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에 대한 짝사랑: 카메라 읽어주는 사람들

김준규 (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석사과정)

lunic0302@kaist.ac.kr


 

“여기에도 숨어 있었다니……”

“뭐가?”

셔터를 누를 때 카메라 안에서 휙 지나가는 빛이 있거든.” [1]

 

이따금 사진 용어를 해설해 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사진(寫眞)조차 적합한 단어인지, 더 정확하게는, 불어 photographie에 맞는 번역인지 의문이 든다. 두 단어는 인화지 한 장을 놓고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기계로 본뜬(寫) 실제의 형상(眞)은 결과물의 특징이지만, 빛(photo)의 그림(graphie)은 만듦의 과정이다. 이 관계는 사진기와 카메라, 사진을 만드는 ‘기계’와 노출이 이루어지는 ‘어둠상자’에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결과와 과정의 양면성이다.

사진술 그 자체도 양면적이다. 한 쪽은 탁월한 영감과 결정적인 순간에, 다른 쪽은 지극히 정교한 기계와 복잡한 물질에 기댄다. 어느 순간 양쪽을 똑같이 사랑할 수는 없다. 영감 없이 불가능한 시각과 기술 없이 불가능한 기록이 있다. 기계에 얽매이지 않을 것만 같은 작가들조차 저마다 좋아하는 카메라가 따로 있거나, 혹은 함께 신화가 된 브랜드가 있기도 하다. 기계에 끌리지 않고 사진을 사랑하는 것이나 이미지에 대한 열망 없이 기계에 심취하는 것 어느 하나 가능하지 않다.

빛의 그림을 사랑하게 될 때는 언제인가? 처음엔 어떤 형상을 본떠야 하는지조차 모호했다. 아무튼 멋진 이미지, 보고 느낀 것의 전달, 나날이 변해 가는 가족이나 친밀한 이들과의 순간. 개중에는 다른 취미나 업무 때문에 카메라를 쥐게 된 자들까지 있다. 이렇게 무엇 하나 확실하지 않았지만, 어느새 누군가는 사진 기술에 나름 정통한 커뮤니티의 기둥이 되어 있다. 그들은 어느새 글을 쓰기를 자청한다. 절절한 고백 속에서 물질과 기예의 우열은 파동처럼 뒤집힌다. 그러나 단단한 지식으로 보이고자 하는 의지는 한결같다. 빛 그 자체처럼 양면성을 가진 채 직진하여 새로운 입문자들—옛날의 자신들—의 길을 비추려고 하는 것이다.

 

그림 1

<그림 1. Camera라는 단어는 camera obscura에서 왔다.

이는 어두운 방이라는 의미의 라틴어이다.>

 

어둠상자와 까막눈

 

사진기는 깡통이다.”
  – 사진작가 김홍희[2]

야 xx 매뉴얼 3회 정독부터 하고 와라”
  – 카메라 커뮤니티의 만병통치약

 

사진술의 진입장벽은 크면서도 작다. 누구나 카메라가 두세 개씩 달린 전화기를 들고 다니면서 본격적인 카메라를 샀다는 자랑을 보면 목돈 썼다고 댓글을 쓴다. 카메라는 한계가 분명한 기계이지만, 옛 사진가들은 늘 사진의 표현에 한계란 없다고 가르쳤다. 요즘 스승들도 그러하므로, 아마추어들은 이를 맥락 없이 주워섬겨 내재화한다.

사진을 하려면 사진 기자재와 편집 시스템을 꾸릴 재력, 장비를 지고 다닐 체력과 함께 배움을 감내할 정신력이 필요하다. 사진술은 작게는 기계 조작을 숙달하는 데에서 크게는 시각예술에 대한 거대한 담론까지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고 묵직한 본체에 달린 수많은 버튼과 다이얼에 익숙해지는 것만으로도 고수라 불리기도 한다.

