merriam, B. S. (1988). Case Study Research in Education: A Qualitative Approach. 허미화 역(1994). 질적 사례연구법. 서울: 양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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