 

그림 2

<그림 2. 중급 DSLR 카메라의 외관과 각 부분[3]>

 

카메라의 본질이야 빛을 모아 줄 렌즈와 노출을 통제할 셔터가 달린, 필름이나 이미지 센서를 빛으로부터 차단하는 상자에 불과하다. 하지만 19세기 원시적인 사진술조차 산업혁명 전후의 놀라운 성취들에 기댄 당대의 최첨단이었다. 백수십 년 뒤 지금의 카메라는 무척이나 두꺼운 기술로 둘러싸여 있어서, 어둠상자의 본래 형상을 짐작하는 것조차 어렵게 한다. 신제품들은 저마다 새롭고 강력한 기능을 갖추었다 떠벌이지만 그 기능이 오히려 입문자들의 눈을 가린다.

카메라는 그 속뿐만 아니라 겉도 깜깜해졌다. 초창기의 사진술조차 전통 회화에 비해 지나치게 쉽다고 경멸 받았지만, 디지털 기계가 도와 주는 21세기 사진술마저도 녹록치 않다. 노출의 3요소—감도, 셔터 속도와 조리개의 조합—를 익히고 나면 구도나 초점 잡는 기법을 익혀야 한다. 입문자가 모든 것을 혼자 익히기는 쉽지 않으므로 그들은 자연스레 오프라인 동호회나 인터넷 포럼으로 향한다.

부유하는 커뮤니티 내에서 품앗이 같은 배움이 이루어졌다. 매뉴얼이나 기본 사진 서적을 보게 되면 어둠상자를 뒤집어쓴 듯 까막눈이 되지만, 동호회와 포럼의 강좌, 유튜버들의 동영상 강의들은 알아들을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렇게 사진술에 약간의 애정을 가진다면, 입문자들도 오래 지나지 않아 숙련자들의 작품에서 기법을 간파하고 그들의 언어를 알아들을 수 있다. 그 중에는 자신의 앎을 정리하거나 과시하고자 블로그, 포털, 혹은 커뮤니티에 자신만의 컨텐츠를 만드는 이들도 있는데, 각자 자신이 어려워했던 점을 토로하면서 입문자들에게 보탬이 되려고 한다. 커뮤니티가 제공하는 게시판 위에서 서로 밀어 주고 끌어 주는 관계가 생겨난 것이다.

 

해설의 시작

 20년에 달하는 인터넷 문화의 곡절이나 사진술 커뮤니티의 특징을 모두 말하기는 쉽지 않다. 다른 커뮤니티처럼 친목도 있고, 중심이 되는 사람도 있으며, 갈등이 일어나서 사람들이 흩어지기도 한다. 다만 비싼 물건을 다루는 커뮤니티인 만큼 언젠가부터 여러 회사들이 개입하고 있기는 했다. 기계장수들이 끼어들고 제품주기가 빨라지면서 일련의 사이클이 분명해졌다. 이 사이클은 사진술 커뮤니티가 본연의 목적대로 달아오르고 정보공유가 활발해지는 시점, 신제품 출시가 목전에 이르렀을 때의 반응부터 시작한다.

이 시점에 비유를 하나 들 수 있다. 박물관에 있는 명화를 보면 이 세상에 단 하나, 진품의 아우라를 느낀다는 말이 있다. 최신형 카메라도 비슷한 기운을 가진다고 하겠다. 물론 카메라 같은 전자제품은 공산품이고, 같은 기종이라면 지구 반대편에서 구입해도 똑같으므로 공산품과 아우라는 배치된다고 반문할 수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새 카메라는 본래 귀하기 때문에, 몇 달간 생산되어 재고가 넉넉해지기 전까지는 나름의 아우라를 가진다고 하겠다. 허나 새 물건도 대량생산되는 중이므로 이 아우라는 박스의 봉인 하나하나에 편재한다.

박물관 직원이 관람객들을 몰고 다니듯 새 제품에도 해설자가 필요하다. 본래 신제품의 출시가 임박하면 온갖 징조들이 인터넷에 넘실대고, 마침내 공식 발표가 있게 되면 클릭 빠른 자들이 새로운 계시를 모두가 알아듣게끔 번역해 왔다. 그 자료들이 다 공개되고 나면 가장 간략한 유형의 리뷰인 개봉기가 올라올 때이다.

 

그림 3

<그림 3. 네이버에서 검색된 개봉기 영상들>

 

개봉기(unboxing)는 사진과 글, 동영상으로 신제품을 소개해 왔는데, 제품 출시 초기에 다양한 IT 포럼에서 정보를 유통시키는 데 매우 중요하다. 단순한 인증샷보다 더 많은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잘 쓰여진 개봉기는 공식 사양에는 드물게 언급되거나 무시되는 상세한 정보들과 몰라도 전혀 상관없는 과도한 정보들 모두를 생생히 전달한다. 포장의 디자인과 만듦새, 상자가 열리는 방식, 상자 내의 구획 방식, 제품에 부속되는 충전기, 각종 케이블과 소프트웨어 CD 등의 패키지 구성품이 렌즈 앞에서 컨텐츠가 된다. 개봉기의 결론은 제조사 홈페이지에 제공된 사항들을 복창하는 것에 불과하더라도 실제 사용자가 찍은 다양한 각도의 사진은 제조사의 반듯한 사진과 설명과는 달리 독자들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온다. 애호가의 시선을 간접경험하는 것이다.

작성자는 흐트러진 포장을 배경으로 하여 제품을 상하좌우로 훑고, 사람의 사지를 설명하듯 셔터 버튼은 어디에, 액정 디스플레이는 여기에, 배터리실은 저기에, 등의 설명을 거친다. 가끔은 상자에서 느껴지는 품격이나 인쇄된 매뉴얼을 끼워 주지 않는 인색함 등에 대한 비판 또는 특정 제조사의 패키징 정책에 대한 비평이 개봉기를 풍성하게 만드는데, 이들은 오랜 관찰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한편, ‘리뷰어’라 불리우는, 남들보다 앞서 제품을 만나고 개봉기를 작성하는 이들은 신제품을 빨리 볼 수 있는 위치에 속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 위치는 단지 예약판매에 참가할 수 있었던 부지런함과 재력의 상징일 수도 있지만, 많은 경우 제조사 혹은 수입사와의 특별한 관계에 대한 증거이기도 하다.

 

보(이)는 만큼 알려지는

병: “아무개 사 설명회 다녀왔습니다. 모델이 누구누구 왔구요, 밥을 정말 잘 주더라구요.”
정: “모르셨구나. 사실 아무개 사 본업이 요식업이에요.”
    – 일반적인 체험회 후기

 

고객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회사는 없을 것이다. 이들이 관계하는 방식 중에 “컬트 브랜드(cult brand)”라는 개념이[4] 있다. 고객이 어떤 브랜드의 열성 팬이 되어 집단으로 헌신하는데, 구성원들은 자발적으로 그 브랜드를 맹목적으로 소비하거나 광신적으로 충성하게 된다고 한다.

카메라 제조사들은 컬트 브랜드인가? 주류에 속하는 카메라 제조사들이 자사의 제품들에 할리 데이비슨이나 애플처럼 특별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사용자들은 고급 렌즈들에 새겨진 표식, 카메라 모델명이 각인된 스트랩, 장비나 가방의 크기 등으로 서로를 쉽게 알아본다. 장비에 투자해 온 금액만큼이나 새로운 장비에 대한 기대치도 드높다. 하지만 제조사들은, 최소한 국내에서 판매를 대행하는 수입사들은 각자의 우수고객들을 모종의 교단(cult)처럼 조직하길 원하는 듯하다. 기묘하다면 기묘한 관계인데, 그 시작점 중 하나로 런칭회, 설명회, 체험회 등으로 불리는 신제품 체험행사를 들 수 있다.

 

그림 4

<그림 4. 소니 사의 신제품 체험회에 섭외된 비보이를 촬영하는 참가자들[5]>

 

신제품 체험행사는 찾아오는 순례행사이다. 신제품에 대한 설명을 구하고 직접 보고 만진다. 신제품이 공개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참가자를 모집한다. 체험 대상자를 추첨해서 공지하고 나면 커뮤니티에는 그 사실을 자랑하는 이, 탈락을 아쉬워하는 이, 잘 아는 사람을 만나게 되어 기뻐하는 이,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 참여권을 양도하려는 이들까지 나타난다.

행사는 주로 수도권의 제조사 사옥 및 대리점에서 행해지지만, 호텔을 빌릴 때도 있고, 각 지방을 순회하기도 한다. 식순은 다과 혹은 식사 제공, 신제품 관람 및 체험, 제조사 관계자의 프레젠테이션과 기념품 증정 등으로 대동소이하다. 체험 중에 사용자들에게 피사체를 제공하기 위해 모델을 섭외하기도 하며, 샘플 사진을 보여주면서 그 사진을 찍은 작가를 섭외하여 장단점을 소개하는 등 설명회를 다채롭게 만들기도 한다.

커뮤니티 사람들이야 설명회장의 메뉴나 1등 경품—대개는 신제품 자체—수령자가 누구인지에 대해 한동안 수다를 떨겠지만, 장소 대관료와 다과 및 식사 비용 및 연사 섭외 비용 등을 고려하면 제조사는 제품 한두 대 제공하는 값보다 몇 배는 더 큰 비용을 지출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제조사가 이렇게 막대한 비용의 팬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체험회장을 나선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참가자들은 제품 소개 내용을 다른 이들에게 전달한다. 체험 기기의 숫자가 충분하다면 참가자들은 기기를 파악하기에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며, 공식 자료에서 파악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주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관계자와 질의응답이 가능한 경우 더 심도 있는 정보를 뽑아내어 더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경험은 사진 커뮤니티와 블로그들에 체험기 후기로 정리되어 올라와서 제조사 혼자서는 만들 수 없는 막대한 양의 컨텐츠가 된다. 그러나 사용자들의 기여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카메라 대신 읽어주기

 

딱히 주제나 구성에 대해 이건 꼭 해라 하는 건 없었습니다.”
– 리뷰어 ‘M’, 체험단 리뷰 진행방식에 대한 쪽지 인터뷰 중에서.

그냥 마케팅 자료만 보면 중점적으로 내세우는 부분이 있어요. 그거 위주로 했습니다.”
– 리뷰어 ‘E’, 같은 쪽지 인터뷰 중에서.

 

개봉기와 체험행사를 바이럴 마케팅으로 볼 수 있다면 리뷰는 제품의 성능과 결과물을 사진, 글과 영상으로 보여 주는 보다 실질적인 컨텐츠이다. 국내와 해외를 통틀어 십여 년에 걸쳐 여러 종류의 IT 기기를 전문적으로 리뷰해 온 테스터들이 여럿 있다. 이들은 샘플 기기를 미리 받아 일을 시작해서 제품이 정식으로 출시되는 순간 엠바고를 풀어 마케팅 부서의 수고를 덜어 주고는 한다. 그러나 제조사들은 전문 컨텐츠 제작자들에게 제품과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체험단 리뷰어를 따로 모집하고 그들의 컨텐츠를 함께 활용하고 있다.

어쩌면 참여의 형식으로 제법 값싸게 홍보물 제작을 아웃소싱한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리뷰어 입장에서 얻는 것도 있게 마련이다. 이를테면 원하는 장비를 공짜로 빌려 쓰는 것조차 개인의 소소한 취미생활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이점이다. 체험단에서 제공하는 것들을 통해 새로운 방식의 촬영에 경험을 쌓거나 커뮤니티 내외에서 더 높은 입지나 새로운 인맥을 쌓는 것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원고료 같은 것을 받지 않더라도 리뷰어 개인의 노력에 따라 유무형의 자산을 얻어갈 수도 있다. 혹은, 앞서 이야기했듯 새 기계를 먼저 만져보는 재미 자체가 어떤 이에게는 가장 큰 이익일 수도 있겠다.

 

그림 5

<그림 5. 카메라 커뮤니티 SLRClub의 체험단 모집 공지의 예시>

 

대부분의 체험단도 체험행사처럼 사진 커뮤니티에서 공개적으로 모집한다. 신청 양식에는 으레 간략한 자기 소개, 소유하고 있는 장비의 목록 및 이전에 작성한 사용기의 링크가 포함된다. 때문에 리뷰를 많이 작성해 본 사용자는 당첨될 확률이 높다. 일단 5~10명 내외에서 추첨이 완료되면 주최 측에서 체험자를 초청하여 체험행사와 비슷한 구성의 발대식을 가지고, 4~8주 가량의 체험 일정이 시작된다. 이들은 이제부터 마치 웹툰 작가처럼 주말마다 마감에 쫓기며 리뷰를 생산한다.

체험단 운영은 리뷰어와 회사 모두 굉장한 시간과 품이 든다. 따라서 회사에서 분명 어떠한 요구를 할 것이라 보았지만, 리뷰어들의 답은 달랐다. 재미있게도, 일단 체험단이 시작되면 제조사에서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단 하나, 마감을 잘 지켜 달라는 것뿐이다. ‘이런저런 사항을 반영해 주십시오’ 같은 요구도 거의 없는 탓에, 리뷰에서 강조되는 제품의 특징은 설명회 및 발대식에서 보여 준 마케팅용 프레젠테이션, 그와 별로 다르지 않은 제조사의 공식 자료, 그리고 리뷰어의 관심사에 따라서 선택된다.

1주차는 대부분 카메라의 외관 등 기본적인 내용으로 시작하지만 2주차부터는 리뷰어 개개인의 여건에 따라 컨텐츠가 달라진다. 이를테면, 리뷰어 A가 큼직한 고성능 망원 렌즈를 들고 레이싱 경기를 가서 카메라의 고속 성능을[6] 테스트하고, 리뷰어 B는 가벼운 표준 렌즈로 스냅 사진을 찍으며 새 카메라의 손떨림 보정 성능을 보여 준다면, 리뷰어 D는 신형 초광각 렌즈를 가지고 바디와 렌즈의 화질을 각각 시험하는 식이다. 이들은 생업에 종사하는 가운데 한 주의 리뷰를 위해 촬영 장소를 물색하고, 장비를 챙겨 이동하고, 테스트 결과와 소감을 밝히며, 수십 장의 작례를 선택하고 편집하며,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게시물의 포맷을 최적화하는 노력 또한 아끼지 않는다. 이는 체험단 기간 내내 반복된다.

이렇게 체험단이 진행되면,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한 제품의 다양한 면을 보여 주는 수십 개의 게시물을 접하게 된다. 하나하나 떼어놓고 보면 장님 코끼리 만지듯 온전하지 않은 이야기에 불과하지만 수십 개가 모이면 코끼리 한 마리를 다 묘사하고도 남을 만한 분량이 된다. 그리고 그 이유가 경품 당첨이든 취미 활동에서의 자기 만족이든 간에, 리뷰어들은 자신의 컨텐츠를 최대한 가치 있는 지식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초창기에는 다른 리뷰어분들을 보면서 구성을 짰고, 그 이후부터 여러 해외 사이트를 참고하고 있습니다.”
– 리뷰어 ‘L’, 같은 쪽지 인터뷰 중에서.

 

그림 6

<그림 6. 리뷰사이트 DPreview(좌)와 체험단 리뷰어 ‘N’(우)의 보정관용도 테스트>

 

어쩌면 카메라 회사에서 체험단 리뷰어들에게 별다른 요구를 하지 않는 것은 이들이 이미 ‘카메라 리뷰를 어떻게 구성하면 좋은가?’ 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확실히 최근의 IT분야에 대한 상업 리뷰는 정형화되어 있다. 전문 테스터들은 먼저 새 카메라의 내력이나 제조사의 역사에서 신제품이 갖는 의의를 잠깐 설명하고, 외관과 메뉴 구조, 신기술이 적용된 부분이나 새로운 기능을 소개한 다음 성능과 화질을 보여 준다. 게시물이 몇 주 동안 나뉘어 게시되고 사적인 의견이나 샘플 사진의 비중이 더 높아질 뿐 체험단 리뷰어들의 리뷰 구성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전문 테스터들은 되도록이면 표준적인 실험 환경을 구축하여 과학적으로 리뷰하며, 이전 리뷰와 다음 리뷰를 서로 비교할 수 있게끔 한다. 몇몇 리뷰 기법들은 체험단 리뷰어들에게 빠르게 받아들여진다. 예를 들어 테스터들은 렌즈와 카메라의 해상도를 시험할 때 조명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ISO 12233차트나[7] 스스로 고안한 표적을 사용하는데, 체험단 리뷰어들은 테스트 차트를 프린터로 출력하여 따라해 보거나 지폐 몇 장을 벽면에 붙여 복잡한 패턴의 묘사를 확인하는 식이다. 이런 테스트 과정에서 리뷰어들은 종종 체험 중인 제품의 단점을 실증적으로 비판하기도 하는데, 변인통제가 충분하고 실험 과정이 적절히 수립되었다면 이러한 비판은 그 제품의 단점으로 널리 인정된다. 그러나 실험 과정의 한계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못하거나 그 결과가 일반적인 사진 이론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 리뷰어는 독자들의 혹독한 비판에 직면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길게는 2개월여에 걸치는 체험단이 끝나게 되면 하나의 제품에 대해 리뷰어 개개인의 경험과 관점에 따른 이야기가 담긴, 그러면서도 객관적이고 실증적으로 제품의 성능을 검증하고자 하는 게시물 수십 개가 작성된다. 체험단 과정이 끝난 뒤에도 이 리뷰들은 유용한 컨텐츠로써 읽을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며, 우수 리뷰의 경우 커뮤니티 사이트의 공지로 채택되어 널리 보여지기도 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계절이 바뀌듯이 새로운 제품의 징조가 루머 사이트들에서 다시 넘실대기 시작한다.

 

다시 어둠상자로

여기까지 새 카메라가 출시되어 정보가 퍼지는 과정에 커뮤니티가 어떻게 반응하며 체험단 리뷰어들이 어떻게 개입하고 있는지를 간략하게 알아보았다. 리뷰어의 열정은 회사의 제품 기획 의도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 한편 리뷰어는 마케팅의 일환인 여러 행사에 참여하면서도 되도록이면 실증적, 객관적으로 제품의 좋음과 나쁨을 밝히고, 주최 측에서 알려주지도 않은 리뷰의 구성요소—제품 소개, 주관적 감상, 성능을 증명하는 테스트, 샘플 사진 등—들을 정립하여 발전시키고 있었다. 잘 쓰여진 리뷰들은 여럿에 의해 인용되며, 짧게는 그 제품의 예비 사용자에게 등불이 되고, 길게는 미래의 리뷰어들에게 본보기가 된다.

한편, 리뷰를 통한 지식 전달에 있어 제조사—리뷰어—일반 사용자(소비자)의 구도는 과학대중화의 기존 관점이었던 결핍 모형(deficit model) 속의 과학자—매개자—대중의 구도를 연상시킨다. 제조사는 제품에 대한 모든 비밀을 가지고 있고, 마케팅 행사에서는 잘 가공된 일부만을 대중들에게 꺼내 놓는다. 이것에 익숙한 여러 리뷰어가 새로운 지식을 가공하여 전달하지만, 불가피하게 지식에 왜곡이 일어나고 사견이 첨가된다. 제조사가 내놓은 매뉴얼을 불편하게 여기는 사용자들은 리뷰어가 만들어 놓은 자료로 사진에 익숙해질 뿐이다.

 

그림 7

<그림 7. 캐논 사의 이미지 프로세서 DIGIC 6이 장착된 카메라 메인보드[8]>

 

사진과 사람들에 애정을 가지고 노력하지만, 포럼의 고수들은 여전히 모든 것을 알지 못한다. 카메라를 능숙하게 다루지만 어떤 기능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알지 못한다. 어떤 증상을 보이면 엔지니어가 어떤 부품을 교체할 것이고 수리비가 얼마인지도 알고 있지만 그 부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지 못한다. 가끔은 ‘그런 거 안다고 사진 잘 찍는 줄 아느냐’며 기계 대신 영감에 집중할 것을 권하기도 한다. 사진술이 본래 양면적이기도 했다. 상황에 개입하면 기록할 수 없고 기록하면 상황에 개입하지 못하는[9] 종군기자의 절박함까지는 아니더라도, 리뷰어의 그 어떤 열정도 어둠상자의 원리까지 들추지는 못한다.

이전 시대의 기계식 사진기들은 부품을 뜯어보면 그 원리를 끝까지 알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시대의 전자식 카메라들은 그렇지 않다. 청색 메인보드 기판을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칩에 내장된 회로나 논리를 읽어낼 수 없다. 최신형 어둠상자의 핵심은 여전히 신비로운 장막 뒤에 있다. 그 비밀은 이미지 프로세서의 집적회로를 보호하는 플라스틱 패키징 아래에 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누구도 말해 주지 않는 기술들은 오직 카메라의 동작을 겉핥는 것으로 외삽되어질 뿐이다.

이제 체험단 리뷰어들의 열정과 헌신 없이 새로운 카메라를 소비자에게 홍보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모든 소비자는 여전히 자신의 노력으로 체험단이 될 수 있다. 사진술에 대한 열정으로 기술과 영감을 단련하고, 커뮤니티의 암묵적인 규칙과 리뷰의 구성을 배운다. 그 대가로 그들은 귀중한 체험 기회를 잡아 최신 카메라로 자신의 기예를 펼치고 다른 사용자들을 도울 수 있다. 그러나 그 활동의 한계는 명확해 보인다. 리뷰어들이 추구하는 사진술에 대한 앎은 제조사에서 알려 주는 것들에 한없이 가까워지지만, 능가하지는 못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들의 사진에 대한 열정은 제조사가 허락한 만큼의 지식이 보다 빠르고 확실하게 흘러내리도록 다듬고 가속시키는 연료가 되었다.

 

그림 8

<그림 8. 올림푸스의 디지털 카메라 E-P1(2009)을 부품별로 완전히 분해한 사진[10]>

 

쪽지 인터뷰

1. 사용기의 내용(각 주의 주제, 구성 등)에 관해서 회사 측이 어느 정도 관여를 하였는가? 특히 내세워 달라고 했던 부분이 있었는가?
2. 직접 준비한 구성이 있다면, 어떤 자료를 참고해서 리뷰를 설계하였는가?

 


읽을거리

읽을거리1『보스토크 매거진』

본문에서 다룬 리뷰 게시물들은 상업적이면서도 개인적인 것들이다. 따라서, 리뷰어들에 대한 글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특정인이나 특정 체험단의 리뷰를 읽으라고 권하기는 어렵다. 다만 잡지의 시대에 즈음하여, 과학뒤켠의 지면을 빌어 독특하고 아름다우면서도 내용이 두터운 사진잡지를 하나 권해 드릴 수는 있겠다. 보스토크 매거진은 2016년 11월 창간된 격월간 사진잡지로, 각 호마다 테마를 바꾸어 국내외 작가들의 시각예술 작업을 소개하고 문학과의 콜라보를 시도한다. 물론 카메라나 다른 사진기자재 광고 같은 건 없다. 온라인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다. (https://www.facebook.com/vostokon/)

읽을거리2

DPreview.com

DPreview는 대표적인 디지털 카메라 리뷰 전문사이트로, 근 20여 년간 리뷰와 칼럼 등을 컨텐츠로 운영하여 왔다. 전문 리뷰사이트답게 굉장히 양이 풍부하고 자세한 리뷰를 제공하며, 새로운 기술 및 기능 소개와 함께 역사적 맥락을 고려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때문에 지금도 많은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참고하고 있다. (https://www.dpreview.com/)


 

[1] 조해진 (2017), 『빛의 호위』, 창비, pp. 32

[2] 김홍희 (2005), 『나는 사진이다』, 다빈치, pp. 192.

[3] 『Parts and controls – Nikon D7100』, http://imaging.nikon.com/lineup/dslr/d7100/compatibility03.htm

[4] 「Cult Brand」, https://www.investopedia.com/terms/c/cult-brand.asp

[5] 「풀프레임의 새로운 기준! a7M3 런칭쇼 현장을 공개합니다!」, http://www.stylezineblog.com/4123

[6] 카메라의 피사체 추종 능력, 추적 AF의 속도와 정확성, 연사 속도, 연사 지속 능력, 빠른 저장 능력 등을 칭하는 종합적 용어.

[7] ISO 12233:2017은 국제표준화기구(ISO)의 표준규격으로 전자(electronic) 사진 이미지의 해상력과 공간주파수 응답을 측정할 때 사용된다.

[8] 「DIGIC Image Processor」, http://www.canon-asia.com/cplus/en/digic-image-processor/

[9] Sontag, S. (1977), On Photography, London: Penguin Books, pp. 12.

[10] https://www.43rumors.com/exploded-view-of-the-olympus-e-p1/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

WordPress.com 제공.

위로 ↑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